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레이첼 카슨 전집 1
바닷바람을 맞으며
- 저자/역자
- 레이첼 카슨 지음 / 하워드 프레치 그림, 김은령 옮김
- 펴낸곳
- 에코리브르
- 발행년도
- 2017
- 형태사항
- 247p.: 22cm
- 총서사항
- 레이첼 카슨 전집; 1
- 원서명
- Under the Sea-Wind
- ISBN
- 9788962631661 978896263165(세트)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539.9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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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538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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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5383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레이첼 카슨 전집을 묶으며
시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정확성을 잃지 않은 글쓰기로 독자를 사로잡은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첫 작품은 바다 생명체에 관한 것이고 이후 두 편을 더 펴냈는데, 이를 아울러 ‘바다 3부작’이라 일컫곤 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다의 가장자리》가 그것이다. 《침묵의 봄》의 강력한 메시지로 나머지 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카슨 글의 진면목을 엿보고 그녀를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저서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관찰, 생명 존중의 마음을 알고 나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레이첼 카슨 깊이 읽기’라고 할 만한 이번 전집은 한 인물의 전 생애에 걸친 자연 사랑을 되새기는 여정이자 환경운동의 밑거름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선구적 환경주의자이자 《침묵의 봄》의 작가,
레이첼 카슨의 첫 번째 책이자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책,
국내 첫 번역 소개!
“바다의 생명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깊은 확신에서 우러나 이 책을 썼다. 바다 가장자리에 서서 넓은 염습지 위를 움직이는 안개의 숨결을 느끼며, 수백만 년 동안 조용히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 모래톱 위를 나는 새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은 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존재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몇 세기와 몇 세대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서 계속된 일이다.”
책이 나오기까지 카슨이 자신의 인생에서 드물게 평화로운 시절에 쓴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미국 어업국의 11쪽짜리 브로슈어 서문에서 발전한 결과물이다.
1936년 4월 카슨은 직장 없는 동물학자이자, 미국 어업국으로부터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원고를 부탁받은 프리랜서 작가였다. 어업국에서 일할 당시 상사이던 엘머 히긴스(Elmer Higgins)는 새로운 브로슈어를 만들면서 카슨에게 해양 생태에 관한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 원고에 대한 답은 이랬다. “브로슈어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으니 다시 쓰는 게 좋겠네. 하지만 이 원고를 〈애틀랜틱 먼슬리〉에 보내면 어떻겠나?” 서랍에 넣어두었던 원고를 거의 1년이 지난 뒤 생활고에 부딪힌 카슨은 히긴스의 제안대로 당시 최고의 문예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에 팔았고, 1937년 9월 〈애틀랜틱 먼슬리〉는 ‘해저’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훗날 카슨은 “〈에틀랜틱 먼슬리〉의 4쪽짜리 기사로부터 모든 다른 글이 비롯되었다”고 회고했다.
막 수련을 시작한 카슨에겐 문학적 멘토가 필요했다. 당시 사이먼 & 슈스터 출판사의 선임 편집자 퀸시 하우(Quincy Howe)와 그가 편집을 맡았던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역사학자이며 탐험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헨드릭 반 룬(Hendrik van Loon)은 ‘해저’에 감명을 받았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일들에 관해 카슨이 무엇을 더 알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반 룬은 1938년 1월 하우와 함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카슨은 예전에 쓴 에세이에 기초한 내용을 서문으로 하고 10개 남짓한 장으로 이루어진 책의 개요를 소개했다.
깊이 고민하며 천천히 글을 쓰는 카슨은 낮에는 정부 일을 해야 했으므로 조용한 늦은 밤이나 아침 일찍 글을 썼다. 단락마다 수정을 거듭하고 때로는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 문장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의 원고 중 ‘봄의 비행’은 한 쪽을 일곱 번이나 대대적으로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글의 분위기를 만드는 두운과 리듬의 역할을 알고 있던 카슨은 타이핑을 위해 어머니에게 완성 원고를 넘기기 전에 소리 내어 읽어보곤 했다. 카슨이 일하는 동안 어머니는 원고를 타이핑하고 딸이 저녁에 다시 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1958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카슨은 모든 책을 이런 방식으로 작업했다. 눈으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리로 듣는 게 만족스러울 때까지 몇 번이고 원고를 낭독하곤 했다. 사이먼 & 슈스터의 편집자는 《바닷바람을 맞으며》가 오타 하나 없이 받은 유일한 원고였다고 회상했다.
