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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헤어졌을까

저자/역자
대니얼 핸들러 지음 / 마이라 칼만 그림, 노지양 옮김
펴낸곳
발행년도
2013
형태사항
367p.: 22cm
원서명
Why we broke up
ISBN
9788993928570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1589-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1589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시리즈 작가 대니얼 핸들러가 쓰고
세계적인 실력파 일러스트레이터 마이라 칼만이 그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연.애.소.설

사랑이 끝난 뒤, 집 앞에 버려진 상자 하나
뚜껑이 열리면 청춘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중심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바로 ‘첫사랑’일 것이다. 한동안 많은 이들이 옛 추억에 잠겨 그 기억을 뜯어먹으며 지냈다. 이 영화 때문에 현재의 연인과 다퉜다는 소리도 숱하게 들렸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떠올리며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그렇지만, 지나간 첫사랑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설레고, 아름답다고들 말한다.
여기, 또하나의 아프고 저릿한 ‘첫사랑’의 풋풋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십대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 <우리는 정말 헤어졌을까Why We Broke Up>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시리즈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 대니얼 핸들러가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마이라 칼만이 그림을 그린, 그들의 두번째 공동 작품이다.

# 묘하게 빠져드는, 구체적이면서도 투명한 심리묘사

여기에는 흑백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민 그린’과 학교의 농구스타 ‘에드 슬래터턴’이 등장한다. 둘은 친구 ‘알’의 생일파티에서 만나 보통의 친구들처럼 사랑에 빠졌지만 이내 곧 헤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민’이 ‘에드’의 집 앞에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넣은 커다란 상자를 하나 버리고 가는 장면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에드, 지금부터 너한테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말하려고 해. 이 편지를 다 읽으면 우리 사이에 있었던 진실을 모두 알게 될 거야. 속 시원히 다 털어놓을게. 내가 너를 얼마나 징글징글하게, 미련하게, 속절없이 사랑했었는지 지금부터 다 말해줄게. _본문 7쪽

상자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그들의 결코 길지 않았던 한 달여간의 연애사를 차례로 통과한다. 이 둘은 평범하게 사랑했고, 또한 다투었으며, 그렇고 그런 이유들로 헤어진다. 이토록 지극히 보통인 연애담이 한 권의 의미 있는 소설이 된 데에는 대니얼 핸들러 특유의 섬세하고 유리알 같이 투명한 심리묘사가 크게 작용했다. 이미 청소년 환상문학 <위험한 대결> 시리즈로 전 세계 40여 개국의 청소년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그의 필력은 이번 연애소설을 통해 좀더 현실적이고 농밀한 이야기들로 구현된다.

그렇게 그날은 그냥 그런 평일과 같았어. 점수를 받고 필기를 하고 옷을 입었다가 누군가를 무시했다가. 개구리를 해부해서 사진과 같은지 보는 그런 지겹고 평범한 날. 하지만 밤이 왔어. 밤은 너였어. 드디어 너와 전화할 수 있게 된 거야. 에드, 나의 가장 행복한 것, 내 모든 하루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시간. _본문 88쪽

첫번째로 상자에서 나온 물건은 ‘맥주 병뚜껑’이다. ‘알’의 생일파티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민’은 ‘에드’가 손에 쥐여준 그 병뚜껑 두 개를 소중하게 간직했다. 두번째는 ‘<그레타 인 더 와일드> 영화 티켓’이다. 둘의 첫 데이트는 바로 이 영화를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영화관에서 영화 속 여주인공 로티 카슨을 닮은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그녀 뒤를 따라가고, 소설은 내내 그 발자취의 흐름을 함께한다.

