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왕의 여인)어을우동: 김경민 장편소설
- 저자/역자
- 김경민 지음
- 펴낸곳
- 테라스북
- 발행년도
- 2011
- 형태사항
- 527p.; 20cm
- ISBN
- 9788994300108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3.6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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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096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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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0963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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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카페
책 소개
폐비 윤씨, 인수대비, 한명회, 성종…… 그리고 왕의 여인, 어을우동.
그들의 사욕과 사모의 혼돈 속에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숨은 언약이 잔혹하게 피어나다!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에서조차도 완전히 사라진 여인, 어우동.
이 여인네는 이제 이름도 성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사초를 작성하던 사관의 붓끝으로 홀연히 나타나 무수한 사내들과 방탕했던 기록만을 남긴 채, 또다시 먼 길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11월 13일, 그녀는 종부시(宗簿寺)의 주청으로 선원록에서도 영원히 사라진다.
이 여인네는 왜 기생이 되지 못했을까. 아니, 되지 않았을까. 끓어오르는 육욕을 참지 못했다면 창기라도 될 것을 말이다. 어리석지 않았을 사대부의 여식으로 선원록에까지 올랐던 그녀 어을우동. 그녀는 정4품 혜인(惠人)의 작위까지 받은 왕실의 종친녀였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성종 7년(1476년) 9월 5일 실록에 따르면, 그녀는 남편 태강수 이동에 의하여 쫓겨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의 내용인 즉,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이 여기(女妓) 연경비(燕輕飛)를 매우 사랑하여 그 아내 박씨(朴氏)를 버렸습니다. 대저 종친으로서 첩(妾)을 사랑하다가, 아내의 허물을 들추어 제멋대로 버려서 이별하는데, 한편 그 단서가 열리면 폐단의 근원을 막기 어렵습니다. 청컨대 박씨와 다시 결합하게 하고, 동(仝)의 죄는 성상께서 재결(裁決)하소서.” 하였다. 그러나 임금은 이동의 고신(告身)만을 거두었다가 석 달 뒤 다시금 돌려주었다. 이 사건은 여기서 짧게 끝이 난다. 소소한 간통 사건도 기록되었던 실록, 그러나 왜 소문처럼 그녀가 은장이와 정을 통해 쫓겨났었다는 기록은 없는 것일까. 그로부터 5년 뒤, 갑작스레 그녀는 풍기문란을 이유로 의금부에 갇히고, 또다시 5개월을 지나 참형에 처해진다. 왕은 죽음의 길(죄인)에서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건만,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한데 어찌하여 법 밖의 법을 사용하여 그녀를 죽였을까. 간통죄 하나만으로 참형에까지 이른 이는 어우동뿐이었다. 어우동이 교대부시를 당하고 그녀와 정을 통했던 종친 이기(李驥)와 이난(李瀾)도 성종에 의하며 결국 풀려난다. 실제 이 사건의 기록이 맞다 하면 연약한 아녀자를, 대신들이 말림에도 불구하고 굳이 죽여야 했던 성종의 진실은 무엇일까? 화간은 서로가 원하여 이뤄지는 관계이다. 성종은 어째서 그녀와 간통한 자들을 한차례 국문도 없이 쉽게 풀어주었으며, 저승길 동무도 없이 쓸쓸히 그녀만을 보냈던 걸까. 사건의 진실은 기록이 아닌, 그때의 하늘과 바람만이 알 것이다.
* 등장인물
박동희(어우동, 20대) - 태어나서는 어버이의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원했고, 출가하여 지아비와 시부모의 귀중한 마음을 원하였으며, 슬하 자녀의 귀중함을 원했던 여린 여자다. 명석한 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으로 바보 같은 여자다. 사람을 의심할 줄도, 의심도 모르다. 정도 많고 사랑도 많다. 기다림도 자신의 숙명이라 여기는 여자이기도 하다. 자신을 음해하려 하는 사람인데도 철석같이 믿는 어리석은 여자다. 하지만 마냥 어리석다고만 할 수도 없는 여인이다.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제 살을 깎아 내서라도 행동에 옮기는 여자다. 그것이 한 번 믿음을 주고 사모를 준 이라면 목숨까지 내어놓을 만큼 지고지순한 여자다. 바보라고 해도 좋다. 천치라고 해도 좋다. 내 목숨 걸어 정인이 편하다면, 내 정인이 숨을 쉰다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여자다. 그리고 끝내 목숨을 내어놓은 여자이기도 하다. 정인이 아파할까, 끝내 자신의 주검에 악몽으로 남을까, 죽음의 길에서도 정인을 위해 웃고 있는 여자이다.
