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쏜살문고
자기만의 방
- 저자/역자
- 버지니아 울프 지음 / 이미애 옮김
- 펴낸곳
- 민음사
- 발행년도
- 2017
- 형태사항
- 168p.; 19cm
- 총서사항
- 쏜살문고
- 원서명
- Room of one's own Room of one's own
- ISBN
- 9788937429040 9788937429002(세트)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44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4936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JG0000004936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페미니즘의 정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를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모던 라이브러리, 《가디언》, 《미즈》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할 페미니즘 고전!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밝혀 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가디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논리적인 만큼이나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해박한 만큼이나 위트 있게, 그야말로 진정한 소설가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性)을 논한다. ―《뉴욕 타임스》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새로이 소개하는가?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요.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속으로 걸어 들어와 육체를 갖게 될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본문에서
『자기만의 방』은 「세계 문학 전집」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특별판’으로도 독자에게 선보인 바 있는 책이지만, 이번에 다시금 ‘쏜살 문고’로 펴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글은 수많은 에세이와 소설을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말해 버리고 말기에는 부족한, 이를테면 ‘여성 문학’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미래를 밝힌 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은 두 차례에 걸쳐 두 곳의 여자 대학에서 이뤄진 ‘여성과 픽션’이라는 강연을 토대로 쓰인 글인데, 이때 울프는 ‘여성 문학가’라는 당사자로서 한평생 경험해 온 문학계의 상황, 즉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고 재치 있는 언변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고, 사실상 다종다양한 문학의 주요 독자 또한 여성인데도, 심지어 소설 작품 속엔 차마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작가는 남성이었고, 문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해 본다. 여성에게 문학적 재능은 과분하거나 당찮은 것일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여성은 글을 쓸 수 없었고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면서 울프는 여성 작가로서 참고할 수 있는 선대의 여성 작가들을 헤아려 보지만 따끔한 갈증이 느껴질 정도로 부족하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찾아가 서가를 들여다보며 다른 거장의 작품들을 살피고 거기에 맞서 보려고 하지만, 남성들이라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을 그곳에 입장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20세기,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는 당시(여성이 재산을 소유하고, 참정권까지 얻어 낸 그때)에도 이러했는데, 더 먼 옛날에는 어떠했을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교육은커녕 번듯한 직업조차 가질 수 없고,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수많은 여성 작가들(또는 작가를 꿈꿨을 여성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때 울프는 저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동생의 이야기’를 꺼낸다. 남성 셰익스피어는 가정을 버리고 런던으로 도망가 극단을 이끌고, 각계 인사와 유쾌하게 농지거리를 하며 왕궁에까지 진출해 여왕의 엄격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테지만, 여성 셰익스피어는 런던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남성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며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러다 자포자기한 그녀는 (독신 여성에게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변변찮은 남편을 만나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면서 결국엔 작가로서의 인생을 완벽히 폐기 처분당하고 말았을 터다.
울프는 굳이 이런 가상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 거장 반열에 오른 (안타깝게 요절한) 브론테 자매와 노처녀라고 구박받으며 조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주변 가족들의 참견에 시달리며 마땅한 서재조차 가지지 못한 채 거실 한구석에서 문학적 열정을 불태워야만 했을 제인 오스틴의 삶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인 에어』를 남긴 (그마저도 남성의 이름으로 발표해야만 했던) 샬럿 브론테의 이야기다. 이것을 들으면 가슴이 저절로 저릿해진다. 여자로서는 작가로 나설 수도, 홀로 독립할 수도 없었던 당시에, 샬럿 브론테가 글을 쓰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버지의 서재를 훔쳐보거나 황야를 거닐며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지붕 위로 올라가 저 먼 마을을 건너다보며, 그곳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부대끼고 싶다고, 밤새 쏘다니며 남성 문학가들이 일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인생(술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상대와 농담을 주고받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을 살아 보고 싶다고 바라고 또 바란다. 이 장면은 여성 작가, 아니 역사적으로 모든 여성들이 처해 있던 비극적인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울프는 이러한 역경과 (남성 세계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천재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던 여성 작가들 덕에, 여성 문학의 오늘과 내일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선언한다. 물론 여전히 여성 문학은 도서관의 서가를 채우기엔 역부족하고 현재 상황도 여성이 글을 쓰고 독립적으로 살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가 있었고 이름 모를 수많은 여성 문인이 있었으며 이러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버지니아 울프가 존재했다는 건 여성으로서 글을 쓰고자 하고 소설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겐 분명 고무적인 일일 터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부인하거나 누군가에게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울프가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통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이 등장하기를, 그리고 그들이 세계 문학의 우주를 밝히기를 고대하며 『자기만의 방』을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음사가 펴낸 책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문학을 대표해, 이 책을 첫 번째로 소개한다.