글의 특징: 공감 그리고 의인화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분투하는 각각의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격렬한 투쟁에 입각한 다윈주의적 결정론이 아니라 기회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 바다 생명체에 대한 카슨의 이야기는 고요한 느낌을 전해준다. 오래되고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한, 그러나 반복이라는 확실성에서 위안을 받는 끝없는 사이클이 만들어내는 패턴으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 카슨의 글이 특별한 것은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에게 반응하는 자연의 냉철한 위력을 과학적으로 서술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적인 것은 물론 물리적으로 관련 있는 개별적인 생명체와 공감하는 동일시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애쓰는 해양 생물에 관해 과학적 정확성을 손상시키지 않고 자연의 과정에 은유적·정신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다와 바다에서 사는 생명체의 실체를 확인하려 노력하며 카슨은 독자들에게 공중을 날거나 바닷속 생물로 사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시간을 재는 인간의 척도를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시계나 달력으로 재는 시간과 세월은 해안의 새나 물고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빛과 암흑, 밀물과 썰물은 먹이를 먹을 시간과 굶주릴 시간, 적의 눈에 쉽게 띌 시간과 비교적 안전한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바다에서의 삶이 지닌 특징을 알 수 없고, 우리 자신을 그 속에 투영할 수도 없다.”
더불어 독자들이 물고기와 새우를, 해파리와 새를 좀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카슨은 바닷속 생물에 인간의 특징과 표현을 적용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과학 저술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이다. 요컨대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의인화하는 위험을 무릅썼다. 인간의 심리를 나타내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바다 생물의 행태를 독자들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물고기들이 적을 ‘두려워한다’고 썼는데, 이는 물고기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두려움을 경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때처럼 행동하므로 이렇게 묘사한 것이다.” 글을 쓰는 데 이런 위험을 감수했지만 능숙한 작가 덕분에 인간과 동물을 병치시키는 데 거슬리는 점 없이 매끄럽게 연결된다.
책의 내용
카슨은 자신이 지극히 존경한 영국의 위대한 자연주의자 헨리 윌리엄슨(Henry Williamson)이 했던 것처럼 몇몇 바다 생물의 일상을 이야기하듯 소개할 생각이었다. 책을 3부로 나누어 하나는 해안가 생물체를 다룬 ‘바다의 가장자리’, 다른 하나는 널리 열린 바다를 소개하는 ‘갈매기의 길’, 마지막은 깊은 심연에 대한 이야기인 ‘강과 바다’로 구분했다. 그리고 각 부에는 바닷새, 고등어 스콤버, 뱀장어 앤귈라라는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바다에 인접해 사는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동물 이름을 선택하는 데도 가능하면 분류상 속명에 해당하는 과학적 이름을 골랐다. 이름이 너무 길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그 동물의 외형을 잘 묘사하는 다른 이름으로 대체했다. 이 3부의 이야기를 모두 합하면 바다의 생태와 그 속에서 사는 모든 생명체의 상호 의존성에 관한 태피스트리가 될 터다. 주인공은 결국 바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카슨은 바닷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를 이야기하듯 설명해준다. 아울러 카슨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주제, 즉 수억 년을 견뎌온 해양 생명체의 생태학적 관계, 그리고 가장 미세한 생명체마저도 포용하는 본질적인 불멸성을 다룬다. 이 책을 통해 카슨은 독자들을 바닷속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하며 각 장면을 과학적이면서도 놀랍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1부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시오츠(sea oats: 북미 동남 해안 지대 원산의 벼과 식물)가 성장하는 모래 언덕, 넓고 염분기 있는 습지, 고요한 해협, 거친 해변 등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의 생태계를 재창조하려 했다. 검정제비갈매기가 남쪽에서 돌아오고 섀드(shad: 청어 무리)가 바다에서 강으로 뛰어오르며 철새들의 대이동이 한창인 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밀려오는 파도의 가장자리에서 총총걸음으로 달리며 주위를 살피는 깝짝도요를 바라보고, 이 봄의 이야기에 이어 큰 모험을 앞둔 철새의 모습이 특히 와 닿아 북극 툰드라에 사는 바닷새의 여름 영웅담에 한 장 전체를 할애한다. 그리고 다시 여름이 끝나갈 즈음 캐롤라이나 해협 지대에 사는 새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계절이 변할 무렵의 새와 물고기, 새우를 비롯해 다른 수상 생물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한다.
