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저자/역자
- 남궁인 [외]지음
- 펴낸곳
- 문학동네
- 발행년도
- 2024
- 형태사항
- 268 p. : 20 cm
- ISBN
- 9791141600143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3.6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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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806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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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8060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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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카페
책 소개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것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지방 방송국에 공채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로 계약되어 일하는 아나운서 ‘지민’의 하루 일과 이야기. 아침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매일 새벽같이 기상해 열심히 일하지만 직장에서 받는 월급보다 각종 행사로 버는 부수입이 더 높은 여성 아나운서의 삶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지민은 팬들의 응원과 관심에 기쁨을 느끼고 그것에서 일할 이유를 찾는다. 더 젊은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점차 일거리를 내주고, 꾸려나가던 방송 프로그램이 폐지되어도 막을 길이 없고, 퇴근 후에도 SNS 활동을 하며 자기 자신을 홍보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을 그리는 이 단편은 TV에 드러나 보이지 않는 방송인들의 낯선 면모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친구들도 모두 열심히 살고 있었다. 부지런히 뉴스를 진행하고 방송을 맡고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인들을 챙겼다. 부지런히 헤어를 고정하고 메이크업을 받고 잠들기 전 내일 의상을 고민하고 인스타를 업데이트했다. 영원한 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35~36쪽)
손원평, 「피아노」
어렵게 구한 자가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던 ‘혜심’. 여생을 보내고 싶은 집을 찾은 그녀는 갈아타기를 시도하다가 부동산 시장의 농간으로 자가였던 공부방에 세입자로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분노한 혜심은 공부방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고, 중고 거래로 세간을 처분하며 이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공부방에 들였던 피아노만큼은 팔기를 망설였지만, 피아노는 팔리지도 않아 결국 폐기물로 처리되어 버려진다. 그런데 어느 날 혜심은 중고 거래 앱에 들어갔다가 자신이 버린 피아노가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피아노 판매자의 집으로 찾아간 혜심은 그 집에서 자신을 많이 따르던 아이 ‘준용’을 마주한다.
공부방에 피아노를 들인 건 혜심의 허영심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일을 낭만으로 여기고 열정이 돈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 공부방에 공부를 하러 온 아이들도 휴식 시간에 잠깐 피아노를 친다면, 그렇게 아이들의 선율이 공부방을 채운다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 들였던 피아노였다.
(……) 혜심은 계속해서 피아노를 가져갈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결국 돈을 내고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었지만 이왕이면 돈을 받고 버리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이 피아노에 담았던 순수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44~46쪽)
이정연, 「등대」
복어 전문점에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전 직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된 ‘설희’는 유심히 보아둔 복어 전문점에 수습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홀과 주방을 오가는 동안 설희는 복어의 독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배운다.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직접 손님을 맞아 서빙을 하게 된 설희는 복어 전문점의 은밀한 룸들이 불법적인 거래를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설희가 억울하게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식당 직원들은 과연 궁지에 몰린 설희를 보호해줄까? 설희는 전 직장에서 겪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룸에서 복어 독을 얻을 방법을 재빠르게 살핀다.
조리실 앞에 음식 카트 넉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설희는 빈 카트를 내려다보며 앞날을 그렸다. 발음하기 어려운 테트로도톡신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느니 화를 뿜어내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안전할지 모르지. 위험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설희는 복어 독으로 사망에 이른 사고들을 곱씹으며 더이상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휘둘려 누명을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 잠깐 자신을 구석으로 몬 사람들에게 테트로도톡신을 먹인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졌다.(78쪽)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체의 본사 영업부에서 일하는 ‘진영’은 본사의 입맛에 맞게 가맹점주를 다뤄나가야 한다. 전혀 잘될 것 같지 않은 입지에 들어선 새 점포를 관리하며 진영은 점주 ‘선영’과 조금씩 교류해나간다. 진영의 눈에 선영은 바보 같고 물정을 모르는 등쳐먹기 좋은 인간이다. 진영은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선영을 구슬리고 압박하면서도 내심 찝찝함을 느낀다. 영업부 회식 날, 본부장은 화장품 가게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일이 많지 않아 점주의 불만이 많은 것 같다는 농담을 하고, 주위에 앉은 직원들은 그 농담에 웃는다. 하지만 점주에 대한 배려 없이 철저히 본사의 이익만을 위해 일해야 했던 진영은 그 말에 웃지 않는다.
