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일공일삼 105
백제 최후의 날: 박상기 장편동화
- 저자/역자
- 박상기 글 / 송효정 그림
- 펴낸곳
- 비룡소
- 발행년도
- 2022
- 형태사항
- 212p.: 21cm
- 총서사항
- 일공일삼; 105
- ISBN
- 9788949121987 9788949179995(세트)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3.8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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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660년 백제의 마지막 순간,
그 한복판에 서 있던 소년 이야기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기는 것,
소중한 건 반드시 내 손으로 지킬 테다.”
역사동화에서 보기 드문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입체적인 주인공이 이야기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 전쟁의 처참함을 감상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돋보인다. 세밀하고 안정감 있는 서술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 심사위원: 최나미(동화작가), 이현(동화작가)
● 심사평
전쟁의 처참함을 감상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돋보였다. 정해진 역사적 결말 앞에서 석솔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명확하게 그린 점이나 전쟁을 대하는 웅진성의 성주나 군인들의 태도와 백성들의 태도에서 오는 온도차 등 세밀하고 안정감 있는 서술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역사동화에서 보기 드문 입체적인 주인공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는 점 또한 눈이 간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주인공 석솔뿐만 아니라 부모도 없이 홀로 살아남아 친구를 의지하며 함께하려는 도해의 성격 역시 인상적이었다.
― 최나미(동화작가)
인상적인 도입부로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속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전개된다. 도둑질을 하고도 빤빤하게 대드는 주인공 또한 기존 역사동화의 다소 ‘바른 생활’ 주인공들과 달라 매력적이었다. 제1회 역사동화상에 걸맞은 새로움이었다. ― 이현(동화작가)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박상기 작가의 장편동화 『백제 최후의 날』이 출간되었다. ‘비룡소 역사동화상’은 국내 최초 어린이문학상인 황금도깨비상을 시작으로 비룡소 문학상, 스토리킹, 마시멜로 픽션 등을 제정하여 다채로운 장르의 동화책을 펴내고, 국내 창작 아동문학의 발전을 도모해 온 비룡소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시각을 전해 줄 참신한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신설한 상이다.
역사는 본디 이야기다. 역사 속에는 앞선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녹아 있다.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과거라도, 그 한가운데를 살아간 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언제나 어린이도 존재했다. 독특하고 신선한 스토리텔링으로 역사를 다룬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읽다 보면, 역사적 배경이라는 딱딱한 울림을 주는 벽이 어느새 허물어지고, 과거와 현재의 따뜻한 이어짐을 경험하는 멋진 순간이 찾아든다. 비룡소 역사동화상을 통해 역사 속 다양한 사건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제1회 수상작 『백제 최후의 날』은 역사적 개연성에 충실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성을 갖춘 밀도 있는 역사동화로, 660년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뜨겁게 겪어 낸 소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완성도와 신선한 캐릭터,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열두 살 백제 소년 ‘석솔’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도, 아픈 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 굶지 않기 위해 도둑질을 일삼는다. 연 왕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궁궐에 드나들게 된 석솔은 백제 최후의 결정적인 순간을 코앞에서 맞닥뜨리고, 그 한복판에 서게 된다. 석솔은 전쟁으로 인한 가까운 이들의 죽음, 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며 소중한 것은 자기 손으로 지키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한순간에 저물어 버린 왕국, 그 시기를 살아 냈을 법한 어린이를 입체적으로 그리며, 역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현장을 생동감 넘치게 되살려 냈다.
삼국 중 가장 일찍이 멸망을 맞은 백제는 신라나 고구려에 비해 남겨진 기록과 유물이 현저히 부족하다. 따라서 백제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 역시 그동안 쉽게 만나 보기 어려웠다. 『백제 최후의 날』은 최근에 발견된 유물을 토대로 새롭게 밝혀지거나 재조명된 역사적 자료를 충실히 반영하여 백제 멸망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박상기 작가는 2013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옥수수 뺑소니』), 2016년 눈높이아동문학상(『수몽조의 특별한 선물』), 2018년 황금도깨비상(『바꿔!』)을 수상했으며, 탄탄한 문장력에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다룬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작 『백제 최후의 날』을 통해 한결 더 역동적인 서사를 펼쳐 보인다. 그림은 박상기 작가의 전작 스포츠 동화 『오늘부터 티볼!』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송효정 화가가 맡았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묵직하고 힘 있는 그림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백제시대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해 전달해 준다.
● 잃어버린 왕국, 백제의 마지막 여름을 뜨겁게 살아 낸
소년의 눈으로 역사적 현장을 생생히 되살리다!
