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식물학자의 노트: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 저자/역자
- 신혜우 글·그림
- 펴낸곳
- 김영사
- 발행년도
- 2021
- 형태사항
- 279p.: 22cm
- ISBN
- 9788934986942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480.4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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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663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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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6639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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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영국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 2013, 2014, 2018년 금메달 수상 작가★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가 알려주는 식물의 아름다움과 지혜
푸른 이파리들이, 하얀 꽃들이 말 없이 건네는 위로와 응원!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식물학자가 되고 싶다.
식물들 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눈부신 축복을 느낄 수 있으니.”
-정여울 작가(《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인정받는 신진 식물학자이자, 영국원예협회 국제전시회에서 식물 일러스트로 금메달과 최고전시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신혜우 작가의 첫 자연 일러스트 에세이. 씨앗부터 기공, 뿌리, 줄기, 꽃, 열매까지 각각의 역할과 의미를 살피는 한편, 연약한 줄기의 애기장대, 물 위에서 사는 개구리밥부터 곰팡이와 공생하는 난초, 5천 년 이상 살고 있다고 추청되는 므두셀라 나무까지,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지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한다.
처음 뿌리내린 곳에 반드시 적응하기 위해,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종을 퍼뜨리기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식물의 투쟁은 놀랍고 신비롭다. 그 모습은 흡사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애잔함마저 느끼게 한다. 각자 고유한 생존 방식으로 용감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식물의 모습에서 위로와 지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치며 눈여겨보지 않았던 솔방울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고 의미 있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책이다.
SERI CEO 화제의 강의 ‘식물학자의 노트’ 출간.
식물학자와 식물이 함께 칠한 서른한 가지 세상
작은 씨앗이 알려준 삶의 신비한 메커니즘과 생명의 찬란함
숲으로 가 찬찬히 벚나무의 수피를 만져본다. 발에 밟히는 메타세콰이아 열매도 살펴본다. 물을 머금으면 꽉 다물었다가 마르면 사이사이 벌어지는 마디가 신기하다. 꽃잎은 반원을 그리며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여문다. 말없이 생명은 순환한다. 작년에 무심히 찍어둔 사진 속 이름 모를 분홍 꽃의 이름은 ‘낮달맞이꽃’이라고 한다. 이름을 알자 그 꽃이 더 각별해졌다.
나무가 잎의 기공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여 그 덕분에 인류가 존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도 안다. 물과 산소의 근원인 식물은 인간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건넬 수 있는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식물을 기르고 있고, 식물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관계에 치이고, 사람에 지친 어느 날, 숲으로 공원으로 가 식물이 건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년 시절부터 식물이 좋아 식물학자를 꿈꾸었다는 저자는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학술용 식물도해도를 그리다가, 색을 칠해보면 어떻겠냐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처음 그림에 색을 입혔다. 이후 영국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이 금메달을 3회 수상하였다. 영국왕립원예협회 국제전시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놀랍지만, 그의 그림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미세하고 여린 잔뿌리, 음영과 광택을 제대로 살려내어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파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식물을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느껴진다. 산수국 그림을 의뢰받고 산수국의 개화 전 과정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산수국을 들여다봤다는 이야기에서는 작품을 위한 화가로서의 집념과, 식물을 정확히 그려야 한다는 식물학자로서의 마음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저는 산수국 그림을 의뢰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그리는 식물 학술도해도로 의뢰자가 원하는 산수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제가 그리는 식물 그림은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식물 연구를 위한 학술용 그림이어서 한 식물의 전 생애와 모든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토양의 산도에 따라 달라지는 꽃잎의 색깔을 비롯해 씨앗이 수정되어 봉오리가 생기고 열매를 맺기까지 모든 과정을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보를 담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리는 그림의 틀 안에서 의뢰하신 분이 원하는 산수국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188쪽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
