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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자료

오름: 김영갑 사진집

Kim Young Gap photographs

저자/역자
김영갑 사진·글
펴낸곳
다빈치
발행년도
2015
형태사항
151p.: 23×31cm
ISBN
9791155100332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JG0000004506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4506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
책 소개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김영갑은 서른 살을 앞둔 1980년대 중반 어느 날 섬으로 들어갔다. 도시에서 그는 자기 자리를 잃고 겉돌았으며 삶의 의미마저 희미해져 모든 걸 버리려고도 했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그는 한라산이 주재하는 섬 제주를 택했다. 그는 한라산의 품에서 어떻게든 살아야 했고 그의 간절함은 이십여 년간 지속되었다.

강인한 생명력을 길러내는 섬의 거센 바람은 뭍사람에게 무척 혹독했다. 낯설고 척박한 땅에서 휘몰아치는 아픈 바람은 한시도 그치지 않았지만, 김영갑은 피해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는 눈을 뜰 수도, 몸을 가눌 수도 없었으며 들판에 뿌리내리고 온몸으로 비바람과 안개를 마주하는 나무와 억새처럼 흔들렸다. 자연의 어머니는 두 다리로 굳건히 딛고 일어서 제 길을 가도록 단련시켰다. 엄한 가르침에 주저앉고 고꾸라지기를 반복하며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딛자, 그의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죽은 듯 잠들어 있던 혼이 깨어나며 그동안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이 온전히 드러났다. 김영갑은 넋이 나갔다. 제주의 자연은 그의 손에서 카메라가 놓여나지 못하게 했다.

김영갑 사진집 『오름』에는 뭍사람 김영갑이 제주 섬을 대표하는 사진가 김영갑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오름’은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 360여 개의 기생화산을 지칭하는데, 어떤 것은 우뚝하고 어떤 것은 봉긋하고 어떤 것은 부드럽고 둥그런 오름들이 넘실거리는 모습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제주 신화에서 오름은 섬의 창조신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흙을 집어놓아 생겨났다고 하는 만큼, 오래 전부터 섬 사람들은 할망의 기운이 서려 있는 오름에 기대어 작물을 재배하고 마소를 먹이며 살다가 그 기슭에 영원히 몸을 뉘었다. 섬 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짙게 배어 있는 오름에서 김영갑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오름과 들판에 가득한 생명의 기운에 취해 그는 중산간 오름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오름은 그에게 시련과 위안을 함께 주는 어머니의 품이었다. 오름의 바람은 그를 짓누르던 걱정과 근심, 슬픔과 좌절을 날려버렸고, 그의 몸과 마음은 무한히 확장되어 멀리, 넓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그의 사진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렇게 수만 시간을 서성이다 담아낸 삽시간의 황홀이 이 사진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집 『오름』의 1장에 수록된 그의 초기 작품들은 1:1.5 비율 화면으로, 언뜻 눈에 비치는 대로의 단조로운 풍경처럼 보이는 작품들에는 거친 바람이 부는 황량한 들판에서 빛나는 생명력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후 가로로 좀 더 확장되어 1:2 비율로 발전한 화면에는 맑게 깨어난 그의 감각으로 들어온 자연의 다채로운 빛과 울림이 차분하고 묵직하게 담겨 있는 듯하다. 김영갑의 화면은 최종적으로 1:3 비율의 파노라마사진으로 나아갔다. 멀리 한라산이 굽어보는 가운데 출렁이는 제주의 오름과 들판의 아름다움을, 태곳적의 적막함이 가득한 분위기를 그대로 포착하기 위해 화면은 가로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장에 수록된 1:3 비율의 파노라마사진들은 그가 완전히 제주의 자연의 일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지나가다 멈춰 서서 찍은 풍경사진이 아니다. 출사를 나가 사나흘 머물며 찍은 풍경사진이 아니다. 카메라가 작동할 수 있는 빛이 허락되는 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오름 자락에서 수만 시간을 서성이다 한 컷씩 찍어낸 사진이다. 흙과 꽃과 풀과 나무의, 빛과 구름과 바람과 안개의,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와 밭은 일구는 섬 사람들의 충만한 에너지가 한데 어우러지는 삽시간의 황홀을 담아낸 사진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지 않은 채, 훌륭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욕심 같은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몰입했을 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초원에도, 오름에도, 바다에도 영원의 생명이 존재한다. 대자연의 신비와 경외감을 느낌으로써 나는 신명과 아름다움을 얻는다. 나는 자연을 통해 풍요로운 영혼과 빛나는 영감을 얻는다. 초원과 오름과 바다를 홀로 거닐면, 나의 영혼과 기억 그리고 자연이 하나가 되어 나의 의식 속으로 스며든다. 그럴 때면 훌륭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도 사라진다.”

김영갑은 제주 섬 사진가로 다시 태어났다. 한라산 어머니가 부여한 새로운 삶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도 미처 깨닫지 못한 제주 섬의 아름다움을 한 장 한 장 담아냈다. 그는 자연 안에서 절대 고독에 따라온 무한한 자유와 평화, 고요를 맛보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자연으로 영원히 돌아가는 길만이 남아 있었다.

사진가 김영갑의 십 주기를 맞이해 출간한 사진집 『오름』에는 제주의 푸른 바람이 담겨 있다. 그것은 시련의 바람, 정화의 바람, 생명의 바람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씻어 내릴 것이다.
목차

한라산, 내 영혼의 고향

1. 오름에 부는 바람

2. 잠든 혼을 흔들어 깨우다

3.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나만의 비밀화원

오름은 살아있다 _ 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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