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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해피앤딩: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저자/역자
김연수 / 김중혁 지음
펴낸곳
씨네21
발행년도
2010
형태사항
339p.: 20cm
ISBN
9788993208818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0052-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0052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28년 지기 두 소설가가 영화 보고 주고받은 핑퐁 에세이

핑! 한 선수가 서브하듯 글을 던지면, 또 한 선수가 퐁! 하고 받아낸다. 스카이 서브에, 스파이크를 날려도 떨어뜨리는 일 없이 잘도 받아낸다. 그렇게 1년간 핑, 퐁, 글이 오갔다. 두 선수는 소설가 김연수 김중혁. “문학의 고장”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기록지를 교환하며 친구가 된 이래 28년간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 영화주간지 <씨네21>에 ‘나의 친구 그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번갈아 쓴 칼럼을 묶었다.
김연수가 서문에 썼듯, 두 작가는 개개의 영화에 대해서 글을 썼지만, 결국 자신과 삶을 이해하는 문제에 대한 글을 썼다. “영화가 예술이라면, 그 역시 김중혁과 나 사이의 기이할 정도로 오래 이어진 우정과 같은, 처음에는 사소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중요해지는 인생의 일들을 다룰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서로를 향한 농담과 거침없는 입담이 어우러진 글이 경쾌하게 핑, 퐁 오가는 사이, 두 작가의 영화관람기는 취향과 세계에 대한 태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글이 씌어진 2009년 한 해 동안, 두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 소통불능의 정책들,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 등 믿을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먹고 자고 싸우고 사랑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두 소설가가 쓴 영화관람기는 그렇게 대책 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한순간을 붙잡아 놓았다. 상실과 아픔, 사소한 재미가 교차하는 나날이 모여 하나의 인생이 되듯, 두 작가는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야기와 감상을 모아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낸다.


<김씨표류기>에 명장면이 많지만 샐비어(사루비아) 장면이 제일 좋다. 자살하려다 실패하고 섬에 표류하게 된 김씨는 제대로 자살하기 위해 목을 매달려고 한다. 강물을 과음한 다음이라 속이 부글거리는 김씨, 똥 먼저 누고 자살을 뒤로 미룬다. 그런데 똥 싸는 그의 앞에 샐비어가 활짝 피어 있다. 꽃 하나 따서 꿀을 빨아먹는데, 눈물이 난다. 울고 있는 김씨와 어쩔 줄 모르고 엉거주춤한 그의 엉덩이와 엉덩이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샐비어를 천천히 보여주는 장면은 <김씨표류기>의 압권이다. 자살은 해야겠고 그런데 똥은 마렵고 샐비어를 빨아먹어보니 이건 또 왜 이렇게 달착지근한 것이며 일어나려니 다리는 저린데 똥 무더기는 엉덩이와 너무 가까우니 눈물이 날 법도 하다. 사는 게, 참, 그렇다. 가끔은 샐비어와 똥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희망이란 게, 참, 그렇다. 희망은 거대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절망의 크기가 다른 사람이 보기엔 터무니없이 작아 보일 수 있고, 한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희망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을 수 있다.
지난 토요일 아침, 그가 운명을 달리했다.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부엉이바위에 서 있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눈물이 날 뻔했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죽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먼저 와 닿았다. 그 위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외롭고 아득했을까. 얼마나 무거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세상이 무거워야 그 위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의 결심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주위에 샐비어 같은 게 없었을까. 샐비어 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뛰어내리려는 그를 붙잡을 수 있었을까. 그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사람들이 샐비어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면 뛰어내리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었을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샐비어로도 해결할 수 없는 죽음이 있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그 자리에 샐비어가 있었다면’ 중에서 (김중혁)

실패는 지혜를 낳는다. 살다보면, 그럭저럭 나 같은 사람에게도 지혜가 생기는데, 그것들은 다 내가 행한 미친 짓들에서 얻은 교훈의 결과다. 하지만 멍청한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더 로드>에 대한 사람들의 평을 읽다가 별 반개짜리 가혹한 감상평을 발견했다. 대학에 떨어진 뒤, 기분 전환하려고 극장에 갔다가 그만 그 영화를 본 것이다(“왜 그랬을까? 1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 박살나는 걸 보러 갔을 테지”). 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이미 박살난 뒤다. 재앙 같은 게 일어났다면 아마도 그 낙방생의 마음속에서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러니 별 반개를 다는 심정도 이해간다. 그럼에도 교훈은 남는다. 앞으로는 재앙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작하는지, 재앙이 다 끝난 뒤의 이야기인지 잘 알아보고 표를 끊자. 역시 실패를 통해 우리의 지혜는 무럭무럭 자란다.
이 평에는 “너도 아비가 되어봐라”라는 답글이 붙었더라. 그 학생의 아버지가 쓴 답글이라면 참 훈훈한 부자애라 하겠지만, 그럴 리가. 대학시험에 떨어진 뒤 모두 다 죽어버리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극장에 갔다가 <더 로드>를 보게 된 학생에게 이보다 더 치졸한 답글이 있을까나. 실연해서 징징대는 아가씨한테 “너도 애 낳아봐라! 뭐가 더 아픈가”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렇긴 해도 나는 그 답글에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근거는 빈약하다. 그건 치졸하기 때문에 진실되게 들린다. 아비가 되어보니 정말 경험으로 알 것 같다. 치졸하게 느껴질 때, 그건 진실일 가능성이 많다. 예컨대 그간 친구는 하나마나 한 얘기와 갖은 그래프로 이 지면을 채웠는데, 원고의 그런 치졸한 형태 자체가 그 친구의 진실이라는 얘기다.
-치졸하게 느껴질 때, 그건 진실일 가능성이 많다 (김연수)


