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자살하는 대한민국: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 저자/역자
- 김현성 지음
- 펴낸곳
- 사이드웨이
- 발행년도
- 2024
- 형태사항
- 343 p.: 22 cm
- ISBN
- 9791191998290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309.111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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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809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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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8095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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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사회는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가?
끝끝내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나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
대한민국을 사멸의 길로 이끌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구조와 악순환의 고리를 철저하게 분석하다
대한민국은 파국을 맞이하고 있다. 이 나라가 역사상 세계로부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공동체의 급격한 쇠락과 해체를 목도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며, 지방은 소멸하고, 우리 모두 기형적인 고물가와 양극화된 사회체제 속에서 엄청난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의 이기적인 품성을 꺼내 들거나, 특정한 정파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모두 틀렸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돈의 문제’로 인해서 사멸의 길을 향하고 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경제구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재생산성은 왜 극적으로 붕괴했는가? 왜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기를 쓰며 서울로 몰려들어야 하고, 왜 많은 이들은 블록체인 토큰과 같은 고위험 자산 투자에 열중하거나 혹은 자신의 ‘약자성’에만 집중하면서 누군가를 증오하는 일에 여념이 없는가? 우리는 왜 사교육비가 준조세화된 이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토록 간절하게 ‘시험’과 ‘공정’에 집착하는가? 또 우린 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 시간과 열악한 양육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가? 김현성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가 발전의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쟁점들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빠른 성공 그 자체에 실패의 근거들이 예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냉철하게 직시했어야 할 집단이 제대로 신뢰받지 못하며 이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길은 ‘자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사회경제적 구조를 우리 스스로 선택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 대신에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이 책은 그처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에 관한 심층적인 보고서이며, 그럼에도 냉소나 체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길 권하는 뜨거운 희망의 기록이다.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 공동체의 무너진 재생산성
“지금의 비극은 한국인의 품성이나 특정 정파 때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돈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지갑을 열지 못하며,
왜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선택했는가?
대한민국은 영광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가, 쇠락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가?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이 책의 제목 여덟 글자는 그 자체로 매우 논쟁적이고 문제적이다. 혹자는 이 제목을 보고 진부한 망국론 혹은 공포 마케팅의 거듭되는 되풀이일 뿐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현재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은 유사 이래 가장 높고 찬란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그 어느 국가보다도 더 빠르고 성공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최근에는 ‘K’라는 접두사를 통해 표출되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글로벌 문화의 선도국이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한국의 영화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세계인들은 한국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한민국의 쇠퇴와 해체를 말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그 증거로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와 우리 사회의 암울한 인구 전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추세는 분명히 충격적이고 파괴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은 우리 공동체의 재생산성이 근본적으로 무너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숫자이며, 구성원 모두가 과거와는 아예 다른 차원에서 공포를 느끼게끔 만드는 수치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린 모두 이 숫자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 김현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가 미래에 겪게 될 쇠퇴와 붕괴의 경로는 단지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 사회에선 의료, 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회 인프라와 공동체에 필수적인 기둥들의 지속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인구의 감소는 공동체 쇠락을 이야기하는 ‘증거’라기보단 바로 그러한 여러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무너졌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결과물’에 가깝다고. 우리가 대한민국의 선택을 ‘자살’로 불러야 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그 구조를 끝끝내 바꾸지 못한 채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자살하는 대한민국』은 그처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소멸의 길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우리 공동체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총체적인 경제구조와 악순환의 고리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 근원적인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피상적으로 ‘출산율 감소의 충격과 공포’만을 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신 책의 저자가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핵심적이고 근원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것은 바로 ‘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사회의 재생산성이 붕괴되고 우리가 이토록 불행에 시달리는 이유로 한국인의 황금만능주의 혹은 이기적인 품성을 꺼내들거나, 특정한 정파가 권력을 쥐고 나라를 잘못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모두 틀렸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돈의 문제’로 인해서 사멸의 길을 향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수집하고 분석한 통계와 수치로써 우리가 왜 공동체를 위해서 지갑을 열지 못하는지, 우리는 왜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구조적 토양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통찰하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 돈이 부족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일상생활의 고비용, 극심한 수도권 집중과 생산성 쏠림이 얽힌 현실
이 책의 1장 ‘한국인에게 돈이 부족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에서 저자는 한국의 거대한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국인이 실질적으로 빈곤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 처해 있음을 검증한다. 한국은 아프다. 그렇지만 아무도 병원비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겐 공동체를 위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왜 돈이 부족한가? 우리는 가장 먼저 한국의 왜곡된 물가 구조에서 오는 일상생활의 고비용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김현성은 다양한 통계와 자료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 중이라는 사실과 그 역사적인 기원을 짚어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낮은 에너지 물가와 낮은 사회간접자본 비용으로 인해서 그럭저럭 도시 생활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공공부문의 적자를 누적시키고 이를 효율화하려 했을 때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더하여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거의 조세의 성격을 가지는 사교육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고등학생 한 명을 키우려면 가구소득의 약 30%를 사교육으로 지출해야 하는 게 우리의 명백한 현실이다.
