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1402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JG0000001402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이야기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나나,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한국, 중국, 프랑스 3국 출간 확정!
이 시대의 거장 황석영, 등단 50주년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올해로 칠순이다. 자서전이나 자전적 작품을 쓰는 대신 작가의 일생을 19세기에 갖다 놓고 펼쳐본다면 나로서도 기념되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
여인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 벽화처럼 드러나는
구한말 신통방통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
『여울물 소리』는 19세기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 작품으로, 그 주제의식과 소재 등은 대하소설을 써도 충분할 만큼 방대하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단 한 권으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진정한 압축의 미를 보여준다. 그만큼 밀도 있고 탄탄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또한 동학, 전기수, 강담사, 작자 미상의 수많은 방각본 소설, 타령 등 다양한 소재들은 소설 곳곳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며 독자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화자 ‘박연옥’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연옥은 이신통에 대한 연정을 한평생 마음속에 품고 원망하기보다는 그리워하며 인내하는 우리네 전통적인 여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직접 그의 행적을 따라 길을 나설 정도로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소설은 연옥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 벽화처럼 이신통의 행적이 드러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신통은 물론 주변인들의 태생, 성격과 이들이 겪은 일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연옥은 사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 근접한 1인칭 관찰자이다.
나는 추석이 지나자마자 길을 떠날 작정을 했다. 건어물과 소금 지게를 지고 열두 고개 넘어 산간 마을을 다녀온 장돌뱅이 안 서방이 그의 소식을 들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소식이랬자 별로 시원한 내용은 아니었다. 안 서방이 들었다는 소문은 그 웬수가 덕유산 자락 어딘가에 자리를 틀고 앉아 도를 닦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 위인이 한자리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다는 소리도 어딘가 걸맞지 않건마는 더구나 도를 닦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아니, 도라면 재작년 그러께 온 세상을 들었다 놓고 도처에서 피박살이 나버린 ‘천지도’란 요물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겐가. 애고, 복도 없고 가련한 이내 팔자.
연옥이 찾아다니는 이신통은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몰락한 지식인으로서 주변부를 떠돌며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그리고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고 스승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글을 읽는 솜씨가 신통방통하다 하여, 본명 ‘이신’이라는 이름보다 ‘이신통’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이 인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통해,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엄격한 신분 제도로서 유지되던 유교적 사상을 뒤엎고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놀랄 만한 선언을 했던 동학(소설 안에서는 ‘천지도’라고 지칭한다)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스케치하면서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근대를 거대한 서사 안에 녹인다.
천지도라…… 자네도 도인인가?
신통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저도 도인입니다. 저희는 서교와는 달리 조선 백성을 위하여 척양척왜하고 만백성이 상생하는 나라를 이루는 것이 오직 소망이올시다. 일세 교주께서 사문난적의 오명을 쓰고 처형된 이후 신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방 각처에서 도인들은 함부로 살해당하고 임의로 가산 몰수를 당하는 등 핍박을 받으며…….
허민은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말을 자르며 신통에게 물었다.
그래, 너희 도인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가?
북으로 서북, 관북, 해서 지방에서 근기 지방은 물론이요 남으로 삼남에 이르기까지 백만이 넘을 것입니다.
허민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니 나라에서 너희를 잡아 죽이려는 것이다. 너희 도가 정말로 척양척왜를 하고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한다면 조정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내가 대감마님께 여쭈어보기는 하겠다. 무슨 방도가 있겠지.