이런 저자가 고심 끝에 세상에 내놓은 첫 책인 《식물학자의 노트》에는 화가로서 저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충실한 연구자인 식물학자로서의 면모도 가감 없이 녹아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 대부분은 전 생애를 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곳이 어디든 어떤 환경이든 식물은 놀라운 적응력으로 장소에 적응하고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낸다. 강한 생명력과 환경 적응력을 가진 식물이지만, 그 시작은 작고 미약하다.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라는 말을 식물을 보며 실감하게 된다. 식물의 생장에는 종마다 고유한 방식이 있는데, 저자는 식물의 방식에서 수국의 꽃잎 색처럼 복잡다단한 우리 삶의 지혜를 추출해낸다. 전 세계 2만 종가량 분포하며 종자식물 전체 수의 약 8퍼센트를 차지하는 난초의 씨앗은 아주 작아 ‘더스트 씨드dust seed’라고 불린다. 이 씨앗은 스스로 발아할 수 없어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 싹을 틔운다. 잎이 없는 부생란의 경우 광합성을 하지 않고 영양분도 곰팡이로부터 얻는다. 지구상에서 국화과와 더불어 가장 많은 종수를 자랑하는 난초이지만,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된 아홉 종 중 여섯 종이 난초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공생하며 번성하는 개체이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난초의 위기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환경적인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난초가 잘 발아해 자라려면 토양에 난초의 생장을 돕는 곰팡이가 많이 존재해야 합니다. 만약 지구온난화나 산성비 등으로 토양의 온도, 습도, 산도 등이 달라져 곰팡이가 잘 자라지 못한다면 난초 씨앗들은 길고 긴 휴면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22쪽
식물의 생존은 꽃이 피는 시간과도 관계가 있다. 이는 꽃가루를 전달하는 수분매개자의 활동 시기와 관계가 깊은데, 낮에 꽃을 피우는 낮달맞이꽃은 나비와 벌을 수분매개자로 하고, 밤에 피는 달맞이꽃은 나방을 수분매개자로 한다. 식물은 생식활동에 유리한 시기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수분매개자의 활동 시간이나 계절과 꽃 피는 시기가 겹치게 된다. 풍매화나 수매화 또한 물과 바람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계절과 시간을 선택하여 꽃을 피운다.
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우고, 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갑니다.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를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일찍 찾아올 수도, 어떤 사람은 늦게 찾아올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일찍 꽃을 피우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아닐까요? 꽃이 피는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39쪽
귀화식물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길에서 흔히 보는 개망초, 달맞이꽃, 방가지똥, 토끼풀, 자운영은 모두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 종이다. 인간의 손을 타고 원래 살던 곳에서 떠나와 한국에 정착한 식물들. 이런 귀화식물 중에는 서양등골나물처럼 생존능력이 너무 강해서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하는 종도 있고, 미국쑥부쟁이, 가시박처럼 대대적으로 제거 작업을 펼쳐야 하는 종도 있다.
또 식물의 다양한 생존의 형태 가운데는 줄기가 약해 다른 종의 몸을 감아 지지하는 댕댕이덩굴,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와 연결하여 영양분을 의존해 살아가는 ‘전기생식물’ 야고, 흡착판을 이용해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같은 식물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속 잎새가 바로 담쟁이덩굴이다.
‘손’이라고 부를 만큼 덩굴손은 동물의 손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 손은 잎이나 잎의 한 부분, 줄기가 변형된 것으로 덩굴식물만이 가진 특화된 구조입니다. 호박, 콩, 포도나무 같은 식물을 살펴보면 가늘게 뻗어나가 스프링처럼 말린 작은 덩굴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휘저으며 뻗어나가다가 손에 잡힌 물체를 돌돌 말아 움켜쥐는 것이죠. 이것은 덩굴식물의 굴촉성屈觸性 때문입니다. -113~115쪽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
인간
인간에게 산소와 물을 공급하고, 식량 자원이자 동물의 사료와 약품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 식물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고생대 이후 출현한 은행나무는 야생에서 거의 멸종하였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풍경이라고 말하는 은행나무 숲은 인간의 손길이 닿아 조성된 것일 뿐, 은행나무 자생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이름을 올린 멸종위기 종”(237쪽)이며, 진화계통상 가까운 종이 하나도 없는 외로운 식물이다. 이런 은행나무는 매개동물의 멸종과 기후변화로 인해 단 한 종만 살아남게 되었고, “현재 야생 은행나무는 중국 저장성 등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개체 수가 2백 그루가 채 되지 않”(239쪽)는다.
