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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언어와 겨레의 운명은 하나다!”
빼앗으려는 일제와 사수하려는 조선어학회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리고 끝내 법정에 선 한글의 운명을 다룬 역사 버라이어티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말하고 듣고 썼던 우리말을 빼앗긴다면? 한국어를 쓰면 위법이고,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를 써야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한국인의 모어는 한국어이고, 고유문자는 한글이다. 당연히 한국어 금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시대가 있었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쓰고 있는 우리말글, 이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사명으로 다듬고, 피땀으로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말글 지킴이’로 유명한 방송인 출신의 역사학자 정재환은 이 책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으로서의 한글운동을 살펴본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처음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그것이 ‘한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우리글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일제에 나라말을 빼앗기게 된 상황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일제의 동화정책에 맞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사전을 편찬하고, 민족어 3대 규범을 만든 조선어학회의 활동에 집중한다. 3장에서는 민족주의자를 일망타진하겠다는 일제의 야심으로 빚어진 조선어학회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4장에서는 해방 이후, 비로소 열린 한글의 시대를 조명하며, 학회가 사전 편찬을 시작한 지 28년 만에 이룩한 감격적인 쾌거 『큰사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독립운동 하면 만세시위나 임시정부 등을 떠올리지만, 민족어를 지키고자 했던 노력 또한 독립운동이었다. 조선어학회사건을 되짚는 일은 또 다른 형태의 독립운동과 마주하는 경험이자, 우리말글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과정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어학회사건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전모는 역사나 언어에 관심 있는 소수만이 알고 있는 형편이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루는 기초이자 토대다. 사람의 뿌리다. 그 뿌리가 짓밟혔던 치욕스러운 과거, 그리고 그 뿌리를 되살리고자 끈질기게 버티고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르고서야, 어찌 뿌리에 기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일이 가능할까.” - 본문 중에서
“언어와 겨레의 운명은 하나다!”
빼앗으려는 일제와 사수하려는 조선어학회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리고 끝내 법정에 선 한글의 운명을 다룬 역사 버라이어티
2020년 10월 9일은 574번째 맞이하는 한글날이다.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그 우수성을 기리고자 제정된 국경일,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고 있는 문자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한글’이 사라졌던, 아니 빼앗겼던 시대가 있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있었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토해내지 못한 채 대한제국은 소멸했다. 일제는 강력한 동화정책을 시행했다. 조선인을 천황의 신민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조선의 정체성은 소멸되어야 할 대상이었고, 조선어와 조선 글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조선 역사와 문화의 정수였다.
조선이란 존재 자체가 위협받던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는 우리말글 연구와 조선어사전 만들기에 전념했다. 금지된 것, 없애려는 것을 살리고 지키려는 행위는 저항이자 투쟁이었고, 일본의 국시 위반 행위였다.
조선총독부의 사찰과 회유, 압박과 통제가 이어졌지만, 학회의 활동은 흔들림 없이 지속되었다. 학회는 1929년 조선어사전 편찬을 시작해 1940년까지 「한글 마춤법 통일안」,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등 ‘민족어 3대 규범’을 제정하며 조선 어문의 근대화를 이룩했다.
과연 사전을 편찬함으로써 독립을 이룰 수 있을까?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독립군이 대승을 거두고, 목숨을 던져 의열단 투쟁을 전개하고, 도쿄에서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고, 홍커우공원에서 일본군 수뇌와 정치인들을 폭살했지만 조선 땅에서 일제를 몰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조선어를 정리하고 통일하고 사전을 만들어서 독립한다고? 애당초 번지수가 틀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조선어학회 회원 중 한 명인 이윤재는 사전 편찬실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말과 글은 민족과 운명을 같이한다. 일본이 조선의 글과 말을 없애 동화정책을 쓰고 있으니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글과 우리말을 아끼고 다듬어 길이 후세에 전해야 한다. 말과 글이 없어져 민족이 없어진 가까운 예로 만주족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우리의 말과 글에 대한 글을 써두고 조선어사전을 편찬해두면, 불행한 일이 있더라도 후세에 이것을 근거하여 제 글과 말을 찾아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족의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되고 민족운동이 되는 것이야.”
“그때, 그들에게 한글은 ‘목숨’이었다”
독립운동으로서의 한글운동,
그리고 한글의 탄생과 발달, 진화 과정을 추적하다
조선어학회는 어문운동을 통해 조선의 독립을 꿈꾸었다. 학술 단체였기에 사전을 편찬하고 민족어 3대 규범을 마련하고, 잡지 『한글』을 발행하면서도 일제의 탄압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일본은 다급했다. 완벽한 동화의 실현을 위해 조선적인 것은 모조리 박멸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 민족의 정수인 조선어를 지키는 학회를 일망타진하고자 했다.