백제시대의 어린이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기에 먹고사는 문제가 오늘날보다 훨씬 더 피부로 와닿는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열두 살 백제의 평민 소년 석솔에겐 하루하루 양식을 구하는 일이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자,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아픈 동생을 둔 석솔은 그야말로 아득바득 악착같이 살아간다. 이는 비단 석솔뿐만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성에 습격이 벌어졌다 한들, 일반 백성들에겐 먹고사는 어려움에 비할 위협까지는 못 되었다.
“근데, 고것들이 성을 뺏고 빼앗기든 우리랑 뭔 상관이래?”
도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보리가 담긴 자루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긴다고 우리한테 보리 한 됫박 나눠 줄 것도 아닌데.”_본문에서
어른들을 따라 노루 사냥에 나선 석솔은 고기 몫을 덜 주려는 어른에게 “어리다고 조금 주는 법이 어디 있어요!” 하고 악 소리를 지른다. 쌀죽이 먹고 싶다는 동생의 철없는 말에 성질을 부리면서도, 다음날 양식이 쌓인 웅진성으로 먼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서글서글한 친구 도해와 달리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센 석솔은 밥벌이 수단으로 구걸 대신 도둑질을 일삼는다. 결국 쌀자루를 훔치다 붙잡힌 석솔은 웅진성주 예식 앞에 끌려가 매를 맞고 돌아온다. 어려운 시기, 마냥 올바르고 모범적인 인물보다 손버릇이 좋지 못한 악다구니 같은 석솔의 모습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역사적 배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가 뒤따르게 된다.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주인공 석솔은 이야기에 한껏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독자를 깊게 끌어들여 몰입과 공감을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
또다시 백 리 길을 걸어 웅진성에 다다른 두 소년, 석솔과 도해는 일거리를 찾아 성안 마을로 들어선다. 장터와 공방 거리를 기웃거리던 둘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는다. 두 소년의 발걸음을 따라 백제시대 성안 마을의 구석구석이 눈앞에 펼쳐지듯 담긴 세부적인 장면 묘사는 당대의 생활상을 또렷이 상상하며 읽는 묘미를 더한다.
● 궁궐을 드나들게 된 백제의 평민 소년 석솔
오늘날에 비추어 볼 수 있는 왕족과 백성의 대화
석솔과 도해는 갑작스레 성문이 닫히는 바람에 웅진성 안에 발이 묶인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수도인 사비가 함락되자 의자왕이 웅진으로 도읍을 옮겨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자왕이 평지인 사비성과 달리 산지에 자리한 웅진성으로 이동한 이유는 그간 쉬이 알려진 대로 도피 목적이 아니라, 군사를 재정비한 후 나당연합군에 맞설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의자왕이 끝까지 항복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웅진성 북문에서 잡일을 거드는 일을 구한 석솔은 덜 마른 흙벽에서 떨어진 비화 공주를 받아 낸다. 그렇게 왕족과의 만남을 갖게 된 석솔은 연 왕자의 초대로 궁궐에 들어선다. 석솔은 왕자인 연 앞에서도 신분 차이로 주눅 들지 않고, 풀뿌리를 캐 먹는 백성들의 실정을 낱낱이 들려주며 당돌한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둘의 대화에서는 왕족과 일반 백성의 의견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우리가 쫄쫄 굶어도 곡식을 갖다 바치는 게 나라 잘 보살피라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런데 힘들다고 하면 어째요? 걱정이 많고 힘들다고 누가 알아준대요? 백성을 굶어 죽지 않게 하고 위협을 막아 주는 임금이 최고지.”
