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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이 뽑던 날: 강미숙 동화집

저자/역자
강미숙 글 / 정진영 그림
펴낸곳
장천
발행년도
2020
형태사항
184p.: 22cm
ISBN
9791197166716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6295-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6295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아이들의 놀이 속에 살아 있는 제주의 언어와 문화
제주에서 나고 자라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강미숙 작가의 첫 동화집. ‘근대화’의 물결이 몰아치던 80년대 초반의 제주를 배경으로, 제주의 언어와 놀이 문화가 아이들 속에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8편의 동화를 엮었다. 근대화는 개발 논리와 함께 ‘지역’의 문화를 ‘중앙’의 문화로 통합 · 포섭하기 시작했지만, 언론과 교육에서 강요되던 논리와는 상관 없이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지혜롭게 변용하면서 살아가던 제주 사람들의 모습이 《삥이 뽑던 날》에 잘 담겨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인 아홉 살 미옥이다. 어린 여자아이지만 밥도 잘 먹고 힘도 세고 밭일도 척척 해내는 일꾼이어서 일손이 아쉬울 때마다 툭하면 밭에 불려 다니기 일쑤다. 하지만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수시로 가슴 철렁한 사건들을 터뜨리는 사고뭉치이기도 하다. 그래도 미옥이는 자신의 행동에 늘 당당하고, 미옥이의 부모님들 또한 이런 딸에게 조신하지 못하다고 나무라는 법 없이 오히려 조용히 격려를 보낸다. 딸만 넷을 둔 미옥이의 부모님은 가끔 둘째인 미옥이를 보며 ‘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질 때도 있지만, 미옥이는 그런 어른들 생각에 늘 시원한 한 방을 날린다. “일 잘하는 거나 힘쓰는 거라면 남자 못지않을 자신 있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넘어서
근대화와 함께 남성과 여성에게는 각각 가부장과 가사노동이라는 고정된 성역할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지만 이 책의 인물들은 남자와 여자의 구분 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며 즐거움을 찾는다. 스스로 용돈을 벌기 위해 지네를 잡으러 다니는 대성이는 힘이 센 미옥이가 함께 다니자고 하자 기뻐하고, 좋아하는 제사 음식을 미옥이가 가져다주자 동생 수옥이를 다정하게 돌봐준다. 튼튼한 골판지 상자로 딱지를 만들어서 반 아이들의 딱지를 몽땅 따 갔던 태수에게 미옥이가 낡은 종이로 만든 딱지로 맞설 때 아이들은 너나없이 미옥이에게 응원을 보낸다. 어린이와 어른, 사람과 동물 사이의 위계도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엿장수에게는 미옥이와 언니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 모두가 힘을 합쳐 대항해서 망신을 주고, 겨울철마다 꿩사냥으로 한몫을 단단히 하는 미옥이네 집 개 누렁이는 집안에서 ‘서열 3위’로 어엿하게 대접받기도 한다.
이런 미옥이도 노동에 지친 어머니의 거친 손과 얼굴 주름을 보면 마음이 아파져서,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주름을 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고심 끝에 실행에 옮긴 일이 큰 사고로 번질 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잘 익은 수박을 골라오라는 심부름, 옆집에 돈을 갖다주고 오라는 심부름 등도 미옥이의 엉뚱한 사고방식 때문에 어른들의 기대와는 영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옥이의 부모님은 혼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어린아이의 마음을 차분히 헤아려준다. 하지만 직접적이고 다정한 위로나 격려의 말이 아니라 약간 부루퉁한 말투 속에 우회적으로 진심을 전하는 제주도 식의 화법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생생한 제주말의 향연
《삥이 뽑던 날》에는 전반적으로 생생한 제주말이 잘 살아 있다.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단어들에는 바로 아래에 작은 주석을 달아서 읽기 편하도록 편집했다. 눈으로만 읽어도 재미있지만, 입으로 소리내어 읽었을 때 느낌이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작품들이다.
거칠지만 계절마다 각기 다른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제주의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놀고 일하고 모험하며 성장하는 제주 여자아이 미옥이의 활약을 엮은 《삥이 뽑던 날》은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적인 것’으로만 치부되었던 지역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동화집이다.

* 이 책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20년도 문화예술원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
삥이 뽑던 날
지네잡이 소동
수박 심부름
돈을 완벽하게 갚는 방법
진정한 꼴등
보물 1호 '라면땅'
서열 3위
진짜 어머니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