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생각의 기원: 영장류학자가 밝히는 생각의 탄생과 진화
- 저자/역자
- 마이클 토마셀로 지음 / 이정원 옮김
- 펴낸곳
- 이데아
- 발행년도
- 2017
- 형태사항
- 263p.: 22cm
- 원서명
- (A)natural history of human thinking
- ISBN
- 9791195650194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181.3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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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496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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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G000000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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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카페
책 소개
화석이 없는 세계에서 생각의 기원을 찾다
생각에 대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해에 대한 영장류학자의 과학적, 진화적 해석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미약함’에서 인간의 ‘탁월한 능력’인 생각이 탄생하고 진화
“유인원 중에서 어떻게 사피엔스만이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이 위대한 질문에 답할 단 한명의 과학자라면 그는 단연코 마이클 토마셀로이어야 한다. 토마셀로만큼 인간과 다른 유인원 종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깊이 들여다본 지구인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토록 독특한 영장류로 진화했는가에 대한 해설서 정도가 아니다. 노벨상급 연구의 요약본이다.”(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고도의 사고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아이덴터티identity의 중심이다. 이 능력이 왜,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큰 질문에 세계 최고의 학자가 내어놓은 설명은 비교하기 힘들 만큼 깊고 명료하다. 가장 탁월한 인간의 능력(생각!)이 사실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혼자 존재할 수 없었던 미약함에서 탄생했다’라는 흥미로운 역설을 전하고 있다.”(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앞의 두 인용은 이 책 《생각의 기원》에 대한 한국의 대표적인 진화학자와 심리학자의 추천 평인데 공통적으로 한 지점을 묻고 있다. 바로 “왜 인간(인류)만이 독특한 능력(생각!)을 가지고 진화했으며 문명을 이룩했는가?”이다. 진화의 여러 가지로 뻗어 나온 무수히 많은 유인원 중에서 유독 사피엔스만이 예외였던 이유 말이다.
인간 생각의 ‘과학적(진화적) 기원’
이 책은 “인간의 생각은 왜 탄생했으며 어떻게 진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의 과학적(진화적) 답변이다. 그동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영역의 한 형태로 인식되어온 인간 생각에 대한 ‘과학적(진화적) 기원’을 다룬 책이다. 앞서 장대익 교수가 이 책의 저자인 토마셀로를 두고 “인간과 다른 유인원 종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깊이 들여다본 지구인은 없을 것”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과장이 아니다.
토마셀로는 30여 년 동안 영장류와 인간의 인지, 언어 습득, 문화 형성 과정을 연구했다.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이 성실하고 뛰어난 연구자이기도 하다. 토마셀로의 책과 논문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9,500여 회 인용되었으며, 여전히 제1저자 혹은 단독 저자로서 매년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도 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연구자의 학문적 기여도를 참고하기 위한 지표로 ‘h-index’라는 것이 있다. h-index가 100점이면, 100회 이상 인용된 책 또는 논문이 100편 이상이라는 뜻이다. 반짝 유행을 탄 논문이나 생계형 논문으로는 h-index를 올릴 수 없다. 동료 연구자들에게 많이 인용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야 h-index가 올라간다. ‘구글 스콜라Google Scholar’에 따르면, 분야를 막론하고 h-index 100점 이상인 연구자는 2,500여 명이며, 150점 이상은 210명밖에 없을 정도다. 토마셀로의 h-index는 159점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이고 중요한 이슈를 선사한 카를 마르크스(163점)와 비슷한 수준에 놓여있다.