석솔의 말에는 왠지 모를 설움이 담겨 있었다. _본문에서
그리고 일그러진 보름달이 뜬 그날 밤, 석솔은 궁궐 기둥에 기대선 채 시름에 잠겨 있는 의자왕을 보게 된다. 석솔은 처음 본 왕의 모습이 그토록 처연할지 몰랐다. 한 나라의 왕일지라도 여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 석솔, 당나라 군대의 진영에 잠입하다
1360여 년 전,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진 백제 멸망의 진실
왕궁을 드나들며 곡옥을 슬쩍하는 데 성공한 석솔은 도해를 꾀어내 제대로 보물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자루에 보물을 한가득 담은 그 순간, 당군의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난리가 벌어진 통에 석솔은 황급히 갑옷을 뒤집어쓰고 달아난다. 웅진성주 예식과 병사들에게 뒤쫓기는 신세가 된 긴박한 상황에서 석솔은 갑옷을 성안 마을 연못에 벗어 던진다. 성안 마을 연못 바닥에서 출토된 갑옷 명광개. 작가는 “누가 이걸 왜 이곳에 던져 넣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국 병사에게 붙잡혀 웅진성주 예식 앞에 끌려간 석솔은 의자왕과 마주하게 된다. 의자왕은 석솔의 죄를 묻는 대신 당나라 군대의 진영에 잠입하라는 뜻밖의 임무를 맡긴다. 석솔은 심한 갈등 끝에 도해가 남기고 떠난 외짝이 된 투자(옛 주사위)와 연 왕자와 나눠 가진 깨진 옥고리를 꾹 쥐며 의지를 다진다. 석솔이 보고 겪은 당군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임무를 마치고 소식을 전하러 의자왕을 찾아 나선 석솔은 놀라운 광경을 맞닥뜨린다. 바로 예식이 의자왕을 사로잡아 항복을 강요하는 순간이었다.
웅진성주 예식이 나라를 배신하고 의자왕을 붙잡아 항복시켰다는 사실은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로, 그동안 망국의 마지막 수장으로서 후대의 문인에 의해 ‘삼천궁녀’와 같은 오명이 덧씌워진 의자왕에 관해 다른 각도로 조명한다. 소년의 시선으로 백제 최후의 모습을 풀어낸 이 작품은 전쟁, 잠입과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적 요소와 더불어 그간 익히 알려져 온 역사적 오류를 다시 돌아보고, 나아가 우리 역사에 관해 곰곰 생각해 보게 한다.
석솔이 도출해 낸 결론처럼 마지막 순간, 석솔이 조금 다르게 행동했다면 우리 역사의 모습이 뒤바뀌었을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우연과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우리네 삶처럼 역사 또한 누군가가 내린 한 가지 선택으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을지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예식의 배반이 없었더라면 백제의 멸망은 물론이거니와 삼국시대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미지수인 셈이다. 무력감을 느끼며 책임감을 떠안게 된 어린 석솔의 짐이 무거워 보이는 한편, 전쟁의 비극성을 가슴 아프게 일깨운다. “소중한 건 내 손으로 지키겠다”는 곧은 다짐이 그 누구도 나무랄 수 없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 역시 이야기가 지닌 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660년 백제의 마지막 순간,
그 한복판에 서 있던 소년 이야기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기는 것,
소중한 건 반드시 내 손으로 지킬 테다.”
역사동화에서 보기 드문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입체적인 주인공이 이야기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 전쟁의 처참함을 감상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돋보인다. 세밀하고 안정감 있는 서술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 심사위원: 최나미(동화작가), 이현(동화작가)
● 심사평
전쟁의 처참함을 감상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돋보였다. 정해진 역사적 결말 앞에서 석솔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명확하게 그린 점이나 전쟁을 대하는 웅진성의 성주나 군인들의 태도와 백성들의 태도에서 오는 온도차 등 세밀하고 안정감 있는 서술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역사동화에서 보기 드문 입체적인 주인공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는 점 또한 눈이 간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주인공 석솔뿐만 아니라 부모도 없이 홀로 살아남아 친구를 의지하며 함께하려는 도해의 성격 역시 인상적이었다.
― 최나미(동화작가)
인상적인 도입부로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속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전개된다. 도둑질을 하고도 빤빤하게 대드는 주인공 또한 기존 역사동화의 다소 ‘바른 생활’ 주인공들과 달라 매력적이었다. 제1회 역사동화상에 걸맞은 새로움이었다. ― 이현(동화작가)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박상기 작가의 장편동화 『백제 최후의 날』이 출간되었다. ‘비룡소 역사동화상’은 국내 최초 어린이문학상인 황금도깨비상을 시작으로 비룡소 문학상, 스토리킹, 마시멜로 픽션 등을 제정하여 다채로운 장르의 동화책을 펴내고, 국내 창작 아동문학의 발전을 도모해 온 비룡소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시각을 전해 줄 참신한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신설한 상이다.
