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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

나의 친애하는 적

저자/역자
허지웅 지음
펴낸곳
문학동네
발행년도
2016
형태사항
324p.; 21cm
ISBN
9788954643436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3937-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3937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이것은 내가 사랑한, 친애하는 적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후
허지웅 신작 에세이

그는 이 책에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 내밀한 가족사부터 청소와 스타워즈, 영화, 선인장, 친구 등 그의 일상과 기억을 이루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부분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세상 이야기, 그리고 천장이 눈앞에 허물어져내리는 듯했던 독한 이별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랑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 후회하는 것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득 들어차 있다.
세상은 다양한 잣대로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기억한다. 누구는 그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그를 싫어하며 누군가는 TV에 비친 모습만을 눈에 담아둔다. 그러나 그는 계속 살아가고 쓰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경외하는 모든 것들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탐구하며 스스로를 완성해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그저 건달에 불과할 뿐이라 말하는 남자, 허지웅이 매일 쓰고 때로 신문과 잡지에 연재해온 글들에 새 글을 더하여 이 책을 엮는다. 이 책은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지금 허지웅의 가장 뜨겁고 강렬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단 하나의 확고하고도 변치 않는 수사를 가진 사람, 또 그것을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나 될까.
허지웅, 그에겐 있다. 그는 언제나 ‘글쓰는 허지웅입니다’라는 말로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영화기자 시절에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종횡무진 글을 써내려가던 악동 블로거 시절에도, 방송일을 겸하며 밤이면 돌아와 연재글을 쓰는 지금도 그의 자기소개 첫마디는 언제나 같다.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2년 전『버티는 삶에 관하여』에서 이 엄혹한 시대를, 각자의 묵직한 인생을 버텨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글쓰는 허지웅’이 신작에세이를 들고 돌아왔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나의 친애하는 적’. 이는 그가 사랑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자 그가 이 세계와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함축한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 내밀한 가족사부터 청소와 스타워즈, 영화, 선인장, 친구 등 그의 일상과 기억을 이루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부분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세상 이야기, 그리고 천장이 눈앞에 허물어져내리는 듯했던 독한 이별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랑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 후회하는 것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득 들어차 있다.

세상은 다양한 잣대로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기억한다. 누구는 그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그를 싫어하며 누군가는 TV에 비친 모습만을 담아둔다. 그러나 그는 계속 살아가고 쓰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경외하는 모든 것들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탐구하며 스스로를 완성해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그저 건달에 불과할 뿐이라 말하는 남자, 허지웅이 매일 쓰고 때로 신문과 잡지에 연재해온 글에 새 글들을 더하여 이 책을 엮는다.
이 책은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어른이 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그 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너무 다가가면 아픈 일이 생겼고 너무 떨어지면 외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가장 적절한 거리를 찾기 위해 겨우 떠올린 건 상대를 존경할 만한 적장처럼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워지면 속을 모조리 내보여버리는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친애하는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사랑한, 친애하는 적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_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한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번 책에서 들고 나온 화두는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 사이의 거리다. 나와 나 자신, 나와 당신, 그리고 나와 공동체, 대한민국이라는 이 애증 어린 나라 사이의 최적의 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
그는 생을 살아오며 이 거리두기에 자주 실패했다는 사실을 토로하며 1부에서는 그의 일상에서 벌어진 실패의 연대기를 털어놓는다. 인간관계에서, 사회생활 속에서, 또 연애관계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 피 흘리고, 그래서 다시 멀찍이 떨어졌더니 외로웠던 날들.

좋은 빛들이 있다. 그리고 거기, 내게 특별히 좋은 빛이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다를 거 없는 볕이다. 그런데 내게만 특별할 것만 같은 빛이다. (…)
그런데 별일 없이 그저 그런 어느 날 알게 된다. 느닷없이 알게 된다. 그 빛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 또한 그 빛을 그저 나를 밝히기 위해 이용했다는 걸 말이다. 그러고 나면 그 빛이 슬퍼 보인다. 슬프게, 보인다.

나와 상관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빛났을

그런 볕 아래 있는 나마저 슬프게 느껴진다.