매뉴얼엔 손님을 어떻게 맞을지만 나와 있다. 회원번호가 없는 상황엔, 피부를 보면서 제품을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장사는 그런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주들의 하소연을 듣다보면, 언제나 매뉴얼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가 혹시 술집이냐고 묻는 주정뱅이가 들어오고, 누군가 매일 새벽에 컵라면을 먹고 문 앞에 놓고 가서 점포 오픈할 때마다 쓰레기를 발견하고, 담배를 꼭 그 앞에서만 피우는 무리가 있고, 정말 저 포스터 모델이 이 브랜드 쓸 것 같냐면서 빈정대는 손님을 마주하거나 테스터 제품 대신 포장이 뜯긴 제품을 뒤늦게 발견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118~119쪽)
정아은, 「두 친구」
남편이 직장을 잃는 바람에 졸지에 가장이 되어 간호조무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현’은 병동에서 환자들의 잔심부름까지 하고, 간호사들의 눈치를 보고 때로는 혼나기도 하면서 돈을 버는 중이다. 어느 날 신경질적인 환자를 만난 지현은 그 환자가 자신의 중학교 동창 ‘승미’임을 눈치챈다. 예전부터 승미는 사람을 끄는 에너지를 발산해왔고, 지현은 그 에너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승미와 멀어졌었다.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승미는 겉으로는 여전히 화려해 보이지만 비참한 일들도 겪고 있는 듯 보인다. 지현은 병동에서 일하며 승미의 여러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승미가 퇴원한 후, 승미의 삶에 닥친 불행의 실체를 인터넷 기사로 확인하게 된다.
병실 내 다른 환자들과 먹거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것은 고통과 충격에 쩌들었던 환자가 안정을 찾았다는 징표다. 지현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은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구나 싶어 뭉클해졌지만, 한편으론 시샘이 일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프고 약해진 상태로 오지만, 일정 기간을 감내한 뒤에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이들은 진정한 병원의 주인이 아닌가. 스무 명이 넘는 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늘 쫓기듯 뛰어다녀야 하는 자신과는 처지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144쪽)
천현우, 「빌런」
20대 남자의 지극히 현실적인 삶이 그려진 단편. 삼수생 백수 ‘도지윤’은 평생 까먹을 돈을 만들기 위해 코인 투자를 하다가 사기당해 빚만 떠안게 된다.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와 투자자들의 단톡방을 들락거리던 도지윤은 또다른 피해자로부터 물류센터 알바를 같이 하자고 제의받고 일용직을 시작한다. 물류센터의 입장 절차와 업무의 세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어느 날 명문대 출신이라는 알바생이 들어와 직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더니 쉬운 업무만 배정받는 등 특혜를 누린다. 아르바이트 갤러리에는 그 명문대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다른 직원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온다. 도지윤은 그 명문대생을 뒷조사한 끝에 어떤 비밀을 발견하고, 명문대생의 코를 조용히 눌러줄 생각에 들뜬다.
할일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복층 진열대에 쌓인 박스를 뜯어 물품을 카트에 쌓고 지정된 장소까지 가져다주면 끝. 작업자들은 각자 두꺼운 스마트폰처럼 생긴 단말기를 받았는데, 그저 이 기계가 시키는 대로 일하면 됐다. 정말 문자 그대로의 단순노동이어서 처음엔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슬슬 어깨며 다리가 쑤실 때쯤, 도지윤은 단말기를 확인하고 기겁했다. 고작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 도지윤은 느릿느릿 짐을 쌓다가 이따금 들려오는 독촉 방송에 서둘러 달음질하길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이 초단순 노동은 그저 시간과 돈을 상호 교환하는 작업이며, 고통은 행동하는 육신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정신의 몫이었다.(168쪽)
최유안, 「쓸모 있는 삶」
프리랜서 통역가로 일하는 ‘나’는 한국의 출산율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런던 방송국의 취재를 보조하는 ‘현지 코디네이터’ 업무 제안을 받는다. 문장의 의미에 몰두하고 그 안에 담긴 뜻을 다른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기쁨을 즐겼던 ‘나’는 다큐 팀 사람들의 매니저 역할까지 맡아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 날, 다큐 감독이 본인의 입맛대로 취재 내용을 각색하고 있음을 알게 된 ‘나’는 감독에게 화를 내고, 다큐 제작 일에는 더이상 마음을 쏟지 않기로 한다. 한참 뒤 감독이 보내온 다큐멘터리 완성본을 무심코 틀어본 ‘나’는 놀랍게도 그 방송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한다.
