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의 스케치북: 제주4·3, 북촌리
- 저자/역자
- 김유경 / 이영자 공저
- 펴낸곳
- 한그루
- 발행년도
- 2022
- 형태사항
- 145p.: 21cm
- ISBN
- 9791168670273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911.072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7117 | - |
- 등록번호
- JG0000007117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상처, 기억, 치유의 이야기
제주섬 전체를 관통한 아픈 현대사인 제주4·3, 그중에서도 북촌리는 당시 400명 이상의 마을 사람들이 희생된 곳이다. 이 책은 바로 제주 북촌리에서 4·3을 겪은 이영자 할머니가 2년 3개월간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직접 그린 그림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다. 제1부는 유년에 대한 기억과 일제강점기의 상황, 제2부는 해방과 제주4·3 발발, 그리고 가족과 친족들의 희생, 제3부는 제주4·3 이후 생계를 위한 삶, 제4부는 그림 작업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두 해가 넘는 시간 동안 할머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책의 글과 그림을 정리한 김유경 저자는 미술치료를 통해 4·3 생존자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고 있다. 당시 북촌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해하고 현장감을 담기 위해, 혼재된 기억과 구술을 정리하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왔던 저자는, 비틀거리는 선들로 복기되는 그날의 광경을 보며 “나는 역사를 보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시기별로 할머니의 구술을 싣고, 그 상황을 직접 표현한 그림을 수록했다. 그리고 각 그림의 뒤편에는 그림 속의 상세 요소들을 정리해 덧붙였다. 구술 자체도 절절하지만,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그 장면의 세부를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면, 70년이 넘는 세월에도 몸과 마음에 또렷하게 박힌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한때는 소리 내 울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제주4·3, 그 아픈 장면을 오롯이 기억에 담은 채 살아온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이 이 책에서는 서툴고 비틀거리는 선과 선 사이에서 생생히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은 증언과 기록을 넘어, 세상을 향한 전언이자 드러냄을 통한 치유의 과정이다. 이젠 세상이 손을 내밀어 그 아픔을 함께 나눌 차례다.
<서문>
“굴은 정지(부엌)하고 붙어 있었주
굴 위에는 풀이 나 있고
이건 마농(마늘)
푸린 걸로 헤사 헐 거(푸른 것으로 해야 할 거)
찐헌 걸로(진한 것으로)
마농 뿔리는(뿌리는) 검은 걸로
눌(낟가리)색은 지붕 색”
이영자의 독백이다.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기억의 색을 찾아가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녀는 어느새 크레파스와 파스텔, 색연필, 사인펜, 연필들과 벗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선들로 조합된 공간을 색으로 채워가는 뼈마디 굵은 손끝. 나는 역사를 보고 있었다. 숫자에 가려진 죽은 이들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갔는지, 희생자들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영자는 제주도 동쪽 해안마을 북촌리에서 제주4·3을 겪었다. 북촌리는 4·3 피해의 주요 마을로, 1948년 12월 16일 주민 24명이 낸시빌레에서 군인들에 의해 집단 학살되었다. 그리고 1949년 1월 17일 2연대 3대대 일부 병력이 대대본부가 있는 함덕으로 가던 도중, 북촌마을 서쪽 고갯길에서 무장대의 습격을 받아 2명의 군인이 숨졌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2연대 3대대 소속 2개 소대원들이 북촌마을을 포위하여 집집마다 불을 지르고 모든 주민들을 북촌초등학교로(북촌공립국민학교) 집결시켰다.
주민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이자 교단에 오른 군 현장지휘자는 민보단 책임자를 나오도록 하여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했다. 이후 학교 울타리에 설치된 기관총이 난사되었고 주민들이 쓰러졌다.
주민들을 향한 총살은 운동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인들은 주민 수십 명씩 인근 밭으로 끌고 가 다시 총살했다. 이 학살은 오후 5시경 대대장의 중지 명령이 있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날 하루 270명(1949년 1월 17일, 거주지 기준: 북촌리 주민 251명, 타 마을 주민 19명)이 희생되었다(4·3희생자로 신고되어 인정된 2019년 12월 기준).
중지를 명령한 대대장은 주민들에게 다음 날 인근 지역 함덕으로 가도록 전하고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대대장의 말대로 함덕으로 발길을 옮긴 주민들 중 수십 명이 또다시 총살되었다. 이로 인해 북촌마을에는 대가 끊긴 집안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이영자(1934년생)의 4·3 경험과 삶에 대한 기록으로 2017년(84세) 10월 8일부터 2020년(87세) 1월 18일까지(2년 3개월) 이영자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직접 그린 그림과 그 이야기를 수록한 것이다.
위 기간에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4·3 당시 북촌리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가능한 한 상세히 기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주요 기억과 혼재되어 구술되는 또 다른 기억과의 시·공간을 구분하였다.
사건의 이해와 현장감을 담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시의 생활상, 인물의 동선, 인물의 행동과 모습, 현장의 상황, 환경적 배경 등에 주안점을 두며 전개하였다.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되어있다. 제1부는 유년에 대한 기억과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험, 제2부는 해방과 제주4·3 발발 그리고 가족과 친족들의 희생, 제3부는 제주4·3 이후 생계를 위한 삶, 제4부는 그림 작업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두 해가 넘는 동안 역사의 현장과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신 이영자 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북촌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목차
제1부 일제강점기
01 유년기
- 아버지의 목마
- 정어리 굽는 냄새
02 아동기
- 바다 놀이터
-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 공출
제2부 해방 그리고 제주4·3
03 낸시빌레에서의 희생
- 해방 후 초등학교
- 두려운 나날
- 성담 쌓기
- 1948년 12월 16일 트럭이 지나가다
- 1948년 12월 16일 낸시빌레에서의 희생
04 붉은 폭풍
- 1949년 1월 17일 군인들이 대문을 두드리다
- 1949년 1월 17일 학교 운동장에서의 희생
- 생과 사의 사이
- 옴팡밧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다
- 할아버지 시신을 들것에 싣다
- 겨울 팽나무 아래서 생과 사의 경험을 나누다
05 함덕리로 가다
- 북촌리에서 함덕리로 가다
- 아버지가 함덕리로 오다
- 고마운 이웃, 좁쌀죽 먹고 눈뜨다
- 함덕리에서 방을 얻다
- 아버지를 간호하다
- 멸치젓 장사
- 병원비
- 주정공장 수용소 사람들
06 함덕리와 북촌리를 오가며 시신을 수습하다
- 옴팡밧 주변 소낭밧 빌레, 친족들의 희생
- 당팟, 친족들의 희생
- 성복제
07 북촌리로 오다
- 순경들이 머물던 곳
- 훈련
제3부 제주4·3 이후
08 작은아버지와 아버지가 돌아가시다
- 소리를 좋아하는 소
- 작은아버지와 아버지가 돌아가시다
09 해녀의 삶
- 다려도
- 미역 채취
- 미역은 저승풀
- 불턱
제4부 현재
10 표현의 기쁨
- 그림과 만나다
- 심리적 시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