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부지런한 사랑: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 저자/역자
- 이슬아 지음
- 펴낸곳
- 문학동네
- 발행년도
- 2020
- 형태사항
- 283p.; 20cm
- 원서명
- 이슬아 에세이
- ISBN
- 9788954675352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8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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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6205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JG0000006205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매일 쓰는 몸과 마음의 힘
<일간 이슬아> 작가의 글방 이야기
#일간이슬아 #글쓰기 #글방 #이슬아글방 #연재노동자 #글쓰기교사 #에세이
『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쓴 이슬아 작가의 신작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슬아 작가는 지금처럼 연재노동자로 살아가기 전부터 수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해왔다. 처음에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글쓰기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구직 전단지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 ‘출장 글쓰기 교사 이슬아’의 이력은 KTX를 타고 내려가서 여수 글방을 열고, 어린 형제들을 위한 작은 글방, 망원동의 어른여자 글방, 청소년 글방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 시국에 등교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파주 자신의 집에서 ‘헤엄글방’을 열고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들에서 그가 가르치고 또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더이상 글쓰기에서 재능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글을 잘 쓸 때와 못 쓸 때가 있는데, 글방에 더 많은 글을 꾸준히 가져오고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지난번의 글보다 더 나은 글을 가져오기 위해 부지런히 애쓴 사람만이 결국은 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슬아 작가는 그 스스로가 ‘반복’과 ‘꾸준함’의 힘으로, 그 모든 굳건한 플랫폼과 권위의 장벽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판을 열어젖힌 작가였다.
꼬마부터 청소년, 남중생,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이슬아 글방에 온 제자들이 담긴 빛나는 문장들부터 그들에게 전하고 또 배운 ‘글쓰기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한 사랑』은 글쓰기와 삶에 대한 영감과 사랑으로 가득한 에세이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_‘재능과 반복’ 중에서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도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글쓰기 교사 이슬아의 이력은 전단지에 적힌 이 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에 쓴 에피소드에서 누드모델로 일하기 시작할 때 그러했듯이, 학자금대출 2천만 원을 갚기 위해 재기발랄한 <일간 이슬아> 구독자 모집 포스터를 SNS에 올리기 시작할 때 그러했듯이, 글쓰기 과외를 구하는 전단을 붙이러 다니던 2014년 봄, 스물세 살의 대학생 이슬아는 카페 알바 시급만으로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벅찼다.
그 당시엔 아직 책이 없는 작가였고, 다만 잡지사에서 근무했고 문학공모에서 작은 상을 탄 경력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도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던 문장으로 글쓰기 교사로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결코 확신할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향한 다짐 같고 약속 같기도 한 말이었다.
사방이 꽉꽉 막힌 빼곡한 네모칸들로 가득한 원고지보다 유튜브와 축구공과 종잡을 수 없는 수다에 더 이끌리는 아이들에게 그는 같이 글을 써보자고 말을 걸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먼저 이슬아 자신의 일상과 생각에 대해 시시콜콜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날 쓸 글감들을 신중하게 가려뽑아 그 글감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 들려주며, 이슬아는 아이들과 함께 글방의 시간을, 원고지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왜 그런 걸 써야 돼요?” “글쓰는 게 짜증나니까 그렇죠!”라며 젖은 눈으로 훌쩍훌쩍 코를 들이마시다가도, 결국 이슬아 선생님이 안내하는 글쓰기의 세계로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떠들며 먹고 마시다가
얼렁뚱땅 명문장이 탄생하는 날들
이 책에는 아이들이 쓴 재미있고 기발한 문장들이 책장 사이사이 삐뚤빼뚤한 손글씨의 원고지와 함께 실려 있다.
“언니랑 동생이 옆에 있어도 그리운 마음이 든다.” _열 살 최가희
“우리는 함께 뒤섞여 놀다가 서로의 여름 냄새에 대해 다 알게 되었다.” _열세 살 이형원
“달리는 사람들은 얼굴 살이 위아래로 훌렁거린다. 뛰다보면 바람이 날 밀어주는 느낌이다. 바람 생각을 하면서 뛰면 나는 어느새 1등이나 2등이 되어 있다.” _열두 살 우예린
“우리는 꼭 마지막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_열세 살 오승린
“안녕! 나 같은 어린애야! 이제부터 내가 인생 사는 법을 알려줄게. 내가 말한 것을 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거야. 행복이란 너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야.” _열 살 김지온
“가끔 엄마에게 혼나고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노래를 부른다. ‘어차피 화해할 인생~ 엄마는 나를 좋아하니까 밤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_열 살 양휘모
아이들은 이렇듯 찬란한 문장들을 써놓고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이제 나가 놀아도 되죠?” 하고 이슬아 선생님을 바라본다. 자신이 쓴 원고지들을 챙겨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당으로, 바깥세상으로, ‘지구 바깥까지라도’ 튀어갈 듯이 와글와글 뛰어나가는 아이들. 그는 아이들의 원고지 아래에 자신의 독후감과 궁금한 것들, 더 듣고 싶은 이야기들을 메모하고, 때로는 그냥 ‘왕좋아!’라는 뿌듯한 감탄사를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상에 흩어두고 간 원고지들을 추려 간직하고, 종종 그 찬란한 문장들을, 아이들이 새롭게 발견하고 써내려간 사물과 세계를 넋 놓고 바라보곤 했다.