나는 내가 일의 경계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 의식을 망각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부끄러움에서 시작한 내 감정은 차츰 화에 가까워졌다. 발화자와 수신자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일 뿐인 내가, 말을 전하고 이어붙이는 역할을 할 뿐인 내가, 대체 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가. 픽션이냐니. 나는 스스로에게 방금 뱉은 문장이 무슨 말인지나 아느냐고, 선을 지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저들이 전문가의 말을 내걸든 말든, 전문가가 한국이 망해간다고 하든 말든, 한국이 진짜로 망하든 말든,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204~205쪽)
한은형, 「식물성 관상」
위워크에서 식물 관리 알바를 하던 ‘민지’는 비건 식당 세 군데를 운영하는 ‘보이사’의 눈에 띈다. 보이사가 좋게 본 것은 다름아닌 민지가 지닌 분위기. 건강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민지가 식당에서 식물을 키우는 모습 자체를 비건 식당의 이미지로 확립하고 싶어한 것이다. 민지는 보이사에게 일을 배우며 매니저로 성장한다. 그러나 매니저로서 보이사의 경영 방침을 따라가기는 벅차다. ‘코즈모폴리스’를 지향하며 알바생은 전원 외국인으로 뽑고, 알바 자리에 ‘잘생긴 흑인 TO’가 있고, 알바생이 머물 셰어하우스로 보이사 소유의 건물을 지정해 급료 중 반절을 월세로 되돌려받는 등, 보이사는 ‘PC함’을 이용하는 탁월한 사업가이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다. 보이사의 말에 더는 따를 수 없는 마음이 될 때, 민지에게는 어떤 현실이 닥쳐오게 될까.
“패션 비건이 뭐? 꼭 진정성 있는 비건만 있어야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어? 아니다, 진정성이라는 건 낡은 가치야. 진정성 없는 게 이 시대의 진정성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상주의는 다 망했어. 1989년에 동구권이 무너질 때 내가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알아? 미 제국주의가 승리하고 우리는 다 망한 것 같았지. 그런데 아니더라. 세상은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지. (……) 슬기롭고 평화로운 비건 생활 같은 건 그냥 이데아야. 하지만 우리는 그걸 믿는 시늉을 하면서 그 일을 해야 하지.”(258~259쪽)
■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이런 시대에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느냐’ ‘문학의 힘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문학계에 한 발 걸친 사람이라면 요즘 다들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문학의 힘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나오는 질문이다. 돈의 힘이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내 귀에는 궤변처럼 들리는 답이 있다. ‘문학의 힘은 무력함에서 나옵니다’ ‘문학은 힘이 없기 때문에 힘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 공허한 말장난 같다. 나는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있는 문학이 줄어든 것 아닌가 의심한다.