가뜩이나 돈이 없는 한국인들의 가용 자원을 앗아가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저자는 2장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와 돈이 어떻게 사람들의 주거비용과 생활비용을 높이고 가용 자원을 감소시키는지 분석한다. 대한민국 총인구의 50.5%가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현 상황은 압축 성장을 위해 집적이익의 추구를 가장 큰 수단으로 삼았던 우리 경제성장의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과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역대 정책의사결정권자들의 국가 운영 방식은 크든 작든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오히려 더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데이터는 수도권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를 독식하고 있으며, 그 현상은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IT 산업의 본격적인 약진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균형발전의 대원칙에 동의하면서도, 토호론 등을 내세우며 지방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력 배분에 망설이는 중이다. 그 또한 자신들이 워낙 먹고살기 힘들어서이지만,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집적불이익의 청구서가 향후 점점 더 큰 금액으로 되돌아올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돈이 부족한 이유를 소비의 측면에서만 살펴서는 안 된다. 소득의 차원에서, 과연 한국인들은 돈을 자신들이 한 일만큼 충분히 벌고 있는가도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돈이 없다는 건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지만, 너무 적게 벌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성은 책의 3장 ‘모두가 가난한 이유, 노동생산성’에서 한국 공동체의 고용점유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취업자의 약 24%, 1/4가량이 자영업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가난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분석하며, 한국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사실상 ‘낮은 인건비’를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극히 일부의 대기업 종사자만이 높은 부가가치를 독식하고, 경제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의 경제발전 도상 전체에서 누적되어 현시점에 통증이 나타나고 있는 질병과도 같다. 과거 경제발전기에 국가가 운전대를 잡고 이끌었던 수출 주도형 경제는 우리를 전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이끌었지만, 이제는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저생산성이란 결과를 낳게 됐으며, 그것은 한국 임금노동자의 상당수가 그 생활 비용에 비해 낮은 소득을 벌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대한민국은 왜 개인이 모든 걸 책임질 수밖에 없는 공동체가 되었으며,
왜 결혼과 출산이 가장 값비싼 선택지가 되었는가
저자는 말한다. 한국 공동체가 소멸하는 이유에는 고물가, 수도권 집중 그리고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가 모두 버무려져 있는데,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바로 노인 문제라고. 그는 4장 ‘청년 문제는 노인 문제의 결과일 뿐이다’에서 과거 십여 년간 우리 사회에서 청년 문제와 청년 담론이 유행했지만, 우린 이 문제의 근원적인 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청년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가 노인 문제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절한 자원 배분에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선진국의 일반적인 노후 대비 수단인 3층 연금(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의 소득 커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주택을 매각하는 순간 거주환경이 더 열악한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예비 빈곤층에 가까운데, 그 노인들은 노후의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 결코 수도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현성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노년층의 수도권 주택 매각을 꾀했던 이전 정권의 축출적 부동산 정책에서 필연적으로 병행하여 추진했었어야 했던 것이 바로 지역균형전략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실패했고, 지금은 이들을 재정적으로 간신히 지탱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흉흉한 정치적 선동만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 저자는 국민연금에 관한 심층적인 자료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금의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는 이들을 강력히 비판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가진 기형적인 고물가의 문제, 수도권 집중의 문제, 낮은 노동생산성의 문제, 그리고 이것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노인 문제와 여기서 파생된 청년의 문제는 상호 긴밀히 얽혀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극적인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나아가 5장 ‘이곳은 원래부터 각자도생의 나라였습니다’에서 분석하는 바, 이러한 구조에서는 ‘국가’와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OECD 기준 일반정부 지출 규모가 명백히 최하위권인 현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동체의 강력한 조세저항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작은 재정의 공동체, 특히 복지를 민간에 폭넓게 외주화한 사회에선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과 정보력’의 문제가 되는데, 맘카페라는 우리 사회의 문제적 결사체는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의대 정원의 확대와 의료수가 문제 또한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순환 고리들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의료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준조세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보험(건강보험)의 증액을 요구하지만, 대한민국 구성원들의 복지태도,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실질가처분 소득이란 쟁점 때문에 우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지갑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현성은 말한다. 사람들은 최근의 한국이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다고. 한국은 원래부터 국가가 돌보는 부분이 거의 없었던, 사전적 정의 그대로의 각자도생 사회였다고.