최초의 제자는 나에게 글쓰기 교사의 숙명을 알려주었다.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이슬아 작가가 처음 가르쳤던 어린 형제들의 원고를 자그마한 책으로 엮어주려고 준비할 때, 아홉 살 김세윤은 이런 문장을 썼다고 한다.
“내 글쓰기 선생님 성함은 이슬아야. 책이 빨리 완성되면 좋겠어.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아이가 글쓰기 교사인 자신에게 내리는 지령이자 숙명처럼 느껴졌던 이 문장을 이슬아는 곱씹는다.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글쓰기 교사이자 작가 이슬아는 생각한다. 글쓰기는 인생의 디테일들을 모으고 간직하는 일이라고. 글쓰기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일이고. 자기애의 늪에도 자기연민의 덫에도 걸려들지 않고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해 탐구하는 일이라고. 동시에 항상 ‘나’를 주어로 놓는 이기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남’을 주어로 놓고 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는 일이라고. 무턱대고 누군가를 욕하지 않고 손쉽게 착하다거나 나쁘다거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며, 한 사람을 납작하게 눌러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타인의 한숨과 잔소리까지도 기억 속에 쟁여두었다가 “따옴표”라는 리본으로 소중히 묶어서 원고지 위에 숨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일이라고.
그리고 아이들이 또박또박 적어나가는 문장들로부터 이슬아 작가는 다시, 깨닫는다. 이 모든 글쓰기의 의미는 사랑과 맞닿아 있음을.
결국,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었다.
마음을 부지런히 쓰고 누군가를 골똘하게 관찰하고 그에 대해 생각하며, 자꾸만 편해지려 하는 몸을 부지런히 놀려 끊임없이 나 아닌 타자에게로,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해 가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빛나는 문장에 응답하고, 그 작은 몸들이 살아낸 커다란 일상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동안, 이슬아는 이제 자신의 독자들에게도 ‘꼭, 간직하고픈 사랑과 삶의 문장’을 쓰는 작가로 각인되었다. 이제 그는 더이상 월세와 생활비를 근심하지 않아도 되는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하루는 글쓰기 교사로 일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아이들은 그저 아르바이트 대상이 아니라, 이슬아 작가가 평생 해나가야 할 글쓰기의 ‘어린 스승’들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우리의 마음이 바빠졌다. 주어를 늘려나갔을 뿐인데. 나에게서 남으로 시선을 옮겼을 뿐인데. 그가 있던 자리에 가봤을 뿐인데. 안 들리던 말들이 들리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슬프지 않았던 것들이 슬퍼지고 기쁘지 않았던 것이 기뻐졌다. 하루가 두 번씩 흐르는 것 같았다. 겪으면서 한 번, 해석하면서 한 번. 글을 쓰고 누우면 평소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든 채로 잠드는 듯했다.
우리는 글쓰기의 속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_프롤로그
꾸준함 없는 재능은 어떻게 힘을 잃는가
재능 없는 꾸준함은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가
『부지런한 사랑』은 지금의 이슬아가 왜 ‘이슬아’가 되었는지를 증언하는 책이기도 하다.
매일 한 편의 글을 마감해내는 것, 그것을 타인들에게 보여주고 무수한 의견들을 듣고 감당하는 것,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더는 따지지 않고 그저 매일 써나가는 것, 못 쓴 자신을 견뎌내고 잘 쓰는 남에게 끊임없이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기어코 다시 자신만의 고유한 문장을 써내고야 마는 것. 이 단순하고도 무서운 훈련이 결국 지금의 이슬아를 만들었고, 그는 지금도 글쓰기 교사로 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계속해서 글쓰기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
출판계와 독자들이 ‘이슬아’라는 사람을 ‘발견’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한 지, 돌아보면 이제 고작 2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꾸준히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고 매일 쓰고 소통하면서, 불과 2년 만에 출판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존재감과 무게감이 남다른 작가가 되었다. 『부지런한 사랑』이 출간되기도 전, 예약판매 기간에 초판 1만 부에 이어서 곧장 2쇄 중쇄 제작에 들어간 것은 이슬아 작가가 그만큼 수많은 독자들이 기다림과 기대감을 품고 지켜보는 작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것이다.
