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문학인 산문선 03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 저자/역자
- 김동현 지음
- 펴낸곳
- 소명출판
- 발행년도
- 2023
- 형태사항
- 293p.; 20cm
- 총서사항
- 문학인 산문선; 03
- ISBN
- 9791159057762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8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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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764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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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7640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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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호명하는
선명한 제주, 그날의 기억들”
제주의 푸른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던 그날,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관광 제주’, ‘제2의 하와이’
기억이 사라진 장소와 그날 제주4·3의 기억과 진실
초라한 변명뿐인 눈을 감은 자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주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부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주의 사월은 증언될 수 없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침묵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들여다보았던 수많은 작업들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기억하지 않는 기억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국가는 기억하지 않지만 제주 사람들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수많은 일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많은 죽음들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고향 제주에 살며 제주의 역사와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저자는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단지 제주 4·3의 비극적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적 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제주의 모습을 직시하면서 제주의 기억이 사라진 장소들의 비명이야말로 또 다른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이라고 말한다. 제주에서 현장 비평가이자 문화 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변화하는 제주의 현실과 그것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 지를 묻는 치열한 질문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 4·3항쟁의 기억이 제주의 중력이자, 제주 기억의 핵이라고 말하는 1장 <‘4·3’이라는 중력>에서부터 2장의 <그러나 법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제주 4·3의 당대적 담론의 문제와 한계를 근원에서부터 사유하고 있다. 특히 2장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법-제도’에 기대어 말하는 제주 4·3이 우리가 말하는 ‘4·3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법-외부’에 남아있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법-제도’의 내부만을 지향할 때 4·3은 ‘법-제도’로 축소되고 왜소화될 수밖에 없다. 4·3이 형해화된 조문으로만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4·3의 실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법의 이름만 남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4·3의 진실’은 아닐 것이다.”
―제2장 「그러나 법은 아무 것도 모른다」 중에서
제주 4·3 담론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이어 3장에서는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1991년 5월 투쟁을 이야기한다. 199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했을 때 저자는 거리로 뛰쳐나갔다가 투옥되었던 경험이 있다. 짧은 감옥 생활을 회고하면서 한국 민주화 운동사에서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는 1991년의 기억과 그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던 제주의 1991년 제주 개발특별법 싸움에 대한 소회는 그 시절을 살아간 청춘의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리하여,
1991년을 말하기 위해, 1991년 5월을 그리기 위해, 그 스물의 낯선 불안과 두려움을 다시 생각한다. 오래 묵혀두었던 고백처럼, 다시 기형도를 꺼내 읽으며 알약처럼 쏟아졌던 오월의 청춘들을 부른다. 강경대,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김귀정, 그리고 제주의 양용찬. 죽어서 열사가 되었던 그들과 살아서 비겁했던 우리와, 분분했던 청춘의 낙화와 그리고, 또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스물의 시간들을…. 눈물과 울분과, 취중을 핑계로 내질렀던 고함들과, 비겁하고 비겁해져서 살아남은 모두의 나날들을…. 남아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달려와 가슴에 박혀버린 오월의 불꽃들을….”
―제3장 「1991년 5월의 기억들」 중에서
제주의 역사에 기댄 저자의 사유는 5장 <왜 제주에서 오키나와를 읽는가> 6장 <기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 7장 <‘사이’를 읽다>에서 오키나와의 역사로 이어진다. 제주 4·3문학연구자이자, 오키나와문학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제주와 오키나와가 경유할 수밖에 없었던 국가폭력의 시간들을 통해 ‘평화적 삶의 공존’이 지금 우리의 가치라는 사실을 말한다.
특히 저자는 제주 4·3 이후 개발의 문제가 또 다른 국가 폭력의 이식이었다는 점을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주 ‘4·3’을 지역이 감내해야 했던 근대적 경험이라고 할 때 제주 ‘4·3’을 일시적인 폭력이 아닌 현재적이며 연속적인 폭력의 지속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은 지역의 기억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강요된 침묵만 존재했던 것인가. 김석범이 말한 것처럼 ‘기억의 말살’이 외부적 힘이었다면 ‘기억의 자살’은 내재적 순응의 방식이었다. 억압은 저항의 배경이기도 했지만 자발적 순응의 토대이기도 했다. ‘반공국가’라는 실체적 억압을 현기영은 해병 3·4기 출정식 장면을 통해 그 의미를 “선배들과의 영원한 결별”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반공국가의 ‘국민’이 될 것을 강요받았던 지역의 기억들을 문제 삼을 때 우리는 ‘4·3’만이 아닌 지역에 기입되어 갔던 근대의 본질적 폭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4·3’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 ‘4·3’은 지역의 근대가 형성되고 구축되어갔던 시작점이자 과정이었다. ‘기억의 말살’과 ‘기억의 자살’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던 근원적 폭력의 양상과 이에 대한 지역의 대응을 동시에 바라볼 때 제주 ‘4·3’의 현재성, 제주 4·3 문학이 추구하고자 했던 문학적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제주 4·3문학 연구자이자, 현장 비평가로, 이제는 제주민예총 이사장으로 진보적 문화예술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치열한 산문정신’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산문을 통해 오늘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법으로 말해질 수 없는 것,
법으로도 말할 수 없는 사실들이 과연 사라졌는가.
사월, 어김없이 꽃은 피고 진다.
꽃의 만개는 낙화의 시작이다.
