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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

저자/역자
양진건 지음
펴낸곳
푸른역사
발행년도
2011
형태사항
283 p.: 22 cm
ISBN
9788994079493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0631-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0631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추사는 9년간 제주 유배지에서 무엇을 했나
―처음 만나는 추사의 제주 유배 이야기



“갇혀있으면서도 갇혀있지 않았던 사람이 추사였던 것이다. 유배는 현실적 억압이었다. 유배인들의 삶을 질식시킨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갇혀있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꿈꾼다.”

서예, 회화, 금석학, 시 … 어떤 분야든 추사의 손을 거치면 눈부시게 재탄생했다. 추사 김정희는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마이스터이자 멘토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울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추사의 족적을 따라 그간 많은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평전류나 시서화를 논하는 저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일까. 모두들 하나같이 추사 인생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제주도 유배를 꼽고 있기는 하나, 정작 그 시기에 관한 본격적인 탐색은 빈약하다. 추사의 서예, 회화 등에 관련한 시기 구분을 제주 유배 전과 후로 나누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 빈약한 공백을 메울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가 푸른역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 양진건 교수(제주대학교)는 추사의 제주도 유배 생활 9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대를 이어 제주 유배 문화와 문학 연구에 천착해 온 학자의 시선은 그간 추사의 작품에만 머물러 있던 관심을 인간 추사에 대한 이해로 넓힌다. 제주도 어느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추사를 소환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제주도에 갇혀있었지만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리어 제주도에서 그는 서너 단계를 비약한다.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으며 당대와의 싸움이었으며 역사와의 싸움이었다. 필자는 이에 매료되었다. 천재적인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유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한 가지에 몰두하는 그의 자세는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다.
기회가 되면 추사의 제주 유배 생활에 대한 책을 써보리라 별렀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략) 유배 문학을 연구하시던 아버님이 갑작스레 타계를 하시면서 그 주제를 승계하는 일은 이제 나의 운명이 되었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귀양다리 추사 산 무덤에 들다
책은 조선시대 유배 문화에 대한 친절한 안내로 시작하여 자연스레 추사 유배길을 열어 보인다. 유배란 죄인을 먼 지역으로 유폐시켜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형벌이다. 조선시대 오형 가운데 하나인 유형流刑에 그 집행을 뜻하는 배配를 붙인 것으로, 순수 우리말로는 ‘귀양’이라 했고, 유배인을 낮잡아 귀양다리라고도 했다.
추사는 그의 나이 55세가 되던 헌종 6년(1840) ‘윤상도 옥사 사건’에 연루돼 제주도 대정현에 위리안치된다. 위리안치란 죄인이 적소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유폐시키는 형벌을 말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곳을 산 무덤生?이라 부르기도 했다. 처절한 표현이다.
그러나 유배인들의 귀양길이 고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유배인들은 유배지까지 가는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신분과 지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관직이 있는 자에게는 경유하는 각 고을에서 말과 음식을 제한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유배 길목의 지역 수령들은 유배인에게 말과 음식을 제공하도록 허용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후히 접대하는 것이 상례였다. 말과 음식 외에 여행에 필요한 각종 물품과 금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위 관료일수록 유배인이 개인 비용을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국법이 그러하니> 중에서

제주도 대정은 한양에서 무려 2,040리 거리였다. 추사는 이렇게 먼 길을 떠나 산 무덤으로 들어갔다. 책에서는 지금껏 의견이 분분한 제주도까지의 이동 경로와 날짜, 그리고 제주성에서 대정까지의 길을 소상히 짚어준다.

세 번째 길은 중간산으로 이어진 길로 제주성 → 무수천 → 금물덕→ 시모악 → 대정현으로 이르는 90리 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길은 해안을 끼고 있다. 추사의 편지대로 숲이 무성한 밀림을 지났다면 가장 가깝기도 한 세 번째 길이 그가 지난 길과 가장 유사하다.
그러면 추사에게 남국의 정취를 안겨 주었던 숲은 어디일까? (중략) ≪동여도≫를 보면 대정의 서쪽에 있는 숲은 북쪽에서 서쪽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그 사이로 세 번째 길이 관동하고 있다. 반면 나수는 대정현 소재지와는 물론 길과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추사가 관통했던 숲은 한경면 저지리에서 시작되어 대정읍 신평리로 이어지는 곶자왈 지대로 생각된다.
―<죽음을 빗겨나 제주도로 끌려가니>


