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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총총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저자/역자
황선우 / 김혼비 [공]지음
펴낸곳
문학동네
발행년도
2023
형태사항
217p.; 21cm
총서사항
총총
ISBN
9788954693509 9788954680967(세트)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7656-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7656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황선우×김혼비―과로와 번아웃,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그만 일하고 더는 아프지 말고
이젠 나가서 놀자고
내 등을 힘껏 밀어준 어떤 우정에 대하여


황선우×김혼비, 최근 여성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두 에세이스트가 심상치 않은 제목으로 함께 책을 썼다. 제목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우리 시대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화두와 용기를 전해주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진행하며 똑부러지게 일하고 말하는 ‘멋언니’로 각광받는 황선우 작가, 그리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와 『아무튼, 술』 등의 독보적인 에세이로 축구와 술 등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 여겨졌던 것들의 경계를 호쾌하게 걷어차버린 김혼비 작가―이 두 작가는 어떻게 편지를 주고받게 됐을까? 또 소위 ‘갓생’을 살아가면서 ‘열일’하는 서로를 응원하고 북돋울 것만 같은 이 두 사람이 결코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진 말자’고 결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선우, 김혼비 작가의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번아웃과 과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종일 피로와 무례에 시달렸음에도 너무 고단해서 오히려 잠들 수조차 없던 어느 힘겨운 밤에 대한 기록이며, 일상의 단어들을 자꾸만 잃어버려 건망증을 의심하면서 막막하게내 머릿속을 뒤적여보던 어떤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느닷없이 장염을 겪으며 내 육신이 내장기관의 부속 껍데기처럼 느껴지던 어느 ‘한풀 꺾인’ 날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젖은 물미역’이 되어 샤워기 아래 유령처럼 서서 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던 어떤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누구나 겪곤 하는 이런 답답하고 막막한 시절을 지나는 동안 서로를 웃겨주고 일으켜주는 여자들의 유머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시달리고 무너진 마음이 사람의 다정과 우정으로 회복되어 번아웃으로부터 끝내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례한 세상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꽤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핑퐁처럼 편지를 주고받는 두 작가의 목소리에는 말랑하고 산뜻한 웃음이 배어 있다.
“서로를 웃긴다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일 거예요.”
황선우×김혼비 두 유머 사냥꾼이 채집한 유머와 다정은 바쁘게 스쳐가고 스러지는 하루 속에서 팍팍해진 마음과 무표정한 얼굴에 끝내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 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_작가의 말: 황선우의 말 중에서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_작가의 말: 김혼비의 말 중에서

‘선우씨’와 ‘혼비씨’―두 유머 사냥꾼이
자신을 볶아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인사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이슬아×남궁인 작가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로 시작된 문학동네 서간에세이 시리즈 ‘총총’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2023년 2월부터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연재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첫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황선우 작가는 편지를 시작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났다가 리코더만 불고 돌아오고, 김혼비 작가 역시 편지를 완성하기 위해 대부도로 집필여행을 갔다가 목탁만 치고 돌아온다. 왜냐하면 이들은 서로를 작가로서 응원하고 깊은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사실 정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기까지 할 정도로 친근한 사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시그니처―리코더와 목탁의 차이점만큼이나, 부산과 대부도의 거리만큼이나 이 두 작가가 한 지점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일은 아득해 보였다.
그러나 이 거리감을 단숨에 무너진 것은 서로를 ‘혼비씨’ ‘선우씨’로 부르기로 약속한 데서 시작되었다. 나이 차나 직업, 성별 등이 아무 상관 없어지는 ‘씨’라는 호칭. 김혼비 작가는 자신을 ‘혼비씨’로 불러준 ‘선우씨’에게 이렇게 답장을 쓴다.