(……)
아름다운 노래가 재난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것은 예술의 힘이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사이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지금 새로운 재난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뭔지, 거기에 어떤 이름이 붙을지는 잘 모르겠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흔든다.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찾는다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현상들을 ‘자본가 대 노동계급’이라는 과거의 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후대 작가들은 알 수 없는 것, 동시대 작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도 있다. 스타인벡도 통화 긴축이 대공황을 불러왔다거나 재정지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를 소설에 쓴 것은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기획안을 쓰고 작가들을 모았다. _장강명,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중에서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지방 방송국에 공채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로 계약되어 일하는 아나운서 ‘지민’의 하루 일과 이야기. 아침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매일 새벽같이 기상해 열심히 일하지만 직장에서 받는 월급보다 각종 행사로 버는 부수입이 더 높은 여성 아나운서의 삶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지민은 팬들의 응원과 관심에 기쁨을 느끼고 그것에서 일할 이유를 찾는다. 더 젊은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점차 일거리를 내주고, 꾸려나가던 방송 프로그램이 폐지되어도 막을 길이 없고, 퇴근 후에도 SNS 활동을 하며 자기 자신을 홍보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을 그리는 이 단편은 TV에 드러나 보이지 않는 방송인들의 낯선 면모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친구들도 모두 열심히 살고 있었다. 부지런히 뉴스를 진행하고 방송을 맡고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인들을 챙겼다. 부지런히 헤어를 고정하고 메이크업을 받고 잠들기 전 내일 의상을 고민하고 인스타를 업데이트했다. 영원한 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35~36쪽)
손원평, 「피아노」
어렵게 구한 자가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던 ‘혜심’. 여생을 보내고 싶은 집을 찾은 그녀는 갈아타기를 시도하다가 부동산 시장의 농간으로 자가였던 공부방에 세입자로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분노한 혜심은 공부방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고, 중고 거래로 세간을 처분하며 이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공부방에 들였던 피아노만큼은 팔기를 망설였지만, 피아노는 팔리지도 않아 결국 폐기물로 처리되어 버려진다. 그런데 어느 날 혜심은 중고 거래 앱에 들어갔다가 자신이 버린 피아노가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피아노 판매자의 집으로 찾아간 혜심은 그 집에서 자신을 많이 따르던 아이 ‘준용’을 마주한다.
공부방에 피아노를 들인 건 혜심의 허영심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일을 낭만으로 여기고 열정이 돈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 공부방에 공부를 하러 온 아이들도 휴식 시간에 잠깐 피아노를 친다면, 그렇게 아이들의 선율이 공부방을 채운다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 들였던 피아노였다.
(……) 혜심은 계속해서 피아노를 가져갈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결국 돈을 내고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었지만 이왕이면 돈을 받고 버리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이 피아노에 담았던 순수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44~46쪽)
이정연, 「등대」
복어 전문점에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전 직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된 ‘설희’는 유심히 보아둔 복어 전문점에 수습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홀과 주방을 오가는 동안 설희는 복어의 독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배운다.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직접 손님을 맞아 서빙을 하게 된 설희는 복어 전문점의 은밀한 룸들이 불법적인 거래를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설희가 억울하게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식당 직원들은 과연 궁지에 몰린 설희를 보호해줄까? 설희는 전 직장에서 겪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룸에서 복어 독을 얻을 방법을 재빠르게 살핀다.
조리실 앞에 음식 카트 넉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설희는 빈 카트를 내려다보며 앞날을 그렸다. 발음하기 어려운 테트로도톡신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느니 화를 뿜어내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안전할지 모르지. 위험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설희는 복어 독으로 사망에 이른 사고들을 곱씹으며 더이상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휘둘려 누명을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 잠깐 자신을 구석으로 몬 사람들에게 테트로도톡신을 먹인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졌다.(78쪽)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체의 본사 영업부에서 일하는 ‘진영’은 본사의 입맛에 맞게 가맹점주를 다뤄나가야 한다. 전혀 잘될 것 같지 않은 입지에 들어선 새 점포를 관리하며 진영은 점주 ‘선영’과 조금씩 교류해나간다. 진영의 눈에 선영은 바보 같고 물정을 모르는 등쳐먹기 좋은 인간이다. 진영은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선영을 구슬리고 압박하면서도 내심 찝찝함을 느낀다. 영업부 회식 날, 본부장은 화장품 가게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일이 많지 않아 점주의 불만이 많은 것 같다는 농담을 하고, 주위에 앉은 직원들은 그 농담에 웃는다. 하지만 점주에 대한 배려 없이 철저히 본사의 이익만을 위해 일해야 했던 진영은 그 말에 웃지 않는다.
