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장편소설
- 저자/역자
-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 정영목 옮김
- 펴낸곳
- 문학동네
- 발행년도
- 2018
- 형태사항
- 321p.; 20cm
- 원서명
- Horse walks into a bar Horse walks into a bar
- ISBN
- 9788954650632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97.4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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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472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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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G0000004722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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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감상주의를 완전히 배제한 채 슬픔의 여파를 조명해낸 소설. 작가적 기교의 뛰어난 예를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는 모든 문장이 의미 있고, 모든 단어가 중요하다.
_닉 발리(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심사위원장)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에 비견되는 작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 다비드 그로스만의 대표작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 · 출판된 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6년에 한국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2017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다. 1982년 첫 작품 『결투』를 출간한 이래 깊이 있는 지혜와 섬세한 감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소설, 논픽션, 희곡, 아동서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이탈리아 발룸브로사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 세계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하게 작품으로 옮기며, ‘글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자,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작가는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 속에서 그로스만은 시시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한 고통의 근원을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개인의 비극에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를 함께 녹여내 삶의 고통과 유머가 공존하는 희비극을 탄생시킨다.
2014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히브리어 전문 번역가인 제시카 코언의 번역으로 2016년 영미권에 출간되었다. 다비드 그로스만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제시카 코언은 영국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자랐고, 그로스만의 전작 『땅끝까지』 『시간 밖으로』 등을 포함한 이스라엘 현대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해왔다. 한국어 번역본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정영목 교수가 영역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상상할수록 아득해져버리는 한 인간의 고통
그 고통의 근원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어느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마지막 공연
이스라엘의 도시 네타니아에 위치한 작은 클럽. 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무대에 오른다. 이름은 도발레 G. 오늘 쉰일곱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찢어진 청바지에 금색 클립이 달린 빨간 멜빵으로 멋을 부리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다. “날씨가 좋아도 간신히 158센티미터”인 키에 갈비뼈가 무시무시하게 드러날 정도로 야윈 몸으로 무대에 올라선 도발레는 여러 테이블에 앉은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스스로를 “웃음을 사는 매춘부”라 칭하며 과장된 몸짓과 활기찬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짓궂은 농담을 건넨다. 그리고 그 관객 사이에 이 소설의 서술자인 은퇴한 판사 아비샤이가 있다.
어린 시절 도발레와 함께 과외 수업을 받으며 아주 잠시 마음을 터놓는 우정을 나눴던 아비샤이는 사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발레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발레가 불쑥 전화를 걸어 자신의 쇼를 보러 와달라고 부탁한다.
“핵심은, 내가 이 생각을 많이 했고, 오랫동안 곱씹었고, 그런데 결정을 내릴 수 없었고, 자신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그러다가 마침내, 네가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
“계속 이야기해봐.” 내가 말했다.
“나를 봐주면 좋겠어.” 그가 격하게 토해냈다. “나를 봐주면, 정말로 봐주면, 그런 다음에 말해주면 좋겠어.”
“뭘 말해줘?”
“네가 본 걸.” _본문에서
도발레는 때로 웃기는 농담을 하고 때로 관객을 조롱하며 공연을 이어간다. 그의 공연을 몇 번씩 봤던 게 분명한 사람들과 처음 온 사람들, 한때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 섞여 있는 관객은 처음에는 그의 농담과 조롱에 호응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도발레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는 열네 살 때 갔던 군사 캠프와 그후에 벌어진 개인사를 풀어놓기 시작하면서 공연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도발레의 공연을 통해 아비샤이를 포함한 관객은 도발레가, 아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돌봐주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또래보다 왜소했던 그가 학교의 다른 아이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도 듣게 된다. 아비샤이는 자신이 알았던 사실(도발레가 괴롭힘을 당했고 자신이 그를 외면했었다는 것)과 몰랐던 사실(그가 부모로부터 학대당했다는 것)을 들으며 도발레와 함께 군사 캠프에 있었던 때를, 도발레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른 관객들이 공연에 불만을 표하며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와중에도 계속 그 자리에 앉아 그의 공연을, 그의 고통의 근원을 묵묵히 지켜본다.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기록한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
이 소설은 공연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취한 기록이라 해도 무방한 형식을 띠고 있다. 중간 중간 아비샤이의 과거의 삶이 회상으로 끼어들긴 하지만, 독자는 이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동시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한 편을 본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영미권에서 농담의 첫머리에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문구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소설의 형식적 독특함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소설의 내용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전형적인 코미디에 대한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이 작품은 코미디라기보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한 인간의 생존기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생존기를 보고, 기록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아비샤이는 주인공과 어린 시절 잠시 알고 지냈을 뿐이다.
