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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

비밀 아파트: 엘렌 그레미용 장편소설

저자/역자
엘렌 그레미용 지음 / 장소미 옮김
펴낸곳
은행나무
발행년도
2015
형태사항
403p.; 21cm
원서명
(La)garconniere
ISBN
9788956608525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2843-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2843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프랑스 내 10만 부 판매 · 전 세계 14개국 번역 출간
아마존 프랑스 1위 《비밀 친구》 후속 베스트셀러


프랑스 문단에 일종의 문학적 현상까지 일으킨 《비밀 친구(Le confident)》(은행나무 2014)로 국내 독자에게 잘 알려진 신예 작가 엘렌 그레미용이 더욱 정교한 플롯과 흥미로운 반전, 정밀한 심리 분석을 장착한 소설 《비밀 아파트(La garconniere)》를 들고 돌아왔다.
《비밀 아파트》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줄거리로 전개되고 있지만 그 특징적 요소들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엘렌 그레미용 소설이 한층 발전되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심리 스릴러의 플롯에 깃든, 격동하는 역사와 내밀한 개인사의 조합, 과거와 현재의 조응, 이야기 속 이야기들이 꼬리를 무는 액자식 구성,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반전의 향연, 다양한 형식 실험(서간체,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상담 녹취 테이프, 악보, 고층에서 추락하는 사람의 층별 의식의 흐름 등), 밀폐된 공간 속에서 마주치는 가해자와 피해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숨겨진 이면과 그들에 대한 이해 불가능, 드러나는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뼈아픈 진실 등이 그 요소들이다.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만 1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전 세계 14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본격 작가로서의 역량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군부독재의 망령이 떠도는 아르헨티나
그 속에서 피어나는 비통하고 애절한 사랑과
집착적인 질투의 정교한 심리분석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자리해 있었다. 정신분석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를 쓰자는 것(더 정확히는 정신과 진료 장면을 극 전개에 적극 활용하기), 그리고 ‘사랑의 질투’에 정면으로 접근해보자는 것(최대한 상세하게 묘사하기).
_한국어판 저자 서문

엘렌 그레미용이 저자 서문에서 밝혔듯이 《비밀 아파트》는 ‘사랑의 질투’와 ‘정신분석’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인구수 대비 정신과 의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하여 처절했던 군부독재를 겪어낸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특수성을 담아 비통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1976년부터 7년여 지속되었던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복원된 지 4년 뒤인 1987년 여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아파트 창문에서 ‘리산드라’라는 여자가 떨어져 죽는다. 곧바로 남편인 정신과 의사 비토리오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어 수감된다. 비토리오의 환자인 화산 연구가 에바 마리아는 군사정권에 의해 딸 스텔라를 잃은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비토리오와의 상담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기에, 그의 결백을 입증하고자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에바 마리아의 의심과 망상, 환영이 어지럽게 뒤얽히며 비토리오의 진료 상담 녹취 기록을 통해 알게 된 환자들, 리산드라의 내연남, 리산드라의 탱고 선생, 심지어 사건 의뢰자인 비토리오 본인까지 차례로 용의 선상에 올랐다가 혐의를 벗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가서야 소설의 제목 《비밀 아파트》가 의미하는 바와 함께 뜻밖의 결말, 즉 리산드라의 비밀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페이지 터너다!”
인간 내면의 심연을 뒤흔드는
끝없는 반전, 심리 서스펜스의 진수


작가는 에바 마리아의 사건 조사 과정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굴절된 부부 관계, 모성애의 모순적인 발현, 불가피하게 식어버린 사랑, 스스로를 파괴해가는 질투(나이 든 여자의 젊은 여자를 향한 질투, 형제간의 반목과 질시, 사랑으로 인한 집착적인 질투)와 서로를 향해 휘두르는 폭력, 이를 넘어서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감수해야 하는 거대한 외부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의 상처로 인한 무의식의 영향력을 세세하게 짚어나간다.
한데 이를 서술해나가면서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유지되는 소설적 긴장은 여러 목소리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서사 방식과 이를 통한 인간 심리의 날카로운 통찰 및 분석을 통해서 팽팽히 당겨진다. 또한 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앞선 이야기의 괄호를 채우며 다른 버전을 제시하기도 하고 제시된 사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으로 작용하면서 인물의 숨겨진 면모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드러내는 동시에 깊이를 부여한다.
이렇게 인간 내면의 심연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그레미용은 복잡다단한 인간 심층에의 탐구를 통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교한 플롯의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맨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달라붙어 읽을 수밖에 없게 하는 놀라운 필력을 보여준다. 특히 미겔의 상담 녹취 기록에서 읽게 되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공포(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케 하는)나, 한 인간의 삶 전체를 갉아먹는 질투의 메커니즘을 묘사하는 장에 이르러서는 결코 눈을 뗄 수가 없다.

“학살자들이 대가를 치르지 않고 희생자들이 침묵한다면…”
숨겨진 비밀과 진실의 폭로로서의 소설


특히 이 법령. 이 국가적 치욕. 12월 24일 밤에 이 최악의 법, ‘법령 23456호’가 가결되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재빠르고 은밀하게. 형사처분 금지. 군부독재 치하에 자행된 저 모든 범죄에 대한 형사처분 금지. 사면! 불법감금, 고문, 살인에 대한 사면. 최종 기소 중지법. 아르헨티나에 이 크리스마스이브를 기점으로 새로운 시민 계층이 탄생했다. 군인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누리는 자들. 그리고 이제는 위계질서의 원칙하에 상관의 명령에 따르느라 자행된 군의 폭력 행위 또한 사면한다는 의무 복종법까지. 알폰신. 개자식! 학살자들에게 스스로 심판할 권리를 주다니. 자기들에 의한 자기들의 자체 정화라니. 위선. 기만적 궤변. 학살자들 스스로가 결정한 사면. 공인된 잔혹함의 극치. 아르헨티나에서 사람들은 마테 차를 마시고, 면책을 삼킨다. 아르헨티나에서 사람들은 탱고를 추고, 고문관들 역시 탱고를 춘다.
_160~161쪽

‘최종 기소 중지법’, ‘의무 복종법’ 등 면책법, 즉 반성하지 않고 청산되지 않는 과거의 망령들은 학살자와 희생자가 심상하게 스치고 만나며, 오히려 희생자가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는 부조리한 사회를 형성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자기 가족을 죽인 자들이나, 나 자신을 고문한 당사자를 버스 안, 정신과 진료실, 파티장 등에서 마주치고 그들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 대통합이라는 명목하에 역사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덮고 학살자들과 희생자들을 나란히 공존하게 하는 나라 사람들의 신경증과, 처벌되지 않는 범죄와 그로 인한 희생자들의 고통과, 나아가 외부의 폭력에 의해 희생당했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상적인 일상을 버젓이 영위하는 가해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좌절한 인물들, 상흔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연약하고 예민한 인물들의 고통에, 작가는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리하여 마지막 장에 가서야 밝혀지는, 고통의 바닥에 가닿았을 때에야 알 수 있도록 숨겨둔 비밀과 진실이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비밀 아파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