유인원도 생각을 한다, 다만 ‘나만 생각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토마셀로는 이 책에서 생각의 진화사를 좇는데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과 진화적으로 갈라지기 이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침팬지나 보노보와 같은 대형 유인원들과 공통 조상을 갖는다. 인류는 대략 600만 년 전쯤에 다른 유인원들과 갈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토마셀로는 이 시기의 인간이 유인원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예컨대 침팬지들은 원숭이를 사냥할 때 무리 지어 함께 쫓는다. 하지만 침팬지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함께 사냥한 원숭이를 서로 나누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잡아서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침팬지의 사회적 인지는 협력적이라기보다는 경쟁적이다. 지금의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500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의 생각은 개인 중심적이었으며, 경쟁적(먹이를 내가 더 많이)이고 착취적(가능한 독차지)인 사회적 인지를 가동할 뿐이었다. 토마셀로는 이것을 ‘개인 지향성(individual intentiona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을 상상해 보자. 그들의 일상은 현재의 유인원들과 비슷했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작은 무리에서 생활했는데,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했으며 대체로 경쟁적이었고 먹이는 개별적으로 구해야 했다. 유인원과 인류의 공통 조상은(그리고 아마도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첫 400만 년을 차지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포함하여) 개인 지향적이고 도구적 합리성을 가졌으리라고 보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56쪽)
“개인 지향성은 주로 경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종에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행동하거나, 기껏해야 싸움에서 유리한 편에 서기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정도다. 대형 유인원의 사회적 인지능력은 주로 집단에서 다른 개체와 경쟁하기 위해 발전했다. 유인원은 일종의 마키아벨리적 지능Machiavellian intelligence을 신조로 삼는다. 집단 구성원을 미래의 경쟁자로 보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대형 유인원의 가장 복잡한 사회적 인지능력은 다른 개체와 경쟁하고 착취하기 위해 발휘되며, 협력이나 소통을 위한 목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대형 유인원의 인지능력은 온전히 경쟁을 위한 것이다.”(57쪽)
인간의 생각이 침팬지와 다른 이유 : 형편없는 파트너를 고르면 굶는다
‘나’ 중심의 개인 지향적인 상태에서 약 40만 년 전쯤이 되어서야 인간의 생각이 침팬지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마셀로는 새로운 인지 기술을 처음으로 확보한 인류가 아마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아닐까 추정하고, 이 시기를 ‘초기 인류’ 단계로 분류한다. 초기 인류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소규모 협력 생활을 했으며, 이를 위해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인지 기능을 작동해야 했다. 초기 인류는 상대방의 의향을 파악하기 위한 사회적 지능이 필요했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자신의 의사소통과 행동을 돌아보기(생각하기!) 시작했다. 즉, 거의 500만년이 흐른 뒤에야 ‘공동(우리)’ 목표(사냥)를 위해 ‘너’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마셀로는 이를 이전 단계인 ‘개인 지향성’과 대비하여 ‘공동 지향성(joint intentionality)’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한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공통 조상이었으며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호미닌이다. 고인류학 증거에 따르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큰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협동했던 최초의 인류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협력이 필요한 무기를 사용했으며, 때로는 사냥감을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이때는 뇌의 용량과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진정한 협력자가 되기 위한 후보의 자격을 갖추었다……인류는 더 이상 혼자만의 힘으로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협력해야 했다.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동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상황이었다. 협력 활동(공동 지향성)을 위한 동기와 기술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선택 압력이 작용한 셈이다. 둘째, 협력 파트너로 어떠한지 타인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선택이다. 형편없는 파트너를 고르면 굶는다. 사기꾼이나 게으름뱅이는 회피 대상이었으며, 불한당도 꺼려진다. 초기 인류는 다른 유인원이 갖지 못한 걱정을 떠안았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68-69쪽)
“어떤 시점이 되자 초기 인류는 타인과의 상호 의존성을 단지 협력 활동을 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로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이를테면 협력자가 내일의 사냥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오늘밤 굶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87쪽)
‘나’와 ‘너’를 뛰어넘는 ‘무엇’의 탄생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되자 협력 규모는 소규모 ‘무리’에서 ‘집단’으로 확장되었다. 현대 인류는 초기 인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제도라는 가상의 실체들을 만들고 권력을 부여했다. 이것은 ‘나(개인)’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협력 활동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 집단의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의 관점에서 너를 생각하거나, 또는 너의 관점에서 나를 생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집단의 관점에서 나와 너를, 그리고 제 3자인 누군가(구성원)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이전(공동 지향성의 단계)과는 다른 단계로 진화했으며, 이를 ‘집단 지향성(collective intentionality)’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나와 너를 뛰어넘는 ‘집단의 지향을 공유’하는 사회성이 현대 인류의 생각의 획기적인 변화(진화)를 이끌었다.