김연수 김중혁

김연수와 김중혁은 문학의 도시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김연수는 1970년에, 김중혁은 1971년에 태어났지만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 김중혁이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가는 바람에 같은 학년이 되었다. 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기록지를 교환하다 친구가 됐고, 이후 28년 동안 친구로 지냈다. 김연수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김중혁은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사이가 멀어지는 듯하였으나 김중혁이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학교수업을 내팽개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바람에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있었다. 김중혁은 서울에 올라와 김연수의 자취방과 하숙방에 빌붙어 지낸 적이 많았는데, 미안함 때문에 하루종일 밖에서 놀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김연수는 친구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문학에 매진하였다. 1993년에는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며 치사하게 저 혼자 작가가 되더니, 1994년에는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차세대 기대주로 발돋움했다. 이후 <꾿빠이, 이상>,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7번 국도>,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스무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의 책을 펴냈으며(뭐 빠진 거, 있나?)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뭐 빠진 거, 없지?) 수상하였다. 김연수는 아직도 차세대 기대주다. 열심히 놀던 김중혁은, 친구의 배신에, 아뿔싸, 뒤늦게 문학에 매진하여 2000년 겨울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가가 됐고,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등의 책을 (뭐 빠진 거, 없군!) 펴냈으며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2010년 손가락에 물이 오른 김중혁은 문학계간지에 새로운 장편 <미스터 모노레일>을 연재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 8월에는 ‘좀비’를 다룬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두 사람을 대신해서 김중혁이 (기억나는 대로) 쓰다.
목차

서문: 조삼모사의 원숭이들처럼, 매우 기뻐하며

말라가의 김연수와 스톡홀롬의 김중혁이 서로에게 띄우는 편지
내가 눈여겨본 건 엉덩이가 아니야
한국 최초(어쩌면 아시아 최초), 영화 <렛미인>의 촬영지를 다녀오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쓴 농약이름 모자를 보며 가자와 용산을 떠올리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3편 동시 상영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다
아침에 맥주 들고 버스 타봤나요?
농담은 빠지고 시간만 남았군요
체위는 정상체위, 코언은 C·O·E·N
기억이 희미하면 적게 상처받는다?
통섭의 비 내리는 밤에
왜 자꾸 뒤돌아보는 거야?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뭄바이 빈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영화란 시각에 이의를 제기함
진정성에 목을 매던 그때 그 시절
소설의 의문을 풀어준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와 케이트 윈슬럿의 광채
천재들의 재능을 시샘하지 말자구
서른 다섯이 지난 뒤 깨달았던 진리
너무 약해서, 너무 외로워서, 너무 힘들어서
두 가지 덫, 국개론과 법치에 무력화된 우리를 마주하다
아버지 짐자전거에 묶여가던 풍경
황지우 총장 사퇴로 떠올린 애국 영화관,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렉>같던 <전원일기>
그 자리에 샐비어가 있었다면…
<마더>에 존재하는 건 모성이 아닌 스스로 복제하려는 분열된 자아뿐
춤추는 엄마들의 실루엣에 숨이 멎다
정색하면 지는 거다
소리의 기억을 통한 여행의 즐거움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디테일이야
물어도 물어도… 답은 얻지 못하리
영화 <레인>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세상에 대한 고민의 대답을 들은 듯
인간이란 동물에 “의심이 들어요”
생지옥 서울을 또 보고 말았어
'소통 불량자’라면 공감 백배
“까불지 마, 자 이제 까불어, 까불어”
고향 사람을 대신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흔들려야 혼돈을 이겨낼 수 있으리
‘좋았다가 무덤덤, 나빴다가 무덤덤’의 무한반복.
‘모기향’ 인생사가 더 아름답다
모두가 다른 나날들
꿈같은 ‘좌짜장 우케이크’ 시절
<호우시절>을 보며 중국 하얼빈의 북방 미녀들을 떠올리다
대통령에게도 요리를 가르쳐주자
인간의 종말은 이렇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작전 짜야 할 시간에 애들처럼 낄낄거리며 농담만 해왔다.
마음의 불구들이여, 이리로 오라
정확히 40도, 반신욕 하기 딱 좋은…
“비이이이즈니스!”를 돌려세운 환영
군대 의무병 시절 ‘첫 실습’의 기억
짐승의 경험을 했던 여성지 기자 시절을 떠올리며
카메론의 시간은 거꾸로 가나
셜록 홈스를 성룡으로 만들다니…
쓰다만 지난 다이어리에서 발견한 행복한 순간
치졸하게 느껴질 때, 그건 진실일 가능성이 많다
대책없는 해피엔딩을 보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다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이별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