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
- 저자/역자
- 김동현 지음
- 펴낸곳
- 글누림
- 발행년도
- 2016
- 형태사항
- 287p.: 24cm
- 총서사항
- 글누림 문화예술 총서; 14
- ISBN
- 9788963273358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911.99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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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 | JG0000006540 | - |
- 등록번호
- JG000000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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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
책 소개
당신이 제주를 바라보는 방식
‘한국에서 제주라는 섬은 어떤 의미인가.’ 이러한 질문에서 글이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책머리에 밝히고 있다. 우리가 보는 제주는 과연 어떠한가. 제주,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환상의 섬이다. 이 책은 이 말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좀 더 정확히는 그것과는 어떤 고리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한 보편적 단언에 앞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면의 제주를 깊이 있게 바라볼 때라는 것을 말한다.
근대를 지나, 제주의 오늘
저자는 식민지 시기, 해방기와 전쟁기를 통해 외부에서 바라본 제주에 대해 다루며 한편으로는 내부자의 시선도 함께 그 자리에 놓는다. 구체적인 사건과 텍스트를 통해 제주를 바라보기도 한다. 지난 한 세기동안 제주는 수많은 주석을 달았다. 제주의 특수성을 보는 계보학적 탐구와 제주 4?3과 같은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등이 큰 줄기를 두는 가운데 저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외부, 즉 내부식민지주의라는 관점에서 제주를 바라보고자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수도-지방이라는 개념의 대칭에 서서 바라본 제주는 이제 새로운 주석을 하나 더 달게 된다.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 식민지로서의 ‘제주’는 어떤 얼굴을 하는지 저자의 말을 지켜볼 일이다.
내면화된 식민지로서의 변방
“국민국가의 외부, 내부식민지주의로 바라본 제주”
‘제주’에서 한국의 근대를 보는 이유
한국에서 제주라는 섬은 어떤 의미인가.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천혜의 자연을 지닌 아름다운 섬, 힐링과 치유의 섬, 제주. 2000년대 이후 제주는 자본주의적 일상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중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제주는 마치 기회의 땅처럼 인식되고 있다. 제주 부동산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지만 미디어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제주를 소개한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외부인들에게 제주는 한 달을 살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다. 그들은 한 달‘만’ 살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일생을 산다. 일회적인 만남이 미디어에서 멋있게 포장되는 동안에 제주사람들은 국내 최저 수준의 저임금을 일상에서 감내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요동친다. 웬만한 지역은 연세 1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월세로 치자면 월 80만에서 100만 원 수준이다. 이 정도 금액은 제주지역 노동자의 평균임금 수준의 절반 수준이다. 사람은 늘어나고 부동산 가치는 높아지는데 정작 제주사람들은 가난해지고 있다. 연세 1천만 원(월세로 치자면 100만 원 정도다)을 넘는 주택이 늘어나고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주택 빈곤층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떤 이는 제주의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발견’의 주체는 누구이고 의미는 무엇인가.
이 글의 시작은 이러한 질문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영토성과 주권성이 ‘제주’를 어떻게 ‘발견’하였는지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식민지 시기부터 개발독재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욕망이 ‘제주’를 어떠한 방식으로 호명하였고 이러한 호명에 제주의 내부는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통시적인 접근이 가질 수 있는 일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각을 유지한 것은 ‘지금―여기’의 자리에서 ‘제주’가 지니고 있는 ‘제주적인 것’이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이 글은 ‘제주는 대한민국의 영토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자명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제주’ 표상이 실은 시대의 욕망에 의해 ‘발견’되고 ‘창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질문의 방식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제주는 식민지 시기 ‘제국―일본’과 ‘경성’이라는 이중의 외부와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중의 외부성은 ‘제주’가 지니고 있던 본래의 ‘타자성’을 근대의 시각 앞에서 폭력적으로 ‘호명’하였다. 식민지 시기 ‘제국’은 ‘제주’를 조선 본토와 차별화된 지역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제주’와 ‘일본’을 동일시하였다. 또한 조선 본토의 지식인 엘리트들은 ‘제주’를 조선 본토가 상실한 전근대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인식하였다. 그들은 ‘제주’와 ‘한라산’을 분리하여 상상함으로써 ‘미개’와 ‘신성’이라는 모순된 시각으로 ‘제주’를 ‘상상’하였다. 식민지 시기 제주를 찾았던 조선인 지식인 엘리트들의 기행문은 이러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민족적 신성의 공간으로서의 한라산과 신성의 잉여로서 남겨진 제주를 서로 다른 표상으로 상상하고 끊임없이 재명명하였다. 이러한 시선들은 피식민자인 조선인 지식인 엘리트가 제국의 식민지성을 내면화하고 식민지 내부를 상상적으로 재구획하였음을 보여준다. ‘제국’의 식민지적 시선과 피식민자인 조선 본토의 지식인이 지닌 내면화된 식민지적 시선이라는 이중의 굴절은 ‘제주’를 식민지 안의 식민지, 즉 내부식민지로 위치 짓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이중의 굴절 속에서 제주인은 조선 본토와 ‘일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였다. 이는 제주인이 민족적 경계를 월경하는 존재로서 ‘제국―일본’의 내부에 ‘제주적인 것’을 창조하는 경계적 상상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카이노’로 대표되는 ‘제국’ 안의 조선, 정확히 말하자면 ‘제국’안의 또 다른 ‘제주’의 존재는 제주와 일본의 심리적 거리가 민족주의적 시선만으로는 규명할 수 없는 다양한 균열들을 배태하는 동력이 되었다. 즉 식민지 시기 제주인은 민족이라는 강고한 중심에서 벗어나, 유동하는 존재로서 ‘조선’과 ‘제국’이라는 두 개의 외부를 횡단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제주 4?3은 ‘반공국가’라는 단일한 선택지만이 강요되었던 해방된 조선의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선택지를 ‘상상’하고자 하였던 자생적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자생적 운동은 ‘절멸’과 ‘반공’이라는 국가주의적 기획에 의해 실패로 귀결되었다. 반공국가라는 강고한 중심은 오랫동안 ‘제주’의 표상을 국가가 승인하는 한에서만 인정하였다.