천장이 슬프다. _「천장이 슬프다」, 15~16쪽

그렇게 눈앞에서 천장이 허물어져내리는 것을 맨몸으로 받다가 일어나면, 청소를 한다. 타조털 먼지떨이와 그만의 ‘걸레점’에 대해 짐짓 눙치며 길게 늘어놓지만, 그가 청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살아보니, 인생에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컴퓨터 백업파일과 청소뿐이었다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관계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인생 속에서 그는 자신이 손댄 만큼, 움직인 만큼 정확하고 정직하게 깨끗해지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청소에 몰두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삶에는 자주 어찌해볼 수 없는 ‘별일’들이 일어난다.
한 남자가 수백 건에 이르는 악성 루머글을 온라인에 유포한 일도 있었다. 허지웅이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수준의 강력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남자는 끝없이 글을 올리고 소문은 번져나간다. 그는 결국 송사를 치른다. 변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허지웅은 그 남자를 직접 대질하기로 한다. 남자는 왜 그랬을까? 남자의 사과를 받고 싶다, 되돌리고 싶다. 사과만 받으면 소송을 취하하고 싶다. 그리고 마침내, 수년 동안 온라인상에 자신에 대한 지독한 글을 집요하게 퍼뜨린 남자를 직접 만난다.
당연하게도, 아름다운 화해와 이해의 순간은 펼쳐지지 않는다. 악몽 같고 공포만화 같은 대질의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그 자리를 간신히 빠져나온다.

이렇듯 이해할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일들이 수시로 우리의 옆구리를 푹 찌르고 들어온다. 우리는 그토록 어이없는 별일들 속을 막막하게 헤맨다.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은 가장 어른스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별일이’까지는 그것 참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용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듯하지만, 이내 ‘다 있어요’라며 어찌됐든 앞의 말을 껴안아 어루만지며 화해하려 애쓰는 것 말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곧 비정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_「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다」 , 27~28쪽

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나는 과연 좋은 어른이 되었나(「좋은 어른」), 내가 한 행동과 하지 않은 행동을 확신할 수 있을까(「단추가 채워져 있었다」), 내가 더 나은 삶이라고 확신했던 바로 그 삶이 과연 더 옳은 선택이고, 권할 수 있는 삶일까(「지금 모래를 퍼내고 계십니까」) 하는 것들.
허지웅은 언제나 같은 결과에 도달할 것을 알면서도 그 무한 루프에 다시금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향해 말한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한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나는 반평생 슬프고 창피했다.”
그가 그토록 사랑받고 싶었던, 사랑했던,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들……


허지웅의 글은 솔직하다. 읽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 단단하고 때론 차갑다못해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던 그의 겉모습 뒤로, 갑자기 가장 여리고 아픈 상처가 드러난다.
2부에서는 그가 사랑받고 싶었고, 열렬히 사랑했던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이 있고, 보자마자 너무 빠르게 마음이 통해버린 친구이자 형이었던 이가 있었고, 단 한 번도 만나진 못했지만 그가 ‘형’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외국배우도 있다. 영영 만날 수 없게 돼버린 사람, 죽어버린 사람들도 있지만, 허지웅의 ‘사람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곡진하고 절절하다.
이들 중 그가 인생에서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으로 꼽은 인물은 바로 ‘엄마’다.
「엄마,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에는 그가 처음으로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 허지웅의 최초의 독자는 바로 ‘엄마’였다는 것. 엄마로부터 재미있다는 말을 듣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었던 어린 날들에 대한 회고는 곧 이제는 한없이 작고 약한 존재가 된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촛불집회 때 느닷없이 광장에 나타나 그의 손을 잡았던 엄마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다시 환기된다. 그에게 한때 세상에서 제일 거대했던 존재가 군중 속 가장 작고 연약한 존재로 거듭났던 이날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할, 그래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경험으로 남아 있고,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이날을 복기한다.

그녀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아는 이들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한 사람이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엄마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엄마 생각을 하면 나는 늘 조금 울고 싶어진다. _ 「엄마,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 138쪽

자신만만하게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찾아낸 것 같다고 말하던 저자는 정작 그의 글 속에서 그 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리라.

한편, ‘우리 형’ 신해철에 대한 회고가 담긴 글 두 편은, 고인을 향한 그의 마음이 너무도 친밀하고 절절해서 읽는 사람마저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누구보다 충실했던 우리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그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모순적이었으나 그 모순과 싸워 이기려 끝내 분투하며 스스로를 소진했던 예민한 영혼의 소유자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형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다.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인데 그걸 하지 못했다. 형이라서 말하지 못했다. 나라서 말하지 못했다. 간지러워서 하지 못했다. 어리석었다.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는 일이란 대체 얼마나 한심한가.

형 사랑해. 언제까지나 사랑해. 형 사랑한다. _ 「형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163~164쪽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투사였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광장의 음악이었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젊은 시절의 섬광이었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논객이었으며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늦은 밤 이어폰을 통해 울려퍼지던 굵고 낮은 목소리였다. 신해철은 어쩌면 그 모든 것과 무관한 무엇이었다. 그는 그저 마음 약하고 대책 없이 따뜻하며 아이들을 거짓말처럼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내게 그는 좋은 친구였다. 나도 그에게 좋은 친구였기를 바란다. 형이 보고 싶다. 우리 형이 너무 보고 싶다. _ 「신해철에 관하여」 172쪽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지금이 바로 다시 우리의 ‘끓는점’이다!


