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한국에 삽니다
- 저자/역자
- 안드레스 솔라노 지음 / 이수정 옮김
- 펴낸곳
- 은행나무
- 발행년도
- 2018
- 형태사항
- 222p.; 22cm
- 원서명
- Corea:apuntes desde la cuerda floja
- ISBN
- 9791188810642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78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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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595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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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5950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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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수상작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내부,
타인의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나와 우리들의 외부,
이 책은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_김인숙(소설가)
콜롬비아 출신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가 모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한국에서의 1년간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내 2016년 콜롬비아 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에 삽니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고도 정작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책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스 솔라노는 영국 유명 문학잡지 〈그랜타〉가 선정한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 중 1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소설가다. 현재 한국에 살며 한국문학번역아카데미에서 스페인어 번역 전문가 양성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에 삽니다》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좌충우돌 체험기가 아니다. 한국말이 유창하고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 사위의 소소한 일기도 아니며, 한국 사회가 간과하는 추한 면모를 비판하는 르포르타주도 아니다. 소설가 김인숙의 추천사처럼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내부, 타인의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나와 우리들의 외부”, 즉 경계에 선 사람이 그 경계를 직시하는 이야기다. 책의 원제 Corea: apuntes desde la cuerda floja는 ‘흔들리는 외줄 위에서 써 내려간 메모들’이란 뜻이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출렁이며 줄을 타는 것처럼 존재가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태에서 쓴 글을 의미한다. 경계에 서서 흔들리는 건 그 뿐만이 아니요,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 항상 경계를 직시하고자 하는 이방인이기에 ‘한국에 삽니다’라는, 이곳에 더 적합한 제목으로 한국에 안착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기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 삽니다》는 칠레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초판 원본에 미처 풀어내지 못한 노트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더한 편집 확대본이다. 이 책의 여주인공이자, 이야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자와 하루하루를 함께한 그의 아내 이수정이 작가와 소통하며 우리말로 옮겼다.
부유의 기록
_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우리의 새 삶은 네 개의 여행 가방 안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며 두려움도 없다.”(18쪽)
눈 쌓인 겨울, 서울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로 한 것 외에는 모든 게 미정인 30대의 한 부부가 이태원에 낡은 연립주택을 빌리기 위해 짐을 길바닥에 내려놓는 것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의 전부를 욱여넣은 가방을 이렇게 길바닥에 두고 부동산에 열쇠를 가지러 갔다 오는 것이 남자는 못마땅하다. 그가 태어나 자란 보고타였다면, “광장의 비둘기가 떼로 몰려와 한 줌의 쌀알들을 먹어 치우”기도 전에 가방을 도둑맞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태원은 주한 미군, 필리핀 매춘 여성, 동성애자, 이슬람교도, 국제결혼 커플을 비롯한, 타 지역보다 더 다양한 계층과 성향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곳이다. 서문의 “2년 뒤 그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했을 땐 5톤 트럭에 살림을 가득 채웠”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네 개의 여행 가방이 5톤의 트럭으로 불어나는 과정과 성찰을 담은 이야기다. 남대문에서 60년대 한국 록그룹의 엘피판을 구매하고, 황학동에서 중고 냉장고를 사고, 페이보릿 넘버가 흐르는 술집을 발견하고, 바닥난 통장을 채우고 또 비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채운 사계절을 담았다. 사계절 동안 해야만 했던 일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 일상 속에서 작가의 머릿속을 스쳐 간 단상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도대체 나는 여기서 뭘 하는 거지?”라는 질문과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한 외국인이 타국에서 부유한 기록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큰 울림을 자아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특히, 여의도에서 탔던 택시 에피소드와 KBS 라디오를 진행하는 이야기, 오후 다섯 시의 서울에 대한 묘사에 대해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공감의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하루키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자”라는 〈재팬타임스〉의 평가처럼, 감각적인 문장과 달콤한 쓸쓸함의 정서가 이 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겐 익숙한 한국의 조직문화, 종교문화, 가족문화, 성문화, 그리고 회색 도시 풍경을 새롭게 직시하게 하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명상을 위한 넓은 들판, 서울
기묘한 도시의 아름다움과 고독
인생을 책에 비유하자면 삼부작 장편소설에서 제2부를 서울에서 보내고 있는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는 어느 외국인처럼 한국전쟁에 관심이 많다. 특히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국인지라, 콜롬비아 참전용사가 등장하는 소설 《네온사인 공동묘지》를 구상해 집필하기도 한다. 봄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공격 선포 뉴스와 드높고 긴 용산 미군 기지의 회색 담장이 휴전 상태라는 국가 상황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북한이 바다에 미사일을 쏠 때마다 애타게 그의 생사를 묻는 콜롬비아의 가족들과 태연히 고기 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넥타이 부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흥미롭다.