우리가 화분에 분재로 가꾸는 소철도 은행나무와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현재 소철속 110여 종이 살아남아 있고, 이들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메타세쿼이아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메타세쿼이아속의 종들이 더 있었지만 이들도 진화의 수순을 밟아 모두 멸종하였고, 메타세쿼이아 한 종만 살아남았습니다. 야생 메타세쿼이아는 심각한 벌채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현재 야생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메타세쿼이아는 대부분 사람이 재배한 것입니다. 자연적인 교배가 아니라 사람이 근친교배, 꺾꽂이 같은 무성 생식을 통해 번식시킨 것이죠. -241~242쪽
제주도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식물 2급인 으름난초는 사람들이 술을 담가 먹기 위해 그 열매를 마구 따가서 멸종위기에 놓였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귀한 으름난초로 술을 담가 먹었다는 글을 볼 수 있고, 저자는 바로 신고를 한다. 식물학자들이 멸종위기 종을 보전하기 위해 조사하고 보고하지만, 그것이 식물에게 정말 좋은 일인지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멸종위기식물을 지키는 것도 사람이지만, 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것도 결국 사람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진화해오며 살아온 종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나 자연선택이 아닙니다. 직간접적인 인간의 활동이 가장 큰 원인이죠. -257쪽
식물과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의미가 된다. 김춘수 시인은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풀꽃에도 이름이 있고, 그들의 일생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노라면 작은 식물 하나에서도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으며 그림 속에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글을 통해 알고 사랑하게 되어 생명 있는 것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페이지마다 빼곡하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가 알려주는 식물의 아름다움과 지혜
푸른 이파리들이, 하얀 꽃들이 말 없이 건네는 위로와 응원!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식물학자가 되고 싶다.
식물들 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눈부신 축복을 느낄 수 있으니.”
-정여울 작가(《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인정받는 신진 식물학자이자, 영국원예협회 국제전시회에서 식물 일러스트로 금메달과 최고전시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신혜우 작가의 첫 자연 일러스트 에세이. 씨앗부터 기공, 뿌리, 줄기, 꽃, 열매까지 각각의 역할과 의미를 살피는 한편, 연약한 줄기의 애기장대, 물 위에서 사는 개구리밥부터 곰팡이와 공생하는 난초, 5천 년 이상 살고 있다고 추청되는 므두셀라 나무까지,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지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한다.
처음 뿌리내린 곳에 반드시 적응하기 위해,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종을 퍼뜨리기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식물의 투쟁은 놀랍고 신비롭다. 그 모습은 흡사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애잔함마저 느끼게 한다. 각자 고유한 생존 방식으로 용감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식물의 모습에서 위로와 지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치며 눈여겨보지 않았던 솔방울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고 의미 있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책이다.
SERI CEO 화제의 강의 ‘식물학자의 노트’ 출간.
식물학자와 식물이 함께 칠한 서른한 가지 세상
작은 씨앗이 알려준 삶의 신비한 메커니즘과 생명의 찬란함
숲으로 가 찬찬히 벚나무의 수피를 만져본다. 발에 밟히는 메타세콰이아 열매도 살펴본다. 물을 머금으면 꽉 다물었다가 마르면 사이사이 벌어지는 마디가 신기하다. 꽃잎은 반원을 그리며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여문다. 말없이 생명은 순환한다. 작년에 무심히 찍어둔 사진 속 이름 모를 분홍 꽃의 이름은 ‘낮달맞이꽃’이라고 한다. 이름을 알자 그 꽃이 더 각별해졌다.
