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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불탈 때: 새로운 생태적 재앙을 사유하다

저자/역자
조엘 자스크 지음 / 이채영 옮김
발행년도
2025
형태사항
247 p.: 19 cm
원서명
Quand la foret brule
ISBN
9791157833689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8439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8439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인류는 더 이상 산불을 막을 수 없다
불가해한 생태적 재앙, 메가파이어


2018년 11월, 캘리포니아주의 ‘패러다이스’ 마을은 지옥으로 돌변했다. 8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만 8천여 채의 건물을 파괴한 산불 때문이었다. 이 산불에 붙은 ‘역대 최악’이라는 수식어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 뒤를 잇는 초대형 산불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장비와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도 통제되지 않는 이 불가해한 재앙에 사람들은 ‘메가파이어’라는 이름을 붙인다.

메가파이어라는 이름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 피해 규모, 발생 상황 등에 따라 채택된다. 정확히 어떤 불을 ‘메가파이어’라고 명명할지는 아직 정해진 기준이 없다. 나사(NASA)는 메가파이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기후 변화 및 거의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화재 억제 정책을 겪으면서 산불은 그 규모와 심각성, 복합적인 양상과 진화에 대한 저항력 측면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변했다. 이러한 화재는 일반적으로 메가파이어라고 불리며, 역사적 변동값의 극단에 위치해 있다.” 저마다의 다른 정의 속에서도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는 건조하고 더위는 극심하며, 바람이 강할 뿐더러 산은 메마르고 단조로워졌다. 변모한 환경에서 탄생한 메가파이어는, 강도, 확산 속도, 범위, 영향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산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화가 무너지다

따라서 기존의 산불을 막았던 방법으로는 메가파이어를 막을 수 없다. 1989년 옐로스톤 대형 화재에 1만 명의 소방관이 투입되었지만 진압하지 못했다. 2018년 스웨덴에서 발생한 메가파이어를 잡는 데 수백 톤의 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2025년 봄, 경상도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마찬가지이다. 수천 명의 인력과 수백 대의 진화 수단이 투입되었으나, 불은 쉽사리 잠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불들은 눈이나 비가 내릴 때, 혹은 주변 모든 것이 타 버려 더 이상 먹이가 없을 때에서야 꺼진다. 초대형 화재는 지진이나 홍수, 쓰나미처럼 인간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한참 넘어선 재난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과의 전쟁’이라는 신화 속에 살아간다. 불의 이야기를 구연하자면 반드시 ‘화마’라는 괴물과, 그에 맞서는 소방관이라는 ‘영웅’을 등장시킨다. 이는 진압의 실패를 영웅의 실패로 치환한다. 귀책을 관리 부서의 소홀, 소방 장비의 미비, 소방관 개인의 실책에 두는 것은 불이 통제될 수 있다는 신화를 유지시킨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메가파이어를 막으려는 것은 폭발하는 화산에 뚜껑을 덮는 것과 같다.” 메가파이어에 직면한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 우리가 도달한 자리가 기후 위기로 황폐화된 세계의 낭떠러지임을 깨닫는 일뿐이다.

메가파이어의 불쏘시개가 된 이분법적 사고방식

눈앞에는 절벽이 펼쳐지고 등 뒤에는 불길이 넘실대는 지금,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저자는 산불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두 가지 지배적 관점을 검토한다. 하나는 자연을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무자비하게 착취하려는 산업주의적·기술주의적 관점이다. 이들은 산불에게 소중한 자원을 한 톨도 넘겨 줄 수 없다는 일념으로, 이를 철저히 진압하려고 든다. 그 반대편에는 자연이 ‘본질적 가치’를 가진 존재라고 보는 일부 생태주의적 관점이 있다. 이들에게 자연은 관조만이 허락된 불가침의 영역이며, 산불 또한 그 자율적 균형의 일부이기에 방임해야 한다. 대립하는 듯한 두 입장은 사실 자연과 인간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를 굳히는 공범이자, 메가파이어라는 재앙을 불러온 주범이다. 자본가들뿐만 아니라 일부 생태주의자마저 숲을 인위적으로 태운다는 이유만으로, 통제 가능한 불을 일으키며 살아오던 원주민들을 환경 파괴범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에게서 탈취된 숲은 두 관점의 논리 아래 다루어졌다. 한편에서는 단일림을 조성하는 등 숲을 철저하게 착취하면서 기후 위기를 촉발시켰고, 다른 한편에서는 숲을 방임해 고목과 같이 타기 좋은 물질이 축적되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오늘날 지구는 전례 없이 불에 타기 좋은 상태가 되었다.