2부 ‘갈매기의 길’은 같은 시간에 펼쳐지는 그림을 담았다. 넓은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다른 방식으로 계절의 순환이 드러난다. 육지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대양의 생명체에 대해서는 다양하고 낯설 정도로 아름답지만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알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2부는 태어난 후 바다 표면에서 부화해 대양을 떠다니는 플랑크톤 무리의 우여곡절, 뉴잉글랜드 항구에서 보내는 유년기,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와 큰 어류 그리고 인간에게 희생당할지도 모를 진정한 바다의 방랑자 고등어에 대해 들려준다.
3부 ‘강과 바다’는 대륙붕처럼 완만한 해저 경사면이나 대륙 사면처럼 가파른 낭떠러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깊은 바다의 심연에 대한 이야기다. 다행히 바다나 육지의 연보(annal)에서 필적할 상대 없이, 평생에 걸쳐 이 모든 곳에서 서식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뱀장어다. 이 놀라운 생명체의 전 생애를 담으려면, 뱀장어가 다 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해안 근처 강가의 지류에서 시작해 가을에 바다로 떠나는 산란 여행을 추적해야 한다. 가을철에 만과 해협에서 벗어나 겨울을 보낼 따뜻한 바다를 찾아가는 여느 물고기와 달리 뱀장어는 알을 낳은 후에 생명을 다할 사르가소해(Sargasso Sea) 인근의 깊은 바닷속으로 계속해서 헤엄쳐 간다. 그리고 깊은 바다라는 낯선 세계에서 어린 뱀장어는 매년 봄 연안 강가로 혼자 헤엄쳐 온다.
덜 알려진 바다의 동물과 식물을 소개하기 위해, 또 이미 알고 있는 독자에겐 지식을 새로 환기시켜주기 위해 책 마지막 부분에 ‘용어 설명’을 첨부했다.
책에 쏟아진 찬사
1941년 11월 1일 출간된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과학책 클럽(Scientific Book Club)’은 12월 선정 도서로 뽑았다. 이 시적인 책에 잘못된 감정 과잉 같은 것은 없다며, 바다 생명체에 관한 정보의 깊이를 칭찬하는 리뷰가 이어졌다. 다른 비평가들은 마치 소설처럼 읽히지만 바다와 해안가 생물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다룬다고 평가했다. 카슨은 과학의 대중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당시 최고의 어류학자를 포함해 다른 과학자와 박물학자의 의견에 특히 고무되었다. 윌리엄 비비는 〈새터데이 리뷰 오브 리터러처(Saturday Review of Literature)〉에 이 책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흠 없는 과학적 사실을 인정하는 글을 실었다. 최고이자 가장 의미 있는 서평은 1952년, 해안가 생물에 관한 글 중 가장 훌륭하다고 카슨이 인정한 《세상 끝의 집》을 쓴 헨리 베스톤의 리뷰였다.
이렇게 좋은 평가로 대중의 반응에 대한 기대 역시 컸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2000부밖에 팔리지 않았고, 사이먼 & 슈스터는 1946년 8월 책을 절판시켰다. 그러다가 1951년에 펴낸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큰 성공을 거두자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카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1952년 4월 13일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재출간했다. 그러자 1952년 6월, ‘이달의 책 클럽(Book-of-the-Month Club)’은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의 성취를 “개기일식만큼이나 드문” 일이라고 언급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고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1∼2위를 오갔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극찬했다. “이렇게 문학적 자질을 갖춘 과학자는 한 세대에 한두 명쯤 태어날 정도다. 카슨 양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고전을 썼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역시 그런 작품이 될 것이다.”