비록 우리네 역사 안에서, 그리고 소설 안에서 동학 운동(천지도 운동)은 관군과 일본군 토벌대에 의해 50만 명이 희생되면서 좌절됐지만, 우리의 근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근대화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천지가 놀랄 만한 일대 사건이었고, 작가는 그 시대의 ‘이야기꾼’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스스로의 문학인생과 더불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한 물음을 던지며 소설을 풀어나간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당시의 ‘이야기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그들은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해체되던 시기에 매우 ‘수상한 중인층’이다. 그 시기의 사회가 신분층의 변동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면 그들은 더 이상 신분 상승이 불가능했던 독서 계층이었다. 이 독서 계층 중 일부는 동학, 증산도 등의 혁명사상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일부는 전기수, 강담사로 활약하며 그 시기의 수많은 작가 미상 방각본 소설의 생산자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구한말 당시에 작자 미상인 언패(諺稗) 백 수십여 종이 출판되어 책전에서 팔렸고, 이를 읽어주는 전기수만 해도 한양은 물론 지방 저자거리마다 있었다. 이야기꾼 강담사 역시 하나의 직업이 될 만큼 고을마다 있었고, 이들 서사가 음악으로 옮겨간 판소리 광대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했다고 한다. 이들이 각자의 당대를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여러 작품들은 남아 있다. 이런 이야기의 발생과 정체, 존재 이유, 이야기가 남기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서구문학이라는 신문물과는 달랐던 19세기 말 당시의 가능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가능성들을 토대로 이 이야기꾼들은 당시 어떤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치 현재를 살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의 아바타와도 같다.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황석영!
등단 50주년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석영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그의 나이 칠십에 이르렀다. 그의 문학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면 단 한 순간도 평범했던 적이 없었다. 황석영의 발자취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항상 함께해왔다. 황석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격동의 시대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그릇인 것이다. 황석영은 당대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서 단 한 번도 직면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황석영이 우리 식의 ‘이야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심해온 것은 그의 후반기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출옥 이후부터이다. 『오래된 정원』이 이전 산문의 습관들을 해체하는 데서 시작했다면, 그 뒤 연이어 발표한 『손님』, 『심청』, 『바리데기』 등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형식과 내용 모두 지금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심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르포나 신문기사 같은 사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독재의 사회사를 서사적 다큐멘터리로 엮은 작품이 『강남몽』이고, 1980년대가 배경이었지만 줄거리 자체를 현대적 민담으로 탄생시킨 작품이 『낯익은 세상』이다. 그리고 이제,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 『여울물 소리』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작품은 이미 인터넷 연재를 통해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작품이기도 하다.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19세기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봉건왕조가 무너져가던 때로, 민중의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학은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 의지가 담긴 사상이었고, ‘이야기꾼’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존재로, 이신통을 통해 작가의 담론을 펼쳐낸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한국, 중국, 프랑스 3국 출간 확정!
이 시대의 거장 황석영, 등단 50주년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올해로 칠순이다. 자서전이나 자전적 작품을 쓰는 대신 작가의 일생을 19세기에 갖다 놓고 펼쳐본다면 나로서도 기념되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
여인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 벽화처럼 드러나는
구한말 신통방통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
『여울물 소리』는 19세기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 작품으로, 그 주제의식과 소재 등은 대하소설을 써도 충분할 만큼 방대하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단 한 권으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진정한 압축의 미를 보여준다. 그만큼 밀도 있고 탄탄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또한 동학, 전기수, 강담사, 작자 미상의 수많은 방각본 소설, 타령 등 다양한 소재들은 소설 곳곳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며 독자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화자 ‘박연옥’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연옥은 이신통에 대한 연정을 한평생 마음속에 품고 원망하기보다는 그리워하며 인내하는 우리네 전통적인 여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직접 그의 행적을 따라 길을 나설 정도로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소설은 연옥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 벽화처럼 이신통의 행적이 드러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신통은 물론 주변인들의 태생, 성격과 이들이 겪은 일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연옥은 사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 근접한 1인칭 관찰자이다.
나는 추석이 지나자마자 길을 떠날 작정을 했다. 건어물과 소금 지게를 지고 열두 고개 넘어 산간 마을을 다녀온 장돌뱅이 안 서방이 그의 소식을 들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소식이랬자 별로 시원한 내용은 아니었다. 안 서방이 들었다는 소문은 그 웬수가 덕유산 자락 어딘가에 자리를 틀고 앉아 도를 닦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 위인이 한자리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다는 소리도 어딘가 걸맞지 않건마는 더구나 도를 닦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아니, 도라면 재작년 그러께 온 세상을 들었다 놓고 도처에서 피박살이 나버린 ‘천지도’란 요물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겐가. 애고, 복도 없고 가련한 이내 팔자.
