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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 공선옥 장편소설

저자/역자
공선옥 지음
발행년도
2010
형태사항
269 p.; 20 cm
ISBN
9788901114293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0181-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0181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사랑, 혹은 사람이 그리울 때…
“장미꽃 같은 당신, 울지 마요. 슬퍼질 땐 돌아와요.”


사랑하는 이를 찾아 고통의 바다를 건너간 ‘영란’
항구도시 목포에서 가족과 행복을 되찾아가는 맑고 따스한 이야기
올해의 예술상, 만해문학상 수상작가 공선옥 장편소설



▣ 우리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정겹고 따스한 공선옥 장편소설 『영란』 출간

“가슴에 슬픔 가득 안고, 끝끝내 정 붙이고 살아보려는 영란에게
따뜻한 술 한잔 사주실 분 어디 안 계신가”


지난 2010년 6월부터 3개월여간 《문학웹진 뿔》(http://blog.aladin.co.kr/yeongran)에 연재된 공선옥 장편소설 『영란』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포근했던 고향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특히 30~40대에서 호평을 얻으며 평균 조회 수 5천여 건을 기록하는 등, 《문학웹진 뿔》 연재소설의 인기를 이끌어 나갔다.

당대를 사는 사람들의 시선이 외부지향적일수록,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영혼은 어둡고 후미지고 습기 찬 곳에 방치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란의 막막한 슬픔이든, 당시로서는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없는 데서 기인한 정섭의 슬픔이든, 그 형태와 종류는 다르지만, 수많은 우리 삶의 슬픔들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 귀한 대접 받기를 바라는 마음,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결국은 끝끝내 그 슬픔이 우리들을, 우리들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더욱 굳건하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글을 쓴 이유가 됐는지도 모릅니다.
_《문학웹진 뿔》, 「연재를 마치며」에서

열 살 때 장미넝쿨이 우거진 의붓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나’는, 간호조무사 일을 하던 중 남편 ‘한상준’을 만나 해마다 장미꽃이 은성하게 피는 집에서 살았다. 세상 사람들은 ‘나’의 아들을 향해 ‘자폐아’라고 부르지만 더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가 ‘나’는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아들은 물놀이 익사 사고로, 남편은 차량 전복 사고로 연이어 ‘나’의 곁을 떠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나’는 빵과 막걸리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남편 선배의 친구이자 남편의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인 이정섭을 만난다. 그는 자신이 외도한 탓에 이혼하고 아내와 딸을 독일로 보낸 처지였다. 그런 정섭에게 혈혈단신이 된 ‘나’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어떻게, 어떻게 막걸리에 빵을 저녁으로, 밥으로 먹는답니까.”
이정섭의 눈에서 불꽃처럼, 물기가 반짝하다가 스러졌다. 이정섭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
‘나는 실은 내가 무서워요.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무섭고, 어찌할지 알아서 무섭고…… 무서워서 견디기가 힘들어요.’ (p.24)


▣ 푸근하고 생기 넘치는 항구도시 목포와의 만남
맛깔 나는 남도의 언어, 유달산 자락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들


갑작스레 친구의 부음을 들은 정섭은, 홀로 위태롭게 남을 ‘나’를 이끌고 목포로 향한다. 무심결에 따라간 목포의 ‘영란여관’에서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수옥, ‘나’를 보며 가슴을 두근대는 완규, 그의 여덟 살배기 조카 수한,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사는 슈퍼 안주인 조인자 등을 만난다. 유달산의 생명력 넘치는 풍경과 항구도시 사람들의 정겹고 따스한 온기와 부대끼며 ‘나’는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영란’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특히 목포 사람들은 함께 밥을 먹으며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고 북돋는다. 남도의 구수한 사투리에서 배어 나오는 살가운 정감이 ‘나’에게 “포도시”(겨우) 살아갈 힘을 주는가 하면, 객식구인 ‘태숙’에게도 따뜻하고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짜고 낭게 조금만 주소.”
“인자 포도시 이틀째 났는디 못해도 열흘은 배아지가 터지도록 묵어야제…….”
“배 터지면 죽제, 살겄는가?”
“그것은 또 그래요이.”
나지막한 뱃고동 소리, 서걱이는 무화과 잎사귀, 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 그리고 짜고, 포도시, 배아지 같은 말들이 내 밥술에 같이 얹힌다.(p.77)

정섭 또한 목포에서 ‘임자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친구 김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한평생을 살아온 정영술 선생, 지고지순한 청각 장애인인 모란, 딸을 묵묵히 돌보는 모란의 아버지 황진생, “시억시억”해 보이는 진짜 남도 사나이 완규 등을 만난다. 정영술 선생은 정섭에게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로서 정섭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속죄할 수 있도록 이끈다. 목포는 영란뿐 아니라 정섭에게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생명력 넘치는 곳이다. 더불어 영란과 목포 사람들을 통해 「목포의 눈물」, 「장미」, 「아무도 모르라고」, 「비둘기 집」,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홍콩 아가씨」, 빅토르 하라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곡 들이 흘러나오면서 유달산 자락 곳곳이 멋스럽게 물들어 간다.