연재노동자 이슬아에게 2년은 그저 나이를 두 살 더 먹는 것에 불과한 일이 아니라, 760여 일 동안 부지런히 글쓰고 어제의 나로부터 하루하루 더 새로워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썼듯이 이야기와 글쓰기는 “우리를 몇 번이고 다시 살게” 한다. 그렇게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 이슬아. 그의 신작 『부지런한 사랑』에는 매일 다시 태어나고 매일 새로워지는 작가 이슬아가 글쓰고 마음 쓰는 법이 담겨 있다. 이슬아 작가는 글쓰기가 곧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은유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꾸만 ‘사랑’이 단단해지고 원고지칸처럼 틀이 잡혀 ‘사람’으로도 읽히는 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이 부지런히 쓰고 사랑할 때 어떤 힘과 파장을 일으키는지, ‘손이 달구어진’ 사람의 문장이 어떻게 이 세상과 자신의 운명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지, 작가 이슬아는 지금 우리 앞에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재능은 누군가를 훨씬 앞선 곳에서 혹은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듯했다. 재능이 있다면 더 열심히 쓸 참이었다. 만약 없다면 글쓰기 말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해볼까 싶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낀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_‘재능과 반복’ 중에서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매일 쓰는 몸과 마음의 힘
<일간 이슬아> 작가의 글방 이야기
#일간이슬아 #글쓰기 #글방 #이슬아글방 #연재노동자 #글쓰기교사 #에세이
『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쓴 이슬아 작가의 신작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슬아 작가는 지금처럼 연재노동자로 살아가기 전부터 수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해왔다. 처음에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글쓰기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구직 전단지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 ‘출장 글쓰기 교사 이슬아’의 이력은 KTX를 타고 내려가서 여수 글방을 열고, 어린 형제들을 위한 작은 글방, 망원동의 어른여자 글방, 청소년 글방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 시국에 등교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파주 자신의 집에서 ‘헤엄글방’을 열고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들에서 그가 가르치고 또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더이상 글쓰기에서 재능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글을 잘 쓸 때와 못 쓸 때가 있는데, 글방에 더 많은 글을 꾸준히 가져오고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지난번의 글보다 더 나은 글을 가져오기 위해 부지런히 애쓴 사람만이 결국은 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슬아 작가는 그 스스로가 ‘반복’과 ‘꾸준함’의 힘으로, 그 모든 굳건한 플랫폼과 권위의 장벽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판을 열어젖힌 작가였다.
꼬마부터 청소년, 남중생,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이슬아 글방에 온 제자들이 담긴 빛나는 문장들부터 그들에게 전하고 또 배운 ‘글쓰기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한 사랑』은 글쓰기와 삶에 대한 영감과 사랑으로 가득한 에세이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_‘재능과 반복’ 중에서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도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글쓰기 교사 이슬아의 이력은 전단지에 적힌 이 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에 쓴 에피소드에서 누드모델로 일하기 시작할 때 그러했듯이, 학자금대출 2천만 원을 갚기 위해 재기발랄한 <일간 이슬아> 구독자 모집 포스터를 SNS에 올리기 시작할 때 그러했듯이, 글쓰기 과외를 구하는 전단을 붙이러 다니던 2014년 봄, 스물세 살의 대학생 이슬아는 카페 알바 시급만으로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벅찼다.
그 당시엔 아직 책이 없는 작가였고, 다만 잡지사에서 근무했고 문학공모에서 작은 상을 탄 경력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도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던 문장으로 글쓰기 교사로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결코 확신할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향한 다짐 같고 약속 같기도 한 말이었다.
사방이 꽉꽉 막힌 빼곡한 네모칸들로 가득한 원고지보다 유튜브와 축구공과 종잡을 수 없는 수다에 더 이끌리는 아이들에게 그는 같이 글을 써보자고 말을 걸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먼저 이슬아 자신의 일상과 생각에 대해 시시콜콜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날 쓸 글감들을 신중하게 가려뽑아 그 글감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 들려주며, 이슬아는 아이들과 함께 글방의 시간을, 원고지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왜 그런 걸 써야 돼요?” “글쓰는 게 짜증나니까 그렇죠!”라며 젖은 눈으로 훌쩍훌쩍 코를 들이마시다가도, 결국 이슬아 선생님이 안내하는 글쓰기의 세계로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떠들며 먹고 마시다가
얼렁뚱땅 명문장이 탄생하는 날들
이 책에는 아이들이 쓴 재미있고 기발한 문장들이 책장 사이사이 삐뚤빼뚤한 손글씨의 원고지와 함께 실려 있다.
