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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궤적: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 1

저자/역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 송태욱 옮김
펴낸곳
은행나무
발행년도
2021
형태사항
398p.; 19cm
원서명
罪の轍 罪の轍
ISBN
9791191071016 9791191071009(세트)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6606-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6606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최고의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
7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인간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점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2위 | 아마존 일본, 기노쿠니야 서점 베스트셀러
202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선정 | 2020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선정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 굵직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며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타이틀을 얻은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신작 장편소설 《죄의 궤적》으로 돌아왔다. 나오키상 수상작 《공중그네》의 닥터 이라부 시리즈로 유쾌한 풍자를, 서점대상 《남쪽으로 튀어!》,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 《양들의 테러리스트》로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그린 바 있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진정한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죄의 궤적》은 7년 만에 발표되는 장편소설로,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죄를 저지르게 되는 과정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의 집념 어린 수사를 그린다. 소설은 출간 즉시 아마존 일본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20년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석권하는 등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치밀한 사전조사와 3년간의 집필 끝에 탄생한 이야기는 더없이 강렬한 현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작가가 정교하게 짜놓은 범죄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죄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전국을 뒤흔든 전대미문의 유괴사건,
그 시작과 끝을 쫓는 압도적 미스터리


「“스즈키 씨입니까?” “어제 전화한 사람이오. 아들을 데리고 있다고 말한─” “경찰한테는 말하지 않았지?” “50만 엔 준비됐소?”」
20초쯤으로 편집된 테이프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졌다. _2권 90쪽

10월의 어느 오후, 도쿄 아사쿠사에서 유괴사건이 발생한다.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다음 날 범인은 전화로 50만 엔의 몸값을 요구한다. 경찰은 범인의 목소리를 최초로 공개하고 역탐지를 하는 등 전례 없는 수사를 펼치지만, 빗발치는 시민들의 신고와 장난 전화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값은 범인에게 탈취당하고, 아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전 국민이 사건을 주목하는 가운데, 경시청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점차 범인의 실체에 도달한다.
이야기는 홋카이도 출신의 빈집 털이범 우노 간지, 경시청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 여관을 운영하는 마치이 미키코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전혀 교집합이 없던 세 사람은 ‘전 시계상 살인사건’으로 처음 접점이 생긴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도쿄로 상경한 우노는 우연히 빈집 털이를 한 집의 주인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경찰에 쫓기게 된다. 어머니의 여관 운영을 돕는 착실한 성격의 미키코는 남동생 아키오가 우노와 친한 것을 계기로 사건에 관련되기 시작한다. 오치아이는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로 우노를 쫓으며, 이후 발생한 유괴사건이 살인사건과도 연결되면서 유괴사건 수사본부로 옮겨진다.
각 가정에 전화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유괴는 새롭게 생겨난 범죄였다. 소설은 1963년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요시노부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범죄의 시작과 끝을 그리며 죄의 근원을 탐구한다. 소설에서 묘사된 범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은 범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내면은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쉽게 감정이입하지 않는다. 다만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상황을 제시할 뿐, 판단은 읽는 이의 몫으로 돌리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치밀한 리얼리티, 숨이 멎는 긴박감
선악의 경계에 선 인간에 대한 근본적 물음


전작 《양들의 테러리스트》에서 관계자 인터뷰는 물론 당시 경찰 조직도, 수사 방법, 날씨까지 철저히 조사했던 작가는 《죄의 궤적》에서도 탁월한 리얼리티 능력을 발휘한다. 한 시대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현장감 덕분에 ‘기차의 시각표, 공중전화, 도시락, 주먹밥, 닳은 구두, 싸구려 여관’으로 대표되는 형사들의 땀나는 노력이 텍스트를 넘어 영상처럼 또렷이 전달될 정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과의 꼬리잡기와 긴박한 추격 장면은 수사 미스터리의 진면목을 여실히 드러낸다. 경찰과 검찰, 운동가와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의 개성파 인물들 역시 소설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재일한국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미키코의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건너온 재일교포 1세로, 이들이 겪는 차별이 곳곳에 나타난다. 생활고로 야쿠자가 된 아버지는 유치장에서 약을 제때 얻지 못해 죽음을 맞이했고, 미키코는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진다. 남은 세 가족의 생활은 여관 운영으로 원활히 지탱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이들을 사각지대에 가두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작가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소설이 결말로 치달을수록, 범죄를 저지른 범인과 그런 범인을 만든 사회구조에 대한 가치판단에 봉착한다. 물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확실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가치관과 심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환경 역시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지, 구분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를 기준으로 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맞닥뜨리게 된다. ‘결코 이야기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신념처럼, 《죄의 궤적》은 선악의 경계에 선 인간을 통해 죄의 시작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를 남긴다.
목차
죄의 궤적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