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3년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가족’이라고 한다. 새해 벽두부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비롯하여 수많은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이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뿐만 아니라 공중파 TV와 종편 채널들에서 ‘가족’을 주제로 하는 토크쇼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가족’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해 왔고,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 존재하는 숙명적인 관계이다. 그런데 어쩌면 인류 최고(最古)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이 왜 새삼스럽게 시대적 화두가 되었을까?
지금, ‘가족’이라는 이 원초적이고 자연적이며 숙명적인 관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 해체’니 ‘가족 위기’니 하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핵가족 시대’를 넘어 지금은 ‘1인 가족 시대’라는 모순적 어법까지 대두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내놓는 신문 사설들을 심심찮게 본다.
그런데 ‘가족’의 문제를 대상화하거나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가족’ 안에서 끄집어내어 속살을 보여주는 책이 나와 주목을 끈다. 《땡큐, 패밀리》(백일성 지음, 바룸)가 바로 그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 이야기

이 책은 한마디로 유쾌하다. 아니, 유쾌하다 못해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읽다 보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그러나 그 웃음 끝에서 우리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한마디로,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이 책은 40대의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가 그리 넓지 않은 아파트에서 80대 아버지와 70대 어머니, 맞벌이를 하는 동갑내기 아내, 고1 중2 남매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잔잔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물론 그 잔잔함 속에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들이 포함되지만, 저자는 어떤 경우에도 긍정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요즘 3대가 한 집에서 사는 풍경도 흔치 않거니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남들에게 열어 보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 솔직함이 이 책의 힘이고, 웃음의 근원이며, 감동과 공감의 원천이다. 아내와의 갈등, 자녀와의 갈등, 부모와의 갈등, 또는 그들 상호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그의 모습 뒤에는 항상 희생과 배려,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이 깔려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책을 덮을 때쯤 독자는 누군가에게 큰 위로와 위안을 받은 듯한, 그리하여 자연스레 힐링된 듯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