이렇게 모두가 실질적인 가난에 시달리는 각자도생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결혼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이 책의 6장 ‘한국에서 가장 비싼 선택, 결혼’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왜 그토록 돈이 많이 드는지를 분석하고, 한국 젊은이들에겐 돈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더욱이 출산은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기에, 성별 경제력 격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돈이 없는 젊은 한국인 여성들에게 미래의 경제적 이득을 축소시키는 선택지임이 명백하다. 김현성에 따르면, 한국은 GDP 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선진국이지만 놀랍게도 정작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은 이 국가 체제를 지속할 정도로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한국인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주거비용에 수억 단위의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건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재산이 없으면 그나마 경제적 기회가 잔존하는 수도권에 진입할 수가 없는데, 한국의 공간적인 쏠림 현상은 실패한 정부 정책과 겹쳐 수도권, 특히 서울의 집값을 대책 없이 상승시켰다. 대다수 청년들에겐 그럴 만한 재산이 없으니 차라리 원룸에서 혼자 살거나 부모와 동거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즉, 한국 공동체의 젊은 구성원들은 결혼을 계속 미루거나 아예 회피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만큼 결혼은 비싼 선택지가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가 입시에 매달리며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
그리고 ‘천천히 가난해지는 삶’이라는 공동체의 정해진 미래
그렇다면 한국에서 그나마 여유 있게 결혼을 하고 경제적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책의 7장 ‘시험과 공정, 그리고 ‘약자’에 관하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며 고생산성 수출 대기업에 종사하는 소수의 경제 활동 인구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그럼 한국인들은 어떻게 그 집단에 낄 수 있을까? 여기서 대학 입시라는 한국 특유의 경쟁 시스템이 작동한다. 어느 학생이 십대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뛰어난 입시 성적을 쟁취하면, 서울행 티켓과 경제적 풍요, 그리고 사회적 발언권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입장권을 거머쥘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처럼 ‘황금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하여 누군가가 반드시 시험이라는 제도를 높은 성적으로 통과하게끔 강제하는 체제를 토대로 국가를 운영했으며, 이들은 한국 사회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쏠림 현상으로 한쪽에만 생성된 추가적인 사회경제적인 대가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 자녀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사교육비는 하나의 준조세처럼 되어버렸고,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열악한 삶의 질, 낙후된 사회 인프라를 감내하며 그것을 모두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인 것처럼 감당해야 했다.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은 그 탓을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은 대가’라고 치부하며, ‘노력을 열심히 한 우리’가 그들을 위해 사회적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경쟁 압력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품성론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남들과 비교하는 심성을 지녔기에 불행한 것은 아닌가? 남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기에 그토록 과잉된 소비, 보여주기식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김현성에 따르면, 그러한 해석은 문제의 피상적인 측면만을 바라본 것이다. 김현성은 8장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경쟁’의 매운 맛’에서 오랜 권위주의 통치와 병영국가적 체제가 만들어 온 폐쇄성, 한국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높은 교류 비용 등을 촘촘하게 분석하며 우리가 왜 최대한 경쟁적인 소비, 즉 ‘불행한 소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를 되짚는다. 한국사회의 대다수가 ‘더 높은 평균’을 향해서 끊임없이 ‘올려치기’에 시달리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특별히 더 허영에 물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과 낮은 노동생산성이라는 경제구조, 지리 및 언어적 요건, 빈약한 사회 안전망의 토대 등으로 인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쟁 압력의 분출이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 사회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민’만이 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이는 헐겁고 게으른 대안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의 이민자들을 둘러싼 다양한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현재 직면한 그 경쟁 압력과 양극화의 문제점들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형태의 이민을 수용해 원하지 않는 결과만을 다시 맞닥뜨릴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렇다면 1장부터 8장까지 설명한 이유들로 인해,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공동체의 소멸은 과연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 것인가? 김현성은 9장 ‘우리의 황혼은 어떤 모습일까’에서 우리의 어둡고 우울한 앞날을 예견한다. 무엇보다도 물가 수준의 전반적인 상승, 특히 인구가 줄어서 수요가 감소하면 식료품뿐만이 아니라 소비재 전반을 점점 더 비싸게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내수시장의 B2C 업종에 집중돼 있어, 공동체의 축소는 상당수 기업들에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을 강제할 것 또한 명백하다. 기업들이 생존의 위협을 당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될 금융시장의 축소, 원화의 약세도 심각한 위기가 되리라 전망할 수 있다. 국방력의 감소와 지방의 한층 더 급격한 소멸도 우리 공동체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결국 현재의 서비스업 저생산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의 GDP 규모는 미래에 극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202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세계 13위였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점차 그 규모도 줄어들어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들에 하나둘씩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가 1970년대 후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측되는 2070년 정도가 되면, 한국의 인구는 3765만명까지 떨어지고 내수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는 현재의 70%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인구의 감소에 따라 천천히 가난해지는 삶은 우리의 정해진 미래와도 같은 것이다.