“먹이를 구할 때마다 즉석에서 이루어졌던 초기 인류의 소규모 협력은 안정적인 진화 전략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가지 인구학적 문제가 발생하여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집단 간 경쟁이었다. 침략자로부터 자신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협력 조직보다는 제대로 된 사회집단을 이루어야 했다. 생존이라는 공동 목적(식량 확보와 침략에 대한 방어)과 분업 체계를 갖춘 협력 집단이 필요했다. 이는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도우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 구성원들은 상호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서로 도울 동기가 있었다. ‘그들’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개인은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특정 사회집단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집단 전체를 포괄하는 ‘우리’의 지향성에 기반한 문화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134쪽)
“두 번째 문제는 인구 증가였다. 인구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부족이 하나의 상위 집단으로 묶이고 단일 ‘문화’를 공유하는 부족들이 생겼다. 이것은 문화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식별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지만 상대방도 나를 알아볼 수 있어야 했다. 집단 구성원이어야만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인류 사회에서 집단 정체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지만, 초기에는 행동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요리하고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즉 문화적 관행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같은 문화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134-135쪽)
“인구가 많아지고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현재와 과거의 동료를 모두 포함한) 집단 구성원들을 상호 의존적인 잠재적 협력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집단 구성원들은 특정 문화 관행에 따라 손쉽게 식별되었고, 생활방식에 대한 교육과 순응이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새로운 집단적 사고방식에 의해 문화적 관행, 규범 및 제도와 같은 것으로 구체화된 인간 생활의 집단화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또 한 번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다.”(137쪽)
생각의 진화사 :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여정
이 책에서 전개하는 생각의 진화사는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역사에서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현대의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적인 맥락을 봐야만 한다고 말한다. 초기 인류와 현생 인류가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때 당면했던 진화적 도전을 통해 어떻게 생각이 진화했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토마셀로는 이 책의 결론에 이르러 아래와 같이 확신한다.
“인간 특유의 생각에 관한 나의 이론은 진화적인 관점을 전제로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어는 잘 작동할 때가 아니라 공회전하는 엔진처럼 헛돌고 있을 때 우리를 혼란에 몰아넣는다.”(wittgenstein, 1995, no. 132) 철학자들이 인간의 생각을 설명하려고 할 때 벽에 부딪힌 까닭은 인간의 생각을 진화적 적응으로 보지 않고 너무나 추상적으로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많은 현대인들의 생각이 어떤 면에서는 뚜렷한 목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 고유의 생각이 행동을 조직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진화적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232쪽)
생각에 대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해에 대한 영장류학자의 과학적, 진화적 해석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미약함’에서 인간의 ‘탁월한 능력’인 생각이 탄생하고 진화
“유인원 중에서 어떻게 사피엔스만이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이 위대한 질문에 답할 단 한명의 과학자라면 그는 단연코 마이클 토마셀로이어야 한다. 토마셀로만큼 인간과 다른 유인원 종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깊이 들여다본 지구인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토록 독특한 영장류로 진화했는가에 대한 해설서 정도가 아니다. 노벨상급 연구의 요약본이다.”(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고도의 사고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아이덴터티identity의 중심이다. 이 능력이 왜,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큰 질문에 세계 최고의 학자가 내어놓은 설명은 비교하기 힘들 만큼 깊고 명료하다. 가장 탁월한 인간의 능력(생각!)이 사실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혼자 존재할 수 없었던 미약함에서 탄생했다’라는 흥미로운 역설을 전하고 있다.”(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앞의 두 인용은 이 책 《생각의 기원》에 대한 한국의 대표적인 진화학자와 심리학자의 추천 평인데 공통적으로 한 지점을 묻고 있다. 바로 “왜 인간(인류)만이 독특한 능력(생각!)을 가지고 진화했으며 문명을 이룩했는가?”이다. 진화의 여러 가지로 뻗어 나온 무수히 많은 유인원 중에서 유독 사피엔스만이 예외였던 이유 말이다.
인간 생각의 ‘과학적(진화적) 기원’
이 책은 “인간의 생각은 왜 탄생했으며 어떻게 진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의 과학적(진화적) 답변이다. 그동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영역의 한 형태로 인식되어온 인간 생각에 대한 ‘과학적(진화적) 기원’을 다룬 책이다. 앞서 장대익 교수가 이 책의 저자인 토마셀로를 두고 “인간과 다른 유인원 종들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깊이 들여다본 지구인은 없을 것”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과장이 아니다.
토마셀로는 30여 년 동안 영장류와 인간의 인지, 언어 습득, 문화 형성 과정을 연구했다.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이 성실하고 뛰어난 연구자이기도 하다. 토마셀로의 책과 논문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9,500여 회 인용되었으며, 여전히 제1저자 혹은 단독 저자로서 매년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도 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연구자의 학문적 기여도를 참고하기 위한 지표로 ‘h-index’라는 것이 있다. h-index가 100점이면, 100회 이상 인용된 책 또는 논문이 100편 이상이라는 뜻이다. 반짝 유행을 탄 논문이나 생계형 논문으로는 h-index를 올릴 수 없다. 동료 연구자들에게 많이 인용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야 h-index가 올라간다. ‘구글 스콜라Google Scholar’에 따르면, 분야를 막론하고 h-index 100점 이상인 연구자는 2,500여 명이며, 150점 이상은 210명밖에 없을 정도다. 토마셀로의 h-index는 159점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이고 중요한 이슈를 선사한 카를 마르크스(163점)와 비슷한 수준에 놓여있다.