매뉴얼엔 손님을 어떻게 맞을지만 나와 있다. 회원번호가 없는 상황엔, 피부를 보면서 제품을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장사는 그런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주들의 하소연을 듣다보면, 언제나 매뉴얼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가 혹시 술집이냐고 묻는 주정뱅이가 들어오고, 누군가 매일 새벽에 컵라면을 먹고 문 앞에 놓고 가서 점포 오픈할 때마다 쓰레기를 발견하고, 담배를 꼭 그 앞에서만 피우는 무리가 있고, 정말 저 포스터 모델이 이 브랜드 쓸 것 같냐면서 빈정대는 손님을 마주하거나 테스터 제품 대신 포장이 뜯긴 제품을 뒤늦게 발견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118~119쪽)
정아은, 「두 친구」
남편이 직장을 잃는 바람에 졸지에 가장이 되어 간호조무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현’은 병동에서 환자들의 잔심부름까지 하고, 간호사들의 눈치를 보고 때로는 혼나기도 하면서 돈을 버는 중이다. 어느 날 신경질적인 환자를 만난 지현은 그 환자가 자신의 중학교 동창 ‘승미’임을 눈치챈다. 예전부터 승미는 사람을 끄는 에너지를 발산해왔고, 지현은 그 에너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승미와 멀어졌었다.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승미는 겉으로는 여전히 화려해 보이지만 비참한 일들도 겪고 있는 듯 보인다. 지현은 병동에서 일하며 승미의 여러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승미가 퇴원한 후, 승미의 삶에 닥친 불행의 실체를 인터넷 기사로 확인하게 된다.
병실 내 다른 환자들과 먹거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것은 고통과 충격에 쩌들었던 환자가 안정을 찾았다는 징표다. 지현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은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구나 싶어 뭉클해졌지만, 한편으론 시샘이 일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프고 약해진 상태로 오지만, 일정 기간을 감내한 뒤에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이들은 진정한 병원의 주인이 아닌가. 스무 명이 넘는 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늘 쫓기듯 뛰어다녀야 하는 자신과는 처지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144쪽)
천현우, 「빌런」
20대 남자의 지극히 현실적인 삶이 그려진 단편. 삼수생 백수 ‘도지윤’은 평생 까먹을 돈을 만들기 위해 코인 투자를 하다가 사기당해 빚만 떠안게 된다.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와 투자자들의 단톡방을 들락거리던 도지윤은 또다른 피해자로부터 물류센터 알바를 같이 하자고 제의받고 일용직을 시작한다. 물류센터의 입장 절차와 업무의 세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어느 날 명문대 출신이라는 알바생이 들어와 직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더니 쉬운 업무만 배정받는 등 특혜를 누린다. 아르바이트 갤러리에는 그 명문대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다른 직원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온다. 도지윤은 그 명문대생을 뒷조사한 끝에 어떤 비밀을 발견하고, 명문대생의 코를 조용히 눌러줄 생각에 들뜬다.
할일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복층 진열대에 쌓인 박스를 뜯어 물품을 카트에 쌓고 지정된 장소까지 가져다주면 끝. 작업자들은 각자 두꺼운 스마트폰처럼 생긴 단말기를 받았는데, 그저 이 기계가 시키는 대로 일하면 됐다. 정말 문자 그대로의 단순노동이어서 처음엔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슬슬 어깨며 다리가 쑤실 때쯤, 도지윤은 단말기를 확인하고 기겁했다. 고작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 도지윤은 느릿느릿 짐을 쌓다가 이따금 들려오는 독촉 방송에 서둘러 달음질하길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이 초단순 노동은 그저 시간과 돈을 상호 교환하는 작업이며, 고통은 행동하는 육신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정신의 몫이었다.(168쪽)
최유안, 「쓸모 있는 삶」
프리랜서 통역가로 일하는 ‘나’는 한국의 출산율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런던 방송국의 취재를 보조하는 ‘현지 코디네이터’ 업무 제안을 받는다. 문장의 의미에 몰두하고 그 안에 담긴 뜻을 다른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기쁨을 즐겼던 ‘나’는 다큐 팀 사람들의 매니저 역할까지 맡아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 날, 다큐 감독이 본인의 입맛대로 취재 내용을 각색하고 있음을 알게 된 ‘나’는 감독에게 화를 내고, 다큐 제작 일에는 더이상 마음을 쏟지 않기로 한다. 한참 뒤 감독이 보내온 다큐멘터리 완성본을 무심코 틀어본 ‘나’는 놀랍게도 그 방송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한다.