‘황금 티켓 증후군’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냉소를 멈추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그럼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소멸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김현성에 따르면, 증세가 쉽지 않은 우리의 현실적인 조건에서 점진적인 국가 채무의 증가가 유일하게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모두가 가난으로 고통 받는 황혼을 피하려면 바로 지금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김현성은 한국의 부채와 재정적인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정부가 조금만 재정을 확장하면 미래에 반드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그는 우선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그와 동시에 아직 경제 활동 인구가 많은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잉여 자본을 블록체인 토큰 같은 비합리적 투자처가 아닌 개인의 국채 보유로 편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래 국민연금 및 사보험사들의 인구 감소 시기 자산 축소를 미리 대비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재원으로 남겨두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현성은 우선 일상에서 한국인들을 짓누르는 불필요한 고비용 구조를 먼저 해소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부의 채무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증세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합의가 완료된 뒤에야 비로소 서비스업에서의 인건비 상승을 통한 생산성의 균형을 맞출 여력이 생기고, 생산성의 균형이 맞춰지고 나면 황금 티켓은 자연스럽게 그 힘을 잃을 수 있다. 그럴 때만 모두가 몇 장 안 되는 티켓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생산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그러면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놓지 못했던 각자도생의 사회경제적 구조, 즉 ‘황금 티켓 증후군’이 마침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김현성은 이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을 통해서 우리 공동체의 성공적인 운영은 우리가 얼마나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실질적으로 가난한 상태라는 것을 직시하고, 앞으로 더욱 가난해질 수 있음을 인지하며, 이 사회를 둘러싼 돈의 논리와 구조를 더욱 철저히 파헤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는 여기서만 도출될 수 있다. 그는 모두가 정부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고, 공동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필요한 지출에 동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지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 대신에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길은 ‘자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구조를 우리 스스로 선택했다. 이 책은 그처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에 관한 ‘중환자 중합검진 결과서이며, 그럼에도 냉소나 체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권하는 뜨거운 호소의 기록이다. 『쇳밥일지』 저자 천현우가 책의 추천사에 쓴 것처럼, 김현성의 글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냉철한 분석 끝에 다다른 결론이 냉소가 아니라 함께 희망을 찾자는 제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끝끝내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나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
대한민국을 사멸의 길로 이끌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구조와 악순환의 고리를 철저하게 분석하다
대한민국은 파국을 맞이하고 있다. 이 나라가 역사상 세계로부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공동체의 급격한 쇠락과 해체를 목도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며, 지방은 소멸하고, 우리 모두 기형적인 고물가와 양극화된 사회체제 속에서 엄청난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의 이기적인 품성을 꺼내 들거나, 특정한 정파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모두 틀렸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돈의 문제’로 인해서 사멸의 길을 향하고 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경제구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재생산성은 왜 극적으로 붕괴했는가? 왜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기를 쓰며 서울로 몰려들어야 하고, 왜 많은 이들은 블록체인 토큰과 같은 고위험 자산 투자에 열중하거나 혹은 자신의 ‘약자성’에만 집중하면서 누군가를 증오하는 일에 여념이 없는가? 우리는 왜 사교육비가 준조세화된 이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토록 간절하게 ‘시험’과 ‘공정’에 집착하는가? 또 우린 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 시간과 열악한 양육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가? 김현성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가 발전의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쟁점들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빠른 성공 그 자체에 실패의 근거들이 예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냉철하게 직시했어야 할 집단이 제대로 신뢰받지 못하며 이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길은 ‘자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사회경제적 구조를 우리 스스로 선택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 대신에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이 책은 그처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에 관한 심층적인 보고서이며, 그럼에도 냉소나 체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길 권하는 뜨거운 희망의 기록이다.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 공동체의 무너진 재생산성
