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에쿠니 가오리 컬렉션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 저자/역자
- 에쿠니 가오리 지음 / 김난주 옮김
- 펴낸곳
- 소담출판사
- 발행년도
- 2020
- 형태사항
- 214p.; 19cm
- 총서사항
- 에쿠니 가오리 컬렉션
- 원서명
- 物語のなかとそと 物語のなかとそと
- ISBN
- 9791160271829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34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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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5983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JG0000005983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소설의 안과 밖,
그 경계에서 피어나는 기묘한 일상에 대하여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내게 그 질량만큼의 조그만 구멍이 뚫린다.
가령 내가 안녕이라고 쓰면,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큼의 구멍이 내게 뚫려서, 그때껏 닫혀 있던 나의 안쪽이 바깥과 이어진다. 가령 이 계절이면 나는, 겨울이 되었네요 하고 편지에 쓸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그때껏 나의 안쪽에만 존재하던 나의 겨울이 바깥의 겨울과 이어진다. 쓴다는 것은, 자신을 조금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으로.
_「투명한 상자, 혼자서 하는 모험」 중에서
글을 쓰면 자신의 안쪽에만 존재하던 글자가 자신의 바깥, 그러니까 세상으로 조금씩 흘러나온다는 그녀이기에 실제의 삶과 소설은 경계를 세우기 어려울 만큼 서로 밀접해있다. 가령 첫 번째 챕터인 <무제>에서는 검진을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그녀의 몸 안에 스노보드 하나가 걸려있다는 말을 듣는다. 뿐만 아니라 소형 보트와 비행기, 금귤베리와 장화, 도마뱀, 길모퉁이, 휴대전화의 가치에 대한 의문, 오래된 민가, 그리고 옛 연인까지, 의사는 그녀가 온몸으로 주워 담아 놓은 온 세계의 사소한 것들이 차트로 102페이지나 된다고 말한다.
사람의 몸 속에 수백 수천 가지 물건과 의문 들이 형체를 가지고 쌓여있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나 에쿠니의 삶에서는 가능하다. 이는 그녀의 내면에 가득한 세상에 대한 애정이자 언젠가 그녀의 몸 밖으로 나올 글자들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녀의 몸 속에 쌓여있다는 온 세상의 사소한 것들의 목록을 읽고 있자면, 문득 언젠가 글로서 쏟아져 나오게 될, 몸속에 쌓인 온갖 것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_「소설의 안과 밖―문학적 근황」 중에서
에쿠니에게 ‘쓰기’이란, 수고스럽도록 주워 모아 온몸에 쌓아놓은 세상의 사소한 것들을 자신을 바깥으로 흘려 다시금 세상과 맞닿는 일이고, 그와 동시에 ‘읽기’란 현실 세상을 비우고 글이라는 바깥 세계로 잠시 떠나는 일이다. 그렇게 문학과 현실은 서로 안과 밖을 바꿔가며 떠나고 맞이하고 비우고 채우는 일을 반복한다.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삶과 소설의 안과 밖을 드나드는 일은 에쿠니 가오리 혼자만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녀의 삶과 소설의 안과 밖을 함께 여행하고, 더 나아가 에쿠니 가오리의 바람대로,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녀의 소설을 통해 자신의 안을 채우고 비우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는 생에 처음 손에 잡은 그림책을 통해 세계를 마주하는 법을 배운 어린아이였고(_「사전 같은 것: 미피 시리즈」), 글을 쓰려면 배짱이 필요하다는 어느 여류 작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던 스무 살(_「신비의 베일」)과 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어렴풋 의심하기 시작한 스물한 살을 보냈다.(_「나는 교실」) 어느 날에는 자신의 소설이 활자로 찍혀 처음 세상에 소개되기도 했고, 어느새 매일 아침 일어나 목욕을 하고 끼니를 해결하듯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소설가가 되었다.(_「2009년의 일기」)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에 수록된 글들은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0년에 걸쳐 각기 다른 시기에 쓰였고, 각 챕터 속에서 에쿠니의 나이나 그녀가 처한 상황, 쓰고 있는 글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라는 모험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굳건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에쿠니가 오랜 시간 저력을 가지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멋진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의,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마저 읽기 전과는 달라지게 하는 힘,
가공의 세계에서 현실로 밀려오는 것, 그 터무니없는 힘.
나는 이 에세이집 안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그 경계에서 피어나는 기묘한 일상에 대하여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내게 그 질량만큼의 조그만 구멍이 뚫린다.
가령 내가 안녕이라고 쓰면,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큼의 구멍이 내게 뚫려서, 그때껏 닫혀 있던 나의 안쪽이 바깥과 이어진다. 가령 이 계절이면 나는, 겨울이 되었네요 하고 편지에 쓸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그때껏 나의 안쪽에만 존재하던 나의 겨울이 바깥의 겨울과 이어진다. 쓴다는 것은, 자신을 조금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으로.