# 본문 속 영화, 감독, 책, 가수, 노래 제목은 모두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창작물

이 소설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민’과 음악을 좋아하는 ‘에드’의 누나 ‘조안’ 덕분에 수많은 영화와 노래 제목들이 열거된다. <이스탄불 리포트> <한밤의 도둑> <자정이 가까워올 때> <콜 미 캡> <세 명의 잃어버린 신부> <재판의 진실> <낮과 밤처럼> <신발 두 켤레> <눈물로 쓴 평결> 등등등…… 미처 모두 거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다. 그것도 제목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시놉시스나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실재하는 것들이 아닌, 모두 저자 대니얼 핸들러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창작된 가상의 것들. 그렇게 해서 두 소년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이어가는 소설의 큰 줄기 속에 다양한 작품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매 페이지마다 새롭게 스며들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여기 있어. 이 종이를 원래대로 접는데 한참 걸리더라. 너의 그 대단한 수학 실력이 이 종이접기에 제대로 발휘된 모양이야. 월요일 아침 로커를 열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이건 마치 종이로 만든 우주선 같더라. 타이 림의 공상과학소설이 영화화된 <언더스탠딩 아워 어스Understanding Our Earth>에서 보면 이런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한 후에 그 안에 있던 첨단무기가 자넷 베이커필드의 척추와 두뇌를 공격해 망가뜨려버리거든. 이게 바로 나한테 이런 효과를 냈어. 종이를 펴서 그 안의 내용을 읽었어. 내 두뇌가 너무 짜릿한 자극을 받아서 활동을 멈춰버리는 것 같더라. _본문 73쪽

‘민’은 ‘에드’와의 모든 순간을 그렇게 끊임없이 적어내려가며 관계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그저 평범하고 지극히 똑같은 하루하루 속의 따분한 일상들의 단면들이 민의 마음을 통과해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것들로 재탄생된다.
에드가 핼러윈 포스터 한 귀퉁이를 찢어 전화번호를 적어준 종잇조각, 식당에 들어갔다 들고 나온 성냥갑, 잠시 시간을 보내러 들어간 선물 가게에서 샀던 핀홀 카메라, 에드의 누나가 부엌에서 꺼내준 해어밴드, 공원에서 옷에 묻혀 들어온 식물의 씨앗, 설탕통을 훔치기 위해 샀던 큼직한 코트, 훔친 설탕통, 튀긴 양파링이 자국이 선명한 행주, 잃어버린 우산, 급한 대로 지도를 그렸던 냅킨, 달걀을 사각형으로 만들던 기계, 달걀로 만든 이글루 사진, 콘돔 포장지 등등…….
이렇게 사소하다 못해 하찮은 물건들까지도 민은 모두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돌려주는 인류연애사상 가장 지질한 방법을 사용하며, “그래서 우리는 헤어진 거겠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 이유들은 헤어진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정말 헤어졌을까.” 아무리 설명해도 설명되지 않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너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네 앞에 와 있다고 해도 모를걸. 부엌 창밖에서 새들이 먹이를 쪼아 먹고 있는데 수프가 담긴 냄비와 그릇들이 살짝 흔들리는 것처럼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오는 거야. 네가 어떤 장면에 어떻게 등장했는지도 몰랐는데 이미 너는 내 영화에, 내 인생에 들어와 있었지. 난 이제 상자를 닫고, 마치 트럭이 멈출 때 매연을 뿜는 것처럼 거친 숨을 헉헉 쉬며 비련의 여인 같은 표정과 몸짓으로 이걸 너의 집 앞에 놓고 간다. _본문 363-364쪽

누구에게나 여물지 못했던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물론 꺼내놓기 불편하고 창피하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의 조금 더 성숙하고 의연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우리는 모두 그런 과정을 겪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손에 들고 있는 동안만큼은 우리는 모두 자연스레 누군가의 ‘민’ 혹은 ‘에드’가 된다. 그렇게 아프고 어설펐던 ‘첫사랑’은 웃음이 피식 새어나오게도 하고 어딘가 멋쩍어 괜히 머리를 긁적이게도 하지만, 이내 아련하게 우리의 마음속을 후벼판다.

대책 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민은 대체로 어설프고 불안정하며 생각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고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답답한 학교와 불만스러운 세상 속에서 그녀를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확실한 존재는 에드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세상은 그녀 자신과 에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민의 이 어색하고 위태로운 모습이 왜 이렇게 익숙한가. 그것은 한때 첫사랑에 빠져 있던 나의 모습과 꼭 닮았기 때문이다. 그처럼 겁없이 감정에 풍덩 빠져 마음껏 허우적거릴 수 있었던 시절은 이후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서 그 사랑의 기억은 부끄러워도 소중하다. _역자 후기, 365쪽

# 세계적인 실력파 일러스트레이터, 마이라 칼만의 감각적인 그림

모든 사물에는 추억이 깃든다. 그 추억이 깃든 물건을 모두 없애버린다고 해서 추억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될까.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물건들은 마이라 칼만의 사실적이면서도 선 굵은 그림으로 등장해 이야기에 강렬함을 더한다.
그녀는 성냥갑, 빗, 병뚜껑 등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사물들을 풍부한 색감과 강한 대비로 그려내 마치 민의 마음속에 남은 영화 스틸 사진처럼 선명하게, 사랑이 불타오르고 난 뒤에 남겨진 잔해처럼, 붉고 강렬한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남기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마지막 핵심 포인트이다.