한국에서 작가로 살겠다는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그는 우아함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평온한 사람의 태도로, 때로는 극도로 불안한 사람의 태도로 책을 읽는다. 알베르 코세리, 빌헬름 게나치노, 크누트 함순, 제발트…… 그리고 김영하, 김훈, 김승옥, 윤흥길, 고은. 그리고 그는 읽은 책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 현실은 그저 노트에 적을 수밖에. 책 이야기 사이사이에 콜롬비아에 있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파고든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고독과 그리움은 조금씩 흐려져 가는 듯하다. 그럴수록 선명해지는 서울이란 도시의 기묘함과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알지 못했던 이 나라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이 작품의 무대는 서울,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도 서울이다. 처가댁이 있는 부산을 배경으로 단편소설 〈피그 스킨〉을 발표하기도 한 그에게 쉽게 지나치는 작은 언덕 길, 빼곡한 콘크리트 건물들과 “서늘한 한숨 같은 공기가 도는” 한강은 가장 특별한 소재다. 고요한 서울의 꿈틀거림을 포착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의 도시를 껴안는 그의 아포리즘이 작품 곳곳에서 빛이 난다.
“서울은 명상을 위한 넓은 들판 같아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를 듣기 위해서 노력하고,
36년을 산 내가 이 땅 위에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서 고민한다.”(105쪽)
“나는 항상 사라졌다가 되돌아오는 삶을 꿈꾸었다”
우리는 언제나 이방인의 삶을 동경한다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다 보면, 어떨 땐, 납으로 된 옷을 입은 것만큼 무겁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콜롬비아에 살았을 때 그토록 바라던 것이다.
반대편 땅의 끝에 존재하는 것. 주름 속에 존재하는 것. 타인이 된 것 같은 기분 말이다.”(152쪽)
한국은 콜롬비아와 14시간의 시차가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한국에 산다는 건 14시간 미래에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종말에서 14시간 더 가까”운 상태에 처하길 자처한 안드레스 솔라노 씨. 볼을 맞대고 입을 맞추는 작별 인사도, 시끌벅쩍한 음악과 연기에 몽롱한 하우스 파티도, 탄생과 죽음의 기쁨과 슬픔도 함께할 수 없는 한국에서의 고독한 삶이 사실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라는 진실을 그는 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죽지는 않았지만 죽음에 가까운 상태, 죽지 않고 부활하는 “사라졌다가 되돌아오는 삶”,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 없는 삶을 되찾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모국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건 두렵지만 동시에 거대한 평온을 안겨준다. 마약과 범죄와 지독한 가난이 무기력으로 이끄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지우며 한국에서 네 계절을 꼬박 살아낸 그는 항상 그를 따라다니던 불안이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살아왔고 아마도 계속 살아갈 우리에게 완전한 타인의 한국 경험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불안은 그 혼자의 것이 아니요, 우리에게도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르의 경계가 사라진 우리 시대 문학을 대변하는 탁월한 문학적 성취”라는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심사위원장의 말처럼, 일기의 형식을 빌려 연대기처럼 써 내려간 이 작품은 이토록 인문적이고 자기계발적이며 문학적이다.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내부,
타인의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나와 우리들의 외부,
이 책은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_김인숙(소설가)
콜롬비아 출신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가 모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한국에서의 1년간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내 2016년 콜롬비아 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에 삽니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고도 정작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책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스 솔라노는 영국 유명 문학잡지 〈그랜타〉가 선정한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 중 1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소설가다. 현재 한국에 살며 한국문학번역아카데미에서 스페인어 번역 전문가 양성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에 삽니다》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좌충우돌 체험기가 아니다. 