“지금의 비극은 한국인의 품성이나 특정 정파 때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돈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지갑을 열지 못하며,
왜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선택했는가?
대한민국은 영광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가, 쇠락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가?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이 책의 제목 여덟 글자는 그 자체로 매우 논쟁적이고 문제적이다. 혹자는 이 제목을 보고 진부한 망국론 혹은 공포 마케팅의 거듭되는 되풀이일 뿐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현재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은 유사 이래 가장 높고 찬란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그 어느 국가보다도 더 빠르고 성공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최근에는 ‘K’라는 접두사를 통해 표출되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글로벌 문화의 선도국이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한국의 영화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세계인들은 한국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한민국의 쇠퇴와 해체를 말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그 증거로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와 우리 사회의 암울한 인구 전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추세는 분명히 충격적이고 파괴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은 우리 공동체의 재생산성이 근본적으로 무너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숫자이며, 구성원 모두가 과거와는 아예 다른 차원에서 공포를 느끼게끔 만드는 수치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린 모두 이 숫자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 김현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가 미래에 겪게 될 쇠퇴와 붕괴의 경로는 단지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 사회에선 의료, 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회 인프라와 공동체에 필수적인 기둥들의 지속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인구의 감소는 공동체 쇠락을 이야기하는 ‘증거’라기보단 바로 그러한 여러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무너졌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결과물’에 가깝다고. 우리가 대한민국의 선택을 ‘자살’로 불러야 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그 구조를 끝끝내 바꾸지 못한 채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자살하는 대한민국』은 그처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소멸의 길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우리 공동체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총체적인 경제구조와 악순환의 고리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 근원적인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피상적으로 ‘출산율 감소의 충격과 공포’만을 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신 책의 저자가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핵심적이고 근원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것은 바로 ‘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사회의 재생산성이 붕괴되고 우리가 이토록 불행에 시달리는 이유로 한국인의 황금만능주의 혹은 이기적인 품성을 꺼내들거나, 특정한 정파가 권력을 쥐고 나라를 잘못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모두 틀렸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돈의 문제’로 인해서 사멸의 길을 향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수집하고 분석한 통계와 수치로써 우리가 왜 공동체를 위해서 지갑을 열지 못하는지, 우리는 왜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구조적 토양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통찰하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 돈이 부족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일상생활의 고비용, 극심한 수도권 집중과 생산성 쏠림이 얽힌 현실
이 책의 1장 ‘한국인에게 돈이 부족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에서 저자는 한국의 거대한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국인이 실질적으로 빈곤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 처해 있음을 검증한다. 한국은 아프다. 그렇지만 아무도 병원비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겐 공동체를 위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왜 돈이 부족한가? 우리는 가장 먼저 한국의 왜곡된 물가 구조에서 오는 일상생활의 고비용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김현성은 다양한 통계와 자료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 중이라는 사실과 그 역사적인 기원을 짚어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낮은 에너지 물가와 낮은 사회간접자본 비용으로 인해서 그럭저럭 도시 생활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공공부문의 적자를 누적시키고 이를 효율화하려 했을 때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더하여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거의 조세의 성격을 가지는 사교육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고등학생 한 명을 키우려면 가구소득의 약 30%를 사교육으로 지출해야 하는 게 우리의 명백한 현실이다.