외로움의 땅에서 피어올린 학문과 예술
추사의 마지막 도착지 대정(大靜). 저자는 큰 고요함이라는 뜻의 마을 이름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한다. 추사가 처음 가시울타리를 두르고 유배처로 삼은 곳은 대정 읍성 송계순의 집이었다. 이후 대정현 안성리 강도순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유배가 끝날 무렵에는 안덕계곡이 있는 대정현 창천리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배 초기 힘든 나날을 보내던 추사는 이내 학문에 몰두한다. 그를 찾아오는 인근의 유생들은 삶에 희망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저자는 추사와 제주 유생들과의 만남에 주목하여 추사가 제주 문화에 끼친 영향을 살핀다. 제주도 제자 이한우, 강도순, 강도휘, 이시형, 박계첨, 김구오, 오진사 등의 진술을 통해 추사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는데, 이들 중 박계첨은 추사의 인장을 총망라한 ≪완당인보≫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제자가 삼천명이라는 시어처럼 추사 문하에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 대개가 중인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주도에서도 문화 계승과 계발이 이루어지길 열망했고 사람들의 열의를 반가워했던 추사. 그에 의하면 공동체 융성을 위해 위정자의 윤리 의식과 정치관이 중요하나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추사, 평생 잊지 못할 만남>

이 외에 한양을 비롯한 타지에서 유배 중인 추사를 방문한 이들도 있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책을 구하기 힘들었는데, 제자 이상적의 도움으로 북경의 각종 서적들을 구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제자의 고마움에 답하려는 마음에서 그린 것이 <세한도>다.
추사가 유배의 외로움을 덜 수 있었던 데에는 초의 선사, 소치 허련 등 지인들과의 만남도 큰 몫을 차지한다. 그들과의 교류는 제주도 유배 이후 완성된 추사의 학문과 예술에 밑거름이 되었다. 실제 추사와 관련한 많은 학술 논쟁이 제주도 유배 생활 중 행해졌으며, 추사체도 제주에서 잉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추사체가 새로운 조형적 감각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주도의 풍경도 한몫했을 것이다. 추사체를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치명적인 폭풍으로 뒤집혀진 제주 바다의 날선 파도들이 보이기도 하고, 더러는 그 거무튀튀한 제주 돌담을 방금 돌아 나가는 매운 칼바람들이 눈에 잡히기도 한다. 그 어떤 힘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세계.
―<섬이 만든 예술혼> 중에서


제주 유배길에서 읽는 추사
책에서는 당시 제주의 풍습과 생생한 풍광들 위에 추사의 유배 생활을 가지런히 올려 놓는다. 추사가 지인이나 아내에게 보낸 편지, 제주도에서 쓴 각종 시서화를 통해 생활인으로서의 추사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추사의 건강관리나 식생활 등까지 저자는 빠짐 없이 챙기고 있다.
책에서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추사를 만날 수 있는 데는 저자의 힘이 적지 않다. 저자 양진건 교수는 이번 5월 14일 개장한 제주 추사유배길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고통과 외로움의 이미지로 점철된 ‘유배길’이 실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문화실크로드이자 지역의 풍토를 재조명하는 기회의 길이었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이 책의 저술과 추사유배길 기획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집념의 길, 인연의 길, 사색의 길. 3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추사유배길은 그간 저자가 연구해 온 제주 유배 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책 사이사이에 추사유배길을 정리하여 지금 당장이라도 쉽게 찾아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과 함께 추사가 걸었던 길을 천천히 소요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세상에 이름을 날릴 터이나
국법이 그러하니
죽음을 빗겨나 제주도로 끌려가니

책 속의 길 - 집념의 길

사람들을 가르치며 날을 보내니
추사, 평생 잊지 못할 만남
밤낮으로 책 보따리를 푸니
섬이 만든 예술혼
처연한 사내의 시

책 속의 길 - 인연의 길

내세에는 우리 부부가 바꿔서 태어났으면
귀양살이는 어떠한가
서러운 땅, 제주도를 뒤로 하고
도판 목록

책 속의 길 - 사색의 길

그 섬에서 보낸 9년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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