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람 허계생
- 저자/역자
- 이혜영 글 / 허계생 말
- 펴낸곳
- 한그루
- 발행년도
- 2022
- 형태사항
- 261p.: 21cm
- 총서사항
- 한사람 생활사
- ISBN
- 9791168670693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8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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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7316 | - |
- 등록번호
- JG0000007316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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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떤 사람이라도 사회적·역사적 굴곡에 휩쓸리고 흔들리고 일어서며 살다 보면 그 삶 속에 시대의 문화와 철학이 배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든 삶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제주의 한 사람, 허계생의 삶을 따라 울고 웃으며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다가서 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관광지가 되기 이전의 제주도는, 제주도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 속에는 낯선 제주말이 가득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쉽고 세심한 해설이 가이드가 되어 줄 테니까 말이다.
‘한사람 생활사’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책이다. 개인의 삶은 알고 보면 특별함으로 가득하다. 허계생 ‘삼춘’(제주도에서 삼춘은 남녀 구별 없이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의 이야기에는 제주 사람들의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 공동체와 함께했던 연대의 풍경이,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여성의 한 생애가 펼쳐진다.
이야기는 허계생의 구술을 따라 근대화과정의 제주도 마을과 들판과 오름과 밭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삶의 이야기와 연관된 제주의 전통문화와 민속 해설이 그 길을 안내한다. 생업과 의례, 역사와 자연을 두루 담았다. 고사리를 꺾으러, 물을 길으러, 띠를 훔치러 제주 산야를 누비던 어린 시절에서부터 노동의 삶을 익혀가는 청소년 시절을 거쳐, 한스럽고 눈물겨운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들려주는 씩씩하고 당당한 제주 삼촌의 파도 같기도 바람 같기도 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하다. 소리를 배우고 소리를 쏟아내며 삶의 즐거움을 힘껏 발산하는 대목에 이르면 읽는 이도 시원해진다. 여전히 신나게 진행 중인 한 생애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표준어 대역을 함께 싣지 않고 고집스럽게 제주 사람의 입말을 고집한 것은, 제주어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제주 사람의 삶을 전하고 싶은 저자의 의지 때문이다. 제주어가 낯선 이들을 위해 생소한 제주어에는 설명을 달고, 책의 말미에 이 책을 위한 ‘작은 제주어사전’을 덧붙였다.
구술 기록의 새로운 이정표
우리나라에서 구술 기록이 대중에게 널리 읽히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뿌리깊은나무 민중자서전』이 출판되면서부터였다. 20권에 이르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람들은 비로소 평범한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삶이 품은 깊이와 의미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구술사는 역사적, 사회적, 생활문화적 증언으로 조명받으며 꾸준히 기록되어 왔고, 최근에는 독립출판의 약진으로 자신의 가족을 기록하는 출판도 증가하고 있다.
구술 기록은 국가와 사회적 맥락에서만 바라보던 역사·문화를 개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의 폭을 넓혀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구술자가 살았던 시대와 지역의 배경을 알지 못하는 독자는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에 아쉬움을 느껴온 저자는 허계생의 삶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사건, 공간, 농사, 문화 등을 풍부하게 해설함으로써 독자는 이야기 속으로 제대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이야기에 힘을 더하며, 구술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우리가 몰랐던 제주 여성
팬데믹을 지나오며 제주도는 통제되고 고립되어온 사람들의 숨통이 되어주었다. 제주도는 한 해에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고 또 오는 전 국민의 여행지이지만 정작 우리는 제주도를 알고 있을까? 관광지와 맛집과 카페를 꿰고 있는 것으로 제주도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화산섬 제주도는 땅의 성질과 기후와 역사와 문화가 ‘육지’(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를 이르는 제주식 표현이다)와는 많이 다르다. 논농사가 거의 불가능한 밭농사 위주의 농경형태는 전혀 다른 농경문화를 낳았고, 산 좋고 물 좋은 ‘육지’와는 달리 땔감을 구하는 일도 물을 구하는 일도 고된 노동 없이는 불가능했다.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오름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무엇이었을까? 화사하고 아름다운 유채꽃밭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제주 사람들은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고 결혼하고 죽음을 맞이했는가.
계사년(癸巳年)에 태어나서 계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한 여자아이가 자라나 어른 노릇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늙어간다. 그 속에 ‘육지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 제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기만 했던 한 여자가 원인 모를 병이 들고 그 병을 이기려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소멸위기언어 제주어의 말맛
얼마 전 큰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제주 사람이 등장해 제주말을 쏟아놓았다. 주인공들이 제주말을 하는 최초의 드라마에는 자막이 달려야 했다. 제주말은 육지와는 다른 어휘와 문법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주어는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어 유네스코가 ‘소멸위기언어’로 분류하고 있다. 토박이 제주 사람들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제주사람의 말은 경쾌하면서도 유장하다. 투박하고 거친 듯하지만 운율이 살아있어 굽이굽이 흘러간다. 그 입말을 살려 글로 담고, 그 말맛을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원도 담았다. 제주말은 어떤 맛일까. 제주말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보자.
목차
[어린 시절] 우리 계생이가 일등이라
14 4·3에 휩쓸리지 아니헌 집이 이샤?(4·3에 휩쓸리지 않은 집이 있어?)