그렇게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사건이 터졌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줄줄이 잡혀가면서 사전 편찬은 중단되었고, 잡지 『한글』도 발행할 수 없었다. 수난자들은 고문과 불법적인 사법행정으로 2년 넘게 생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회원 중 2명이 옥중에서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회원들은 조선어에 대한 사명과 열정을 놓지 않았다. 최현배가 가로쓰기를 완성한 것 역시 옥중에서였다.
감방에는 책도 없고 종이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현배는 학문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랜 숙제인 가로쓰기안 연구에 착수했다. 손바닥에 쓰고 살갗에 그리고 이불에 쓰고, 천장에 그리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가로쓰기안을 완성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만일 내가 끝내 옥에서 나가지 못한다면, 과연 가로쓰기안이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던 그 앞에 천우신조처럼 나타난 것은 같은 방을 쓰게 된 젊은 청년 둘이었다. 최현배는 생각했다.
‘내가 옥에서 죽더라도 이들은 살아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래, 이들에게 가로쓰기안을 가르치자!’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1932년부터 1936년 사이에 사용하던 ‘금서집’이란 방명록에 ‘한글이 목숨’이라는 최현배의 친필 휘호가 남아 있다. 날짜가 없어 정확히 언제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글 마춤법 통일안」 제정을 전후해 활발히 전개되던 한글 강습회가 조선총독부에 의해 폐지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한글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민족과 한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다’는 절박감에서 최현배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는 심정으로 ‘한글이 목숨’이라 썼을 것이다.
그랬다. 그때 그들에게 한글은 목숨이었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목숨 같은 한글을 지키고자 피땀을 흘렸고, 해방 이후 비로소 한글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35년간 강요된 일본어와 일제 교육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국어 교육의 기틀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한글 교과서를 만들고, 한글 강습회를 열었으며, 한글전용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1947년 10월 9일, 『조선말 큰사전』 1권을 출간했다. 1957년 6권으로 완간된 『큰사전』은 우리말을 우리말로 풀이한 본격적인 조선어사전이었고, 일제의 조선어 억압 정책에 맞서 조선어를 수호하고 보전하고자 한 민족정신의 산물이었다. 『큰사전』 완간은 자기 나라 말을 풀이한 사전 한 권조차 없다는 문화적 수치를 씻고 민족갱생의 첩경을 닦고자 1929년 사전 편찬에 착수한 지 무려 28년 만에 온갖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고 이룬 감격적인 쾌거였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쓰고 있는 우리말글,
이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사명으로 다듬고, 피땀으로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듯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쓰고 있는 우리말글, 이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사명으로 다듬고, 피땀으로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말글 지킴이’로 유명한 방송인 출신의 역사학자 정재환은 이 책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으로서의 한글운동을 살펴본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처음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그것이 ‘한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우리글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일제에 나라말을 빼앗기게 된 상황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일제의 동화정책에 맞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사전을 편찬하고, 민족어 3대 규범을 만든 조선어학회의 활동에 집중한다. 3장에서는 민족주의자를 일망타진하겠다는 일제의 야심으로 빚어진 조선어학회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4장에서는 해방 이후, 비로소 열린 한글의 시대를 조명하며, 조선어학회가 사전 편찬을 시작한 지 28년 만에 이룩한 감격적인 쾌거 『큰사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독립운동 하면 만세시위나 임시정부 등을 떠올리지만, 민족어를 지키고자 했던 노력 또한 독립운동이었다. 조선어학회사건을 되짚는 일은 또 다른 형태의 독립운동과 마주하는 경험이자, 우리말글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과정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어학회사건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전모는 역사나 언어에 관심 있는 소수만이 알고 있는 형편이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루는 기초이자 토대다. 사람의 뿌리다. 그 뿌리가 짓밟혔던 치욕스러운 과거, 그리고 그 뿌리를 되살리고자 끈질기게 버티고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르고서야, 어찌 뿌리에 기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일이 가능할까.” - 본문 중에서
빼앗으려는 일제와 사수하려는 조선어학회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리고 끝내 법정에 선 한글의 운명을 다룬 역사 버라이어티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말하고 듣고 썼던 우리말을 빼앗긴다면? 한국어를 쓰면 위법이고,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를 써야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한국인의 모어는 한국어이고, 고유문자는 한글이다. 당연히 한국어 금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시대가 있었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쓰고 있는 우리말글, 이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사명으로 다듬고, 피땀으로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말글 지킴이’로 유명한 방송인 출신의 역사학자 정재환은 이 책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으로서의 한글운동을 살펴본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처음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그것이 ‘한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우리글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일제에 나라말을 빼앗기게 된 상황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일제의 동화정책에 맞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사전을 편찬하고, 민족어 3대 규범을 만든 조선어학회의 활동에 집중한다. 3장에서는 민족주의자를 일망타진하겠다는 일제의 야심으로 빚어진 조선어학회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4장에서는 해방 이후, 비로소 열린 한글의 시대를 조명하며, 학회가 사전 편찬을 시작한 지 28년 만에 이룩한 감격적인 쾌거 『큰사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독립운동 하면 만세시위나 임시정부 등을 떠올리지만, 민족어를 지키고자 했던 노력 또한 독립운동이었다. 조선어학회사건을 되짚는 일은 또 다른 형태의 독립운동과 마주하는 경험이자, 우리말글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과정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어학회사건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전모는 역사나 언어에 관심 있는 소수만이 알고 있는 형편이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루는 기초이자 토대다. 사람의 뿌리다. 그 뿌리가 짓밟혔던 치욕스러운 과거, 그리고 그 뿌리를 되살리고자 끈질기게 버티고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르고서야, 어찌 뿌리에 기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일이 가능할까.” - 본문 중에서
“언어와 겨레의 운명은 하나다!”