★ 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의 ‘추천의 말’ 수록.
◆ 쏜살 문고에 대하여
쏜살은 1966년 창립된 출판사 민음사의 로고 '활 쏘는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 작은 총서입니다. 가벼운 몸피에는, 이에 어울리는 인생의 경구, 때로는 제법 묵직한 사상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우리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아름다운 글줄로 독자의 가슴에 가닿기를 희망합니다.
◆ 쏜살 문고를 펴내며
1966년 창립한 민음사는 2016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문학과 예술, 인문 교양 및 학술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단행본 출판사로서 4000여 종의 책을 펴내 온 민음사가 새로운 ‘총서’를 마련했다.
항상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는 젊은 감각과 열린 사고를 통해 인류가 만들어 온 무한한 지성의 세계를 책으로 담아내고자 애써 온 민음사가 이번에 선보이는 ‘쏜살 문고’는 새로운 양서를 세상에 내놓는 창구인 동시에, 지금까지 민음사가 축적해 온 지적 유산을 동시대의 취향과 시의에 알맞게 제안하는 장(場)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출판계의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선도해 온 「세계 시인선」, 「이데아 총서」와 「대우 학술 총서」 그리고 국내 번역 출판의 품격을 끌어올린 「세계 문학 전집」과 셰익스피어, 괴테, 헤르만 헤세 등 거장들의 문학 전집을 바탕으로 ‘쏜살 문고’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책’은 새로운 정보나 생각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리고 후대에까지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간직할 만한 것을 기록하고 품는 저장고로서 기능해 왔지만 지금부터 민음사는 지난 50년 동안 독자적으로 축적해 온 ‘지식 아카이브’를 활용해 오늘날 새로이 읽혀야 하고, 당대의 화두와 감각에 민감히 반응하는 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소개할 계획이다. 본디 출판이란 세계와 인간을 향해 ‘지식을 제안하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음사이기에, 우리의 자산과 최신의 경향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총체적 큐레이션 출판’을 선보이는 데 앞장서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 온갖 영역에서 범람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저자와 독자 그 사이에서 지식과 감동을 가공하는 편집자(민음사)로서 ‘지금 이곳’에 꼭 필요한 책만을 펴내도록 하겠다.
그 첫 번째 기획물로, 지난 1998년부터 350여 권에 이르도록 전 세계의 문학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을 정확한 우리말로 소개해 온 「세계 문학 전집」 중에서 끊임없이 사랑받아 온 다섯 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 좀 더 가벼운 가격으로 펴낸다. 한 손에 잡히고 휴대하기 용이한 판형과 완독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200쪽 안팎의 부담감 없는 분량,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가볍게 구입해 읽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과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한 디자인(특히나 이번 기획의 표지 디자인은 “문자와 형태 사이를 잇는 북디자이너”로 정평이 나 있는 이기준 디자이너가 총괄 디렉팅하였다. 고전의 내용과 가치를 이미지로 신중하게 녹여낸 이번 표지 작업은 저마다 하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민음사가 줄곧 지켜 온 양서(良書)를 향한 집념과 인문학에 대한 열정까지 빠짐없이 담아냈다.