“언니랑 동생이 옆에 있어도 그리운 마음이 든다.” _열 살 최가희
“우리는 함께 뒤섞여 놀다가 서로의 여름 냄새에 대해 다 알게 되었다.” _열세 살 이형원
“달리는 사람들은 얼굴 살이 위아래로 훌렁거린다. 뛰다보면 바람이 날 밀어주는 느낌이다. 바람 생각을 하면서 뛰면 나는 어느새 1등이나 2등이 되어 있다.” _열두 살 우예린
“우리는 꼭 마지막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를 찍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_열세 살 오승린
“안녕! 나 같은 어린애야! 이제부터 내가 인생 사는 법을 알려줄게. 내가 말한 것을 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거야. 행복이란 너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야.” _열 살 김지온
“가끔 엄마에게 혼나고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노래를 부른다. ‘어차피 화해할 인생~ 엄마는 나를 좋아하니까 밤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_열 살 양휘모
아이들은 이렇듯 찬란한 문장들을 써놓고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이제 나가 놀아도 되죠?” 하고 이슬아 선생님을 바라본다. 자신이 쓴 원고지들을 챙겨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당으로, 바깥세상으로, ‘지구 바깥까지라도’ 튀어갈 듯이 와글와글 뛰어나가는 아이들. 그는 아이들의 원고지 아래에 자신의 독후감과 궁금한 것들, 더 듣고 싶은 이야기들을 메모하고, 때로는 그냥 ‘왕좋아!’라는 뿌듯한 감탄사를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상에 흩어두고 간 원고지들을 추려 간직하고, 종종 그 찬란한 문장들을, 아이들이 새롭게 발견하고 써내려간 사물과 세계를 넋 놓고 바라보곤 했다.
최초의 제자는 나에게 글쓰기 교사의 숙명을 알려주었다.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이슬아 작가가 처음 가르쳤던 어린 형제들의 원고를 자그마한 책으로 엮어주려고 준비할 때, 아홉 살 김세윤은 이런 문장을 썼다고 한다.
“내 글쓰기 선생님 성함은 이슬아야. 책이 빨리 완성되면 좋겠어.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아이가 글쓰기 교사인 자신에게 내리는 지령이자 숙명처럼 느껴졌던 이 문장을 이슬아는 곱씹는다.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너는 꼭, 내 글을 간직해줘.”
글쓰기 교사이자 작가 이슬아는 생각한다. 글쓰기는 인생의 디테일들을 모으고 간직하는 일이라고. 글쓰기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일이고. 자기애의 늪에도 자기연민의 덫에도 걸려들지 않고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해 탐구하는 일이라고. 동시에 항상 ‘나’를 주어로 놓는 이기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남’을 주어로 놓고 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는 일이라고. 무턱대고 누군가를 욕하지 않고 손쉽게 착하다거나 나쁘다거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며, 한 사람을 납작하게 눌러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타인의 한숨과 잔소리까지도 기억 속에 쟁여두었다가 “따옴표”라는 리본으로 소중히 묶어서 원고지 위에 숨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일이라고.
그리고 아이들이 또박또박 적어나가는 문장들로부터 이슬아 작가는 다시, 깨닫는다. 이 모든 글쓰기의 의미는 사랑과 맞닿아 있음을.
결국,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었다.
마음을 부지런히 쓰고 누군가를 골똘하게 관찰하고 그에 대해 생각하며, 자꾸만 편해지려 하는 몸을 부지런히 놀려 끊임없이 나 아닌 타자에게로,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해 가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빛나는 문장에 응답하고, 그 작은 몸들이 살아낸 커다란 일상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동안, 이슬아는 이제 자신의 독자들에게도 ‘꼭, 간직하고픈 사랑과 삶의 문장’을 쓰는 작가로 각인되었다. 이제 그는 더이상 월세와 생활비를 근심하지 않아도 되는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하루는 글쓰기 교사로 일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아이들은 그저 아르바이트 대상이 아니라, 이슬아 작가가 평생 해나가야 할 글쓰기의 ‘어린 스승’들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우리의 마음이 바빠졌다. 주어를 늘려나갔을 뿐인데. 나에게서 남으로 시선을 옮겼을 뿐인데. 그가 있던 자리에 가봤을 뿐인데. 안 들리던 말들이 들리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슬프지 않았던 것들이 슬퍼지고 기쁘지 않았던 것이 기뻐졌다. 하루가 두 번씩 흐르는 것 같았다. 겪으면서 한 번, 해석하면서 한 번. 글을 쓰고 누우면 평소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든 채로 잠드는 듯했다.