가뜩이나 돈이 없는 한국인들의 가용 자원을 앗아가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저자는 2장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와 돈이 어떻게 사람들의 주거비용과 생활비용을 높이고 가용 자원을 감소시키는지 분석한다. 대한민국 총인구의 50.5%가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현 상황은 압축 성장을 위해 집적이익의 추구를 가장 큰 수단으로 삼았던 우리 경제성장의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과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역대 정책의사결정권자들의 국가 운영 방식은 크든 작든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오히려 더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데이터는 수도권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를 독식하고 있으며, 그 현상은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IT 산업의 본격적인 약진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균형발전의 대원칙에 동의하면서도, 토호론 등을 내세우며 지방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력 배분에 망설이는 중이다. 그 또한 자신들이 워낙 먹고살기 힘들어서이지만,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집적불이익의 청구서가 향후 점점 더 큰 금액으로 되돌아올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돈이 부족한 이유를 소비의 측면에서만 살펴서는 안 된다. 소득의 차원에서, 과연 한국인들은 돈을 자신들이 한 일만큼 충분히 벌고 있는가도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돈이 없다는 건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지만, 너무 적게 벌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성은 책의 3장 ‘모두가 가난한 이유, 노동생산성’에서 한국 공동체의 고용점유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취업자의 약 24%, 1/4가량이 자영업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가난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분석하며, 한국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사실상 ‘낮은 인건비’를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극히 일부의 대기업 종사자만이 높은 부가가치를 독식하고, 경제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의 경제발전 도상 전체에서 누적되어 현시점에 통증이 나타나고 있는 질병과도 같다. 과거 경제발전기에 국가가 운전대를 잡고 이끌었던 수출 주도형 경제는 우리를 전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이끌었지만, 이제는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저생산성이란 결과를 낳게 됐으며, 그것은 한국 임금노동자의 상당수가 그 생활 비용에 비해 낮은 소득을 벌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대한민국은 왜 개인이 모든 걸 책임질 수밖에 없는 공동체가 되었으며,
왜 결혼과 출산이 가장 값비싼 선택지가 되었는가
저자는 말한다. 한국 공동체가 소멸하는 이유에는 고물가, 수도권 집중 그리고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가 모두 버무려져 있는데,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바로 노인 문제라고. 그는 4장 ‘청년 문제는 노인 문제의 결과일 뿐이다’에서 과거 십여 년간 우리 사회에서 청년 문제와 청년 담론이 유행했지만, 우린 이 문제의 근원적인 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청년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가 노인 문제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절한 자원 배분에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선진국의 일반적인 노후 대비 수단인 3층 연금(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의 소득 커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주택을 매각하는 순간 거주환경이 더 열악한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예비 빈곤층에 가까운데, 그 노인들은 노후의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 결코 수도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현성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노년층의 수도권 주택 매각을 꾀했던 이전 정권의 축출적 부동산 정책에서 필연적으로 병행하여 추진했었어야 했던 것이 바로 지역균형전략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실패했고, 지금은 이들을 재정적으로 간신히 지탱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흉흉한 정치적 선동만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 저자는 국민연금에 관한 심층적인 자료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금의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는 이들을 강력히 비판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가진 기형적인 고물가의 문제, 수도권 집중의 문제, 낮은 노동생산성의 문제, 그리고 이것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노인 문제와 여기서 파생된 청년의 문제는 상호 긴밀히 얽혀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극적인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나아가 5장 ‘이곳은 원래부터 각자도생의 나라였습니다’에서 분석하는 바, 이러한 구조에서는 ‘국가’와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OECD 기준 일반정부 지출 규모가 명백히 최하위권인 현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동체의 강력한 조세저항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작은 재정의 공동체, 특히 복지를 민간에 폭넓게 외주화한 사회에선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과 정보력’의 문제가 되는데, 맘카페라는 우리 사회의 문제적 결사체는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의대 정원의 확대와 의료수가 문제 또한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순환 고리들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의료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준조세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보험(건강보험)의 증액을 요구하지만, 대한민국 구성원들의 복지태도,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실질가처분 소득이란 쟁점 때문에 우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지갑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현성은 말한다. 사람들은 최근의 한국이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다고. 한국은 원래부터 국가가 돌보는 부분이 거의 없었던, 사전적 정의 그대로의 각자도생 사회였다고.