청풍(성종, 20~30대) - 청풍(靑風), 말 그대로 ‘푸른 바람’이다. 또한 나라의 군왕이기도 하다. 백성을 귀히 여기며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 궐 안에서는 근엄한 왕이나 한 여자 앞에서는 유순하고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한 사내이다. 그 여인 앞에서는 임금이 아니라, 만백성의 아비도 아니라, 그저 민가의 사내고픈 남자이다. 우연치 않게 미행을 나간 밤, 태강수 이동의 집에서 동희(어우동)를 처음 보고는 연민을 느끼나 제 것이 아니기에 마음을 다잡을 줄도 아는 사내이다. 어우동과 벗을 맺고, 사내로서 여인네에게로 자연스레 가는 욕정을 참아 내며 지킬 줄도 아는 멋진 사내이다. 임금이란 신분을 속이며 어우동을 대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가슴 저미던 사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인해, 자신을 위해 애써 밀어낸 어우동을 알면서도 사내이기에 참아 내지 못했던 집착, 그것이 음모로 인해 그런 줄 알면서도 끝끝내 제 것이길 바랐던 한 여인을 자신의 손으로 처형하고 마는 사내다. 질투로 인해 눈이 뒤집힌 채 진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사모했던 제 정인을 처형하고 돌아서며 눈물로 후회하는 남자.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자던 그 정인을 죽이고 돌아서며 이생이 아닌 다음 생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남자다. 이 남자의 처지가 그렇다.
갑상(20~30대) - 아비는 양반이나 어미가 천민 출신으로 태어난 사내. 조선시대 서얼금고법으로 인해 제아무리 담대하고 학문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벼슬도 하지 못하는 처지다. 집을 뛰쳐나와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가진 손재주로 은장이 밑에 들어간다. 동희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평생 마음에 둔 순정파이기도 하다. 동희가 출가를 하고도 그녀를 말없이 지켜보는 사내이다. 평생을 지켜 주겠노라 고백을 하지만 거절당하고야 마는 남자. 그럼에도 끝까지 그녀를 지키며 도움을 주는 남자이다. 제 아이가 아님을 알면서도 어우동이 낳은 계집아이 ‘번좌’를 데리고 떠나는 남자이다. 어우동의 처지를 알기에, 계집아이의 운명을 알기에, 사모하는 여인에 대한 마음을 대신해 번좌를 홀로 키우는 사내이다.
연이(20대) - 어우동의 계집종. 호들갑스럽고 방정맞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는 아이. 인물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집은 가지 않고 끝끝내 동희(어우동)를 지키는 충실한 계집종이다. 갑상을 짝사랑하지만 갑상의 마음이 어우동에게 있는 것을 알면서 가슴앓이를 한다. 태강수 이동에게 쫓겨난 후 힘들게 삯바느질을 하는 어우동이 안쓰러워 어우동을 넘보는 사내들로부터 연을 대겠다면서 이것저것 받아 챙겨 우환을 만들기도 한다. 훗날, 어우동이 계집아이를 낳은 후 갑상으로부터 함께 도망가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갑상이 아비가 되고, 자신은 어미가 되는 것, 즉 부부가 될 수 있다는 소리에 혹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어우동의 걱정으로 돌아오고 마는 심성 고운 아이기도 하다.
경(20대) - 성종의 그림자 무사. 이 사내의 이름을 알거나 존재를 아는 이는 몇 없다. 성종이 미행을 나가면 홀연히 나타나 또 홀연히 사라진다. 성종과는 끈끈한 우애를 나눈 인물이다. 사람들의 음모와 오해로 인해 멀어진 어우동과 성종의 사이에 간혹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내는 모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함구할 줄도 안다. 성종과 어우동의 엇나가는 사랑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인물이다. 마지막, 성종을 대신해 어우동의 시신을 수습한다.
태강수 이동(20대) - 어우동의 남편. 기생에게 빠져 정실과의 첫날밤도 치르지 않는 사내이다. 어찌 보면 대단한 순정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성격이 급하고 귀가 얇다. 기생 연경비의 음모로 어우동을 내치는 비정한 사내이기도 하다.
연경비(20대) - 욕심 많은 기생. 후린 사내가 태강수 이동 하나뿐만이 아니다. 정실 자리를 넘보며 어떻게 해서든 어우동을 쫓아내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인물이다.