나무가 잎의 기공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여 그 덕분에 인류가 존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도 안다. 물과 산소의 근원인 식물은 인간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건넬 수 있는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식물을 기르고 있고, 식물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관계에 치이고, 사람에 지친 어느 날, 숲으로 공원으로 가 식물이 건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년 시절부터 식물이 좋아 식물학자를 꿈꾸었다는 저자는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학술용 식물도해도를 그리다가, 색을 칠해보면 어떻겠냐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처음 그림에 색을 입혔다. 이후 영국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이 금메달을 3회 수상하였다. 영국왕립원예협회 국제전시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놀랍지만, 그의 그림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미세하고 여린 잔뿌리, 음영과 광택을 제대로 살려내어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파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식물을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느껴진다. 산수국 그림을 의뢰받고 산수국의 개화 전 과정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산수국을 들여다봤다는 이야기에서는 작품을 위한 화가로서의 집념과, 식물을 정확히 그려야 한다는 식물학자로서의 마음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저는 산수국 그림을 의뢰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그리는 식물 학술도해도로 의뢰자가 원하는 산수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제가 그리는 식물 그림은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식물 연구를 위한 학술용 그림이어서 한 식물의 전 생애와 모든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토양의 산도에 따라 달라지는 꽃잎의 색깔을 비롯해 씨앗이 수정되어 봉오리가 생기고 열매를 맺기까지 모든 과정을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보를 담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리는 그림의 틀 안에서 의뢰하신 분이 원하는 산수국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188쪽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
이런 저자가 고심 끝에 세상에 내놓은 첫 책인 《식물학자의 노트》에는 화가로서 저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충실한 연구자인 식물학자로서의 면모도 가감 없이 녹아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 대부분은 전 생애를 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곳이 어디든 어떤 환경이든 식물은 놀라운 적응력으로 장소에 적응하고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낸다. 강한 생명력과 환경 적응력을 가진 식물이지만, 그 시작은 작고 미약하다.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라는 말을 식물을 보며 실감하게 된다. 식물의 생장에는 종마다 고유한 방식이 있는데, 저자는 식물의 방식에서 수국의 꽃잎 색처럼 복잡다단한 우리 삶의 지혜를 추출해낸다. 전 세계 2만 종가량 분포하며 종자식물 전체 수의 약 8퍼센트를 차지하는 난초의 씨앗은 아주 작아 ‘더스트 씨드dust seed’라고 불린다. 이 씨앗은 스스로 발아할 수 없어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 싹을 틔운다. 잎이 없는 부생란의 경우 광합성을 하지 않고 영양분도 곰팡이로부터 얻는다. 지구상에서 국화과와 더불어 가장 많은 종수를 자랑하는 난초이지만,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된 아홉 종 중 여섯 종이 난초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공생하며 번성하는 개체이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난초의 위기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환경적인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난초가 잘 발아해 자라려면 토양에 난초의 생장을 돕는 곰팡이가 많이 존재해야 합니다. 만약 지구온난화나 산성비 등으로 토양의 온도, 습도, 산도 등이 달라져 곰팡이가 잘 자라지 못한다면 난초 씨앗들은 길고 긴 휴면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22쪽
식물의 생존은 꽃이 피는 시간과도 관계가 있다. 이는 꽃가루를 전달하는 수분매개자의 활동 시기와 관계가 깊은데, 낮에 꽃을 피우는 낮달맞이꽃은 나비와 벌을 수분매개자로 하고, 밤에 피는 달맞이꽃은 나방을 수분매개자로 한다. 식물은 생식활동에 유리한 시기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수분매개자의 활동 시간이나 계절과 꽃 피는 시기가 겹치게 된다. 풍매화나 수매화 또한 물과 바람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계절과 시간을 선택하여 꽃을 피운다.
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우고, 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갑니다.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를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일찍 찾아올 수도, 어떤 사람은 늦게 찾아올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일찍 꽃을 피우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아닐까요? 꽃이 피는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39쪽
귀화식물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길에서 흔히 보는 개망초, 달맞이꽃, 방가지똥, 토끼풀, 자운영은 모두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 종이다. 인간의 손을 타고 원래 살던 곳에서 떠나와 한국에 정착한 식물들. 이런 귀화식물 중에는 서양등골나물처럼 생존능력이 너무 강해서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하는 종도 있고, 미국쑥부쟁이, 가시박처럼 대대적으로 제거 작업을 펼쳐야 하는 종도 있다.
또 식물의 다양한 생존의 형태 가운데는 줄기가 약해 다른 종의 몸을 감아 지지하는 댕댕이덩굴,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와 연결하여 영양분을 의존해 살아가는 ‘전기생식물’ 야고, 흡착판을 이용해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같은 식물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속 잎새가 바로 담쟁이덩굴이다.