역사는 본디 이야기다. 역사 속에는 앞선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녹아 있다.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과거라도, 그 한가운데를 살아간 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언제나 어린이도 존재했다. 독특하고 신선한 스토리텔링으로 역사를 다룬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읽다 보면, 역사적 배경이라는 딱딱한 울림을 주는 벽이 어느새 허물어지고, 과거와 현재의 따뜻한 이어짐을 경험하는 멋진 순간이 찾아든다. 비룡소 역사동화상을 통해 역사 속 다양한 사건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제1회 수상작 『백제 최후의 날』은 역사적 개연성에 충실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성을 갖춘 밀도 있는 역사동화로, 660년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뜨겁게 겪어 낸 소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완성도와 신선한 캐릭터,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열두 살 백제 소년 ‘석솔’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도, 아픈 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 굶지 않기 위해 도둑질을 일삼는다. 연 왕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궁궐에 드나들게 된 석솔은 백제 최후의 결정적인 순간을 코앞에서 맞닥뜨리고, 그 한복판에 서게 된다. 석솔은 전쟁으로 인한 가까운 이들의 죽음, 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며 소중한 것은 자기 손으로 지키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한순간에 저물어 버린 왕국, 그 시기를 살아 냈을 법한 어린이를 입체적으로 그리며, 역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현장을 생동감 넘치게 되살려 냈다.
삼국 중 가장 일찍이 멸망을 맞은 백제는 신라나 고구려에 비해 남겨진 기록과 유물이 현저히 부족하다. 따라서 백제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 역시 그동안 쉽게 만나 보기 어려웠다. 『백제 최후의 날』은 최근에 발견된 유물을 토대로 새롭게 밝혀지거나 재조명된 역사적 자료를 충실히 반영하여 백제 멸망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박상기 작가는 2013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옥수수 뺑소니』), 2016년 눈높이아동문학상(『수몽조의 특별한 선물』), 2018년 황금도깨비상(『바꿔!』)을 수상했으며, 탄탄한 문장력에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다룬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작 『백제 최후의 날』을 통해 한결 더 역동적인 서사를 펼쳐 보인다. 그림은 박상기 작가의 전작 스포츠 동화 『오늘부터 티볼!』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송효정 화가가 맡았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묵직하고 힘 있는 그림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백제시대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해 전달해 준다.
● 잃어버린 왕국, 백제의 마지막 여름을 뜨겁게 살아 낸
소년의 눈으로 역사적 현장을 생생히 되살리다!
백제시대의 어린이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기에 먹고사는 문제가 오늘날보다 훨씬 더 피부로 와닿는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열두 살 백제의 평민 소년 석솔에겐 하루하루 양식을 구하는 일이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자,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아픈 동생을 둔 석솔은 그야말로 아득바득 악착같이 살아간다. 이는 비단 석솔뿐만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성에 습격이 벌어졌다 한들, 일반 백성들에겐 먹고사는 어려움에 비할 위협까지는 못 되었다.
“근데, 고것들이 성을 뺏고 빼앗기든 우리랑 뭔 상관이래?”
도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보리가 담긴 자루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긴다고 우리한테 보리 한 됫박 나눠 줄 것도 아닌데.”_본문에서
어른들을 따라 노루 사냥에 나선 석솔은 고기 몫을 덜 주려는 어른에게 “어리다고 조금 주는 법이 어디 있어요!” 하고 악 소리를 지른다. 쌀죽이 먹고 싶다는 동생의 철없는 말에 성질을 부리면서도, 다음날 양식이 쌓인 웅진성으로 먼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서글서글한 친구 도해와 달리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센 석솔은 밥벌이 수단으로 구걸 대신 도둑질을 일삼는다. 결국 쌀자루를 훔치다 붙잡힌 석솔은 웅진성주 예식 앞에 끌려가 매를 맞고 돌아온다. 어려운 시기, 마냥 올바르고 모범적인 인물보다 손버릇이 좋지 못한 악다구니 같은 석솔의 모습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역사적 배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가 뒤따르게 된다.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주인공 석솔은 이야기에 한껏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독자를 깊게 끌어들여 몰입과 공감을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
또다시 백 리 길을 걸어 웅진성에 다다른 두 소년, 석솔과 도해는 일거리를 찾아 성안 마을로 들어선다. 장터와 공방 거리를 기웃거리던 둘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는다. 두 소년의 발걸음을 따라 백제시대 성안 마을의 구석구석이 눈앞에 펼쳐지듯 담긴 세부적인 장면 묘사는 당대의 생활상을 또렷이 상상하며 읽는 묘미를 더한다.