연옥이 찾아다니는 이신통은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몰락한 지식인으로서 주변부를 떠돌며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그리고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고 스승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글을 읽는 솜씨가 신통방통하다 하여, 본명 ‘이신’이라는 이름보다 ‘이신통’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이 인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통해,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엄격한 신분 제도로서 유지되던 유교적 사상을 뒤엎고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놀랄 만한 선언을 했던 동학(소설 안에서는 ‘천지도’라고 지칭한다)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스케치하면서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근대를 거대한 서사 안에 녹인다.
천지도라…… 자네도 도인인가?
신통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저도 도인입니다. 저희는 서교와는 달리 조선 백성을 위하여 척양척왜하고 만백성이 상생하는 나라를 이루는 것이 오직 소망이올시다. 일세 교주께서 사문난적의 오명을 쓰고 처형된 이후 신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방 각처에서 도인들은 함부로 살해당하고 임의로 가산 몰수를 당하는 등 핍박을 받으며…….
허민은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말을 자르며 신통에게 물었다.
그래, 너희 도인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가?
북으로 서북, 관북, 해서 지방에서 근기 지방은 물론이요 남으로 삼남에 이르기까지 백만이 넘을 것입니다.
허민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니 나라에서 너희를 잡아 죽이려는 것이다. 너희 도가 정말로 척양척왜를 하고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한다면 조정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내가 대감마님께 여쭈어보기는 하겠다. 무슨 방도가 있겠지.
비록 우리네 역사 안에서, 그리고 소설 안에서 동학 운동(천지도 운동)은 관군과 일본군 토벌대에 의해 50만 명이 희생되면서 좌절됐지만, 우리의 근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근대화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천지가 놀랄 만한 일대 사건이었고, 작가는 그 시대의 ‘이야기꾼’을 통해 반세기에 걸친 스스로의 문학인생과 더불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한 물음을 던지며 소설을 풀어나간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당시의 ‘이야기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그들은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해체되던 시기에 매우 ‘수상한 중인층’이다. 그 시기의 사회가 신분층의 변동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면 그들은 더 이상 신분 상승이 불가능했던 독서 계층이었다. 이 독서 계층 중 일부는 동학, 증산도 등의 혁명사상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일부는 전기수, 강담사로 활약하며 그 시기의 수많은 작가 미상 방각본 소설의 생산자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구한말 당시에 작자 미상인 언패(諺稗) 백 수십여 종이 출판되어 책전에서 팔렸고, 이를 읽어주는 전기수만 해도 한양은 물론 지방 저자거리마다 있었다. 이야기꾼 강담사 역시 하나의 직업이 될 만큼 고을마다 있었고, 이들 서사가 음악으로 옮겨간 판소리 광대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했다고 한다. 이들이 각자의 당대를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여러 작품들은 남아 있다. 이런 이야기의 발생과 정체, 존재 이유, 이야기가 남기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서구문학이라는 신문물과는 달랐던 19세기 말 당시의 가능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가능성들을 토대로 이 이야기꾼들은 당시 어떤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치 현재를 살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의 아바타와도 같다.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황석영!
등단 50주년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석영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그의 나이 칠십에 이르렀다. 그의 문학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면 단 한 순간도 평범했던 적이 없었다. 황석영의 발자취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항상 함께해왔다. 황석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격동의 시대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그릇인 것이다. 황석영은 당대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서 단 한 번도 직면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황석영이 우리 식의 ‘이야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심해온 것은 그의 후반기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출옥 이후부터이다. 『오래된 정원』이 이전 산문의 습관들을 해체하는 데서 시작했다면, 그 뒤 연이어 발표한 『손님』, 『심청』, 『바리데기』 등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형식과 내용 모두 지금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심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르포나 신문기사 같은 사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독재의 사회사를 서사적 다큐멘터리로 엮은 작품이 『강남몽』이고, 1980년대가 배경이었지만 줄거리 자체를 현대적 민담으로 탄생시킨 작품이 『낯익은 세상』이다. 그리고 이제,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 『여울물 소리』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작품은 이미 인터넷 연재를 통해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작품이기도 하다.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19세기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봉건왕조가 무너져가던 때로, 민중의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학은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 의지가 담긴 사상이었고, ‘이야기꾼’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존재로, 이신통을 통해 작가의 담론을 펼쳐낸다.
목차
이신통을 기다리며
고향에 남은 자취
세상 속으로
백성과 나라
여향(餘響)
사람이 하늘이다
옛날 옛적에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