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창비시선 357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시집
- 저자/역자
- 함민복 지음
- 펴낸곳
- 창비
- 발행년도
- 2013
- 형태사항
- 135p.; 21cm
- 총서사항
- 창비시선; 357
- ISBN
- 9788936423575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1.6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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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봄비처럼 따스한 눈물, 모든 아픔과 희망을 위한 노래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선천성 그리움’의 힘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한 삶을 노래해온 함민복 시인의 신작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 출간되었다. 2005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을 펴낸 데 이어 다시 8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요즘 시단의 풍경으로 보자면 꽤나 느린 걸음이지만, “함민복의 상상력은 우리가 기꺼이 공유해야 할 사회적 자본이다”(이문재, 추천사)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세월의 무게에 값하는 70편의 수작을 담았다.
부드러운 서정의 힘이 한결 돋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난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는 삶의 철학과,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경험에서 이끌어낸 실존론적 사유”(문혜원, 해설)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손끝에서 놀아나는 섣부른 수사나 과장 없이 정갈한 언어에 실린 솔직하고 담백한 ‘삶의 목소리’로 일구어낸 시편들이 따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그믐달에 귀 기울이면 움푹 비워진다//달은/마음의 숫돌//모난 맘/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달//그림자 내가 만난/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달」 전문)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평등한 삶을 지향하는 시인의 사유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시인은 “감겨 제 몸을 재고 있”는 줄자(「줄자」), “살아 움직일 때보다” 더 무거운 고장난 시계(「죽은 시계」), 녹이 슬어 버려진 저울(「앉은뱅이저울」)처럼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사물에 주목하면서 그것들로부터 존재론적인 사유의 바탕을 얻는다. 여기서 시인은 “풍경을 지우며/풍경을 그”리고 “건물을 지워/건물이 없던 시절을 그려놓는” 안개와도 같은 시각으로 폐기된 사물에서 빛나는 사물성을 읽어내며 “보임의 세계에서 해방된”(「안개」) 사물 고유의 본성을 감지한다.
나는 나를 보태기도 하고 덜기도 하며/당신을 읽어나갑니다//나는 당신을 통해 나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당신 쪽으로 기울었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상대를 향한 집중, 끝에, 평형,/실제 던 짐은 없으나 서로 짐 덜어 가벼워지는(「양팔저울」 부분)
매일의 고달픈 일상을 힘겹게 이어나가는 현실은 세대나 계층을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비애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시인 또한 그러한 삶의 남루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남루한 삶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운데 그 모든 장삼이사들의 끈기 어린 의지적 면모를 살며시 들춰 보여준다.
좌판의 생선 대가리는/모두 주인을 향하고 있다//꽁지를 천천히 들어봐//꿈의 칠할이 직장 꿈이라는/쌜러리맨들의 넥타이가 참 무겁지(「금란시장」 전문)
벌써 17년째, “수직에 중독”(「직각자」)된 도시를 떠돌다 강화도 뻘밭에 터를 잡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시인은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현대 문명’(「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말랑말랑한 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는다. “문명의 세례”인 듯 “방사능 비에 젖으며” 날아가는 기러기떼를 무연히 바라보던 시인은 그토록 “환호하던 원자력 밝은 빛”이 결국은 “어둠”(「봄비, 2011, 한반도, 후꾸시마에서 날아온」)이 되고, “산업화 열기에/깨 진 오 존 층 파 편 이/납덩이가 되어/산탄 외탄 총알이 되어” “우리들의 폐에 날아와 박히고 있”는 사태에 이르자 “생명을 총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우리는 자발적으로 추방되어야 할 뿐”(「공기총」)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시인은 또 유전자 조작으로 “슈퍼 옥수수/슈퍼 콩/슈퍼 소”를 개발해내는 현실을 개탄하며 “꼭 그리해야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꼬막 밥그릇”이 어울릴 만큼 “사람들이 작아지는 방법을 연구해보”(「농약상회에서」)자며, 자연의 존귀함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운다.
물이 법(法)이었는데/법이 물이라 하네//물을 보고 삶을 배워왔거늘/티끌 중생이 물을 가르치려 하네//흐르는 물의 힘을 빌리는 것과/물을 가둬 실용화하는 것은 사뭇 다르네//무용(無用)의 용(用)을 모르고/괴물강산 만든다 하니//물소리 어찌 들을 건가/새봄의 피 흐려지겠네(「대운하망상」 전문)
함민복의 시는 꾸밈없는 삶의 기록이다. 시인은 삶의 어느 한 순간도 가벼이 보지 않고 소중한 의미로 받아들이며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건네며 다가선다. 가난을 일으켜 세우는 긍정의 힘이 있기에 그의 시는 가난하면서도 따듯하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흔들린다」)며 “먼 길 걸어온 사람들 목을 축여줄 수 있”(「폐타이어 3」)기를 소망하는 그의 시는 더 나은 삶과 사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것이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처럼 그렇게.
뜨겁고 깊고/단호하게/매순간을 사랑하며/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당장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현실은 딴전/딴전의 힘으로 세계가 윤활히 돌아가고/별과 꽃이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지만/늘 딴전이어서/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죽음이 앞에서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가/그래도/세상은 세계는/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단호하고 깊고/뜨겁게/매순간 나를 낳아주고 있다(「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전문)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선천성 그리움’의 힘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한 삶을 노래해온 함민복 시인의 신작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 출간되었다. 2005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을 펴낸 데 이어 다시 8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요즘 시단의 풍경으로 보자면 꽤나 느린 걸음이지만, “함민복의 상상력은 우리가 기꺼이 공유해야 할 사회적 자본이다”(이문재, 추천사)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세월의 무게에 값하는 70편의 수작을 담았다.