우리는 글쓰기의 속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_프롤로그
꾸준함 없는 재능은 어떻게 힘을 잃는가
재능 없는 꾸준함은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가
『부지런한 사랑』은 지금의 이슬아가 왜 ‘이슬아’가 되었는지를 증언하는 책이기도 하다.
매일 한 편의 글을 마감해내는 것, 그것을 타인들에게 보여주고 무수한 의견들을 듣고 감당하는 것,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더는 따지지 않고 그저 매일 써나가는 것, 못 쓴 자신을 견뎌내고 잘 쓰는 남에게 끊임없이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기어코 다시 자신만의 고유한 문장을 써내고야 마는 것. 이 단순하고도 무서운 훈련이 결국 지금의 이슬아를 만들었고, 그는 지금도 글쓰기 교사로 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계속해서 글쓰기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
출판계와 독자들이 ‘이슬아’라는 사람을 ‘발견’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한 지, 돌아보면 이제 고작 2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꾸준히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고 매일 쓰고 소통하면서, 불과 2년 만에 출판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존재감과 무게감이 남다른 작가가 되었다. 『부지런한 사랑』이 출간되기도 전, 예약판매 기간에 초판 1만 부에 이어서 곧장 2쇄 중쇄 제작에 들어간 것은 이슬아 작가가 그만큼 수많은 독자들이 기다림과 기대감을 품고 지켜보는 작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것이다.
연재노동자 이슬아에게 2년은 그저 나이를 두 살 더 먹는 것에 불과한 일이 아니라, 760여 일 동안 부지런히 글쓰고 어제의 나로부터 하루하루 더 새로워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썼듯이 이야기와 글쓰기는 “우리를 몇 번이고 다시 살게” 한다. 그렇게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 이슬아. 그의 신작 『부지런한 사랑』에는 매일 다시 태어나고 매일 새로워지는 작가 이슬아가 글쓰고 마음 쓰는 법이 담겨 있다. 이슬아 작가는 글쓰기가 곧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은유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꾸만 ‘사랑’이 단단해지고 원고지칸처럼 틀이 잡혀 ‘사람’으로도 읽히는 것 같다.
부지런한 사람이 부지런히 쓰고 사랑할 때 어떤 힘과 파장을 일으키는지, ‘손이 달구어진’ 사람의 문장이 어떻게 이 세상과 자신의 운명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지, 작가 이슬아는 지금 우리 앞에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재능은 누군가를 훨씬 앞선 곳에서 혹은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듯했다. 재능이 있다면 더 열심히 쓸 참이었다. 만약 없다면 글쓰기 말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해볼까 싶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낀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_‘재능과 반복’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_부지런히 쓸 체력,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_05
글방의 시작
나의 어린 스승들에 관하여 _13
믿어지는 문장들 _17
재능과 반복 _23
음식과 글쓰기 _27
형제 글방
오, 형제여 _33
소년의 마음으로 쓰는 소년의 글 _46
탄생과 거짓말 _51
여수 글방
무엇이 야한가 _57
문제 해결의 경험치 _64
주어가 남이 될 때 _69
잡담과 간식 _75
몸의 일기 _79
여수 아이들에게 쓴 편지 _83
글투의 발견 _134
쉬운 감동, 어려운 흔들림 _140
청소년 글방
건전 교사 _147
남중생과 나 _155
재능과 운명 _159
그날 입은 옷 _167
그리움과 디테일 _171
긴장과 눈물 _175
나의 유년과 어딘 글방
으악 너무너무 무섭다 _183
일기 검사 _190
해명하지 않을 용기 _203
먼저 울거나 웃지 않고 말하기 _207
어른여자 글방
언니들의 문장 _213
코로나 시대의 글방
코로나 시대의 글쓰기 교사 _227
어린이의 허송세월 _231
만날 수 없잖아, 느낌이 중요해 _261
입체적인 타인들 _265
남의 고달픔을 쓰는 연습 _269
접속사 없이 말하는 사랑 _275
에필로그_나의 오랜 스승으로부터 _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