‘손’이라고 부를 만큼 덩굴손은 동물의 손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 손은 잎이나 잎의 한 부분, 줄기가 변형된 것으로 덩굴식물만이 가진 특화된 구조입니다. 호박, 콩, 포도나무 같은 식물을 살펴보면 가늘게 뻗어나가 스프링처럼 말린 작은 덩굴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휘저으며 뻗어나가다가 손에 잡힌 물체를 돌돌 말아 움켜쥐는 것이죠. 이것은 덩굴식물의 굴촉성屈觸性 때문입니다. -113~115쪽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
인간
인간에게 산소와 물을 공급하고, 식량 자원이자 동물의 사료와 약품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 식물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고생대 이후 출현한 은행나무는 야생에서 거의 멸종하였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풍경이라고 말하는 은행나무 숲은 인간의 손길이 닿아 조성된 것일 뿐, 은행나무 자생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이름을 올린 멸종위기 종”(237쪽)이며, 진화계통상 가까운 종이 하나도 없는 외로운 식물이다. 이런 은행나무는 매개동물의 멸종과 기후변화로 인해 단 한 종만 살아남게 되었고, “현재 야생 은행나무는 중국 저장성 등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개체 수가 2백 그루가 채 되지 않”(239쪽)는다.
우리가 화분에 분재로 가꾸는 소철도 은행나무와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현재 소철속 110여 종이 살아남아 있고, 이들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메타세쿼이아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메타세쿼이아속의 종들이 더 있었지만 이들도 진화의 수순을 밟아 모두 멸종하였고, 메타세쿼이아 한 종만 살아남았습니다. 야생 메타세쿼이아는 심각한 벌채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현재 야생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메타세쿼이아는 대부분 사람이 재배한 것입니다. 자연적인 교배가 아니라 사람이 근친교배, 꺾꽂이 같은 무성 생식을 통해 번식시킨 것이죠. -241~242쪽
제주도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식물 2급인 으름난초는 사람들이 술을 담가 먹기 위해 그 열매를 마구 따가서 멸종위기에 놓였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귀한 으름난초로 술을 담가 먹었다는 글을 볼 수 있고, 저자는 바로 신고를 한다. 식물학자들이 멸종위기 종을 보전하기 위해 조사하고 보고하지만, 그것이 식물에게 정말 좋은 일인지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멸종위기식물을 지키는 것도 사람이지만, 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것도 결국 사람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진화해오며 살아온 종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나 자연선택이 아닙니다. 직간접적인 인간의 활동이 가장 큰 원인이죠. -257쪽
식물과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의미가 된다. 김춘수 시인은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풀꽃에도 이름이 있고, 그들의 일생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노라면 작은 식물 하나에서도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으며 그림 속에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글을 통해 알고 사랑하게 되어 생명 있는 것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페이지마다 빼곡하다.
목차
chapter 1. 빛나는 시작
숨은 조력자들 / 빛을 보기까지 / 이제는 꽃을 피울 시간 /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입자 / 고사리의 4억 년 / 대지로 내려온 잎사귀들
chapter 2. 들녘에 홀로 서서
물 위를 떠도는 용기 / 이런 곳에도, 초록 / 나무의 갑옷 / 살아남은 것의 역사 / 그럼에도 독도의 식물
chapter 3. 억센 몽상가들
방향을 돌려 더 가까이 / 잎새들의 이유 있는 행진 / 물을 다스리는 식물 / 식물 맹수들 / 세 개의 씨앗은 어디로 / 우아한 독기
chapter 4. 함께 모여 하늘을 향해
어울림을 향하여 / 향기의 숲 / 국화꽃 한 송이 / 산수국 꽃잎의 비밀 / 다윈이 사랑한 난초 / 지구를 물들이는 식물들
chapter 5. 숲의 마음
작은 창으로 쏟아지는 세상 / 뿌리의 사유 / 이타적 식물 / 친구가 내 곁에 오기까지 / 이름에 존중을 담다 / 다시 만날 수 없다면 / 식물의 마음 / 바람 앞의 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