아주 오래전에 다닌 회사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본인의 특기가 ‘잡도리’라고 자랑스레 말하고 다닌 상사가 있었는데요, 평소에는 “야!” “○○야!”라고 사람을 부르던 그가 누군가를 ‘잡도리’하기 직전에는 꼭 경칭을 썼거든요. 그의 나지막한 “○○씨” 뒤로는 욕설만 안 들어갔다 뿐이지 욕이나 다름없는 독설이 사정없이 이어졌어요. 그가 어쩌다 “혼비씨”라고 부르면 등골에 화살이 박히는 것 같았고, “혼비씨”가 사실은 “혼비, 야이 씨!”의 줄임말이 아닐까 싶을 때쯤 그 회사를 나왔지만, 그 서늘함만은 계속 남아 있어요. 그래서 선우씨가 부르는 “혼비씨”가 무척 반갑고 특별했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선우씨 같은 사람에게 “혼비씨”라고 다정하게 불리다보면 이 호칭 위에 지저분하게 찍힌 옛 상사의 지문들을 싹 닦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_김혼비, ‘서정적인 몽둥이들’ 중에서(19쪽)

김혼비 작가는 인기 에세이 작가이면서 여전히 직장생활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그를 ‘씨’라고 대차게 부르는 이들은 대부분 ‘독설과 잡도리’로 무장한 옛 상사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선우씨’가 나타나 ‘혼비씨’의 안부를 묻고 농담하고 웃겨준다. 수영을 하고 탁구를 치고 끼니를 제때 즐겁게 맛있게 챙겨먹으면서, 너의 하루는 어땠느냐고, 오늘은 무슨 웃기는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혼비씨와 선우씨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 편지로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눈다.

누구나 마음속에 태풍을 안고서 잔잔하게 살아가듯 그 모두를 품고도 되도록 명랑한 소식을 전하려 애썼지만 실패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덜 검열하고 덜 재촉했던 건 모니터 저편에서 기다릴 수신인의 존재 덕분이었다. 무엇을 써 보내더라도 사려 깊게 읽어줄 혼비씨가 있어서였다. 편지 쓰는 사람은,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을 떠올리면 더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다만 이 사람의 안부와 안녕을 묻는 일이야말로 편지의 처음이자 끝이고 전부라는 것을.
_작가의 말: 황선우의 말 중에서

번-번-번- 타들어가는 날들…
젖은 미역의 시절을 보내는 방법


직장인과 작가라는 두 직업 사이에서 끊임없이 과업을 완수해야만 하고 마감을 해내야만 하는 ‘혼비씨’는 과로할 수밖에 없다. 선우씨는 혼비씨가 그 숱한 바쁘고 중요한 일들 중에서도 부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최우선에 두길, 잘 쉬고 깊이 잠들기를 빌어준다. 서로 자주 통화하거나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물으며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의 편지는 황선우 작가의 표현처럼 ‘이제는 사라진 고전 펜팔의 전통에 부합’하는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혼비씨가 선우씨에게 고백한다. 세상 사람들은 김혼비 작가에게 늘 작가와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어쩌면 그렇게 현명하게 잘 병행하느냐 묻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오래전부터 번아웃에 시달려왔다고.

친구들은 작년 겨울부터 저에게서 번아웃의 기미를 알아보고 경고했는데도 잘 모른 채 번번이 번-번-번- 타들어가다가 올여름에 ‘아웃’이 되어 나가떨어지고서야 받아들였어요. 번아웃이 맞구나. 사흘이면 끝낼 일을 열흘 걸릴 때부터 이미 그랬구나. 이게 뭐라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까요. (…) 번아웃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번아웃이 일 효율을 깡그리 앗아가는 통에 한 번 붙든 일이 끝나질 않아 마음놓고 놀거나 쉴 시간까지 사라지는 게 가장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휴식과 저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다리마저 불태워 없애버리는 게 번아웃이더군요. _김혼비, ‘번-번-번- 타들어가는 날들’ 중에서(62~63쪽)

선우씨 역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번아웃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기에, 혼비씨의 번아웃에 깊이 공감한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하얗게 불타 재로 남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언젠가는 한동안 씻는 동안 서 있을 힘이 없어서 욕조 안에 가만히 앉은 채로 샤워를 하곤 했어요. 기운이 더 떨어질 때는 물을 맞으면서 아예 누워버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젖은 미역같이 널브러져 있다가 정신을 좀 차리고 나면 욕조 밖으로 나와 몸을 닦고 말릴 기력이 조금 생겼습니다. 한두 달 뒤인가, 샤워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제야 깨달았죠. 아, 그때 내가 좀 이상했구나. 사람이 아닌 미역이었구나. 고갈된 것이 체력이거나 사회성이거나 집중력이거나 하여간 바닥을 드러낸 채로 꾸역꾸역 계속하고 있었구나. 저 같은 사람들은 멈추는 방법을 몰라서 계속하곤 합니다.
_황선우, ‘젖은 미역의 시절을 보내는 법’ 중에서(70쪽)