1960년대 이후 제주의 내부에서는 ‘제주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관심은 제주의 특수성을 타자화함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역설적 상황에서 ‘발견’되었고 이는 ‘관광제주’과 ‘탐라왕국’이라는 두 개의 상징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제주’의 정체를 규정하는 중요한 질료로서 작용하였다. 즉 개발과 전통의 보존이라는 과제 앞에서 지역의 지식인들은 지리적 변방이 중앙에 의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을 하나의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들은 국민국가의 일원으로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과 ‘제주의 고유성’을 승인받고자 하는 이중의 욕망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태도들은 국가주의적 기획의 내면화와 국가주의에 대한 대항이라는 역설적 상황으로 표면화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어도 담론’과 ‘제주 4?3’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지리적 영토의 확장이라는 움직임 속에서 ‘이어도’가 자명한 실재로서 인식되었다고 한다면 제주 4?3은 국가의 공식 기억에 대항하여 민중의 기억을 전승하고 증언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제주 4?3에 대한 인식은 국가주의에 의해 포섭될 수 없는 로컬리티의 존재 방식을 보여준다.
‘제주’의 지역성의 발견 양식과 내부 식민지로서의 ‘제주’를 살펴보고자 하였던 것은 ‘제주’가 일국적 차원의 단일화된 표상을 내파(內破)할 수 있는 상상의 원천으로서 작동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국민국가적 범주를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제주’와 ‘이카이노’로 설명할 때 두 지역은 국민국가를 월경하는 새로운 상상력의 장으로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 ‘제주’, ‘오키나와’, ‘대만’이라는 동아시아의 국민국가의 경계들의 문제를 비교, 고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글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다소 생경해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주 4?3 발표문을 수록한 것은 제주 4?3을 대하는 국가주의적 언술의 특성을 살피기 위해서다. 제주의 ‘타자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배제되어 가는가를 살피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 권력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제주 4?3의 문제, 그 풀리지 않는 정명(正名)의 가능성이 이러한 성찰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 식민지 근대, 제주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1. ‘제국―일본’의 지식인 / 15
2. 식민지 조선인의 ‘제주’ 인식 / 31
3. 제주, 제국, 근대 / 49
2 싸우거나 망하거나―해방기와 한국전쟁기의 ‘제주’ 표상
1. 청년 영웅의 등장과 ‘항거(抗拒)’의 증명 / 67
2. ‘제주’, ‘절멸’의 땅으로 / 84
3 발견되는 ‘지역’과 창조되는 전통―개발독재시대의 제주
1. 전사(前史)―말의 복원과 강요된 침묵 / 103
2. 개발의 파토스와 지역의 ‘발견’ / 109
3. 내부의 눈으로 ‘제주’를 발견하다 / 122
ㄱ. ‘소리’의 발견―‘협죽도’ / ‘스피커’라는 낯선 배치
ㄴ. ‘제주 여성’을 발견하는 두 가지 시선―‘해녀’와 ‘질병’
4 국민국가와 이어도 전설
1. 이어도라는 ‘보편’ / 145
2. 유동하는 말에서 기록의 서사로 / 152
3. 생산/재생산의 동력들 / 176
5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1. ‘4 ? 3’을 말하다 / 189
2. 심방이 된 작가―현기영 / 198
3. 사죄하는 자―현길언 / 213
4. 작가, 기록하다―오성찬 / 218
6 대통령의 사과, 그 이후
1. 권력의 문법과 대통령의 사과 / 235
2. 희생의 수사학과 은폐된 책임 / 240
3. ‘추상(抽象)’의 가면 뒤에 숨은 국가 / 248
7 ‘제주’라는 내부 식민지
1. 제주로, 제주로, 제주 이주 열풍 / 261
2. 제주, 한국적 근대의 극한 / 269
3. 제주는 대한민국인가 /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