1부에서 ‘나’의 이야기를, 2부에서 그에게 가장 가까웠던 ‘당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허지웅은 3부 ‘끓는점’에 이르러 지금-우리들의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다. 3부 ‘끓는점’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픔과 분노를 담은 이야기이다.
과거가 청산되지 않고 가해자가 승자로, 피해자가 패자로 남겨졌을 때 사회가 병들어가는 모습(「정체되고 병든 사회」), 세월호 이야기(「세월호」), 국정 교과서 이야기(「국정 교과서는 결국 모두를 망하게 할 것이다」), 경제사범 처벌의 어려움(「실패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왕따 문제(「소년은 부엌칼을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등 한국 사회의 각종 병폐들을 영화나 다큐멘터리, 일화를 통해 날카롭게 풀어나간다.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_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310쪽

분명히 망해도 여러 번 망했어야 할 만큼 잘못된 것들이 거의 청산되지 않은 후진 현대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내고 자랑할 만한 유산을 만들어낸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였다. 이 공동체는 언뜻 주위가 산만하고 쉽게 좌절하거나 침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백한 끓는점을 가지고 있다. 이 끓는점에 도달하면 우리 공동체는 반드시 일어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다시, 그 끓는점이다.
_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313쪽

‘아직 세월의 풍파를 견딜 수 없는 나이’ 운운하며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감싸고돌던 이경재 변호사의 발언에서 비롯된 「풍파를 견딜 수 있는 나이」, 정치사회적 비용이 얼마가 되었든 관계없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 하야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주장하는 「끓는점」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에는 다시 한번 우리가 왜 부당한 것들에 저항하고 선한 공동체를 지향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확신과 다짐이 들어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는, 열심히 일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의지만 있다면 반드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으며 규칙을 지켜도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는 걸 우리 다음 세대에게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룰을 지키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나라. 잘못이 있으면 그걸 바로잡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공동체.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만 할 유산입니다. _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 322쪽

그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향해 당신 역시 ‘나의 친애하는 적’이라고 말한다. “내가 나를 차갑게 경계할 수 있도록 부디 언제까지나 도와주세요”라고 손을 내민다.
그러고 보면 허지웅은 독자 입장에서는 적장에게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고, 이런 나를, 경계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조금은 괴상하고 미워할 수 없는 적인지 모른다. 이토록 약하고 불완전하고 때론 한심하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살아가고 버티고 싸우고 있노라고 그는 이 책을 통해 고백한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들을 끌어안고, 지금도 ‘너무너무 좋’은 것들에 아이처럼 몰두하면서, “미친듯이 나의 취향을 관통하는” 것들을 사랑하며,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끄러움과 분노를 함께 나누며, 그는 계속해서 쓰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작가 허지웅이 품고 있는 가장 뜨겁고 강렬한 이야기이다.
목차

작가의 말_5

1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장이 슬프다_15
좋은 어른_20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다_27
선인장_35
그럼에도 불구하고_40
청소_48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_55
구애_64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_68
친구를 보내는 방법_73
단추가 모두 채워져 있었다_80
내가 더 옳다는 사람들이 싸울 때_86
두 영화의 차이_92
우리는 슬플 시간도 없다_98
시간여행_99
책_104
지금 모래를 퍼내고 계십니까_108
공간을 이해하는 법_114

2부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다
All by Myself_121
평생을 흔들어놓는 영화가 있다_128
엄마,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_134
치명적인 얼굴_139
공포의 빨간 우비_147
불온하다_154
형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_161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사람들_166
신해철에 관하여_167
질병 같은 남자_174
결혼을 해부하는 남자_180
내려놓기 위해 필요한 것들_187
위대한 무표정의 사내_194
악취미의 제왕_203
멜 깁슨에 관하여_210

3부 끓는점
도움을 청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_219
세월호_226
“한국은 나쁜 나라입니다”_228
소년은 부엌칼을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_234
내부고발자_241
4등_242
노블레스 오블리주_250
실패하기에는 너무 거대한_251
악의 평범성_257
정치적이다_264
드센 사람_265
동성애_266
탈주하는 여자들_267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_274
천하제일 제목무도회_280
역사를 지배하는 자_281
국정 교과서는 결국 모두를 망하게 할 것이다_287
부끄러운 역사_289
정체되고 병든 사회_290
괴담의 시대_297
중립_298
좀비_300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_306
풍파를 견딜 수 있는 나이_314
끓는점_320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_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