한국말이 유창하고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 사위의 소소한 일기도 아니며, 한국 사회가 간과하는 추한 면모를 비판하는 르포르타주도 아니다. 소설가 김인숙의 추천사처럼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내부, 타인의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나와 우리들의 외부”, 즉 경계에 선 사람이 그 경계를 직시하는 이야기다. 책의 원제 Corea: apuntes desde la cuerda floja는 ‘흔들리는 외줄 위에서 써 내려간 메모들’이란 뜻이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출렁이며 줄을 타는 것처럼 존재가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태에서 쓴 글을 의미한다. 경계에 서서 흔들리는 건 그 뿐만이 아니요,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 항상 경계를 직시하고자 하는 이방인이기에 ‘한국에 삽니다’라는, 이곳에 더 적합한 제목으로 한국에 안착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기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 삽니다》는 칠레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초판 원본에 미처 풀어내지 못한 노트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더한 편집 확대본이다. 이 책의 여주인공이자, 이야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자와 하루하루를 함께한 그의 아내 이수정이 작가와 소통하며 우리말로 옮겼다.
부유의 기록
_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우리의 새 삶은 네 개의 여행 가방 안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며 두려움도 없다.”(18쪽)
눈 쌓인 겨울, 서울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로 한 것 외에는 모든 게 미정인 30대의 한 부부가 이태원에 낡은 연립주택을 빌리기 위해 짐을 길바닥에 내려놓는 것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의 전부를 욱여넣은 가방을 이렇게 길바닥에 두고 부동산에 열쇠를 가지러 갔다 오는 것이 남자는 못마땅하다. 그가 태어나 자란 보고타였다면, “광장의 비둘기가 떼로 몰려와 한 줌의 쌀알들을 먹어 치우”기도 전에 가방을 도둑맞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태원은 주한 미군, 필리핀 매춘 여성, 동성애자, 이슬람교도, 국제결혼 커플을 비롯한, 타 지역보다 더 다양한 계층과 성향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곳이다. 서문의 “2년 뒤 그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했을 땐 5톤 트럭에 살림을 가득 채웠”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네 개의 여행 가방이 5톤의 트럭으로 불어나는 과정과 성찰을 담은 이야기다. 남대문에서 60년대 한국 록그룹의 엘피판을 구매하고, 황학동에서 중고 냉장고를 사고, 페이보릿 넘버가 흐르는 술집을 발견하고, 바닥난 통장을 채우고 또 비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채운 사계절을 담았다. 사계절 동안 해야만 했던 일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 일상 속에서 작가의 머릿속을 스쳐 간 단상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도대체 나는 여기서 뭘 하는 거지?”라는 질문과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한 외국인이 타국에서 부유한 기록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큰 울림을 자아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특히, 여의도에서 탔던 택시 에피소드와 KBS 라디오를 진행하는 이야기, 오후 다섯 시의 서울에 대한 묘사에 대해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공감의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하루키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자”라는 〈재팬타임스〉의 평가처럼, 감각적인 문장과 달콤한 쓸쓸함의 정서가 이 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겐 익숙한 한국의 조직문화, 종교문화, 가족문화, 성문화, 그리고 회색 도시 풍경을 새롭게 직시하게 하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명상을 위한 넓은 들판, 서울
기묘한 도시의 아름다움과 고독
인생을 책에 비유하자면 삼부작 장편소설에서 제2부를 서울에서 보내고 있는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는 어느 외국인처럼 한국전쟁에 관심이 많다. 특히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국인지라, 콜롬비아 참전용사가 등장하는 소설 《네온사인 공동묘지》를 구상해 집필하기도 한다. 봄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공격 선포 뉴스와 드높고 긴 용산 미군 기지의 회색 담장이 휴전 상태라는 국가 상황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북한이 바다에 미사일을 쏠 때마다 애타게 그의 생사를 묻는 콜롬비아의 가족들과 태연히 고기 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넥타이 부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흥미롭다.
