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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 없는 조선사: 유생들의 일기에서 엿본 조선 사람들의 희노애락

저자/역자
이상호 / 이정철 지음
펴낸곳
푸른역사
발행년도
2020
형태사항
375p.: 23cm
ISBN
9791156121626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6649-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6649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경상도 유학자 20인의 일기로 본 조선의 내밀한 풍경
의량․당량에 울고, 반보기로 달래다


조선의 기록의 나라였다. 왕조와 국가 운영에 관한 촘촘한 기록들은 조선을 지탱한 국가적 시스템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이를 웅변한다. 당연히 이런 ‘국가 기록’들은 역사학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된다. 한데 이것들만으로는 역사를 제대로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거대사․제도사 속에 묻혀 있던 개인의 가치, 일상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미시사, 생활사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조선의 삶을 온전히 담은 자료의 보고寶庫, 민간 일기
기록의 나라답게 조선의 유학자들은 숱한 일기를 남겼다. 생활일기는 물론 서원을 세우는 영건일기, 관직일기, 여행․전쟁 일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유배일기도 있다. 민간 소장 기록유산을 수집, 보존하는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에는 대략 3,000점 정도의 일기류가 보존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DB 구축과 번역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창작 소재로 2차 가공한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를 서비스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이 작업들에 참여했던 이들이 그중 20권의 일기에서 ‘조선의 일상’을 길어낸 것이다. 조선 사람들의 ‘육성’을 통해 역사책이 놓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옛사람들의 지혜에 놀라고, ‘예나 지금이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된다. 한마디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달달 외우던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 숨쉬는’ 흥미로운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오늘’의 거울도 될 만한 국가 시스템
책은 일기가 다룬 소재에 따라 국가․공동체․개인 3부로 나뉜다. 이 중 1부 조선이라는 ‘국가’에 살았던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정비된 제도가 ……’ 하고 놀랄 만한 내용이 여럿 실렸다. ‘피혐’이란 게 그렇다(104쪽). 사간원이나 사헌부 등에서 탄핵받은 관리가 조정에 출사하지 않고 대기하는 것을 ‘피혐’이라 했다. 스스로 물러나 자신에게 혐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죄인을 가두고 곤장과 같은 중벌을 내릴 때에는 심문관 두 명이 함께 추국하도록 한 ‘동추’란 제도도 규정되어 있었다(100쪽). 아버지가 시험관이 되는 바람에 300년 만의 기회인 경상도 특별 과거시험에서 응시조차 못하게 된 ‘상피제’ 이야기는 또 어떤가(291쪽).

‘있는 놈’들의 횡포는 예나 지금이나
그런가 하면 가진 자들의 꼼수, 횡포를 꼬집는 이야기도 여럿 나온다. 법으로 향교의 수와 규모를 정해 놓았음에도 유생들이 군역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향안(향교 학생명부)에 올리는 통에 정원을 20배 넘게 초과하기도 했다(286쪽). 반면 양반들의 등쌀에, 나라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아예 토지를 들어 양반가나 서원에 노비 되기를 청하는 ‘투탁’이 성행하기도 했다(64쪽). 한 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백성들에게서 국방을 명분으로 곡식을 빼앗은 의량(52쪽), 명나라 모문룡의 가도 주둔비를 충당하려 징수한 당량(219쪽), 왜관 운영 경비로 뜯어낸 특별 세금 왜공(213쪽) 등으로 일반 백성의 허리는 부러질 지경이었다.

여전히 빛나는 옛사람들의 지혜
3부 조선 사람들의 ‘개인’으로 살기에는 ‘역사’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선인들의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시집간 딸이 친정을 찾아 한 달 정도 머무는 ‘근친’, 이것이 어려울 경우 안사돈들이 동반해 중간에서 만나 회포를 풀었던 ‘반보기’는 생활사의 좋은 예이다(243쪽). 본래 과거 합격자가 ‘말 머리를 나란히 하다’란 뜻인 제마수가, 가벼운 허물을 털어내기 위해 내는 한턱내는 벌칙으로 바뀐 사실(168쪽), 과거시험을 앞둔 지방 유생들이 서당이나 향교에서 합숙하며 집중 모의학습을 하는 ‘거접’(279쪽), 권당 제작비가 요즘 돈으로 4,000만~8,000만 원에 이르는 조상 문집 출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도양양한 관리가 지방관을 자청한 이야기(277쪽)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 꼭지도 허투루 흘릴 수 없네
60여 꼭지의 글은 하나하나 여느 역사책에서 보기 힘든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하루 12시간 근무하되 연 70일을 쉬었다든가(325쪽), 청나라에 잡혀 갔다 왔다는 이유로 이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환향녀 이야기(55쪽) 등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일기에서 골라낸 이야기답게 모든 글에는 사람이 중심이다. 당연히 생생할 수밖에 없다. 내공이 탄탄한 필자들이 묵직한 평석을 더해 읽는 맛이 더욱 각별해진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내수사의 횡포를 두고 “권력이 부정하면, 이를 집행하는 사람들 역시 부정할 수밖에 없다. …… 고려 왕실의 사유재산제도가 가진 폐해는 조선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개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작은 필요성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남겨두었던 부정한 권력은 결국 씨앗이 되어 …… 모든 것이 그렇듯 부패도 성장한다”(93쪽)한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은 병 자체보다 공포가 더 문제
전염병은 코로나 19를 겪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거센 시련이지만, 조선시대로부터 지금까지를 살펴보면 이 역시 일상의 한 단면들이었다. 전쟁이나 흉년 등으로 인해 백성들이 기근에 처하게 되면, 전염병은 늘 그 뒤를 따랐다. 이 때문에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기근과 짝하여 확산의 일로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1616년 음력 7월 17일 경상도 예안현(지금 경상북도 안동시 예안면)에 전염병이 돌았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은 철저하게 고립되면서 약도 구할 수 없고, 변변한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265쪽). 병이 옮을 수 있다는 공포의 이면에는 병 그 자체보다, 지금까지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왔던 사람들로부터의 배척당하고 터부시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했다. 전염병에 걸린 정희생의 어머니는 이러한 공포로 인해 병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을 선택했다(266쪽?). 전염병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전염병에 의해 확산된 공포가 사람을 죽였던 것이다. 전염병은 그 병의 전파 속도보다 그 병을 빌미로 한 ‘공포’의 전파 속도가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죽음마저 극복할 것 같은 의학의 발달도 아직까지 사람의 의식과 삶에 대한 욕망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책을 내며
수록 일기 해설