폐비 윤씨(30대 후반) - 연산군의 생모. 성종보다는 12살 위인 후궁이었으나 공혜왕후 한씨가 졸한 후,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처음 그녀는 검소하고 성품 또한 어진 여자였다. 그러나 국모의 자리는 뼈를 깎는 고통의 자리임을 알았어야 하는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질투에 눈이 멀어 후궁을 음해하고, 왕의 용안에 손톱자국을 내 국모의 자리에서 내쳐지는 여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한 여자에게만은 내어주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사내 성종. 어우동을 끝내 죽음의 자리로 내몬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어우동이 죽은 후 인수대비에 의해 사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부부인 신씨 - 폐비 윤씨의 어미. 여식을 위해서라면, 중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어미이다. 성종을 미행하고 어우동의 존재를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인수대비(40대~) - 성종의 생모. 남편은 의경세자(덕종)로, 20세에 요절했다. 아들 성종이 보위에 오르자 실권을 장악한 여인이기도 하다. 중전이었던 윤씨의 폐위 사건에 앞장선 인물로, 폐비 윤씨에게 사약까지 받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폐비 윤씨가 중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내 그녀를 무시하고 괴롭힌다. 오히려 귀인 정씨와 엄씨 등을 어여삐 여겨 폐비 윤씨의 자존심을 건드리기가 일쑤다.
한명회(60대~) - 성종의 장인. 성종의 첫 번째 비였던 공혜왕후 한씨의 아비이다. 욕심 많은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자식 복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식이 둘 있었는데, 두 여식 모두 국모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자매가 모두 요절하여 한 많은 늙은이기도 하다.
예종이 승하하자 왕실의 장손인 월산대군을 두고 정희왕후와 결탁하여 자신의 사위인 성종을 왕위에 앉힌 인물이다. 정사에 많은 관여를 하였으며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를 폐위시키는 일에도 인수대비와 앞장선다.
공혜왕후 한씨(18세) - 한명회의 여식이자 성종의 첫 번째 비. 이 여인도 참 딱한 여자이다. 지아비의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후사도 없이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여인이다. 당시 후궁으로 총애를 받던 폐비 윤씨의 당의까지 스스로 지어 줄 만큼 어질고 어진 여자이다.
귀인 엄씨, 정씨(20대 후반) - 성종의 후궁. 두 여인 모두 성종의 총애를 받아 오만방자한 인물이기도 하다. 폐비 윤씨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의 사이를 갈라놓은 인물들이다. 눈치가 빠르고 계산도 빠르다.
김계창(50~60대) - 도승지로 어우동의 죽음에 크게 관여한 인물. 눈치가 빨라 임금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렸고, 그 뜻을 밀고 나감에도 오로지 왕의 뜻을 좇은 인물이다.
방산수 이난(30대~40대) - 청풍을 닮은, 개구쟁이로 나오는 호방한 인물로서 왕실의 종친. 어우동과 친분을 쌓기 위해 담장 너머로 돌을 던져 장독을 깨고선 하루하루 장 한 바가지를 나르며 연을 쌓아가는 인물. 농도 잘하며 어우동과는 벗처럼 오누이처럼 시화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한량이다. 어우동을 마음에 두지만 감히 다가서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난 역시 어우동을 지켜 주는 인물 중 하나이다.
수산수 이기(30대~40대) - 왕실의 종친으로 대범하지 못한 소심한 인물. 그러나 마음은 따뜻한 인물이다. 폐비 윤씨와 부부인 신씨의 소문으로 어우동을 알게 되고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스친 어우동의 미모에 반해 찾아든다. 그러나 여인을 범해 제 것으로 만들 만큼 대법한 인물은 아니다. 어우동의 마음에 다른 정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물러나 버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감의형(20대~) - 어우동과 잠시 정을 나눈 사내. 성종이 떠난 자리를 잠시 대신해 준 사내이기도 하다. 끝내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어우동에게 버려지는 사내이기도 하다.
박윤창 - 어우동의 아비. 자신의 부인인 정씨의 소문으로 인해 여식까지 매몰차게 쫓아내는 비정한 아비다.
정씨 - 어우동의 어미. 음탕하다는 이유로 박윤창에게 쫓겨난 인물이다. 어우동이 시댁에서 쫓겨나게 된 이유 중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외, 이방원, 오종련, 감의형, 이극배, 홍응, 한계희 등 유생들과 서리, 대신들.
그들의 사욕과 사모의 혼돈 속에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숨은 언약이 잔혹하게 피어나다!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에서조차도 완전히 사라진 여인, 어우동.