유인원도 생각을 한다, 다만 ‘나만 생각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토마셀로는 이 책에서 생각의 진화사를 좇는데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과 진화적으로 갈라지기 이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침팬지나 보노보와 같은 대형 유인원들과 공통 조상을 갖는다. 인류는 대략 600만 년 전쯤에 다른 유인원들과 갈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토마셀로는 이 시기의 인간이 유인원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예컨대 침팬지들은 원숭이를 사냥할 때 무리 지어 함께 쫓는다. 하지만 침팬지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함께 사냥한 원숭이를 서로 나누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잡아서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침팬지의 사회적 인지는 협력적이라기보다는 경쟁적이다. 지금의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500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의 생각은 개인 중심적이었으며, 경쟁적(먹이를 내가 더 많이)이고 착취적(가능한 독차지)인 사회적 인지를 가동할 뿐이었다. 토마셀로는 이것을 ‘개인 지향성(individual intentiona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을 상상해 보자. 그들의 일상은 현재의 유인원들과 비슷했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작은 무리에서 생활했는데,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했으며 대체로 경쟁적이었고 먹이는 개별적으로 구해야 했다. 유인원과 인류의 공통 조상은(그리고 아마도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첫 400만 년을 차지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포함하여) 개인 지향적이고 도구적 합리성을 가졌으리라고 보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56쪽)
“개인 지향성은 주로 경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종에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행동하거나, 기껏해야 싸움에서 유리한 편에 서기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정도다. 대형 유인원의 사회적 인지능력은 주로 집단에서 다른 개체와 경쟁하기 위해 발전했다. 유인원은 일종의 마키아벨리적 지능Machiavellian intelligence을 신조로 삼는다. 집단 구성원을 미래의 경쟁자로 보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대형 유인원의 가장 복잡한 사회적 인지능력은 다른 개체와 경쟁하고 착취하기 위해 발휘되며, 협력이나 소통을 위한 목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대형 유인원의 인지능력은 온전히 경쟁을 위한 것이다.”(57쪽)
인간의 생각이 침팬지와 다른 이유 : 형편없는 파트너를 고르면 굶는다
‘나’ 중심의 개인 지향적인 상태에서 약 40만 년 전쯤이 되어서야 인간의 생각이 침팬지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마셀로는 새로운 인지 기술을 처음으로 확보한 인류가 아마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아닐까 추정하고, 이 시기를 ‘초기 인류’ 단계로 분류한다. 초기 인류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소규모 협력 생활을 했으며, 이를 위해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인지 기능을 작동해야 했다. 초기 인류는 상대방의 의향을 파악하기 위한 사회적 지능이 필요했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자신의 의사소통과 행동을 돌아보기(생각하기!) 시작했다. 즉, 거의 500만년이 흐른 뒤에야 ‘공동(우리)’ 목표(사냥)를 위해 ‘너’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마셀로는 이를 이전 단계인 ‘개인 지향성’과 대비하여 ‘공동 지향성(joint intentionality)’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한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공통 조상이었으며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호미닌이다. 고인류학 증거에 따르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큰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협동했던 최초의 인류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협력이 필요한 무기를 사용했으며, 때로는 사냥감을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이때는 뇌의 용량과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진정한 협력자가 되기 위한 후보의 자격을 갖추었다……인류는 더 이상 혼자만의 힘으로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협력해야 했다.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동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상황이었다. 협력 활동(공동 지향성)을 위한 동기와 기술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선택 압력이 작용한 셈이다. 둘째, 협력 파트너로 어떠한지 타인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선택이다. 형편없는 파트너를 고르면 굶는다. 사기꾼이나 게으름뱅이는 회피 대상이었으며, 불한당도 꺼려진다. 초기 인류는 다른 유인원이 갖지 못한 걱정을 떠안았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68-69쪽)
“어떤 시점이 되자 초기 인류는 타인과의 상호 의존성을 단지 협력 활동을 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로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이를테면 협력자가 내일의 사냥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오늘밤 굶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87쪽)
‘나’와 ‘너’를 뛰어넘는 ‘무엇’의 탄생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되자 협력 규모는 소규모 ‘무리’에서 ‘집단’으로 확장되었다. 현대 인류는 초기 인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제도라는 가상의 실체들을 만들고 권력을 부여했다. 이것은 ‘나(개인)’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협력 활동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 집단의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의 관점에서 너를 생각하거나, 또는 너의 관점에서 나를 생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집단의 관점에서 나와 너를, 그리고 제 3자인 누군가(구성원)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이전(공동 지향성의 단계)과는 다른 단계로 진화했으며, 이를 ‘집단 지향성(collective intentionality)’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나와 너를 뛰어넘는 ‘집단의 지향을 공유’하는 사회성이 현대 인류의 생각의 획기적인 변화(진화)를 이끌었다.