선명한 제주, 그날의 기억들”
제주의 푸른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던 그날,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관광 제주’, ‘제2의 하와이’
기억이 사라진 장소와 그날 제주4·3의 기억과 진실
초라한 변명뿐인 눈을 감은 자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주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부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주의 사월은 증언될 수 없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침묵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들여다보았던 수많은 작업들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기억하지 않는 기억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국가는 기억하지 않지만 제주 사람들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수많은 일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많은 죽음들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고향 제주에 살며 제주의 역사와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저자는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단지 제주 4·3의 비극적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적 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제주의 모습을 직시하면서 제주의 기억이 사라진 장소들의 비명이야말로 또 다른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이라고 말한다. 제주에서 현장 비평가이자 문화 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변화하는 제주의 현실과 그것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 지를 묻는 치열한 질문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 4·3항쟁의 기억이 제주의 중력이자, 제주 기억의 핵이라고 말하는 1장 <‘4·3’이라는 중력>에서부터 2장의 <그러나 법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제주 4·3의 당대적 담론의 문제와 한계를 근원에서부터 사유하고 있다. 특히 2장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법-제도’에 기대어 말하는 제주 4·3이 우리가 말하는 ‘4·3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법-외부’에 남아있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법-제도’의 내부만을 지향할 때 4·3은 ‘법-제도’로 축소되고 왜소화될 수밖에 없다. 4·3이 형해화된 조문으로만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4·3의 실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법의 이름만 남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4·3의 진실’은 아닐 것이다.”
―제2장 「그러나 법은 아무 것도 모른다」 중에서
제주 4·3 담론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이어 3장에서는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1991년 5월 투쟁을 이야기한다. 199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했을 때 저자는 거리로 뛰쳐나갔다가 투옥되었던 경험이 있다. 짧은 감옥 생활을 회고하면서 한국 민주화 운동사에서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는 1991년의 기억과 그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던 제주의 1991년 제주 개발특별법 싸움에 대한 소회는 그 시절을 살아간 청춘의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리하여,
1991년을 말하기 위해, 1991년 5월을 그리기 위해, 그 스물의 낯선 불안과 두려움을 다시 생각한다. 오래 묵혀두었던 고백처럼, 다시 기형도를 꺼내 읽으며 알약처럼 쏟아졌던 오월의 청춘들을 부른다. 강경대,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김귀정, 그리고 제주의 양용찬. 죽어서 열사가 되었던 그들과 살아서 비겁했던 우리와, 분분했던 청춘의 낙화와 그리고, 또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스물의 시간들을…. 눈물과 울분과, 취중을 핑계로 내질렀던 고함들과, 비겁하고 비겁해져서 살아남은 모두의 나날들을…. 남아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달려와 가슴에 박혀버린 오월의 불꽃들을….”
―제3장 「1991년 5월의 기억들」 중에서
제주의 역사에 기댄 저자의 사유는 5장 <왜 제주에서 오키나와를 읽는가> 6장 <기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 7장 <‘사이’를 읽다>에서 오키나와의 역사로 이어진다. 제주 4·3문학연구자이자, 오키나와문학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제주와 오키나와가 경유할 수밖에 없었던 국가폭력의 시간들을 통해 ‘평화적 삶의 공존’이 지금 우리의 가치라는 사실을 말한다.
특히 저자는 제주 4·3 이후 개발의 문제가 또 다른 국가 폭력의 이식이었다는 점을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주 ‘4·3’을 지역이 감내해야 했던 근대적 경험이라고 할 때 제주 ‘4·3’을 일시적인 폭력이 아닌 현재적이며 연속적인 폭력의 지속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은 지역의 기억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강요된 침묵만 존재했던 것인가. 김석범이 말한 것처럼 ‘기억의 말살’이 외부적 힘이었다면 ‘기억의 자살’은 내재적 순응의 방식이었다. 억압은 저항의 배경이기도 했지만 자발적 순응의 토대이기도 했다. ‘반공국가’라는 실체적 억압을 현기영은 해병 3·4기 출정식 장면을 통해 그 의미를 “선배들과의 영원한 결별”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반공국가의 ‘국민’이 될 것을 강요받았던 지역의 기억들을 문제 삼을 때 우리는 ‘4·3’만이 아닌 지역에 기입되어 갔던 근대의 본질적 폭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4·3’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 ‘4·3’은 지역의 근대가 형성되고 구축되어갔던 시작점이자 과정이었다. ‘기억의 말살’과 ‘기억의 자살’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던 근원적 폭력의 양상과 이에 대한 지역의 대응을 동시에 바라볼 때 제주 ‘4·3’의 현재성, 제주 4·3 문학이 추구하고자 했던 문학적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제주 4·3문학 연구자이자, 현장 비평가로, 이제는 제주민예총 이사장으로 진보적 문화예술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치열한 산문정신’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산문을 통해 오늘을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법으로 말해질 수 없는 것,
법으로도 말할 수 없는 사실들이 과연 사라졌는가.
사월, 어김없이 꽃은 피고 진다.
꽃의 만개는 낙화의 시작이다.
목차
프롤로그
1. 4·3이라는 중력
2. 그러나,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
3. 1991년 5월의 기억들
4. 사라진 장소들의 비명
5. 왜 제주에서 오키나와를 읽는가
6. 기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
7. ‘사이’를 읽다
8. ‘폭력’ 이후를 상상하기 위해서
9. 다시, 분단을 생각하다
10. ‘필연’이 되어버린 재일의 시어들
11. 『만덕유령기담』과 『일본풍토기』를 읽는 밤
12. 암흑의 응시와 몰락의 윤리
13. 재난의 시대와 잃어버린 ‘사이’들
14. 오늘과 싸우는 언어를 위해
15. 다시 윤리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