이렇게 모두가 실질적인 가난에 시달리는 각자도생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결혼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이 책의 6장 ‘한국에서 가장 비싼 선택, 결혼’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왜 그토록 돈이 많이 드는지를 분석하고, 한국 젊은이들에겐 돈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더욱이 출산은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기에, 성별 경제력 격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돈이 없는 젊은 한국인 여성들에게 미래의 경제적 이득을 축소시키는 선택지임이 명백하다. 김현성에 따르면, 한국은 GDP 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선진국이지만 놀랍게도 정작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은 이 국가 체제를 지속할 정도로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한국인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주거비용에 수억 단위의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건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재산이 없으면 그나마 경제적 기회가 잔존하는 수도권에 진입할 수가 없는데, 한국의 공간적인 쏠림 현상은 실패한 정부 정책과 겹쳐 수도권, 특히 서울의 집값을 대책 없이 상승시켰다. 대다수 청년들에겐 그럴 만한 재산이 없으니 차라리 원룸에서 혼자 살거나 부모와 동거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즉, 한국 공동체의 젊은 구성원들은 결혼을 계속 미루거나 아예 회피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만큼 결혼은 비싼 선택지가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가 입시에 매달리며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
그리고 ‘천천히 가난해지는 삶’이라는 공동체의 정해진 미래
그렇다면 한국에서 그나마 여유 있게 결혼을 하고 경제적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책의 7장 ‘시험과 공정, 그리고 ‘약자’에 관하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며 고생산성 수출 대기업에 종사하는 소수의 경제 활동 인구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그럼 한국인들은 어떻게 그 집단에 낄 수 있을까? 여기서 대학 입시라는 한국 특유의 경쟁 시스템이 작동한다. 어느 학생이 십대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뛰어난 입시 성적을 쟁취하면, 서울행 티켓과 경제적 풍요, 그리고 사회적 발언권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입장권을 거머쥘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처럼 ‘황금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하여 누군가가 반드시 시험이라는 제도를 높은 성적으로 통과하게끔 강제하는 체제를 토대로 국가를 운영했으며, 이들은 한국 사회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쏠림 현상으로 한쪽에만 생성된 추가적인 사회경제적인 대가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 자녀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사교육비는 하나의 준조세처럼 되어버렸고,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열악한 삶의 질, 낙후된 사회 인프라를 감내하며 그것을 모두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인 것처럼 감당해야 했다.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은 그 탓을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은 대가’라고 치부하며, ‘노력을 열심히 한 우리’가 그들을 위해 사회적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경쟁 압력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품성론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남들과 비교하는 심성을 지녔기에 불행한 것은 아닌가? 남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기에 그토록 과잉된 소비, 보여주기식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김현성에 따르면, 그러한 해석은 문제의 피상적인 측면만을 바라본 것이다. 김현성은 8장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경쟁’의 매운 맛’에서 오랜 권위주의 통치와 병영국가적 체제가 만들어 온 폐쇄성, 한국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높은 교류 비용 등을 촘촘하게 분석하며 우리가 왜 최대한 경쟁적인 소비, 즉 ‘불행한 소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를 되짚는다. 한국사회의 대다수가 ‘더 높은 평균’을 향해서 끊임없이 ‘올려치기’에 시달리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특별히 더 허영에 물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과 낮은 노동생산성이라는 경제구조, 지리 및 언어적 요건, 빈약한 사회 안전망의 토대 등으로 인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쟁 압력의 분출이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 사회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민’만이 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현성에 따르면, 이는 헐겁고 게으른 대안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의 이민자들을 둘러싼 다양한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현재 직면한 그 경쟁 압력과 양극화의 문제점들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형태의 이민을 수용해 원하지 않는 결과만을 다시 맞닥뜨릴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렇다면 1장부터 8장까지 설명한 이유들로 인해,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공동체의 소멸은 과연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 것인가? 김현성은 9장 ‘우리의 황혼은 어떤 모습일까’에서 우리의 어둡고 우울한 앞날을 예견한다. 