한국에서 작가로 살겠다는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그는 우아함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평온한 사람의 태도로, 때로는 극도로 불안한 사람의 태도로 책을 읽는다. 알베르 코세리, 빌헬름 게나치노, 크누트 함순, 제발트…… 그리고 김영하, 김훈, 김승옥, 윤흥길, 고은. 그리고 그는 읽은 책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 현실은 그저 노트에 적을 수밖에. 책 이야기 사이사이에 콜롬비아에 있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파고든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고독과 그리움은 조금씩 흐려져 가는 듯하다. 그럴수록 선명해지는 서울이란 도시의 기묘함과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알지 못했던 이 나라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이 작품의 무대는 서울,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도 서울이다. 처가댁이 있는 부산을 배경으로 단편소설 〈피그 스킨〉을 발표하기도 한 그에게 쉽게 지나치는 작은 언덕 길, 빼곡한 콘크리트 건물들과 “서늘한 한숨 같은 공기가 도는” 한강은 가장 특별한 소재다. 고요한 서울의 꿈틀거림을 포착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의 도시를 껴안는 그의 아포리즘이 작품 곳곳에서 빛이 난다.
“서울은 명상을 위한 넓은 들판 같아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를 듣기 위해서 노력하고,
36년을 산 내가 이 땅 위에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서 고민한다.”(105쪽)
“나는 항상 사라졌다가 되돌아오는 삶을 꿈꾸었다”
우리는 언제나 이방인의 삶을 동경한다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다 보면, 어떨 땐, 납으로 된 옷을 입은 것만큼 무겁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콜롬비아에 살았을 때 그토록 바라던 것이다.
반대편 땅의 끝에 존재하는 것. 주름 속에 존재하는 것. 타인이 된 것 같은 기분 말이다.”(152쪽)
한국은 콜롬비아와 14시간의 시차가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한국에 산다는 건 14시간 미래에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종말에서 14시간 더 가까”운 상태에 처하길 자처한 안드레스 솔라노 씨. 볼을 맞대고 입을 맞추는 작별 인사도, 시끌벅쩍한 음악과 연기에 몽롱한 하우스 파티도, 탄생과 죽음의 기쁨과 슬픔도 함께할 수 없는 한국에서의 고독한 삶이 사실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라는 진실을 그는 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죽지는 않았지만 죽음에 가까운 상태, 죽지 않고 부활하는 “사라졌다가 되돌아오는 삶”,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 없는 삶을 되찾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모국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건 두렵지만 동시에 거대한 평온을 안겨준다. 마약과 범죄와 지독한 가난이 무기력으로 이끄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지우며 한국에서 네 계절을 꼬박 살아낸 그는 항상 그를 따라다니던 불안이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살아왔고 아마도 계속 살아갈 우리에게 완전한 타인의 한국 경험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불안은 그 혼자의 것이 아니요, 우리에게도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르의 경계가 사라진 우리 시대 문학을 대변하는 탁월한 문학적 성취”라는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심사위원장의 말처럼, 일기의 형식을 빌려 연대기처럼 써 내려간 이 작품은 이토록 인문적이고 자기계발적이며 문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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