시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정확성을 잃지 않은 글쓰기로 독자를 사로잡은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첫 작품은 바다 생명체에 관한 것이고 이후 두 편을 더 펴냈는데, 이를 아울러 ‘바다 3부작’이라 일컫곤 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다의 가장자리》가 그것이다. 《침묵의 봄》의 강력한 메시지로 나머지 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카슨 글의 진면목을 엿보고 그녀를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밖의 저서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관찰, 생명 존중의 마음을 알고 나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레이첼 카슨 깊이 읽기’라고 할 만한 이번 전집은 한 인물의 전 생애에 걸친 자연 사랑을 되새기는 여정이자 환경운동의 밑거름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선구적 환경주의자이자 《침묵의 봄》의 작가,
레이첼 카슨의 첫 번째 책이자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책,
국내 첫 번역 소개!
“바다의 생명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깊은 확신에서 우러나 이 책을 썼다. 바다 가장자리에 서서 넓은 염습지 위를 움직이는 안개의 숨결을 느끼며, 수백만 년 동안 조용히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 모래톱 위를 나는 새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은 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존재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몇 세기와 몇 세대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서 계속된 일이다.”
책이 나오기까지 카슨이 자신의 인생에서 드물게 평화로운 시절에 쓴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미국 어업국의 11쪽짜리 브로슈어 서문에서 발전한 결과물이다.
1936년 4월 카슨은 직장 없는 동물학자이자, 미국 어업국으로부터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원고를 부탁받은 프리랜서 작가였다. 어업국에서 일할 당시 상사이던 엘머 히긴스(Elmer Higgins)는 새로운 브로슈어를 만들면서 카슨에게 해양 생태에 관한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 원고에 대한 답은 이랬다. “브로슈어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으니 다시 쓰는 게 좋겠네. 하지만 이 원고를 〈애틀랜틱 먼슬리〉에 보내면 어떻겠나?” 서랍에 넣어두었던 원고를 거의 1년이 지난 뒤 생활고에 부딪힌 카슨은 히긴스의 제안대로 당시 최고의 문예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에 팔았고, 1937년 9월 〈애틀랜틱 먼슬리〉는 ‘해저’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훗날 카슨은 “〈에틀랜틱 먼슬리〉의 4쪽짜리 기사로부터 모든 다른 글이 비롯되었다”고 회고했다.
막 수련을 시작한 카슨에겐 문학적 멘토가 필요했다. 당시 사이먼 & 슈스터 출판사의 선임 편집자 퀸시 하우(Quincy Howe)와 그가 편집을 맡았던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역사학자이며 탐험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헨드릭 반 룬(Hendrik van Loon)은 ‘해저’에 감명을 받았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일들에 관해 카슨이 무엇을 더 알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반 룬은 1938년 1월 하우와 함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카슨은 예전에 쓴 에세이에 기초한 내용을 서문으로 하고 10개 남짓한 장으로 이루어진 책의 개요를 소개했다.
깊이 고민하며 천천히 글을 쓰는 카슨은 낮에는 정부 일을 해야 했으므로 조용한 늦은 밤이나 아침 일찍 글을 썼다. 단락마다 수정을 거듭하고 때로는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 문장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의 원고 중 ‘봄의 비행’은 한 쪽을 일곱 번이나 대대적으로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글의 분위기를 만드는 두운과 리듬의 역할을 알고 있던 카슨은 타이핑을 위해 어머니에게 완성 원고를 넘기기 전에 소리 내어 읽어보곤 했다. 카슨이 일하는 동안 어머니는 원고를 타이핑하고 딸이 저녁에 다시 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1958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카슨은 모든 책을 이런 방식으로 작업했다. 눈으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리로 듣는 게 만족스러울 때까지 몇 번이고 원고를 낭독하곤 했다. 사이먼 & 슈스터의 편집자는 《바닷바람을 맞으며》가 오타 하나 없이 받은 유일한 원고였다고 회상했다.