빼앗으려는 일제와 사수하려는 조선어학회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리고 끝내 법정에 선 한글의 운명을 다룬 역사 버라이어티
2020년 10월 9일은 574번째 맞이하는 한글날이다.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그 우수성을 기리고자 제정된 국경일,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고 있는 문자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한글’이 사라졌던, 아니 빼앗겼던 시대가 있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있었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토해내지 못한 채 대한제국은 소멸했다. 일제는 강력한 동화정책을 시행했다. 조선인을 천황의 신민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조선의 정체성은 소멸되어야 할 대상이었고, 조선어와 조선 글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조선 역사와 문화의 정수였다.
조선이란 존재 자체가 위협받던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는 우리말글 연구와 조선어사전 만들기에 전념했다. 금지된 것, 없애려는 것을 살리고 지키려는 행위는 저항이자 투쟁이었고, 일본의 국시 위반 행위였다.
조선총독부의 사찰과 회유, 압박과 통제가 이어졌지만, 학회의 활동은 흔들림 없이 지속되었다. 학회는 1929년 조선어사전 편찬을 시작해 1940년까지 「한글 마춤법 통일안」,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등 ‘민족어 3대 규범’을 제정하며 조선 어문의 근대화를 이룩했다.
과연 사전을 편찬함으로써 독립을 이룰 수 있을까?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독립군이 대승을 거두고, 목숨을 던져 의열단 투쟁을 전개하고, 도쿄에서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고, 홍커우공원에서 일본군 수뇌와 정치인들을 폭살했지만 조선 땅에서 일제를 몰아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조선어를 정리하고 통일하고 사전을 만들어서 독립한다고? 애당초 번지수가 틀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조선어학회 회원 중 한 명인 이윤재는 사전 편찬실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말과 글은 민족과 운명을 같이한다. 일본이 조선의 글과 말을 없애 동화정책을 쓰고 있으니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글과 우리말을 아끼고 다듬어 길이 후세에 전해야 한다. 말과 글이 없어져 민족이 없어진 가까운 예로 만주족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우리의 말과 글에 대한 글을 써두고 조선어사전을 편찬해두면, 불행한 일이 있더라도 후세에 이것을 근거하여 제 글과 말을 찾아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족의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되고 민족운동이 되는 것이야.”
“그때, 그들에게 한글은 ‘목숨’이었다”
독립운동으로서의 한글운동,
그리고 한글의 탄생과 발달, 진화 과정을 추적하다
조선어학회는 어문운동을 통해 조선의 독립을 꿈꾸었다. 학술 단체였기에 사전을 편찬하고 민족어 3대 규범을 마련하고, 잡지 『한글』을 발행하면서도 일제의 탄압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일본은 다급했다. 완벽한 동화의 실현을 위해 조선적인 것은 모조리 박멸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 민족의 정수인 조선어를 지키는 학회를 일망타진하고자 했다.
그렇게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사건이 터졌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줄줄이 잡혀가면서 사전 편찬은 중단되었고, 잡지 『한글』도 발행할 수 없었다. 수난자들은 고문과 불법적인 사법행정으로 2년 넘게 생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회원 중 2명이 옥중에서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회원들은 조선어에 대한 사명과 열정을 놓지 않았다. 최현배가 가로쓰기를 완성한 것 역시 옥중에서였다.