나를 밀치고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과 마감들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간의 마디’와 ‘절기’가 되어주기로 한다. 서로를 향해 한 달에 두 번 오가는 편지는 두 사람만의 달력인 ‘선우력’ ‘혼비력’이 되어, 타인과 세상을 향해 전력을 다하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일상에 다정과 웃음을 채우게 한다.

다정함이란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는 일이겠지요. 혼비씨가 지하철 앞에 선 사람의 안색을 살피고, 그분이 소리쳐 혼비씨를 깨워주는 풍경처럼 말이죠. (…) 우리가 서로 편지를 보내지 않는 기간에도 분명 혼비씨는 그런 장소에서 지내고 있을 거란 믿음이 들어요. _황선우, ‘알프스의 할미꽃 두 뿌리’ 중에서(197쪽)

회복의 한 절반쯤 왔을까요. (…) 매달마다 어서 나가 놀다 오라고 제 등을 힘껏 밀어준 선우력과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 있게 삶을 챙기는 선우씨의 모습이 늘 담겨 있는 편지의 힘이 아주 컸습니다. (…)
한 시절 저의 든든한 절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김혼비, ‘여름이야, 나가서 놀자’ 중에서 (206~207쪽)

일상 속에서 유머와 말장난, 통쾌한 순간의 기미를 놓치지 않고 독자들을 웃게 해주던 두 여성 작가가 서로를 웃겨주고 웃어주며 한 시절을 건넜다. 두 작가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부지런히 사냥한 유머와 농담은 이 글이 연재되고 출판되면서, 이제 단 한 사람의 수신자만이 아니라 ‘상시 과로하는 우리 모두의 위로’가 되어주기 시작했다.
‘햇볕이 광포해지는 시기’가 오면 황선우 작가의 어머니나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가마~~~ 있으므 마, 한개도 안 듭다.”(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
이 책은 수평 자세로 ‘가마’ 누워 걱정할 일, 쫓기는 일, 미래의 걱정 따윈 ‘한개도‘ 개의치 않으며, 지금 지치고 고단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책이다.
우리는 다들 각자 너무 열심히 살았다. 지금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정신으로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할 때, 서로의 안녕을 물어야 할 때, 마주보고 웃어야 할 때. 아직 우린 부족하다고, 빨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인을 들들볶아온 만국의 ‘볶아치스트’들이여, 기억하라.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총총
1. 편지의 맺음말, 이만 총총.
2. 밤하늘에 박힌 별들이 빛나는 모양, 별이 총총.
‘총총’은 우리 시대 빛나는 작가들의 왕복서간을 엮는 문학동네 서간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목차

포옹과 펀치 _황선우_6
서정적인 몽둥이들 _김혼비_14
수평 자세로 가마 누워 보는 세상 _황선우_28
왓츠 인 마이백 _김혼비_38
“재미있어요? 재미있는 것 맞죠?” _황선우_50
번-번-번- 타들어가는 날들 _김혼비_58
젖은 미역의 시절을 보내는 법 _황선우_68
담배와 건강의 변증법 _김혼비_78
10월 29일 이후의 첫 편지 _황선우_88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나무들까지도 알고 있네” _김혼비_96
영원히 유창해지지 못할 언어로, 우리는 _황선우_106
‘쟤랑 놀지 마라’의 ‘쟤’를 맡고 있습니다 _김혼비_116
탁월하게 못하는 탁구인의 즐거움 _황선우_128
우리 1011 한번 할까요? _김혼비_136
선우는 인仁하냐? 그러면 혼비는 인하다고 할 수 있느냐? _황선우_148
요즘 가장 용기를 끌어모으는 곳 _김혼비_158
인생 첫 장염 투병기 _황선우_170
세상이 우리에게 툭툭 던지는 농담들 _김혼비_178
알프스의 할미꽃 두 뿌리 _황선우_190
여름이야, 나가서 놀자 _김혼비_198

작가의 말_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