글의 특징: 공감 그리고 의인화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분투하는 각각의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격렬한 투쟁에 입각한 다윈주의적 결정론이 아니라 기회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 바다 생명체에 대한 카슨의 이야기는 고요한 느낌을 전해준다. 오래되고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한, 그러나 반복이라는 확실성에서 위안을 받는 끝없는 사이클이 만들어내는 패턴으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 카슨의 글이 특별한 것은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에게 반응하는 자연의 냉철한 위력을 과학적으로 서술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적인 것은 물론 물리적으로 관련 있는 개별적인 생명체와 공감하는 동일시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애쓰는 해양 생물에 관해 과학적 정확성을 손상시키지 않고 자연의 과정에 은유적·정신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다와 바다에서 사는 생명체의 실체를 확인하려 노력하며 카슨은 독자들에게 공중을 날거나 바닷속 생물로 사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시간을 재는 인간의 척도를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시계나 달력으로 재는 시간과 세월은 해안의 새나 물고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빛과 암흑, 밀물과 썰물은 먹이를 먹을 시간과 굶주릴 시간, 적의 눈에 쉽게 띌 시간과 비교적 안전한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바다에서의 삶이 지닌 특징을 알 수 없고, 우리 자신을 그 속에 투영할 수도 없다.”
더불어 독자들이 물고기와 새우를, 해파리와 새를 좀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카슨은 바닷속 생물에 인간의 특징과 표현을 적용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과학 저술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이다. 요컨대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의인화하는 위험을 무릅썼다. 인간의 심리를 나타내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바다 생물의 행태를 독자들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물고기들이 적을 ‘두려워한다’고 썼는데, 이는 물고기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두려움을 경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때처럼 행동하므로 이렇게 묘사한 것이다.” 글을 쓰는 데 이런 위험을 감수했지만 능숙한 작가 덕분에 인간과 동물을 병치시키는 데 거슬리는 점 없이 매끄럽게 연결된다.
책의 내용
카슨은 자신이 지극히 존경한 영국의 위대한 자연주의자 헨리 윌리엄슨(Henry Williamson)이 했던 것처럼 몇몇 바다 생물의 일상을 이야기하듯 소개할 생각이었다. 책을 3부로 나누어 하나는 해안가 생물체를 다룬 ‘바다의 가장자리’, 다른 하나는 널리 열린 바다를 소개하는 ‘갈매기의 길’, 마지막은 깊은 심연에 대한 이야기인 ‘강과 바다’로 구분했다. 그리고 각 부에는 바닷새, 고등어 스콤버, 뱀장어 앤귈라라는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바다에 인접해 사는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동물 이름을 선택하는 데도 가능하면 분류상 속명에 해당하는 과학적 이름을 골랐다. 이름이 너무 길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그 동물의 외형을 잘 묘사하는 다른 이름으로 대체했다. 이 3부의 이야기를 모두 합하면 바다의 생태와 그 속에서 사는 모든 생명체의 상호 의존성에 관한 태피스트리가 될 터다. 주인공은 결국 바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카슨은 바닷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를 이야기하듯 설명해준다. 아울러 카슨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주제, 즉 수억 년을 견뎌온 해양 생명체의 생태학적 관계, 그리고 가장 미세한 생명체마저도 포용하는 본질적인 불멸성을 다룬다. 이 책을 통해 카슨은 독자들을 바닷속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하며 각 장면을 과학적이면서도 놀랍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1부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시오츠(sea oats: 북미 동남 해안 지대 원산의 벼과 식물)가 성장하는 모래 언덕, 넓고 염분기 있는 습지, 고요한 해협, 거친 해변 등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의 생태계를 재창조하려 했다. 검정제비갈매기가 남쪽에서 돌아오고 섀드(shad: 청어 무리)가 바다에서 강으로 뛰어오르며 철새들의 대이동이 한창인 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밀려오는 파도의 가장자리에서 총총걸음으로 달리며 주위를 살피는 깝짝도요를 바라보고, 이 봄의 이야기에 이어 큰 모험을 앞둔 철새의 모습이 특히 와 닿아 북극 툰드라에 사는 바닷새의 여름 영웅담에 한 장 전체를 할애한다. 그리고 다시 여름이 끝나갈 즈음 캐롤라이나 해협 지대에 사는 새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계절이 변할 무렵의 새와 물고기, 새우를 비롯해 다른 수상 생물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한다.
