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소박한 성소: 강건의 제주 신당 사진집
Simple sanctuaries
- 저자/역자
- 강건
- 펴낸곳
- 열화당
- 발행년도
- 2020
- 형태사항
- 165p.: 26cm
- ISBN
- 9788930106696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668.3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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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5892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JG0000005892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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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제주 사람들의 정신적 의지처
제주 신당의 역사는 곧 마을의 역사이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형성된 마을, 해안을 따라 자리한 마을 등 각 마을에는 모듬살이를 기원하고 사람들의 애환을 보듬는 신당이 있어 왔다. 전통사회에서 ‘마을’은 단순히 한데 모여 사는 장소를 넘어 생활 공동체이자 신앙 공동체로서 역할했다. 그 안에서 신당은 마을의 지연 공동체적 성격을 유지 및 재생산하는 중요한 기제였다. 제주에서는 ‘일만팔천 신의 땅’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하는데 여기에는 신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각 신들의 기능대로 세상만사가 운행된다는 믿음이 깃들어 있다. 제주 사람들은 척박한 조건 속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지켜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는 강한 종교성으로 수많은 당을 존속해 온 것이다.
제주 사람들과 신당의 특별한 관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702년 이형상 제주 목사(牧使)와 1901년 천주교 세력에 의해 많은 신당이 파괴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도 파괴는 이어졌다. 더욱이 1945년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무속신앙은 미신으로 간주되었고 미신타파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탄압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신당은 현재 350여 곳 현존하며,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마을에서 신앙 공간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란 ‘태생마을’을 떠나기 마련이지만, 제일이 되면 찾아가 정성을 들인다. 여의치 않을 때에는 거주지 부근에 가짓당〔‘가지를 갈라 온 당’이란 뜻으로, 태생마을의 당신(堂神)을 모신다〕을 마련해 제를 올린다.
강건은 「작가의 말」에서 “신당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어제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공간이며, 거친 삶을 소중히 여기고 긍정하는 태도의 바탕”임을 이야기한다. “신당을 만든 건 사람들이지만, 결국 그 신당이 사람들의 삶을 품는다”는 것이다. 제주 출신도 아닌 그가 수년 간 ‘신들의 집’에 이끌려 걸음한 이유도 그 안온성 때문이 아닐까. 마을 전체를 수호하는 신이 좌정한 본향당, 육아치병을 관장하는 일뤠당, 뱀신을 모시는 여드렛당, 어업 종사자들의 수호신을 모시는 해신당 등 그 수만큼이나 외양과 종류, 전해지는 이야기 또한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제주 자연과 사람들의 소박한 삶도 엿보인다. 강건의 사진에는 이렇듯 안온한 공간성과 사람들의 따뜻한 관계성이 세월의 흔적과 함께 존재한다.
공간과 의례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구성
사진은 크게 ‘신당’과 그곳에서 행해지는 ‘당굿’으로 구분된다. 먼저 책의 중심이 되는 신당을 그 공간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편집했고, 뒤쪽으로 갈수록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신당에서는 흔히 색색의 천들이 걸려 있는 신목(神木)을 볼 수 있는데, 신이 이를 통해 내려오거나 머물러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제단에 제물로 올렸던 동물의 뼈 등이 어우러져 신비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다 보니 신당에 막연히 두려운 느낌을 가지거나,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강건의 사진에는 무엇보다 마을의 일상 공간과 다르지 않은 ‘소박한’ 정경이 눈에 띈다.
단골(신앙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그들이 정성을 다해 참여하는 당굿 사진에서 더욱 생생히 전해진다. 제주의 당굿 문화는 마을에 대한 강한 귀속감과 생활 공동체를 유지해 온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정초가 되면 ‘신과세제’를 치르기 위해 사람들이 제물을 차려 모여들며, 한 해의 액을 막는 의례를 진행한다. 마을 단위든 개인이든 기원할 일이 있거나 액을 막을 때도 굿을 한다. 이 염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당은 더욱더 신성한 공간이 되며, 굿판은 심방(굿을 주관하는 이)과 단골들이 한데 어울리는 춤판과 놀이판이 되기도 한다.
당굿 사진은 신당 사진 중간에 배치되었고, 의례 행위를 좀더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는 제주어 및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표현을 살리고 책끝에 어휘풀이를 두어 이해를 도왔다.
책 앞쪽에는 철학박사 하순애의 글 「마음 깊은 곳에서 만나는 제주 신당 이야기」를 두어 이 주제에 생소한 독자들이 제주 신당의 역사와 정신적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한 뒤 사진을 볼 수 있게 했다. 외국 독자를 위해 간략히 정리한 영어 소개글도 이어진다. 책끝에는 신당 사진 설명과 더불어 사진가가 찾아간 신당의 배치도를 수록해 제주도 신당의 분포를 한눈에 조망하게 했다.
오늘날 우리는 첨단 문명이 삶의 양식을 급속히 변화시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주의 신당 역시 본래 의미와 기능이 퇴색되어 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영적인 믿음이 아닌 자본력과 기술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주 신당을 찾는 정성 어린 몸짓들은 이어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도 강건의 작업은 의의가 있다. 이 사진집이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지켜 온 ‘생명꽃’과 다름없는 신당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 주길 희망한다.