“……우지 마라, 사랑허는 것은 죄가 아닝게 우지를 마라. 사랑허는 그 심으로 살아가라, 아가.” (……)
“가수는 노래 하나로 세상을 보듬어분단다. 존 것만 취허지 말고 아픈 것도 다아 니 품 안으로 보듬어부러라.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마는 노래도 목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부르는 것잉게. 세상 아픈 것 짠헌 것 다아 보듬어 불면 큰마음이 될 것이다. 큰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듣는 사람들이 그 얼매나 니 노래를 사랑허겄냐. 다들 좋다고 허제 싫다고는 안 헐 것이여.”(p.88)


▣ 깊은 모성, 혈육보다 진한 정(情),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행복과 설렘
장미꽃을 닮은 ‘영란’에게 다시 찾아 온 사랑


완규의 조카인 수한이는 “저 멀리 방파제에서부터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숨을 헐떡이며 내 발 앞에서 멈춰 서”면서도 “정작 안아주려고 하면, 수줍어서 몸을 빼던” 아이이다. “완규 어머니가 감기기 귀찮다고 박박 밀어버린 머리에 솟아난 땀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보고 ‘나’는 그동안 참고 있던 감정이 울컥 솟아오른다. 수한이를 바라보며 해맑았던 아들을 눈앞에 그리는 ‘나’의 마음은 복잡하고 미묘하면서도 설레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목포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 것도 결국 수한이의 해맑은 웃음과 몸 내음 때문이다.

“아줌마, 어디 가요?”
“응, 기차 타고 멀리 갈 거야.”
그 순간, 수한이 내 손을 잡는다. 수업이 시작됐는지,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들어가고 없다. 수한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한다. 놓고 싶지 않은 손을 놓고 학교로 들어가려던 수한이 갑자기 돌아서 달려온다.
“아줌마아!”
“왜애?”
“안 가면 안 돼요?”
아이 목소리에 분명히 울음이 실려 있다.
“아줌마 안 가면 좋겠어?”
“네!”(p.164)

가족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정(情)으로 맺은 ‘사람’으로써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이 이야기는, 인간의 슬픔을 내버려 두지 않고 끝끝내 절망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지칠 줄 모르고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제2, 제3의 가족이 영란을 맞이하고 있다. 공선옥 작가는 슬픔에 잠긴 한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지를 그려내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은 이의 삶은 산산이 부서진 채 고통에 빠지기도 하지만, 행복한 순간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란』을 통해 고통의 바다를 슬프지만 따뜻하게 건너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처음으로, 아이도 아니고 남편도 아닌 누군가가 보고 싶어진 것에 나는 놀랐다. 그는 누구일까. 그 사람이 완규인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수옥이일 수도 있었다. 수한이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영란여관 할머니, 혹은 비금이댁인지도. 아니면, 비금이댁이 길에서 데려온 개, 깐디인지도. 아니면, 아니면, 오래 잊고 있었던 그 사람, 나를 목포에 데려왔던 그 사람, 이정섭인 것 같기도 했다. 생각하면 아려서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더 생각나는 남편과 아이와 엄마와 무정하긴 해도 다정했던 의붓아버지, 의붓오빠도 아닌, 그러니까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는 것이 마치 부드러운 융단에 파묻히는 것처럼 아늑해졌다. 그래서 나는 자꾸자꾸 생각했다. 이 눈 내리는 밤에 또 누가 보고 싶은가. 아, 하루에 한 번을 만나도 하루에 열 번을 만나도 언제나 반가워하는 해정집의 해정이도 있다. 해정집의 해정이처럼 반가워하진 않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무심한 듯, 다정하던 장미미장원의 장미, 내게 맛난 커피를 타주던 완규 아버지, 언제나 시 쓰는 남편과 아들이 못마땅하지만 그 시를 읽어주는 사람을 보고 자랑스러워하던 완규 어머니, 또 누가 있을까.
(pp.203~204)

우리 인생이 슬픔의 퍼즐 조각 맞추기인지도 모른다. 슬픔의 한 조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제 슬픔을 돌아보지 않으려 하고 남의 슬픔을 돌보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슬픔은 정말 꼭 어둡고 괴롭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기만 할까. 혹시 세상이 늘 슬픈 것은 사람들이 슬픔을 외면하기 때문은 아닐까. 제 슬픔이든, 남의 슬픔이든, 슬픔을 외면하려는 시선이 팽배한 시대에 나는 슬픔을 가만히 오래, 깊게 바라보고 싶었다. 슬픔 가득한 시선으로, 고요히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나의 그런 바람을 ‘영란’이 대신 해줄 것이다._《문학웹진 뿔》, 「연재를 시작하며」에서
목차

영란 ‥‥ 7

작가의 말 ‥‥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