도발레가 왜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비샤이에게 공연을 봐달라고, 그리고 본 것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는지 도발레조차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아비샤이가 그 일에 적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비샤이는 판사로 일하며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말 너머,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사람에게서 잘못되고 뒤틀린 것들 너머에 놓인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서 찾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다. 또한 아비샤이는 도발레가 평생을 지고 온 고통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잊고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도발레의 고통에 무지한 채 살아왔다는 희미한 죄책감이 아비샤이의 마음속에서 살아나며 그는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도발레를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아비샤이는 “어떤 사람에게서 제어 불가능하게 그냥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사람, 도발레의 고통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고, 그가 그 고통스러운 삶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한 도전에 성공한 거장의 솜씨
“콤마 하나, 단어 하나, 그리고 농담을 하며 흘린 땀방울 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작품의 주제와 관련 없는 것이 없다.
이 작품의 기교적 능수능란함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_뉴욕 타임스
<뉴욕 타임스>의 평처럼, 그리고 “작가적 기교의 뛰어난 예를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이유처럼,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는 다비드 그로스만의 작가로서의 뛰어난 기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작 『시간 밖으로』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깊은 상실을 산문시인 듯 희곡인 듯 어느 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쉽지 않게 써내려갔던 그로스만은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장르를 초월하는 그의 작가적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해 다른 어떤 소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소설을 써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참신한 형식 속에 담긴 그로스만의 공감에 찬 목소리다. 도발레의 개인적 비극과 시대의 비극을 조명하는 그로스만의 목소리엔 인간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깊은 이해, 따뜻한 시선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소설을 옮긴 정영목 교수의 말처럼 “기법에서나 내용에서나, 또 진정한 의미의 감동에서나 한 편의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다는 느낌”이다. 자그마한 클럽에서 펼쳐지는 단 한 번의 코미디 공연 무대를 배경으로 상상할 수도 없이 크고 넓은 이야기를 해내는 것. 날카로운 풍자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인간 상처에 대한 따뜻한 공감을 완벽하게 하나로 어울러 한 편의 소설을 탄생시키는 것.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 도전을 다비드 그로스만은 거장의 솜씨로 완벽하게 성공해낸 것이다.
_닉 발리(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심사위원장)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에 비견되는 작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 다비드 그로스만의 대표작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 · 출판된 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6년에 한국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2017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다. 1982년 첫 작품 『결투』를 출간한 이래 깊이 있는 지혜와 섬세한 감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소설, 논픽션, 희곡, 아동서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이탈리아 발룸브로사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 세계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하게 작품으로 옮기며, ‘글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자,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작가는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 속에서 그로스만은 시시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한 고통의 근원을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개인의 비극에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를 함께 녹여내 삶의 고통과 유머가 공존하는 희비극을 탄생시킨다.
2014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히브리어 전문 번역가인 제시카 코언의 번역으로 2016년 영미권에 출간되었다. 다비드 그로스만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제시카 코언은 영국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자랐고, 그로스만의 전작 『땅끝까지』 『시간 밖으로』 등을 포함한 이스라엘 현대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해왔다. 한국어 번역본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정영목 교수가 영역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상상할수록 아득해져버리는 한 인간의 고통
그 고통의 근원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어느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마지막 공연
이스라엘의 도시 네타니아에 위치한 작은 클럽. 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무대에 오른다. 이름은 도발레 G. 오늘 쉰일곱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찢어진 청바지에 금색 클립이 달린 빨간 멜빵으로 멋을 부리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다. “날씨가 좋아도 간신히 158센티미터”인 키에 갈비뼈가 무시무시하게 드러날 정도로 야윈 몸으로 무대에 올라선 도발레는 여러 테이블에 앉은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스스로를 “웃음을 사는 매춘부”라 칭하며 과장된 몸짓과 활기찬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짓궂은 농담을 건넨다. 그리고 그 관객 사이에 이 소설의 서술자인 은퇴한 판사 아비샤이가 있다.
어린 시절 도발레와 함께 과외 수업을 받으며 아주 잠시 마음을 터놓는 우정을 나눴던 아비샤이는 사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발레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발레가 불쑥 전화를 걸어 자신의 쇼를 보러 와달라고 부탁한다.