무엇보다도 물가 수준의 전반적인 상승, 특히 인구가 줄어서 수요가 감소하면 식료품뿐만이 아니라 소비재 전반을 점점 더 비싸게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내수시장의 B2C 업종에 집중돼 있어, 공동체의 축소는 상당수 기업들에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을 강제할 것 또한 명백하다. 기업들이 생존의 위협을 당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될 금융시장의 축소, 원화의 약세도 심각한 위기가 되리라 전망할 수 있다. 국방력의 감소와 지방의 한층 더 급격한 소멸도 우리 공동체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결국 현재의 서비스업 저생산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의 GDP 규모는 미래에 극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202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세계 13위였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점차 그 규모도 줄어들어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들에 하나둘씩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가 1970년대 후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측되는 2070년 정도가 되면, 한국의 인구는 3765만명까지 떨어지고 내수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는 현재의 70%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인구의 감소에 따라 천천히 가난해지는 삶은 우리의 정해진 미래와도 같은 것이다.
‘황금 티켓 증후군’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냉소를 멈추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그럼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소멸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김현성에 따르면, 증세가 쉽지 않은 우리의 현실적인 조건에서 점진적인 국가 채무의 증가가 유일하게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모두가 가난으로 고통 받는 황혼을 피하려면 바로 지금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김현성은 한국의 부채와 재정적인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정부가 조금만 재정을 확장하면 미래에 반드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그는 우선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그와 동시에 아직 경제 활동 인구가 많은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잉여 자본을 블록체인 토큰 같은 비합리적 투자처가 아닌 개인의 국채 보유로 편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래 국민연금 및 사보험사들의 인구 감소 시기 자산 축소를 미리 대비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재원으로 남겨두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현성은 우선 일상에서 한국인들을 짓누르는 불필요한 고비용 구조를 먼저 해소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부의 채무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증세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합의가 완료된 뒤에야 비로소 서비스업에서의 인건비 상승을 통한 생산성의 균형을 맞출 여력이 생기고, 생산성의 균형이 맞춰지고 나면 황금 티켓은 자연스럽게 그 힘을 잃을 수 있다. 그럴 때만 모두가 몇 장 안 되는 티켓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생산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그러면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놓지 못했던 각자도생의 사회경제적 구조, 즉 ‘황금 티켓 증후군’이 마침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김현성은 이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을 통해서 우리 공동체의 성공적인 운영은 우리가 얼마나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실질적으로 가난한 상태라는 것을 직시하고, 앞으로 더욱 가난해질 수 있음을 인지하며, 이 사회를 둘러싼 돈의 논리와 구조를 더욱 철저히 파헤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는 여기서만 도출될 수 있다. 그는 모두가 정부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고, 공동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필요한 지출에 동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지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 대신에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길은 ‘자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구조를 우리 스스로 선택했다. 이 책은 그처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에 관한 ‘중환자 중합검진 결과서이며, 그럼에도 냉소나 체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권하는 뜨거운 호소의 기록이다. 『쇳밥일지』 저자 천현우가 책의 추천사에 쓴 것처럼, 김현성의 글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냉철한 분석 끝에 다다른 결론이 냉소가 아니라 함께 희망을 찾자는 제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목차
― 들어가며: 스스로 사멸하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
1장 한국인에게 돈이 부족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2장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3장 모두가 가난한 이유, 노동생산성
4장 청년 문제는 노인 문제의 결과일 뿐이다
5장 이곳은 원래부터 각자도생의 나라였습니다
6장 한국에서 가장 비싼 선택, 결혼
7장 시험과 공정, 그리고 ‘약자’에 관하여
8장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경쟁’의 매운 맛
9장 우리의 황혼은 어떤 모습일까
― 나가며: ‘황금 티켓 증후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