1부 조선이라는 ‘국가’에 살았던 사람들

1 _ 시대의 아픔, 개인의 비극
두 감사의 불편한 술자리|고약한 별 태백성이 대낮에 뜨니|화려한 공작새, 전쟁을 예고하다|흉당의 집을 부수어라, 인조반정의 여파는 지방까지|백성들을 쥐어짜면서 의량이라니|‘환향녀’, 병자호란보다 더 가혹한 현실 앞에서|명분 없이 이뤄진 영남 유림 탄압

2 _ 신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오죽했으면 ‘투탁’해서 노비신공을 바쳤을까|노비와 결혼한 여자, 그 뒤웅박 같은 삶|사람이 먼저! 첩의 삼년상을 지내다|“노비는 재산”, 추노를 부린 이유|종이 부역, 하삼도 사찰의 몰락 이유|승려로 산다는 것, 때로는 가마꾼으로 때로는 희극인으로|통청, 엄격한 신분제에 숨구멍을 틔우다

3 _ 조선을 만든 국가 시스템
사기꾼까지 등장한 왕실 직속 내수사의 위세|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의 반발을 산 호패 개혁|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라, 치밀한 살인사건 처리|도덕정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 피혐|허참례와 면신례, 영광만큼 가혹한 관료 신고식|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매스미디어, 조보|후임을 스스로 정하는 자대권의 명과 암|조선의 인사청문회, 서경|조선 왕조 역사 보존의 중심, 태백산사고|어머니의 눈물, 임금의 눈물

2부 조선 사람들이 살았던 ‘공동체’

4 _ 사람 사는 마을, 문제도 많아
향안,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삭적, 향권이 행사한 자율적 처벌|산송, 묫자리를 둘러싼 산 사람들의 다툼|근엄한 성리학자의 ‘내 논 찾기’|사람을 향한 저주, 저주보다 더 무서운 사람|공자의 권위를 침범한 살인사건 조사|사이비 부처, 가난한 백성을 울리다|조야를 들끓게 한 도산서원 위패 도난사건|가벼운 허물을 덮어 주는 지혜, 제마수

5 _ 마을의 갑甲, 수령이라는 사람들
“웬만하면 떠나지 말기를”, 구관은 늘 명관인 까닭|꼼짝 마라, 지방관! 임기 5년 중 연 2회 인사고과|현감을 물러나게 한 투서의 위력|목민관도 목민관 나름|가렴주구를 도운 아전, 고을에서 쫓겨나다|탐관오리 상관에서 벗어나려 꾀를 내다|큰 권력을 겁낸 작은 권력, 몸을 사리다

6 _ 세금, 마을 공동의 고충
부패와 학정의 온상, 방납|여러 사람 잡은 공물, 끝내는 민란으로|때 아닌 왜공 닦달에 백성들만 이중고|명나라 군대를 위한 특별세 ‘당량’, 백성들을 울리다|대동법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양전사 하기 나름, 세금 줄다리기|관아도 감당 못한 세곡선 뱃사공의 횡포|배보다 큰 배꼽, 구휼미를 보내면서 운송까지 책임지라니

3부 조선 사람들의 ‘개인’으로 살기

7 _ 사람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친정에 대한 그리움을 덜다, 근친과 반보기|종이학 내걸어 벗을 청하다|백석정에서 떠난 벗을 그리워하다|여생 아닌 다시 시작하는 생의 출발점, 환갑|질침법, 거머리로 종기를 다스리다|아들을 살리려 유학자가 푸닥거리까지 했건만|전쟁보다 무서운 돌림병, 효심으로도 못 막아

8 _ 공부와 시험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장황, 애지중지하는 책을 위한 정성|조상 문집 발간을 위해 지방관을 자원하다|거접, 과거시험에 대비한 특별 학습|군역 회피를 노린 향교 교생을 걸러 내다|300년 만의 기회를 상피제 탓에 날리다|시관의 무리수로 유혈사태가 난 과거 시험장|전체 ‘파방’까지 거론된 부정시험의 허무한 처리|아름답고도 끈끈한 동방 간의 우애

9 _ 힘든 삶의 뒤편, 쉼과 여행
풋굿, 뙤약볕을 견디게 해 준 호미씻이|물이 있으니, 뱃놀이가 없으랴|등고회와 동고회, 놀이 방법도 가지가지|모내기 끝낸 후의 꿀맛 여유, 단오날 풍경|청량산 여행에서 백성의 아픔을 보다|관리들은 연 72일 쉬었다

용어 풀이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