나는 내가 일의 경계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 의식을 망각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부끄러움에서 시작한 내 감정은 차츰 화에 가까워졌다. 발화자와 수신자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일 뿐인 내가, 말을 전하고 이어붙이는 역할을 할 뿐인 내가, 대체 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가. 픽션이냐니. 나는 스스로에게 방금 뱉은 문장이 무슨 말인지나 아느냐고, 선을 지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저들이 전문가의 말을 내걸든 말든, 전문가가 한국이 망해간다고 하든 말든, 한국이 진짜로 망하든 말든,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204~205쪽)
한은형, 「식물성 관상」
위워크에서 식물 관리 알바를 하던 ‘민지’는 비건 식당 세 군데를 운영하는 ‘보이사’의 눈에 띈다. 보이사가 좋게 본 것은 다름아닌 민지가 지닌 분위기. 건강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민지가 식당에서 식물을 키우는 모습 자체를 비건 식당의 이미지로 확립하고 싶어한 것이다. 민지는 보이사에게 일을 배우며 매니저로 성장한다. 그러나 매니저로서 보이사의 경영 방침을 따라가기는 벅차다. ‘코즈모폴리스’를 지향하며 알바생은 전원 외국인으로 뽑고, 알바 자리에 ‘잘생긴 흑인 TO’가 있고, 알바생이 머물 셰어하우스로 보이사 소유의 건물을 지정해 급료 중 반절을 월세로 되돌려받는 등, 보이사는 ‘PC함’을 이용하는 탁월한 사업가이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다. 보이사의 말에 더는 따를 수 없는 마음이 될 때, 민지에게는 어떤 현실이 닥쳐오게 될까.
“패션 비건이 뭐? 꼭 진정성 있는 비건만 있어야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어? 아니다, 진정성이라는 건 낡은 가치야. 진정성 없는 게 이 시대의 진정성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상주의는 다 망했어. 1989년에 동구권이 무너질 때 내가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알아? 미 제국주의가 승리하고 우리는 다 망한 것 같았지. 그런데 아니더라. 세상은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지. (……) 슬기롭고 평화로운 비건 생활 같은 건 그냥 이데아야. 하지만 우리는 그걸 믿는 시늉을 하면서 그 일을 해야 하지.”(258~259쪽)
■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이런 시대에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느냐’ ‘문학의 힘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문학계에 한 발 걸친 사람이라면 요즘 다들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문학의 힘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나오는 질문이다. 돈의 힘이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내 귀에는 궤변처럼 들리는 답이 있다. ‘문학의 힘은 무력함에서 나옵니다’ ‘문학은 힘이 없기 때문에 힘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 공허한 말장난 같다. 나는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있는 문학이 줄어든 것 아닌가 의심한다.
(……)
아름다운 노래가 재난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것은 예술의 힘이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사이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지금 새로운 재난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뭔지, 거기에 어떤 이름이 붙을지는 잘 모르겠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흔든다.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찾는다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현상들을 ‘자본가 대 노동계급’이라는 과거의 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후대 작가들은 알 수 없는 것, 동시대 작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도 있다. 스타인벡도 통화 긴축이 대공황을 불러왔다거나 재정지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를 소설에 쓴 것은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기획안을 쓰고 작가들을 모았다. _장강명,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중에서
목차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d남궁인 --.▼t피아노/▼d손원평 --.▼t등대/▼d이정연 --.▼t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d임현석 --.▼t두 친구/▼d정아은 --.▼t빌런/▼d전현우 --.▼t쓸모 있는 삶/▼d최유안 --.▼t식물성관상/▼d한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