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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삼인 시집선 01

연애의 책

저자/역자
유진목 지음
펴낸곳
삼인
발행년도
2016
형태사항
107p.; 20cm
총서사항
삼인 시집선; 01
ISBN
9788964361146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3569-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3569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시 한 편 한 편이 생활의 날로 새로운 문법이고 시집은 그 건축물이다.”

평론가 황현산, 시인 김혜순, 김정환,
시집 출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다


시 부문에서 시 3~5편의 응모를 요구하고 이를 심사하는 신춘문예는 시인으로서 등단하는 가장 유력한 통로로 오랜 시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심사 방식에 대해 “서너 편만 봐서는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가 시인들 사이에 대두된 지 오래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김혜순, 김정환은 몇 해 전 신춘문예나 잡지 등단 관행의 문제점을 ‘출판사 주도로 오래 준비해 출간하는 시집 출판’이라는 새 제도로 극복하고자 뜻을 모았다. 즉, 시집 출간으로 시인을 등단 내지 재등단시키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시집 한 권 분량을 채울 50∼60편의 시를 한꺼번에 받아 살펴본 뒤 역량이 확인된 시인들의 시집을 출간하여 시집선을 채운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2013년 7월, 이러한 의도에 호응해 도서출판 삼인은 등단하고 싶은 시인들에게 시집 한 권 분량의 시 원고를 통째로 투고 받아 세 간행위원의 심사를 거쳐 ‘삼인 시집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신춘문예를 통해 이미 등단한 시인과 출사표를 처음 던져보는 신진 시인들의 꾸준한 투고가 이어졌고 지난 3년간 황현산 교수, 김정환 시인은 이 시들을 한 달에 1~2회 정기 모임을 통해 심사해왔다.
선정위원, 출판사가 시인과 힘을 모아 시집 출간의 새로운 통로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인 만큼, 투고된 시들에 대해 곧바로 당락 결정을 하기보다는, 시인 한 명당 50~60편의 투고작 전체를 꼼꼼히 살피고 가능성이 돋보이는 시 원고에는 심사위원의 메모를 덧붙여 반송하고, 고쳐 온 시 원고를 다시 심사하는 수고를 들였다.
3년간 엄밀한 선정 과정을 거쳐 시집 두 권이 최종 선정되었고,『삼인 시집선 01_연애의 책』(유진목), 『삼인 시집선 02_시』(조인선)로 출간되었다.

연애, 쓸쓸한 희망의 연습

유진목의 시집 『연애의 책』은 절제된 유머 감각이라 할 만한 것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 시인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웃음의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시로 육화하는 솜씨가 있다(예컨대 「미경에게」라는 똑같은 제목을 가진 두 편의 시와 「타전의 전말」을 보라).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세상에서 포획한 웃음의 요소들을 아무데나 방목하지 않고 우리 삶 속의 어둠과 대면하는 자리에 조심스레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럼 대체 무슨 기도를 하라니

죄를 사하여 달라고

무슨 죄를 말이니

몰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거라 너는 그 집에서 당장 나오라 맞기 시작하면 너가
죽어야지 끝난다

죽으면 다 끝나면 좋겠는데 그다음에도 자꾸 뭐가 있다고 그런다 언니야

- 「리의 세계」 부분(43쪽)

“하나님에게 좋은 거 달라고 기도하지 말라”는 교회 목사의 설교를 화제로 심상하게 시작된 어느 자매의 대화는 이렇게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있는 동생의 비상한 현실을 환기하면서 맺어진다. 눈 밝은 독자라면, 아무도 웃을 수 없는 이 엄혹한 상황에 미묘하게 끼어들어 있는 웃음의 계기들(“몰라”, “자꾸 뭐가 있다고”)을 흘려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자매가 처한 현실의 비정함을 심리적으로 누그러뜨리는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관습화한 가르침이 낯설고 어색할 뿐인 동생의 순진성을 비춰주는 가운데 상황의 비극성을 한결 도드라지게 하는 구실을 한다. 맥락은 다르지만 “그런다 언니야”는 인용시의 또 다른 힘점이다. 스스로의 곤경과 관련된 문장마저 타자를 주어로 삼아야 한다는 역설 위에 선 이 구절만큼 죄 없이 벼랑끝으로 떠밀린 여성의 외로움을 적실하게 전해주는 종결부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태어나는 것이 지옥”이라는, 위 시의 언니가 하는 말에 시인이 군말 없이 공감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연애의 책』 전편에 걸쳐 나타나는 세계 인식은 충분히 비극적이다. 시적 자아가 “너는 이 세상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자각과, 또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인 몸”과 헤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22). 이 가망 없어 보이는 현실을 향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미래로 전혀 다른 시제로”(50) 건너가려는 안간힘, 그것이 바로 『연애의 책』에서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하며 펼쳐지는 연애 행각이다.
『연애의 책』의 연애시편들은 서로를 간구하는 연인들의 정열이 작렬하는 현장이라기보다 절정의 순간으로부터 한 걸음 앞 또는 뒤에서 그 절정을 기다리고 반추하는 공간에 가깝다. 이것은 “당신이 모르는 일”(51)을 알고 있는 나와 “내가 모르는 걸” “알 수도 있는”(58) 당신 사이에서 빚어지는 밀고 당김, 겯고 틂이라는 연애의 속성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에 시인의 관심이 닿아 있는 데서 비롯할 터다(‘안다’와 ‘모른다’는 연애의 지평을 떠나서도 이 시집에 가장 빈번하게, 연애하듯 등장하는 한 쌍의 동사다). 그러면서 더 근본적으로는 사랑이란 상대와의 빈틈없는 합일을 꿈꾸는 대신 상대를 놓아주고 더 자유롭게 숨쉬게 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간직한 결과로 보인다. 덕분에 우리는 연애와 시쓰기가 세상과 삶을 쓸쓸히 사랑하는 연습이자 “가망이 없더라도 희망의 용법을 구”(67)하기를 멈추지 않는 노고임을 말해주는 책, 그리고 그 증표로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푸른 모서리」 같은 아름다운 연애시를 갖게 되었다.

누구도 저녁 너머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해 발을 구르는
그러는 동안에도 세상에는 몇 번의 겨울이 오고 갔는지
훗날 우리가 걸었을 출구 많은 어느 골목들처럼
굳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아니더라도
외투의 빛이 바랜 만큼 그에게는 봄볕이 들었을 것이다

-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부분(64)
목차

시인의 말 5
신체의 방 10
잠복 11
낮잠 13
소설 15
뒷문이 있는 집 17
밖에는 사람들이 웃고 있다 19
접몽 20
에밀 졸라 21
호텔 니케로 22
동산 24
동지 26
그믐 28
수화 29
사이렌의 여름 31
밝은 미래 33
망종 35
울음의 순서 37
반송 38
미경에게 41
리의 세계 43
미선나무 45
벚꽃 여관 47
교대 49
식물의 방 51
혼자 있기 싫어서 잤다 52
아침에 53
매장 54
자목련 이후 56
뒤에 57
동정 58
너라고 말하면 된다 59
지상의 피크닉 61
오늘의 날씨 63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64
푸른 모서리 65
부재중 통화 66
타전의 전말 67
배꼽 부근 68
아버지와 소와 어머니와 69
미경에게 71
시월 병동 73
당신의 죽음 74
당신의 기원 75
당신, 이라는 문장 76
어제 77
잠보앙가 델 수르 78
첩첩산중 79
사이 81
한밤 82
사랑의 방 83
해설 | 트랑스(trans)의 사건, 연애의 마음 ― 조재룡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