우리가 익히 알지만 미처 읽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너새니얼 호손, 토마스 만, 버지니아 울프,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눈부신 작품들을 ‘지금 이곳’의 큐레이션으로 다시 만나 보기를 권한다.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페미니즘의 정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를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모던 라이브러리, 《가디언》, 《미즈》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할 페미니즘 고전!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밝혀 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가디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논리적인 만큼이나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해박한 만큼이나 위트 있게, 그야말로 진정한 소설가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性)을 논한다. ―《뉴욕 타임스》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새로이 소개하는가?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요.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속으로 걸어 들어와 육체를 갖게 될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본문에서
『자기만의 방』은 「세계 문학 전집」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특별판’으로도 독자에게 선보인 바 있는 책이지만, 이번에 다시금 ‘쏜살 문고’로 펴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글은 수많은 에세이와 소설을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말해 버리고 말기에는 부족한, 이를테면 ‘여성 문학’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미래를 밝힌 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은 두 차례에 걸쳐 두 곳의 여자 대학에서 이뤄진 ‘여성과 픽션’이라는 강연을 토대로 쓰인 글인데, 이때 울프는 ‘여성 문학가’라는 당사자로서 한평생 경험해 온 문학계의 상황, 즉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고 재치 있는 언변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고, 사실상 다종다양한 문학의 주요 독자 또한 여성인데도, 심지어 소설 작품 속엔 차마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작가는 남성이었고, 문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해 본다. 여성에게 문학적 재능은 과분하거나 당찮은 것일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여성은 글을 쓸 수 없었고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면서 울프는 여성 작가로서 참고할 수 있는 선대의 여성 작가들을 헤아려 보지만 따끔한 갈증이 느껴질 정도로 부족하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찾아가 서가를 들여다보며 다른 거장의 작품들을 살피고 거기에 맞서 보려고 하지만, 남성들이라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을 그곳에 입장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20세기,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는 당시(여성이 재산을 소유하고, 참정권까지 얻어 낸 그때)에도 이러했는데, 더 먼 옛날에는 어떠했을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교육은커녕 번듯한 직업조차 가질 수 없고,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수많은 여성 작가들(또는 작가를 꿈꿨을 여성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때 울프는 저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동생의 이야기’를 꺼낸다. 남성 셰익스피어는 가정을 버리고 런던으로 도망가 극단을 이끌고, 각계 인사와 유쾌하게 농지거리를 하며 왕궁에까지 진출해 여왕의 엄격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테지만, 여성 셰익스피어는 런던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남성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며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러다 자포자기한 그녀는 (독신 여성에게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변변찮은 남편을 만나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면서 결국엔 작가로서의 인생을 완벽히 폐기 처분당하고 말았을 터다.
울프는 굳이 이런 가상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 거장 반열에 오른 (안타깝게 요절한) 브론테 자매와 노처녀라고 구박받으며 조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주변 가족들의 참견에 시달리며 마땅한 서재조차 가지지 못한 채 거실 한구석에서 문학적 열정을 불태워야만 했을 제인 오스틴의 삶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인 에어』를 남긴 (그마저도 남성의 이름으로 발표해야만 했던) 샬럿 브론테의 이야기다. 이것을 들으면 가슴이 저절로 저릿해진다. 여자로서는 작가로 나설 수도, 홀로 독립할 수도 없었던 당시에, 샬럿 브론테가 글을 쓰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버지의 서재를 훔쳐보거나 황야를 거닐며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지붕 위로 올라가 저 먼 마을을 건너다보며, 그곳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부대끼고 싶다고, 밤새 쏘다니며 남성 문학가들이 일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인생(술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상대와 농담을 주고받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을 살아 보고 싶다고 바라고 또 바란다. 이 장면은 여성 작가, 아니 역사적으로 모든 여성들이 처해 있던 비극적인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울프는 이러한 역경과 (남성 세계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천재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던 여성 작가들 덕에, 여성 문학의 오늘과 내일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선언한다. 물론 여전히 여성 문학은 도서관의 서가를 채우기엔 역부족하고 현재 상황도 여성이 글을 쓰고 독립적으로 살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가 있었고 이름 모를 수많은 여성 문인이 있었으며 이러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버지니아 울프가 존재했다는 건 여성으로서 글을 쓰고자 하고 소설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겐 분명 고무적인 일일 터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부인하거나 누군가에게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울프가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통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이 등장하기를, 그리고 그들이 세계 문학의 우주를 밝히기를 고대하며 『자기만의 방』을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음사가 펴낸 책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문학을 대표해, 이 책을 첫 번째로 소개한다.