부드러운 서정의 힘이 한결 돋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난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는 삶의 철학과,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경험에서 이끌어낸 실존론적 사유”(문혜원, 해설)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손끝에서 놀아나는 섣부른 수사나 과장 없이 정갈한 언어에 실린 솔직하고 담백한 ‘삶의 목소리’로 일구어낸 시편들이 따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그믐달에 귀 기울이면 움푹 비워진다//달은/마음의 숫돌//모난 맘/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달//그림자 내가 만난/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달」 전문)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평등한 삶을 지향하는 시인의 사유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시인은 “감겨 제 몸을 재고 있”는 줄자(「줄자」), “살아 움직일 때보다” 더 무거운 고장난 시계(「죽은 시계」), 녹이 슬어 버려진 저울(「앉은뱅이저울」)처럼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사물에 주목하면서 그것들로부터 존재론적인 사유의 바탕을 얻는다. 여기서 시인은 “풍경을 지우며/풍경을 그”리고 “건물을 지워/건물이 없던 시절을 그려놓는” 안개와도 같은 시각으로 폐기된 사물에서 빛나는 사물성을 읽어내며 “보임의 세계에서 해방된”(「안개」) 사물 고유의 본성을 감지한다.
나는 나를 보태기도 하고 덜기도 하며/당신을 읽어나갑니다//나는 당신을 통해 나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당신 쪽으로 기울었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상대를 향한 집중, 끝에, 평형,/실제 던 짐은 없으나 서로 짐 덜어 가벼워지는(「양팔저울」 부분)
매일의 고달픈 일상을 힘겹게 이어나가는 현실은 세대나 계층을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비애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시인 또한 그러한 삶의 남루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남루한 삶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운데 그 모든 장삼이사들의 끈기 어린 의지적 면모를 살며시 들춰 보여준다.
좌판의 생선 대가리는/모두 주인을 향하고 있다//꽁지를 천천히 들어봐//꿈의 칠할이 직장 꿈이라는/쌜러리맨들의 넥타이가 참 무겁지(「금란시장」 전문)
벌써 17년째, “수직에 중독”(「직각자」)된 도시를 떠돌다 강화도 뻘밭에 터를 잡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시인은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현대 문명’(「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말랑말랑한 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는다. “문명의 세례”인 듯 “방사능 비에 젖으며” 날아가는 기러기떼를 무연히 바라보던 시인은 그토록 “환호하던 원자력 밝은 빛”이 결국은 “어둠”(「봄비, 2011, 한반도, 후꾸시마에서 날아온」)이 되고, “산업화 열기에/깨 진 오 존 층 파 편 이/납덩이가 되어/산탄 외탄 총알이 되어” “우리들의 폐에 날아와 박히고 있”는 사태에 이르자 “생명을 총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우리는 자발적으로 추방되어야 할 뿐”(「공기총」)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시인은 또 유전자 조작으로 “슈퍼 옥수수/슈퍼 콩/슈퍼 소”를 개발해내는 현실을 개탄하며 “꼭 그리해야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꼬막 밥그릇”이 어울릴 만큼 “사람들이 작아지는 방법을 연구해보”(「농약상회에서」)자며, 자연의 존귀함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운다.
물이 법(法)이었는데/법이 물이라 하네//물을 보고 삶을 배워왔거늘/티끌 중생이 물을 가르치려 하네//흐르는 물의 힘을 빌리는 것과/물을 가둬 실용화하는 것은 사뭇 다르네//무용(無用)의 용(用)을 모르고/괴물강산 만든다 하니//물소리 어찌 들을 건가/새봄의 피 흐려지겠네(「대운하망상」 전문)
함민복의 시는 꾸밈없는 삶의 기록이다. 시인은 삶의 어느 한 순간도 가벼이 보지 않고 소중한 의미로 받아들이며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건네며 다가선다. 가난을 일으켜 세우는 긍정의 힘이 있기에 그의 시는 가난하면서도 따듯하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흔들린다」)며 “먼 길 걸어온 사람들 목을 축여줄 수 있”(「폐타이어 3」)기를 소망하는 그의 시는 더 나은 삶과 사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것이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처럼 그렇게.
뜨겁고 깊고/단호하게/매순간을 사랑하며/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당장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현실은 딴전/딴전의 힘으로 세계가 윤활히 돌아가고/별과 꽃이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지만/늘 딴전이어서/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죽음이 앞에서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가/그래도/세상은 세계는/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단호하고 깊고/뜨겁게/매순간 나를 낳아주고 있다(「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전문)
목차
제1부
명함
달
금란시장
사연
흔들린다
꽃 피는 경마장
겨울 수수밭
비정한 길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숯
영구차를 타고 가며
짐
봄비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열쇠왕
구름의 주차장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당신
합장의 힘
여름의 가르침 2
보문사
파씨 두서너알
나이에 대하여
흘림체
방울
이가탄
슬프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
제2부
줄자
수평기
직각자
나침반
죽은 시계
앉은뱅이저울
○
○ 2
화살표
낙하산
폐타이어 3
양팔저울
외바퀴 휠체어
불탄 집
가벼움을 주제로 한 단상들
빨래집게
공기총
안개
태풍
망치질하는 사람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제3부
씨앗
가을 소묘
고려산 진달래
귤
봉선화 손톱에 물들 만하다
늦가을 감나무
하늘길
낮달
서그럭서그럭
도라지밭에서
고추밭 블루스
뻐꾸기
오래된 스피커
악기
흥왕리 방앗간
농약상회에서
한포천에서
대운하 망상
김선생의 환청
구제역 이후
봄비, 2011, 한반도, 후꾸시마에서 날아온
나마자기
해설|문혜원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