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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일반자료걷는사람 시인선 4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저자/역자
현택훈 지음
펴낸곳
걷는사람
발행년도
2018
형태사항
179p.; 20cm
총서사항
걷는사람 시인선; 4
ISBN
9791189128166 9791189128012(세트)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5115-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5115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영화 ‘시인의 사랑(2017, 김양희)’의 모티브가 된 현택훈 시인의 신간 시집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가 출간 되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네 번째 시인선이며 현택훈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는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에 이어 5년여 만에 발간되는 시집이다. 현택훈 시인은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나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해 지용신인문학상,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5년여 만에 발간되는 현택훈 시인의『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는 “제목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의지대로 자신의 일상 공간, 구체적으로는 시인이 거주하고 있는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적극적으로 환기하는 데에 집중하는”(남승원 문학평론가, 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은 바다로 흘러가는데
길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솜반천으로 가는 솜반천길
길도 물 따라 흘러
바다로 흘러가지요
아무리 힘들게
오르막길 오르더라도
결국엔 내리막길로 흘러가죠
솜반천길 걸으면
작은 교회
문 닫은 슈퍼
평수 넓지 않은 빌라
솜반천으로 흘러가네요
폐지 줍는 리어카 바퀴 옆
모여드는 참새 몇 마리
송사리 같은 아이들
슬리퍼 신고 내달리다
한 짝이 벗겨져도 좋은 길
흘러가요
종남소, 고냉이소, 도고리소,
나꿈소, 괴야소, 막은소……
이렇게 작은 물웅덩이들에게
하나하나 이름 붙인 솜반천 마을 사람들
흘러가요
- 「솜반천길」전문

추천사를 통해 성윤석 시인은 “미래에는 문학 장르 중 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세계에 현택훈 시인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이제 현택훈 시인을 가졌다.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제주도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제주도는 이제 현택훈 시인을 가졌다는 말처럼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는 제주의 평범한 일상과 아픈 제주의 기억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우리는 이런 시편 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혼합된 현택훈 만의 새로운 제주를 마주하게 된다.

누굴까요 맹물을 타지 않은 진한 국물을 꽃물이라고 처음 말한 사람은
며칠 굶어 데꾼한 얼굴의 사람들은 숨을 곳을 먼저 찾아야 했습니다 마을을 잃어버린 사람들 한데 모여 마을을 이뤘습니다 눈 내리면 눈밥을 먹으며 솔개그늘 아래 몸을 움츠렸습니다 하룻밤 죽지 않고 버티면 대신 누군가 죽는 밤 찬바람머리에 숨어들어온 사람들 봄 지나도 나가지 못하고 동백꽃 각혈하며 쓰러져간 사람들 사람들 꽃물 한 그릇 진설 합니다
누굴까요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를 비꽃이라고 처음 말한 사람은
- 「우리말 사전」전문

「우리말 사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낯선 단어들에게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다. 단어의 의미 보다는 시인이 겪었거나 떠올렸을 사건을 토대로 우리는 이름 모를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굶주린 배를 달랬을 꽃물과 오랜 가뭄을 끝내는 비꽃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어의 어원을 앞지르는 아픔이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내가 이렇게 운구차에 실리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처럼 날 들어주지도 않고 날 위한 시를 쓰지 못한 네가 무슨 친구냐며 시인이냐며 그런 시인 친구 필요 없다며
(중략)
첫아이 태어났다며 자정 무렵 어서 산부인과로 오라며 넌 시인이니까 우리 아이 이름 지어달라며 아니면 축시라도 써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술 가득 부으라며 우리 친구지이 흥얼흥얼거리며 밤바람이 제법 찬데 걸어갈 수 있다며 나도 이제 아빠가 됐다며 너도 빨리 결혼하라며
제대하고 고향에 와서 백수일 때 다니던 회사 거래처 공업사에 나를 취직시켜주며 집에만 있지 말고 일하면서 시 쓰라며 그리고 시 쓰려면 연애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잘 봐둔 경리 아가씨가 있는데 시 쓴다 해도 뭐라 하지 않을 정도로 착하다며 넌 시를 쓰니까 고백을 시로 해보라며
- 「성환星渙」부분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는 제주를 기억하는 현택훈의 방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고향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 위치성에 있고 밀물과 썰물처럼 기억의 수위가 자신을 토대로 달라지는 것을 그는 변화무쌍하게 감지하여 써 내려가고 있다. 현택훈에게 제주는 자신을 시인으로만 기억하는 친구가 묻힌 땅이기도 하며 지키지 못한 약속을 뒤늦게 라도 이행해 그 이름을 한 번 더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애뜻함을 가지게 하는 장소다. 아무 곳에도 가지 않는 것은 그와 그의 고향을 모두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윤석 시인의 추천사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섬에 산다. 아무리 큰 대륙도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섬이고 만인이 만인 속에서 외롭게 떠 있으니(그럴 수 밖에 없으니) 섬이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데 시만한 것이 없다.”가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편안한 언어로 읇조리는『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의 시편들은 잔잔한 바다 위의 물결과 같다. 이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언어로 전달되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우리의 고향을 한 번 쯤 추억해 보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목차

1부
지구에서 십 년 살아보니
우리말 사전
그림자놀이
솜반천길
성환星渙
일일 호프
죽어가는 뱀을 위한 송가
리조트만 봐도 그래
토끼 농장
열세 살 바다
소녀의 꿈
아주 멀리 날아가는 새에게 물어 날아온 곳을 얘기 들으면 달팽이의 삶이 조금 달라지겠지
음악 시간
못다 쓴 시
우정 출연

2부
거북손
시 쓰기 좋은 도시에 삽니다
다시 기원전으로 돌아가 너를 잊을까
구름 박물관
유선 노트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섬
카라만다린
캠페인
은호를 찾습니다
저 불빛
UFO
발굴
화성 착륙 기념 우표
수목원에서
환우患友
단물
홈런분식에서
해녀의 딸
열다섯 발의 탄환
두맹이
아마 이른 여름일 거야
1200해리

3부
귀국 독주회
금빛 신협
남도의원
형식적 사랑
서귀포 자매
세계의 아침 인사
쇄빙선
서귀포 씨 오늘은
개교기념일
수악교水岳橋
흑염소
두꺼비, 토끼, 계수나무, 항아
잉고 바움가르텐
겨울의 관冠
근교近郊
댄스 플로어
383000km

4부
조수리의 봄
깔라만시
대서소에서
겨울 독서실
무인 비행기
불곰
캠프파이어
곤을동
투이
영주식당
곱은달남길
유리의 세계
귤림서원
꽃무늬 휴지
제주 고사리
반짝이는 것이 속도라면
추억의 팝송
목호牧胡, 카페모카, 목요일은 휴무입니다
미정
우산 장수의 노래
감산리 경유
야행관람차
내일 너를 만나기로 했어
봄방학

해설
한 명의 시인에게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 남승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