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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새보다 높은 곳에서 삶과 직면하고
물보다 깊은 곳에서 삶을 모색하며
예수나 공자보다 먼저 태어나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다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 교수가 들려주는 나무의 철학!
15권의 나무 책을 집필하면서 하나둘씩 모였던 지혜가 이 책 한 권으로 압축·제련되었다
나무는 나에게 ‘목木숨’이었고, 인류에게도 목숨이었다. 그러나 나는 마흔이 다 되어서야 나무가 나의 목숨을 결정할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무와 해후한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무는 경외의 대상이다. 나무와 만난 시간에 비해 나무에게 얻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 깊이는 잴 수 없을 만큼 깊다. 나는 나무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존에서 가장 시급했던 건 다름아닌 ‘자존自尊’이었다.
자존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타고난 모든 것을 온전히 수용할 때만이 가능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들은 결코 자신의 삶을 다른 나무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끊임없이 나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면서 살았다. 여기서 나의 창의성은 막혀버렸다. 세상에는 큰키나무만이 아니라 작은키나무도 큰키나무만큼 가치 있고, 큰키나무와 작은키나무가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숲이 된다. 나는 사람도 나무처럼 살아갈 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_머리말
나무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다
스스로를 ‘쥐똥나무’라 칭하는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 교수가 열다섯 번째 나무 책 『나무철학』을 펴냈다. 저자는 나무를 화두로 ‘수학樹學’이라는 자신만의 학문을 만들고 있는 생태사학자이자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차나무, 뽕나무, 은행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세계사와 문화를 읽고, 나무를 인문학과 연결시켜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열네 권의 나무 책을 펴냈다. 이 책 『나무철학』은 저자가 그동안 나무와 만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 나무 책을 집필하면서 하나둘씩 모였던 지혜가 이 책 한 권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저자는 나무를 만나기 전까지 많은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았다. 나무는 그런 그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나무를 만나면서부터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큰키나무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키나무가 있어야 비로소 숲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어떤 나무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 등 저자는 나무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봄에 산에 올라 떨어진 상수리나무 잎을 주워 앞뒤를 살피고, 멀리서 가만히 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을 즐긴다. 나무의 품에 안기고, 나무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오직 한 그루의 나무를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나무에서 인간의 삶을 본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본다. 이 책을 통해 나무의 삶을 닮고자 하는 28가지의 나무철학을 만나볼 수 있다.
강판권 교수가 들려주는 나무철학
“순리에 맞게 변화하는 나무의 삶”
· 나이를 옆으로 먹다, 나이테의 철학
나무는 삶과 죽음, 죽음과 삶이 철저하게 공존한다. 나무의 나이테에서 바깥쪽은 물관세포가 살아 있는 변재邊材이고 안쪽인 심재心材는 죽어 있다. 나무는 죽은 것으로 안쪽을 채우면서 삶을 유지한다.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이에 반해 인간은 늙음을 두려워하는데, 이는 나이를 수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무 역시 나이를 먹지만 나이를 수직으로 축적하지 않는다. 나무의 나이는 수평이다. 나무의 이런 삶이 바로 사람보다 오래 사는 비결이 아닐까.
· 부드럽기에 강인한 흔들림의 철학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살기보다는 흔들리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게 어떨까. 공자는 나이 마흔을 외물에 유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사실 나이 마흔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면 오히려 큰 바람에 쓰러질 수 있다. 조금씩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삶의 지혜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무척 아름답다. 때론 거센 바람을 만나 온갖 고통을 이겨내면서 피운 꽃과 열매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무는 시련을 겪을 때마다 흔들리면서 뿌리를 튼튼히 한다. 오직 흔들리기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나무처럼 혼자 즐기는 것이 최고의 경지일지도 모른다. 혼자 즐기는 것, 바로 독락獨樂이다. 독락은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침묵하면서 내면을 성찰하는 즐거움이다. 길을 가다가 풀 한 포기 보거든 발걸음 멈추고 앉아서 풀과 눈을 맞추면 마음에 기쁨이 넘칠 것이다. 산에 가서 큰키나무 한 그루 만나거든 발걸음 멈추고 고개 들어 나무를 바라보면 우주의 기운이 가슴을 벅차게 만들 것이다. 즐거움은 발걸음을 멈추고 어딘가 눈길을 주는 순간 생긴다.
단순하고 절박한… “좋아하는 나무를 한 그루씩 갖자”
· 사소한 것에서 오는 소탈한 행복
나무 이름을 갖게 되면 나무가 눈에 보인다. 좋아하는 나무 한 그루를 가진 사람은 주변에 살고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올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은 곳에 수십 년을 살아도 근처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주변의 한 그루 나무와 풀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모르고 살아간다. 식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 찾기와 같다. 길을 가면서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 꽃을 피운 민들레를 보고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사람,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담벼락의 담쟁이덩굴의 꽃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다가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 모든 것을 꿰뚫는 나무의 힘, 일이관지의 철학
공자가 추구한 배움은 하나로 모든 것을 꿰는 방식, 즉 ‘일이관지一以貫之’다. 일이관지는 어떤 분야도 꺼리지 않는 종횡무진의 자세라야 가능하다. 나는 나무로 일이관지하면서 학창 시절 가장 싫어했던 생물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 대학 때 D학점을 받은 악몽의 자연과학에 흥미를 느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무를 만난 뒤에는 어떤 장르의 책, 어떤 분야의 사람도 꺼리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모든 만남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 아름다운 관계, 연리지의 철학
나무 연리지는 가슴 아프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살아가는 연리지는 자신들이 원한 것은 아니지만 부득이한 조건 때문에 한평생 붙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원하지 않게 연리지를 형성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조건을 맞추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연리지는 몸을 섞고 살아가면서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나무가 만난 것은 사랑이다. 그래서 연리지를 ‘사랑의 나무’라 부르고, 부부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
· 치열하기에 아름다운 아까시나무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무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다. 절대적인 이기주의자는 다른 존재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 인간이 나무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 역시 나무의 치열한 삶 덕분이지만 인간은 이를 모르고 숲에서 나뭇가지를 꺾어버리고 나무를 ‘잡목’과 ‘정목’으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잡목으로 불리는 나무가 아까시나무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아까시나무는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까시나무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탓까지 하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겨울철 아까시나무 아래에 가면 많은 열매를 만날 수 있다. 그 열매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난다. 씨앗에서 돋는 새로운 생명을 보면 나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지를, 그런 치열함이 한 존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나무의 모든 순간은 치열하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처럼 치열함은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어떤 분야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는 아름답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불꽃은 꺼져버리고 불꽃이 없는 인생의 앞날은 어둡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치는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치열함이 없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는 언제나 당당하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지치지 않는다.