제주 신당의 역사는 곧 마을의 역사이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형성된 마을, 해안을 따라 자리한 마을 등 각 마을에는 모듬살이를 기원하고 사람들의 애환을 보듬는 신당이 있어 왔다. 전통사회에서 ‘마을’은 단순히 한데 모여 사는 장소를 넘어 생활 공동체이자 신앙 공동체로서 역할했다. 그 안에서 신당은 마을의 지연 공동체적 성격을 유지 및 재생산하는 중요한 기제였다. 제주에서는 ‘일만팔천 신의 땅’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하는데 여기에는 신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각 신들의 기능대로 세상만사가 운행된다는 믿음이 깃들어 있다. 제주 사람들은 척박한 조건 속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지켜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는 강한 종교성으로 수많은 당을 존속해 온 것이다.
제주 사람들과 신당의 특별한 관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702년 이형상 제주 목사(牧使)와 1901년 천주교 세력에 의해 많은 신당이 파괴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도 파괴는 이어졌다. 더욱이 1945년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무속신앙은 미신으로 간주되었고 미신타파운동이라는 미명 하에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탄압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신당은 현재 350여 곳 현존하며,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마을에서 신앙 공간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란 ‘태생마을’을 떠나기 마련이지만, 제일이 되면 찾아가 정성을 들인다. 여의치 않을 때에는 거주지 부근에 가짓당〔‘가지를 갈라 온 당’이란 뜻으로, 태생마을의 당신(堂神)을 모신다〕을 마련해 제를 올린다.
강건은 「작가의 말」에서 “신당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어제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공간이며, 거친 삶을 소중히 여기고 긍정하는 태도의 바탕”임을 이야기한다. “신당을 만든 건 사람들이지만, 결국 그 신당이 사람들의 삶을 품는다”는 것이다. 제주 출신도 아닌 그가 수년 간 ‘신들의 집’에 이끌려 걸음한 이유도 그 안온성 때문이 아닐까. 마을 전체를 수호하는 신이 좌정한 본향당, 육아치병을 관장하는 일뤠당, 뱀신을 모시는 여드렛당, 어업 종사자들의 수호신을 모시는 해신당 등 그 수만큼이나 외양과 종류, 전해지는 이야기 또한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제주 자연과 사람들의 소박한 삶도 엿보인다. 강건의 사진에는 이렇듯 안온한 공간성과 사람들의 따뜻한 관계성이 세월의 흔적과 함께 존재한다.
공간과 의례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구성
사진은 크게 ‘신당’과 그곳에서 행해지는 ‘당굿’으로 구분된다. 먼저 책의 중심이 되는 신당을 그 공간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편집했고, 뒤쪽으로 갈수록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신당에서는 흔히 색색의 천들이 걸려 있는 신목(神木)을 볼 수 있는데, 신이 이를 통해 내려오거나 머물러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제단에 제물로 올렸던 동물의 뼈 등이 어우러져 신비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다 보니 신당에 막연히 두려운 느낌을 가지거나,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강건의 사진에는 무엇보다 마을의 일상 공간과 다르지 않은 ‘소박한’ 정경이 눈에 띈다.
단골(신앙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그들이 정성을 다해 참여하는 당굿 사진에서 더욱 생생히 전해진다. 제주의 당굿 문화는 마을에 대한 강한 귀속감과 생활 공동체를 유지해 온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정초가 되면 ‘신과세제’를 치르기 위해 사람들이 제물을 차려 모여들며, 한 해의 액을 막는 의례를 진행한다. 마을 단위든 개인이든 기원할 일이 있거나 액을 막을 때도 굿을 한다. 이 염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당은 더욱더 신성한 공간이 되며, 굿판은 심방(굿을 주관하는 이)과 단골들이 한데 어울리는 춤판과 놀이판이 되기도 한다.
당굿 사진은 신당 사진 중간에 배치되었고, 의례 행위를 좀더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는 제주어 및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표현을 살리고 책끝에 어휘풀이를 두어 이해를 도왔다.
책 앞쪽에는 철학박사 하순애의 글 「마음 깊은 곳에서 만나는 제주 신당 이야기」를 두어 이 주제에 생소한 독자들이 제주 신당의 역사와 정신적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한 뒤 사진을 볼 수 있게 했다. 외국 독자를 위해 간략히 정리한 영어 소개글도 이어진다. 책끝에는 신당 사진 설명과 더불어 사진가가 찾아간 신당의 배치도를 수록해 제주도 신당의 분포를 한눈에 조망하게 했다.
오늘날 우리는 첨단 문명이 삶의 양식을 급속히 변화시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주의 신당 역시 본래 의미와 기능이 퇴색되어 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영적인 믿음이 아닌 자본력과 기술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주 신당을 찾는 정성 어린 몸짓들은 이어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도 강건의 작업은 의의가 있다. 이 사진집이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지켜 온 ‘생명꽃’과 다름없는 신당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 주길 희망한다.
목차
작가의 말 / 강건
마음 깊은 곳에서 만나는 신당 이야기 / 하순애
A Summary
사진
신당 사진 설명
어휘풀이
신당 배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