“먹이를 구할 때마다 즉석에서 이루어졌던 초기 인류의 소규모 협력은 안정적인 진화 전략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가지 인구학적 문제가 발생하여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집단 간 경쟁이었다. 침략자로부터 자신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협력 조직보다는 제대로 된 사회집단을 이루어야 했다. 생존이라는 공동 목적(식량 확보와 침략에 대한 방어)과 분업 체계를 갖춘 협력 집단이 필요했다. 이는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도우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 구성원들은 상호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서로 도울 동기가 있었다. ‘그들’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개인은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특정 사회집단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집단 전체를 포괄하는 ‘우리’의 지향성에 기반한 문화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134쪽)
“두 번째 문제는 인구 증가였다. 인구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부족이 하나의 상위 집단으로 묶이고 단일 ‘문화’를 공유하는 부족들이 생겼다. 이것은 문화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식별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지만 상대방도 나를 알아볼 수 있어야 했다. 집단 구성원이어야만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인류 사회에서 집단 정체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지만, 초기에는 행동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요리하고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즉 문화적 관행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같은 문화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134-135쪽)
“인구가 많아지고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현재와 과거의 동료를 모두 포함한) 집단 구성원들을 상호 의존적인 잠재적 협력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집단 구성원들은 특정 문화 관행에 따라 손쉽게 식별되었고, 생활방식에 대한 교육과 순응이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새로운 집단적 사고방식에 의해 문화적 관행, 규범 및 제도와 같은 것으로 구체화된 인간 생활의 집단화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또 한 번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다.”(137쪽)
생각의 진화사 :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여정
이 책에서 전개하는 생각의 진화사는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역사에서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현대의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적인 맥락을 봐야만 한다고 말한다. 초기 인류와 현생 인류가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때 당면했던 진화적 도전을 통해 어떻게 생각이 진화했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토마셀로는 이 책의 결론에 이르러 아래와 같이 확신한다.
“인간 특유의 생각에 관한 나의 이론은 진화적인 관점을 전제로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언어는 잘 작동할 때가 아니라 공회전하는 엔진처럼 헛돌고 있을 때 우리를 혼란에 몰아넣는다.”(wittgenstein, 1995, no. 132) 철학자들이 인간의 생각을 설명하려고 할 때 벽에 부딪힌 까닭은 인간의 생각을 진화적 적응으로 보지 않고 너무나 추상적으로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많은 현대인들의 생각이 어떤 면에서는 뚜렷한 목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 고유의 생각이 행동을 조직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진화적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232쪽)
목차
서문_ 무엇이 인간의 생각을 독특하게 만드는가?.4
1장 지향점 공유 가설.p11
협력하는 동물에게 주어진 특혜
2장 개인 지향성.p21
유인원도 생각한다
인지의 진화.p24
유인원은 생각한다.p34
경쟁을 위한 인지능력.p50
3장 공동 지향성.p59
인간의 생각이 침팬지와 다른 이유
새로운 유형의 협력.p63
새로운 유형의 협력 커뮤니케이션.p85
양자 간 생각.p113
관점: 시점을 옮길 수 있는 능력.p123
4장 집단 지향성.p129
어느 누구의 관점도 아닌 생각의 탄생
문화의 출현.p133
관습 커뮤니케이션의 출현.p148
주체 중립적 생각.p177
객관성: 특정한 시점이 없는 관점.p186
5장 협력에 기원을 둔 인간의 생각.p191
인간만의 전유물, 생각에 깃든 사회성
인간 인지의 진화 이론들.p195
사회성과 생각.p206
개체발생의 역할.p220
결론_ 화석 없는 세계에서 생각의 기원을 찾다.p227
옮긴이의 글.p237
참고문헌.p242
찾아보기.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