이 여인네는 이제 이름도 성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사초를 작성하던 사관의 붓끝으로 홀연히 나타나 무수한 사내들과 방탕했던 기록만을 남긴 채, 또다시 먼 길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11월 13일, 그녀는 종부시(宗簿寺)의 주청으로 선원록에서도 영원히 사라진다.
이 여인네는 왜 기생이 되지 못했을까. 아니, 되지 않았을까. 끓어오르는 육욕을 참지 못했다면 창기라도 될 것을 말이다. 어리석지 않았을 사대부의 여식으로 선원록에까지 올랐던 그녀 어을우동. 그녀는 정4품 혜인(惠人)의 작위까지 받은 왕실의 종친녀였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성종 7년(1476년) 9월 5일 실록에 따르면, 그녀는 남편 태강수 이동에 의하여 쫓겨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의 내용인 즉,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이 여기(女妓) 연경비(燕輕飛)를 매우 사랑하여 그 아내 박씨(朴氏)를 버렸습니다. 대저 종친으로서 첩(妾)을 사랑하다가, 아내의 허물을 들추어 제멋대로 버려서 이별하는데, 한편 그 단서가 열리면 폐단의 근원을 막기 어렵습니다. 청컨대 박씨와 다시 결합하게 하고, 동(仝)의 죄는 성상께서 재결(裁決)하소서.” 하였다. 그러나 임금은 이동의 고신(告身)만을 거두었다가 석 달 뒤 다시금 돌려주었다. 이 사건은 여기서 짧게 끝이 난다. 소소한 간통 사건도 기록되었던 실록, 그러나 왜 소문처럼 그녀가 은장이와 정을 통해 쫓겨났었다는 기록은 없는 것일까. 그로부터 5년 뒤, 갑작스레 그녀는 풍기문란을 이유로 의금부에 갇히고, 또다시 5개월을 지나 참형에 처해진다. 왕은 죽음의 길(죄인)에서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건만,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한데 어찌하여 법 밖의 법을 사용하여 그녀를 죽였을까. 간통죄 하나만으로 참형에까지 이른 이는 어우동뿐이었다. 어우동이 교대부시를 당하고 그녀와 정을 통했던 종친 이기(李驥)와 이난(李瀾)도 성종에 의하며 결국 풀려난다. 실제 이 사건의 기록이 맞다 하면 연약한 아녀자를, 대신들이 말림에도 불구하고 굳이 죽여야 했던 성종의 진실은 무엇일까? 화간은 서로가 원하여 이뤄지는 관계이다. 성종은 어째서 그녀와 간통한 자들을 한차례 국문도 없이 쉽게 풀어주었으며, 저승길 동무도 없이 쓸쓸히 그녀만을 보냈던 걸까. 사건의 진실은 기록이 아닌, 그때의 하늘과 바람만이 알 것이다.
* 등장인물
박동희(어우동, 20대) - 태어나서는 어버이의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원했고, 출가하여 지아비와 시부모의 귀중한 마음을 원하였으며, 슬하 자녀의 귀중함을 원했던 여린 여자다. 명석한 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으로 바보 같은 여자다. 사람을 의심할 줄도, 의심도 모르다. 정도 많고 사랑도 많다. 기다림도 자신의 숙명이라 여기는 여자이기도 하다. 자신을 음해하려 하는 사람인데도 철석같이 믿는 어리석은 여자다. 하지만 마냥 어리석다고만 할 수도 없는 여인이다.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제 살을 깎아 내서라도 행동에 옮기는 여자다. 그것이 한 번 믿음을 주고 사모를 준 이라면 목숨까지 내어놓을 만큼 지고지순한 여자다. 바보라고 해도 좋다. 천치라고 해도 좋다. 내 목숨 걸어 정인이 편하다면, 내 정인이 숨을 쉰다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여자다. 그리고 끝내 목숨을 내어놓은 여자이기도 하다. 정인이 아파할까, 끝내 자신의 주검에 악몽으로 남을까, 죽음의 길에서도 정인을 위해 웃고 있는 여자이다.