● 궁궐을 드나들게 된 백제의 평민 소년 석솔
오늘날에 비추어 볼 수 있는 왕족과 백성의 대화
석솔과 도해는 갑작스레 성문이 닫히는 바람에 웅진성 안에 발이 묶인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수도인 사비가 함락되자 의자왕이 웅진으로 도읍을 옮겨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자왕이 평지인 사비성과 달리 산지에 자리한 웅진성으로 이동한 이유는 그간 쉬이 알려진 대로 도피 목적이 아니라, 군사를 재정비한 후 나당연합군에 맞설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의자왕이 끝까지 항복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웅진성 북문에서 잡일을 거드는 일을 구한 석솔은 덜 마른 흙벽에서 떨어진 비화 공주를 받아 낸다. 그렇게 왕족과의 만남을 갖게 된 석솔은 연 왕자의 초대로 궁궐에 들어선다. 석솔은 왕자인 연 앞에서도 신분 차이로 주눅 들지 않고, 풀뿌리를 캐 먹는 백성들의 실정을 낱낱이 들려주며 당돌한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둘의 대화에서는 왕족과 일반 백성의 의견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우리가 쫄쫄 굶어도 곡식을 갖다 바치는 게 나라 잘 보살피라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런데 힘들다고 하면 어째요? 걱정이 많고 힘들다고 누가 알아준대요? 백성을 굶어 죽지 않게 하고 위협을 막아 주는 임금이 최고지.”
석솔의 말에는 왠지 모를 설움이 담겨 있었다. _본문에서
그리고 일그러진 보름달이 뜬 그날 밤, 석솔은 궁궐 기둥에 기대선 채 시름에 잠겨 있는 의자왕을 보게 된다. 석솔은 처음 본 왕의 모습이 그토록 처연할지 몰랐다. 한 나라의 왕일지라도 여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 석솔, 당나라 군대의 진영에 잠입하다
1360여 년 전,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진 백제 멸망의 진실
왕궁을 드나들며 곡옥을 슬쩍하는 데 성공한 석솔은 도해를 꾀어내 제대로 보물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자루에 보물을 한가득 담은 그 순간, 당군의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난리가 벌어진 통에 석솔은 황급히 갑옷을 뒤집어쓰고 달아난다. 웅진성주 예식과 병사들에게 뒤쫓기는 신세가 된 긴박한 상황에서 석솔은 갑옷을 성안 마을 연못에 벗어 던진다. 성안 마을 연못 바닥에서 출토된 갑옷 명광개. 작가는 “누가 이걸 왜 이곳에 던져 넣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국 병사에게 붙잡혀 웅진성주 예식 앞에 끌려간 석솔은 의자왕과 마주하게 된다. 의자왕은 석솔의 죄를 묻는 대신 당나라 군대의 진영에 잠입하라는 뜻밖의 임무를 맡긴다. 석솔은 심한 갈등 끝에 도해가 남기고 떠난 외짝이 된 투자(옛 주사위)와 연 왕자와 나눠 가진 깨진 옥고리를 꾹 쥐며 의지를 다진다. 석솔이 보고 겪은 당군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임무를 마치고 소식을 전하러 의자왕을 찾아 나선 석솔은 놀라운 광경을 맞닥뜨린다. 바로 예식이 의자왕을 사로잡아 항복을 강요하는 순간이었다.
웅진성주 예식이 나라를 배신하고 의자왕을 붙잡아 항복시켰다는 사실은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로, 그동안 망국의 마지막 수장으로서 후대의 문인에 의해 ‘삼천궁녀’와 같은 오명이 덧씌워진 의자왕에 관해 다른 각도로 조명한다. 소년의 시선으로 백제 최후의 모습을 풀어낸 이 작품은 전쟁, 잠입과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적 요소와 더불어 그간 익히 알려져 온 역사적 오류를 다시 돌아보고, 나아가 우리 역사에 관해 곰곰 생각해 보게 한다.
석솔이 도출해 낸 결론처럼 마지막 순간, 석솔이 조금 다르게 행동했다면 우리 역사의 모습이 뒤바뀌었을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우연과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우리네 삶처럼 역사 또한 누군가가 내린 한 가지 선택으로 인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을지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예식의 배반이 없었더라면 백제의 멸망은 물론이거니와 삼국시대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미지수인 셈이다. 무력감을 느끼며 책임감을 떠안게 된 어린 석솔의 짐이 무거워 보이는 한편, 전쟁의 비극성을 가슴 아프게 일깨운다. “소중한 건 내 손으로 지키겠다”는 곧은 다짐이 그 누구도 나무랄 수 없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 역시 이야기가 지닌 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663년, 늦가을
1. 660년 7월
2. 웅진성
3. 닫힌 성문
4. 씨름
5. 성벽의 소동
6. 연 왕자의 초대
7. 곡옥
8. 기습
9. 어라하
10. 잠입
11. 편밀
12. 장(將)
13. 포로 행렬
14. 목선
이 년 후, 여름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