“핵심은, 내가 이 생각을 많이 했고, 오랫동안 곱씹었고, 그런데 결정을 내릴 수 없었고, 자신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그러다가 마침내, 네가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
“계속 이야기해봐.” 내가 말했다.
“나를 봐주면 좋겠어.” 그가 격하게 토해냈다. “나를 봐주면, 정말로 봐주면, 그런 다음에 말해주면 좋겠어.”
“뭘 말해줘?”
“네가 본 걸.” _본문에서
도발레는 때로 웃기는 농담을 하고 때로 관객을 조롱하며 공연을 이어간다. 그의 공연을 몇 번씩 봤던 게 분명한 사람들과 처음 온 사람들, 한때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 섞여 있는 관객은 처음에는 그의 농담과 조롱에 호응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도발레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는 열네 살 때 갔던 군사 캠프와 그후에 벌어진 개인사를 풀어놓기 시작하면서 공연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도발레의 공연을 통해 아비샤이를 포함한 관객은 도발레가, 아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돌봐주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또래보다 왜소했던 그가 학교의 다른 아이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도 듣게 된다. 아비샤이는 자신이 알았던 사실(도발레가 괴롭힘을 당했고 자신이 그를 외면했었다는 것)과 몰랐던 사실(그가 부모로부터 학대당했다는 것)을 들으며 도발레와 함께 군사 캠프에 있었던 때를, 도발레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른 관객들이 공연에 불만을 표하며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와중에도 계속 그 자리에 앉아 그의 공연을, 그의 고통의 근원을 묵묵히 지켜본다.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기록한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
이 소설은 공연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취한 기록이라 해도 무방한 형식을 띠고 있다. 중간 중간 아비샤이의 과거의 삶이 회상으로 끼어들긴 하지만, 독자는 이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동시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한 편을 본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영미권에서 농담의 첫머리에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문구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소설의 형식적 독특함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소설의 내용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전형적인 코미디에 대한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이 작품은 코미디라기보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한 인간의 생존기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생존기를 보고, 기록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아비샤이는 주인공과 어린 시절 잠시 알고 지냈을 뿐이다.
도발레가 왜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비샤이에게 공연을 봐달라고, 그리고 본 것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는지 도발레조차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아비샤이가 그 일에 적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비샤이는 판사로 일하며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말 너머,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사람에게서 잘못되고 뒤틀린 것들 너머에 놓인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서 찾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다. 또한 아비샤이는 도발레가 평생을 지고 온 고통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잊고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도발레의 고통에 무지한 채 살아왔다는 희미한 죄책감이 아비샤이의 마음속에서 살아나며 그는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도발레를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아비샤이는 “어떤 사람에게서 제어 불가능하게 그냥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사람, 도발레의 고통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고, 그가 그 고통스러운 삶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한 도전에 성공한 거장의 솜씨
“콤마 하나, 단어 하나, 그리고 농담을 하며 흘린 땀방울 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작품의 주제와 관련 없는 것이 없다.
이 작품의 기교적 능수능란함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_뉴욕 타임스
<뉴욕 타임스>의 평처럼, 그리고 “작가적 기교의 뛰어난 예를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이유처럼,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는 다비드 그로스만의 작가로서의 뛰어난 기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작 『시간 밖으로』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깊은 상실을 산문시인 듯 희곡인 듯 어느 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쉽지 않게 써내려갔던 그로스만은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장르를 초월하는 그의 작가적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해 다른 어떤 소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소설을 써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참신한 형식 속에 담긴 그로스만의 공감에 찬 목소리다. 도발레의 개인적 비극과 시대의 비극을 조명하는 그로스만의 목소리엔 인간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깊은 이해, 따뜻한 시선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소설을 옮긴 정영목 교수의 말처럼 “기법에서나 내용에서나, 또 진정한 의미의 감동에서나 한 편의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다는 느낌”이다. 자그마한 클럽에서 펼쳐지는 단 한 번의 코미디 공연 무대를 배경으로 상상할 수도 없이 크고 넓은 이야기를 해내는 것. 날카로운 풍자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인간 상처에 대한 따뜻한 공감을 완벽하게 하나로 어울러 한 편의 소설을 탄생시키는 것.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 도전을 다비드 그로스만은 거장의 솜씨로 완벽하게 성공해낸 것이다.
목차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 7
옮긴이의 말 …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