청풍(성종, 20~30대) - 청풍(靑風), 말 그대로 ‘푸른 바람’이다. 또한 나라의 군왕이기도 하다. 백성을 귀히 여기며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 궐 안에서는 근엄한 왕이나 한 여자 앞에서는 유순하고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한 사내이다. 그 여인 앞에서는 임금이 아니라, 만백성의 아비도 아니라, 그저 민가의 사내고픈 남자이다. 우연치 않게 미행을 나간 밤, 태강수 이동의 집에서 동희(어우동)를 처음 보고는 연민을 느끼나 제 것이 아니기에 마음을 다잡을 줄도 아는 사내이다. 어우동과 벗을 맺고, 사내로서 여인네에게로 자연스레 가는 욕정을 참아 내며 지킬 줄도 아는 멋진 사내이다. 임금이란 신분을 속이며 어우동을 대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가슴 저미던 사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인해, 자신을 위해 애써 밀어낸 어우동을 알면서도 사내이기에 참아 내지 못했던 집착, 그것이 음모로 인해 그런 줄 알면서도 끝끝내 제 것이길 바랐던 한 여인을 자신의 손으로 처형하고 마는 사내다. 질투로 인해 눈이 뒤집힌 채 진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사모했던 제 정인을 처형하고 돌아서며 눈물로 후회하는 남자.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자던 그 정인을 죽이고 돌아서며 이생이 아닌 다음 생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남자다. 이 남자의 처지가 그렇다.
갑상(20~30대) - 아비는 양반이나 어미가 천민 출신으로 태어난 사내. 조선시대 서얼금고법으로 인해 제아무리 담대하고 학문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벼슬도 하지 못하는 처지다. 집을 뛰쳐나와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가진 손재주로 은장이 밑에 들어간다. 동희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평생 마음에 둔 순정파이기도 하다. 동희가 출가를 하고도 그녀를 말없이 지켜보는 사내이다. 평생을 지켜 주겠노라 고백을 하지만 거절당하고야 마는 남자. 그럼에도 끝까지 그녀를 지키며 도움을 주는 남자이다. 제 아이가 아님을 알면서도 어우동이 낳은 계집아이 ‘번좌’를 데리고 떠나는 남자이다. 어우동의 처지를 알기에, 계집아이의 운명을 알기에, 사모하는 여인에 대한 마음을 대신해 번좌를 홀로 키우는 사내이다.
연이(20대) - 어우동의 계집종. 호들갑스럽고 방정맞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는 아이. 인물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집은 가지 않고 끝끝내 동희(어우동)를 지키는 충실한 계집종이다. 갑상을 짝사랑하지만 갑상의 마음이 어우동에게 있는 것을 알면서 가슴앓이를 한다. 태강수 이동에게 쫓겨난 후 힘들게 삯바느질을 하는 어우동이 안쓰러워 어우동을 넘보는 사내들로부터 연을 대겠다면서 이것저것 받아 챙겨 우환을 만들기도 한다. 훗날, 어우동이 계집아이를 낳은 후 갑상으로부터 함께 도망가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갑상이 아비가 되고, 자신은 어미가 되는 것, 즉 부부가 될 수 있다는 소리에 혹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어우동의 걱정으로 돌아오고 마는 심성 고운 아이기도 하다.
경(20대) - 성종의 그림자 무사. 이 사내의 이름을 알거나 존재를 아는 이는 몇 없다. 성종이 미행을 나가면 홀연히 나타나 또 홀연히 사라진다. 성종과는 끈끈한 우애를 나눈 인물이다. 사람들의 음모와 오해로 인해 멀어진 어우동과 성종의 사이에 간혹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내는 모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함구할 줄도 안다. 성종과 어우동의 엇나가는 사랑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인물이다. 마지막, 성종을 대신해 어우동의 시신을 수습한다.
태강수 이동(20대) - 어우동의 남편. 기생에게 빠져 정실과의 첫날밤도 치르지 않는 사내이다. 어찌 보면 대단한 순정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성격이 급하고 귀가 얇다. 기생 연경비의 음모로 어우동을 내치는 비정한 사내이기도 하다.
연경비(20대) - 욕심 많은 기생. 후린 사내가 태강수 이동 하나뿐만이 아니다. 정실 자리를 넘보며 어떻게 해서든 어우동을 쫓아내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인물이다.