· 기다림 없이는 감동도 없다
감동의 시간은 짧다. 그러나 그 짧은 감동에는 긴 기다림이 담겨 있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다시 감동의 순간을 만드는 영양분이 된다. 감동은 결실이다. 나무의 열매를 의미하는 결실은 충분한 시간을 품고서야 제맛을 낸다. 누구나 감동을 원하지만 감동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은 드문데, 그 이유는 성급하게 감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동을 만들지 못하는 자는 다른 존재가 만든 감동 또한 느낄 수 없다. 내가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언제나 감동할 수 있는 것도 내 스스로 감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곁에서 만나는 나무를 통해 감동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감동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다.
· 대나무 마디에서 찾는 삶의 철학
비어 있는 대나무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 대나무는 완전히 비어 있으면서도 그 안이 일정한 간격으로 막혀 마디가 있다. 옛사람들이 대나무를 사군자 가운데 하나로 꼽은 이유도 마디 때문이다. 그들은 대나무의 마디에서 절개를 찾았다. 막혀 있으면서도 트여 있고, 트여 있으면서도 막혀 있는 대나무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와 중용中庸의 실천자다. 이는 중간에 서 있다는 뜻이 아니다. 가장 적합한 상태를 판단해서 처신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이해관계를 벗어나기 어렵기에 대개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쉽다. 대나무를 통해 중도와 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운다.
· 못난이라 놀리지 말아요, 삶의 흔적을 남기는 모과나무
간혹 모과의 잎과 열매가 모두 떨어진 겨울에 산고의 흔적을 다시 보기 위해 모과나무를 찾는다. 모과나무는 산고의 흔적으로 껍질이 얼룩덜룩 반점투성이다. 반점은 한 생명체가 살아가면서 남긴 흔적이다. 삶은 어떤 흔적이든 남길 수밖에 없다. 그 모양이 어떻든 삶의 흔적은 아름답다. 각자의 흔적이 모두 다르기에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나무는 흔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고통의 흔적을 통해 살아간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에서 그만한 가치의 흔적을 반드시 남긴다는 점이다. 삶 자체가 아름다운 흔적이거늘 무엇을 보태고 무엇을 덜겠는가.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성공의 아름다운 과정이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순리에 맞게 변화하는
제1장 나이는 위로 먹는 게 아니라 옆으로 먹는다 | 나이테의 철학
제2장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을 물들이고, 잎을 물들여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다 | 단풍의 철학
제3장 보태지도 덜지도 않는다 | 낙엽의 철학
제4장 부드럽기에 강인하다 | 흔들림의 철학
제5장 모난 데 없는 부드러움은 치밀함에서 나온다 | 원만의 철학
제6장 추위를 피하지 않아야 푸름을 유지한다 | 무심의 철학
제7장 ‘자귀’라 쓰고, ‘자신은 가장 귀한 존재’라 읽는다 | 사랑의 철학
제8장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 독락의 철학
제9장 ‘뿐’ 정신으로 살아가기 | 위기의 철학
제10장 손으로 꽃을 꺾지 마라 | 역지사지의 철학
제2부 단순하고 절박한
제11장 사소한 것에 감동하기 | 행복의 철학
제12장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 존재의 철학
제13장 나무는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다 | 일이관지의 철학
제14장 공부는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다 | 살구나무와 공자의 교육 철학
제15장 제 역할을 다한다는 것 | 묵묵한 소신의 철학
제16장 등신藤身처럼 살아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 여락의 철학
제17장 소통은 겨울의 갈잎나무처럼 | 경청의 철학
제18장 아름다운 관계의 조건 | 연리지의 철학
제19장 봄을 즐기는 법 | 매화의 철학
제3부 그러나 끊임없이 치열한
제20장 치열하기에 아름답다 | 아까시나무의 철학
제21장 기다림에서 감동이 나온다 | 오동나무의 철학
제22장 고정생장형과 자유생장형 | 다름의 철학
제23장 대쪽 같은 선비, 대나무의 삶 | 중도와 중용의 철학
제24장 나만의 속도 찾는 법 | 대추나무의 철학
제25장 볼품없는 나무에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 | 모과나무의 철학
제26장 2000년 만에 피는 꽃 | 목련의 철학
제27장 쟁기질, 마음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법 | 역 같은 변화의 철학
제28장 위기를 극복하는 나무의 지혜 | 뿌리의 철학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