★ 비하인드 스토리 1 원서를 출간한 리틀브라운 출판사는 Why We Broke Up 프로젝트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유명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연을 공유하고 있다. www.whywebrokeupproject.com

★ 비하인드 스토리 2 헌사의 ‘샬롯’은 대니얼 핸들러와 마이라 칼만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출판 대리인이다. 그녀가 연 파티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 비하인드 스토리 3 대니얼 핸들러는 ‘레모니 스니켓’이라는 필명으로 마이라 칼만과 함께 어린이책 <열세 단어>를 작업했고 그녀와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 이 책을 집필했다.

★ 이 책을 먼저 읽어본 대한민국 청춘들의 한마디

처음 비를 맞았던 순간을 생각해본다. 머리카락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비 맞는 것에 몰두했던 순간. 소설 속 사랑이 비라면 우리는 이 비를 반숙한 달걀이나 소금 같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갑자기 쏟아진 비처럼 시작된 첫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도 모르게 사랑은 시작되고 끝난다. 우리도 그 감정을 함께 이어간다. 이 소설은 인과관계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의 느낌을 보여준다. 태초에 그곳에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_사랑에는 현상된 사진처럼 변하지도 늙지도 않은 ‘그때’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김남숙

첫사랑이란, 나만의 환상과 기대를 상대에게 덧입히는 것이기에 열정이 사그라지면 상대방의 실체가 아닌 나의 진심과 마주하는 잔인한 시간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터널을 온전히 지나온 사람만이 ‘민’처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 첫사랑의 아련함이 흐릿해져버린 30대의 나도 아직 사랑을 배우고 있다. 첫사랑의 시간을 통과하는 이 세상의 모든 ‘민’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그 사랑으로 인해 당신은 더 아름다워졌다고. _사랑을 용기 있게 붙잡고 두려움 없이 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아름

여자들은 연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아마 그런 행동들에서 연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민’은 우리와 닮았다. 사랑이라는 알 수 없는 황홀감에 빠져 연인의 단점도 로맨틱하게 보이고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한다. 헤어진 후에 그가 준 물건을 보며 느끼는 분노까지 너무 닮아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일기에도 적을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대신 말해주는 듯해 괜히 웃음이 났다. _사랑은 청동거울이라 생각하는 강보름

사랑이 끝난 뒤, 상자 하나가 상영되길 기다리는 영화필름처럼 남았다. ‘민’의 상자 속에서 상영된 것은 그들의 사랑만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 나의 첫사랑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도 많은 생각과 감정에 스스로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지난 기억에 숨이 가빴다. 이야기의 끝은 정해져 있고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안에는 다신 없을 것 같은, 너무나도 뜨거웠던 사랑이 있다. _사랑은 클라이맥스로만 구성된 영화라고 생각하는 고희수

나도 내 사랑이 영화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다. 좋아했던 사람과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도, ‘민’처럼 모든 순간에 의미 부여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속절없이 사랑에 흘러들어 설렜고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리는 정말 헤어졌을까. 그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모조리 갖다 버린다고 해서, 마음마저 함께 버려져 모든 게 없던 일이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가도 아니다. 여운이 길다. _사랑은 결과 없이 과정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박성연

‘민’이 간직해온 물건들에 얽힌 사연을 보며 나도 숨겨두었던 사랑의 흔적들을 다시금 되짚어봤다.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둘만의, 3분이 200초인 세상 속에 살다가 나왔다. 그때만큼은 그 소소한 물건들이 내겐 사랑이라는 커다란 나무를 만드는 하나의 씨앗이었기에, 나무보다 더 큰 씨앗이었던 그날의 기억들로 다시 잠시 돌아가게 되었다. _사랑은 잠 못 들게 하는 에너지 드링크와 같다고 생각하는 이은혜

우리는 정말 헤어졌을까.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정말 서로를 잊었을까?’일 것이다.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나를 잊었을까, 혹은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을까. 상대와 나의 감정이 적어도 비기기를 바란다. 책은 연애 뒤의 이런 자질구레한 후유증을 고백하고 있다. 읽다보니 짧게 연애했지만 긴 후유증을 남긴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헤어졌을까? 우리는 정말 서로를 잊었을까? 우리의 감정은 비겼을까? _사랑은 무승부라고 생각하는 신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