폐비 윤씨(30대 후반) - 연산군의 생모. 성종보다는 12살 위인 후궁이었으나 공혜왕후 한씨가 졸한 후,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처음 그녀는 검소하고 성품 또한 어진 여자였다. 그러나 국모의 자리는 뼈를 깎는 고통의 자리임을 알았어야 하는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질투에 눈이 멀어 후궁을 음해하고, 왕의 용안에 손톱자국을 내 국모의 자리에서 내쳐지는 여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한 여자에게만은 내어주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사내 성종. 어우동을 끝내 죽음의 자리로 내몬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어우동이 죽은 후 인수대비에 의해 사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부부인 신씨 - 폐비 윤씨의 어미. 여식을 위해서라면, 중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어미이다. 성종을 미행하고 어우동의 존재를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인수대비(40대~) - 성종의 생모. 남편은 의경세자(덕종)로, 20세에 요절했다. 아들 성종이 보위에 오르자 실권을 장악한 여인이기도 하다. 중전이었던 윤씨의 폐위 사건에 앞장선 인물로, 폐비 윤씨에게 사약까지 받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폐비 윤씨가 중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내 그녀를 무시하고 괴롭힌다. 오히려 귀인 정씨와 엄씨 등을 어여삐 여겨 폐비 윤씨의 자존심을 건드리기가 일쑤다.
한명회(60대~) - 성종의 장인. 성종의 첫 번째 비였던 공혜왕후 한씨의 아비이다. 욕심 많은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자식 복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식이 둘 있었는데, 두 여식 모두 국모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자매가 모두 요절하여 한 많은 늙은이기도 하다.
예종이 승하하자 왕실의 장손인 월산대군을 두고 정희왕후와 결탁하여 자신의 사위인 성종을 왕위에 앉힌 인물이다. 정사에 많은 관여를 하였으며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를 폐위시키는 일에도 인수대비와 앞장선다.
공혜왕후 한씨(18세) - 한명회의 여식이자 성종의 첫 번째 비. 이 여인도 참 딱한 여자이다. 지아비의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후사도 없이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여인이다. 당시 후궁으로 총애를 받던 폐비 윤씨의 당의까지 스스로 지어 줄 만큼 어질고 어진 여자이다.
귀인 엄씨, 정씨(20대 후반) - 성종의 후궁. 두 여인 모두 성종의 총애를 받아 오만방자한 인물이기도 하다. 폐비 윤씨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의 사이를 갈라놓은 인물들이다. 눈치가 빠르고 계산도 빠르다.
김계창(50~60대) - 도승지로 어우동의 죽음에 크게 관여한 인물. 눈치가 빨라 임금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렸고, 그 뜻을 밀고 나감에도 오로지 왕의 뜻을 좇은 인물이다.
방산수 이난(30대~40대) - 청풍을 닮은, 개구쟁이로 나오는 호방한 인물로서 왕실의 종친. 어우동과 친분을 쌓기 위해 담장 너머로 돌을 던져 장독을 깨고선 하루하루 장 한 바가지를 나르며 연을 쌓아가는 인물. 농도 잘하며 어우동과는 벗처럼 오누이처럼 시화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한량이다. 어우동을 마음에 두지만 감히 다가서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난 역시 어우동을 지켜 주는 인물 중 하나이다.
수산수 이기(30대~40대) - 왕실의 종친으로 대범하지 못한 소심한 인물. 그러나 마음은 따뜻한 인물이다. 폐비 윤씨와 부부인 신씨의 소문으로 어우동을 알게 되고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스친 어우동의 미모에 반해 찾아든다. 그러나 여인을 범해 제 것으로 만들 만큼 대법한 인물은 아니다. 어우동의 마음에 다른 정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물러나 버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감의형(20대~) - 어우동과 잠시 정을 나눈 사내. 성종이 떠난 자리를 잠시 대신해 준 사내이기도 하다. 끝내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어우동에게 버려지는 사내이기도 하다.
박윤창 - 어우동의 아비. 자신의 부인인 정씨의 소문으로 인해 여식까지 매몰차게 쫓아내는 비정한 아비다.
정씨 - 어우동의 어미. 음탕하다는 이유로 박윤창에게 쫓겨난 인물이다. 어우동이 시댁에서 쫓겨나게 된 이유 중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외, 이방원, 오종련, 감의형, 이극배, 홍응, 한계희 등 유생들과 서리, 대신들.
목차
1부 왕의 여자
제1장 동희(凍凞)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제2장 꽃이 꽃가마를 타고 가니
제3장 매화 송이가 파란(波瀾)에 떨어지다
제4장 나는 이제 없는 사람이니, 어찌 내가 동희랴
제5장 용(龍)이 꽃을 품고, 꽃이 용(龍)을 안으니
제6장 왕(王)의 여자
제7장 비익조(比翼鳥)의 날개가 꺾이고
2부 장한가
제8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제9장 장한가(長恨歌)
제10장 무화과 열매
제11장 누구를 위한 사모곡이란 말인가
제12장 부여회고(扶餘懷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