2부 ‘갈매기의 길’은 같은 시간에 펼쳐지는 그림을 담았다. 넓은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다른 방식으로 계절의 순환이 드러난다. 육지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대양의 생명체에 대해서는 다양하고 낯설 정도로 아름답지만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알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2부는 태어난 후 바다 표면에서 부화해 대양을 떠다니는 플랑크톤 무리의 우여곡절, 뉴잉글랜드 항구에서 보내는 유년기,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와 큰 어류 그리고 인간에게 희생당할지도 모를 진정한 바다의 방랑자 고등어에 대해 들려준다.
3부 ‘강과 바다’는 대륙붕처럼 완만한 해저 경사면이나 대륙 사면처럼 가파른 낭떠러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깊은 바다의 심연에 대한 이야기다. 다행히 바다나 육지의 연보(annal)에서 필적할 상대 없이, 평생에 걸쳐 이 모든 곳에서 서식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뱀장어다. 이 놀라운 생명체의 전 생애를 담으려면, 뱀장어가 다 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해안 근처 강가의 지류에서 시작해 가을에 바다로 떠나는 산란 여행을 추적해야 한다. 가을철에 만과 해협에서 벗어나 겨울을 보낼 따뜻한 바다를 찾아가는 여느 물고기와 달리 뱀장어는 알을 낳은 후에 생명을 다할 사르가소해(Sargasso Sea) 인근의 깊은 바닷속으로 계속해서 헤엄쳐 간다. 그리고 깊은 바다라는 낯선 세계에서 어린 뱀장어는 매년 봄 연안 강가로 혼자 헤엄쳐 온다.
덜 알려진 바다의 동물과 식물을 소개하기 위해, 또 이미 알고 있는 독자에겐 지식을 새로 환기시켜주기 위해 책 마지막 부분에 ‘용어 설명’을 첨부했다.
책에 쏟아진 찬사
1941년 11월 1일 출간된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과학책 클럽(Scientific Book Club)’은 12월 선정 도서로 뽑았다. 이 시적인 책에 잘못된 감정 과잉 같은 것은 없다며, 바다 생명체에 관한 정보의 깊이를 칭찬하는 리뷰가 이어졌다. 다른 비평가들은 마치 소설처럼 읽히지만 바다와 해안가 생물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다룬다고 평가했다. 카슨은 과학의 대중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당시 최고의 어류학자를 포함해 다른 과학자와 박물학자의 의견에 특히 고무되었다. 윌리엄 비비는 〈새터데이 리뷰 오브 리터러처(Saturday Review of Literature)〉에 이 책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흠 없는 과학적 사실을 인정하는 글을 실었다. 최고이자 가장 의미 있는 서평은 1952년, 해안가 생물에 관한 글 중 가장 훌륭하다고 카슨이 인정한 《세상 끝의 집》을 쓴 헨리 베스톤의 리뷰였다.
이렇게 좋은 평가로 대중의 반응에 대한 기대 역시 컸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2000부밖에 팔리지 않았고, 사이먼 & 슈스터는 1946년 8월 책을 절판시켰다. 그러다가 1951년에 펴낸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큰 성공을 거두자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카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1952년 4월 13일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재출간했다. 그러자 1952년 6월, ‘이달의 책 클럽(Book-of-the-Month Club)’은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의 성취를 “개기일식만큼이나 드문” 일이라고 언급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고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1∼2위를 오갔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극찬했다. “이렇게 문학적 자질을 갖춘 과학자는 한 세대에 한두 명쯤 태어날 정도다. 카슨 양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고전을 썼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역시 그런 작품이 될 것이다.”
목차
서문: 린다 리어
머리말
1부 바다의 가장자리
01 밀물
02 봄의 비행
03 극지방의 랑데부
04 여름의 끝
05 바다를 향해 부는 바람
2부 갈매기의 길
06 봄 바다의 이주자
07 고등어의 탄생
08 플랑크톤 사냥꾼
09 항구
10 바닷길
11 바다의 인디언 서머
12 후릿그물 끌기
3부 강과 바다
13 바다로 가는 여행
14 겨울의 피신처
15 귀향
용어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