오늘날의 자연은 인간과 공진화한 결과로 만들어진 ‘경관’이다

저자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자연’이 아닌 ‘경관’ 개념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자연이라고 여기고 그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것은 ‘원시적 자연’이 아니라, 인간과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경관’이다. 예를 들어 코르시카섬의 털가시나무는 원시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두꺼운 껍질과 그 특유의 재생 방식 덕분에 불이 나도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털가시나무는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불을 피우던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비단 털가시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자연과 인간은 이 지구에 함께 태어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했다. 그 결과 서로의 문화에 적응하여 변화한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세계를 이룬다. 인간이 자연을 필요로 하듯이 자연, 즉 경관도 인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삶의 터전인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조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일부 생태주의자가 추구하는, 원시적 자연으로 회귀한 결과는 ‘야생’이 될 것이다. 그곳은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지와 같다.

이러한 경관은 인간의 한 축을 이룬다. 산불로 인한 경관의 소멸은 단순히 집이나 재산, 마을이 사라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 개인이 세계와 맺고 있던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일이다. 역사, 전통, 문화와의 접점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메가파이어는 인간과 자연이 맺고 있던 유구한 상호작용마저 끊어내면서 개인의 존재를 파편화시킨다. 세계로부터 유리된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의 삶에서조차도 멀어질 운명에 처한다.

우리는 ‘불의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진화해 온 역사를 되짚는다. 멀지 않은 과거에 인간이 자연과 슬기롭게 공생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인간은 땅을 돌보고, 자연은 그 돌봄에 따라 ‘자율적’ 존재가 아닌 ‘독립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호주의 원주민들은 6만 5천 년 동안 의도적으로 불을 사용했다. 그들은 생태계의 적극적인 일원으로서 여러 종류의 불을, 각각의 용도에 맞게, 제어할 수 있는 선에서 피우면서 균형을 유지했다. 원주민들이 주기적으로 피우던 불 덕분에 오히려 산에서 고목이 제거되고, 하층 식생은 유지될 수 있었다. 산불이 실제로 자연과 인간에게 유익했던 시기가 있던 것이다. 그러나 산불 억제 정책으로 원주민이 축출된 숲에는 건조한 물질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는 오늘날 메가파이어가 나타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돌아보며 저자는 촉구한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유지되었던, 그러나 자연과 인간을 분리한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밀려난 ‘불의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인류는 완벽한 통제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산불 예방을 실천해야 한다. 나아가 그간 앞세웠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공생의 길목으로 들어서야 한다. 초대형 산불은 이 땅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다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자연의 마지막 경고장이다. 그리고 어쩌면, 자연이 수없이 내밀었던 화해의 손길을 뿌리친 인간을 향한, 자연의 마지막 울부짖음일지 모른다.
목차

머리말

1. 메가파이어를 향해
2. 불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한다
3. 산불은 “정상적인” 현상인가?
4. 불에 내어줘야 하는 것
5. 불, “살인 괴물”
6. 불 산업 복합체의 탄생
7. 숲이라고 다 같은 숲이 아니다
8. 문제의 국토 개발
9. 숲속의 집
10. 기후 온난화의 문제
11. 산불세
12. 불의 문화
13. 자연에는 불이 필요하다
14. 불의 소멸
15. 최악의 시나리오
16. “땅 청소하기” : 숲을 가꾸고 경관을 열다
17. “새들이 비처럼 내렸어요”
18. 경관의 상실
19. 메가파이어가 경관에 대해 말해 주는 것
20. 미래가 없는 세계
21. 혐오
22. 화염 테러

맺음말: “불의 문화”를 향해

미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