감방에는 책도 없고 종이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현배는 학문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랜 숙제인 가로쓰기안 연구에 착수했다. 손바닥에 쓰고 살갗에 그리고 이불에 쓰고, 천장에 그리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가로쓰기안을 완성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만일 내가 끝내 옥에서 나가지 못한다면, 과연 가로쓰기안이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던 그 앞에 천우신조처럼 나타난 것은 같은 방을 쓰게 된 젊은 청년 둘이었다. 최현배는 생각했다.
‘내가 옥에서 죽더라도 이들은 살아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래, 이들에게 가로쓰기안을 가르치자!’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1932년부터 1936년 사이에 사용하던 ‘금서집’이란 방명록에 ‘한글이 목숨’이라는 최현배의 친필 휘호가 남아 있다. 날짜가 없어 정확히 언제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글 마춤법 통일안」 제정을 전후해 활발히 전개되던 한글 강습회가 조선총독부에 의해 폐지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한글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민족과 한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다’는 절박감에서 최현배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는 심정으로 ‘한글이 목숨’이라 썼을 것이다.
그랬다. 그때 그들에게 한글은 목숨이었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목숨 같은 한글을 지키고자 피땀을 흘렸고, 해방 이후 비로소 한글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35년간 강요된 일본어와 일제 교육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국어 교육의 기틀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한글 교과서를 만들고, 한글 강습회를 열었으며, 한글전용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1947년 10월 9일, 『조선말 큰사전』 1권을 출간했다. 1957년 6권으로 완간된 『큰사전』은 우리말을 우리말로 풀이한 본격적인 조선어사전이었고, 일제의 조선어 억압 정책에 맞서 조선어를 수호하고 보전하고자 한 민족정신의 산물이었다. 『큰사전』 완간은 자기 나라 말을 풀이한 사전 한 권조차 없다는 문화적 수치를 씻고 민족갱생의 첩경을 닦고자 1929년 사전 편찬에 착수한 지 무려 28년 만에 온갖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고 이룬 감격적인 쾌거였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쓰고 있는 우리말글,
이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사명으로 다듬고, 피땀으로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듯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쓰고 있는 우리말글, 이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사명으로 다듬고, 피땀으로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말글 지킴이’로 유명한 방송인 출신의 역사학자 정재환은 이 책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으로서의 한글운동을 살펴본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처음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그것이 ‘한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우리글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는 동시에 일제에 나라말을 빼앗기게 된 상황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일제의 동화정책에 맞서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사전을 편찬하고, 민족어 3대 규범을 만든 조선어학회의 활동에 집중한다. 3장에서는 민족주의자를 일망타진하겠다는 일제의 야심으로 빚어진 조선어학회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4장에서는 해방 이후, 비로소 열린 한글의 시대를 조명하며, 조선어학회가 사전 편찬을 시작한 지 28년 만에 이룩한 감격적인 쾌거 『큰사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독립운동 하면 만세시위나 임시정부 등을 떠올리지만, 민족어를 지키고자 했던 노력 또한 독립운동이었다. 조선어학회사건을 되짚는 일은 또 다른 형태의 독립운동과 마주하는 경험이자, 우리말글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과정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어학회사건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전모는 역사나 언어에 관심 있는 소수만이 알고 있는 형편이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루는 기초이자 토대다. 사람의 뿌리다. 그 뿌리가 짓밟혔던 치욕스러운 과거, 그리고 그 뿌리를 되살리고자 끈질기게 버티고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르고서야, 어찌 뿌리에 기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일이 가능할까.” - 본문 중에서
목차
들어가며. 그런 시대가 있었다
1장. 나라말이 사라졌다
‘혼용’이냐 ‘전용’이냐, 문자 전쟁의 시작
450년 만에 이루어진 세종의 꿈
그런데, 그 나라말이 사라졌다
스승의 죽음과 한글의 탄생
2장. 언어와 겨레의 운명은 하나! 나라말을 지켜라
조선어사전을 펴내라! 말모이 대작전
조선어의 근대화, 민족어 3대 규범을 만들다
몸은 빈궁해도,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들
3장. 일제의 조선어학회 죽이기
‘노력하라. 인생은 힘쓰는 자의 것이다’
조선어학회의 운명을 가른 한 줄
민족주의자를 일망타진하겠다는 일제의 야심, ‘조선어학회사건’
고문기술자들과 사라진 인권
한글, 법정에 서다
4장. 해방 이후, 한글의 시대를 열다
새 나라와 새 사회, 새로운 출발
한글의 시대를 열다, 그리고
28년 만에 이룩한 감격적인 쾌거, 『큰사전』
나가며. 만약 우리에게 조선어학회가 없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