_「투명한 상자, 혼자서 하는 모험」 중에서
글을 쓰면 자신의 안쪽에만 존재하던 글자가 자신의 바깥, 그러니까 세상으로 조금씩 흘러나온다는 그녀이기에 실제의 삶과 소설은 경계를 세우기 어려울 만큼 서로 밀접해있다. 가령 첫 번째 챕터인 <무제>에서는 검진을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그녀의 몸 안에 스노보드 하나가 걸려있다는 말을 듣는다. 뿐만 아니라 소형 보트와 비행기, 금귤베리와 장화, 도마뱀, 길모퉁이, 휴대전화의 가치에 대한 의문, 오래된 민가, 그리고 옛 연인까지, 의사는 그녀가 온몸으로 주워 담아 놓은 온 세계의 사소한 것들이 차트로 102페이지나 된다고 말한다.
사람의 몸 속에 수백 수천 가지 물건과 의문 들이 형체를 가지고 쌓여있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나 에쿠니의 삶에서는 가능하다. 이는 그녀의 내면에 가득한 세상에 대한 애정이자 언젠가 그녀의 몸 밖으로 나올 글자들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녀의 몸 속에 쌓여있다는 온 세상의 사소한 것들의 목록을 읽고 있자면, 문득 언젠가 글로서 쏟아져 나오게 될, 몸속에 쌓인 온갖 것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_「소설의 안과 밖―문학적 근황」 중에서
에쿠니에게 ‘쓰기’이란, 수고스럽도록 주워 모아 온몸에 쌓아놓은 세상의 사소한 것들을 자신을 바깥으로 흘려 다시금 세상과 맞닿는 일이고, 그와 동시에 ‘읽기’란 현실 세상을 비우고 글이라는 바깥 세계로 잠시 떠나는 일이다. 그렇게 문학과 현실은 서로 안과 밖을 바꿔가며 떠나고 맞이하고 비우고 채우는 일을 반복한다.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삶과 소설의 안과 밖을 드나드는 일은 에쿠니 가오리 혼자만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녀의 삶과 소설의 안과 밖을 함께 여행하고, 더 나아가 에쿠니 가오리의 바람대로,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녀의 소설을 통해 자신의 안을 채우고 비우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는 생에 처음 손에 잡은 그림책을 통해 세계를 마주하는 법을 배운 어린아이였고(_「사전 같은 것: 미피 시리즈」), 글을 쓰려면 배짱이 필요하다는 어느 여류 작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던 스무 살(_「신비의 베일」)과 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어렴풋 의심하기 시작한 스물한 살을 보냈다.(_「나는 교실」) 어느 날에는 자신의 소설이 활자로 찍혀 처음 세상에 소개되기도 했고, 어느새 매일 아침 일어나 목욕을 하고 끼니를 해결하듯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소설가가 되었다.(_「2009년의 일기」)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에 수록된 글들은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0년에 걸쳐 각기 다른 시기에 쓰였고, 각 챕터 속에서 에쿠니의 나이나 그녀가 처한 상황, 쓰고 있는 글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라는 모험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굳건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에쿠니가 오랜 시간 저력을 가지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멋진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의,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마저 읽기 전과는 달라지게 하는 힘,
가공의 세계에서 현실로 밀려오는 것, 그 터무니없는 힘.
나는 이 에세이집 안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목차
1. 쓰기
무제
비밀
《나는 교실》
빵
그릇장 속에서
2009년의 일기
소박한 소설
실려 온 것
투명한 상자, 혼자서 하는 모험
신비의 베일
2. 읽기
독서 노트
모색과 판단 — 내 인생을 바꾼 소설
자유
마가릿 와이즈 브라운
기묘한 장소
가와카미 씨에게 보내는 편지
그림책의 힘
그 은밀한 기척, 책들이 만드는 음울한 깊이
사전 같은 것 — <미피> 시리즈
좋아하는 것
여기에 계속 있다는 것
다이칸야마의 추억
어제 저녁
최근에 읽은 책
20년만의 근황 보고 — 2008년 가을
책 세 권
이곳과 그곳
아라이 료지 씨에게 보내는 편지
창, 로앙의 안뜰
소설과 안과 밖 — 문학적 근황
3. 그 주변
산책이 따른다
상하이의 비
밖에서 논다
소유하는 도시
찾아가는 동네
동네 안의 친구
현악기 소리
아이들 주변 1
아이들 주변 2
사양하지 않는 예의
가엾게, 라는 말
콩깍지 손질하기 — 작가의 먹방 1
인도 레스토랑 — 작가의 먹방 2
죽 — 작가의 먹방 3
칭찬의 말 — 작가의 먹방 4
여행을 위한 신발
메밀국숫집 기담
에페르네의 튤립 — 봄
동네에 피었던 꽃 — 여름
패랭이꽃 — 가을
눈 쌓인 벌판과 히스 — 겨울
‘기’에 대해서
그녀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