★ 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의 ‘추천의 말’ 수록.
◆ 쏜살 문고에 대하여
쏜살은 1966년 창립된 출판사 민음사의 로고 '활 쏘는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 작은 총서입니다. 가벼운 몸피에는, 이에 어울리는 인생의 경구, 때로는 제법 묵직한 사상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우리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아름다운 글줄로 독자의 가슴에 가닿기를 희망합니다.
◆ 쏜살 문고를 펴내며
1966년 창립한 민음사는 2016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문학과 예술, 인문 교양 및 학술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단행본 출판사로서 4000여 종의 책을 펴내 온 민음사가 새로운 ‘총서’를 마련했다.
항상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는 젊은 감각과 열린 사고를 통해 인류가 만들어 온 무한한 지성의 세계를 책으로 담아내고자 애써 온 민음사가 이번에 선보이는 ‘쏜살 문고’는 새로운 양서를 세상에 내놓는 창구인 동시에, 지금까지 민음사가 축적해 온 지적 유산을 동시대의 취향과 시의에 알맞게 제안하는 장(場)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출판계의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선도해 온 「세계 시인선」, 「이데아 총서」와 「대우 학술 총서」 그리고 국내 번역 출판의 품격을 끌어올린 「세계 문학 전집」과 셰익스피어, 괴테, 헤르만 헤세 등 거장들의 문학 전집을 바탕으로 ‘쏜살 문고’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책’은 새로운 정보나 생각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리고 후대에까지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간직할 만한 것을 기록하고 품는 저장고로서 기능해 왔지만 지금부터 민음사는 지난 50년 동안 독자적으로 축적해 온 ‘지식 아카이브’를 활용해 오늘날 새로이 읽혀야 하고, 당대의 화두와 감각에 민감히 반응하는 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소개할 계획이다. 본디 출판이란 세계와 인간을 향해 ‘지식을 제안하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음사이기에, 우리의 자산과 최신의 경향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총체적 큐레이션 출판’을 선보이는 데 앞장서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 온갖 영역에서 범람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저자와 독자 그 사이에서 지식과 감동을 가공하는 편집자(민음사)로서 ‘지금 이곳’에 꼭 필요한 책만을 펴내도록 하겠다.
그 첫 번째 기획물로, 지난 1998년부터 350여 권에 이르도록 전 세계의 문학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을 정확한 우리말로 소개해 온 「세계 문학 전집」 중에서 끊임없이 사랑받아 온 다섯 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 좀 더 가벼운 가격으로 펴낸다. 한 손에 잡히고 휴대하기 용이한 판형과 완독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200쪽 안팎의 부담감 없는 분량,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가볍게 구입해 읽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과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한 디자인(특히나 이번 기획의 표지 디자인은 “문자와 형태 사이를 잇는 북디자이너”로 정평이 나 있는 이기준 디자이너가 총괄 디렉팅하였다. 고전의 내용과 가치를 이미지로 신중하게 녹여낸 이번 표지 작업은 저마다 하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민음사가 줄곧 지켜 온 양서(良書)를 향한 집념과 인문학에 대한 열정까지 빠짐없이 담아냈다.
우리가 익히 알지만 미처 읽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너새니얼 호손, 토마스 만, 버지니아 울프,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눈부신 작품들을 ‘지금 이곳’의 큐레이션으로 다시 만나 보기를 권한다.
목차
추천의 말: 우리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다(페미니스트 이민경)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