22 쌍둥이 어젯밤에 숨 안 거ㅤㄷㅝㄴ?(쌍둥이 어젯밤에 안 죽었어?)
26 고무질도 잘하고, 사까닥질도 잘하고(고무줄도 잘하고, 뒤집기도 잘하고)
34 내터져 고사린 꺾도 못허고(내 넘쳐 고사리는 꺾지도 못하고)
44 어머니 몰래 물허벅 지엉(어머니 몰래 물허벅 지고)
53 새 도둑놈은 도둑놈도 아니(띠 도둑놈은 도둑놈도 아니야)
[청소년 시절] 어른이 된다는 것은
58 낭밧 아니민 돈 나올 데가 엇어(육묘장 아니면 돈 나올 데가 없어)
63 김발 되는 새, 지붕 되는 새(김발 되는 띠, 지붕 되는 띠)
69 장낫으로 촐 비어 눕지멍(벌낫으로 꼴 베어 눕히며)
79 수눌엉 밭갈고 수눌엉 검질 매고(품앗이로 밭갈고 품앗이로 김매고)
88 피농사 지으멍 생이 잡으멍(피농사 지으며 새 잡으며)
95 불치가 잇어사 모물농사 짓주(재가 있어야 메밀농사 짓지)
100 독 잡아그네 감저 파다그네(닭 잡아서 고구마 파서)
103 모물 도둑 잡기(메밀 도둑 잡기)
107 방애 지고 고레 골아(방아 찧고 맷돌 갈아)
[결혼과 출산] 애기 놓고 살아보려고
114 몸뗑이만 보내불어(몸뚱이만 보내버려)
119 왕왕작작한 결혼잔치(시끌벅적한 결혼잔치)
129 무서운 게 엇인 사름(무서운 게 없는 사람)
137 이노무 애기를 지우젠(이놈의 아기를 지우려고)
140 유채 장시, 콩 장시(유채 장사, 콩 장사)
145 벵원 두 번 강 난 첫똘(병원 두 번 가서 낳은 첫딸)
151 송당 새 사당 선흘서 폴고(송당 띠 사다가 선흘에서 팔고)
154 사람 털어졍 아니 아프느냐?(사람 낳는데 안 아프냐?)
156 쉐 질루고 도새기 질루고(소 기르고 돼지 기르고)
163 우리 애기들은 진짜 착헤서(우리 아이들은 진짜 착해서)
[시부모님 돌아가시고] 시어머니 계실 때가 호강이었지
170 단식허멍 견디멍(단식하며 견디며)
174 나 죽을 거난에 섭섭해도 하지 말라(나 죽을 거니 섭섭해하지 마라)
179 시어머니 잇인 때가 호강이랏주(시어머니 계실 때가 호강이었지)
183 엇인 시절에 무사 예의가 경 많으니(없는 시절에 왜 예의가 그렇게 많은지)
192 폴아지지 않으난 빚만 나고이(팔리지 않으니 빚만 생기고)
195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엇인 거라이(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거야)
203 미깡낭 아니민 어디서 돈이 나올 말이라게(귤나무 아니면 어디서 돈이 나오겠어)
[소리의 길] 내 세상을 살 날은 없을 줄 알았어
210 이노무 서방 언제 죽어불코(이놈의 서방 언제 죽어버릴까)
214 소리 지를 수 있는 델 다녀봅서(소리 지를 수 있는 데를 다녀보세요)
220 소리가 병을 낫게 헌 거지(소리가 병을 낫게 한 거지)
231 댕겸시민 배워진다게(다니다보면 배워진다)
236 이추룩헌 세상도 이시카(이런 세상도 있을까)
[생활사 살펴보기]
20 4·3사건과 소개_불타버린 7년, 상흔의 70년
32 넋들임_아이들을 돌보는 삼신할망
39 숯가마와 숯막_중산간 사람들의 겨울 부업, 숯 굽기
42 제주도의 내창_바닥이 드러난 마른 내의 세계
50 제주도의 물_돈보다, 쌀보다 귀한 물
61 제주도의 녹화사업_제주도 풍경을 바꾼 나무들
67 새의 쓰임_지붕이 되고, 비옷이 되고, 덮개가 되고
75 소와 촐_소 없이도 안 되고, 촐 없이도 안 되고
84 수눌음_누구든 땀흘려 일해야 먹고살 수 있는 사회
86 보리_보리에 의지해 살아온 사람들
93 도리송당의 피농사_껍질을 아홉 겹 둘러쓴 피농사로 살아가는 여자들
98 제주도의 메밀농사_진정한 메밀의 본고장
109 방아와 맷돌_곡식 껍질을 벗겨야 먹고사는 여성들의 노동 도구
124 제주도의 결혼 의례_마을공동체가 함께 치르는 일뤠잔치
143 제주도와 유채_유채꽃밭의 역사
148 제주도 사람들의 출산과 육아_삼승할망이 돌보는 아이들
159 제주도와 돼지_돼지와 제주도 사람들의 수천 년 인연
188 제주도 사람들의 장례문화_죽은 이를 보내는 여정
206 제주도 감귤의 역사_죽음의 귤이 살림의 귤로, 보리밭의 세상에서 과수원의 세상으로
226 제주도의 민요_노래와 함께한 삶
228 제주도의 농업노동요_위로와 용기와 격려의 노래
242 제주어 작은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