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신들의 세계는 조용할 날이 없다”
호러, 에로, 스릴러가 담긴 명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스로마 신들의 사생활을
150여 점의 명화와 함께 만나다

아재 같은 오빠의 썰렁한 유머와 직설화법

『관능과 도발의 그리스로마신화』에는 ‘예전에 읽어본 것 같은데 이제는 가물가물한’ 15가지 신화의 명장면들이 저자만의 개성적인 시각과 문체로 소개되어 있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뒤끝 있는 제우스에게 찍혀 형벌을 면치 못하는 프로메테우스, 판도라의 상자 가장 깊숙한 곳에 ‘희망’을 넣어둔 짓궂은 아테나, 장모·사위 갈등의 원조 하데스와 데메테르의 신경전, 남신 아폴로의 굴욕적인 연애 흑역사 등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그리스로마신화 속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때로는 코믹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여타의 그리스로마 신화 책들과 다른 이 책만의 특징 중 하나는 저자가 구사하는 실없는 ‘아재 개그’와 너스레를 떠는 듯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문체이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톤으로 무슨 제스처를 섞어 말하는가에 따라서 내용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처럼, 저자가 소개하는 그리스로마신화 속 신들은 어딘지 엉뚱하고 신선하기 그지없다.

성인 독자들이 귀 기울여 즐길 수 있는 책

학자들은 문화의 원형으로서의 신화를 연구한다. 그와 동시에 신화는 시인들이 전승한 이야깃거리이기도 하다. 즉,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을 살아내기 바쁜 현대인들이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관능과 도발의 그리스로마 신화』는 성인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귀 기울여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근친상간을 밥 먹듯이 하고, 자식을 잡아먹는 데다가 불륜도 스스럼없는 그리스 신들의 과감한 행보에 저자는 ‘이제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어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고상하고 거창한 분석 없이 툭 터놓고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는 저자의 태도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신화는 무언가 어렵고 상징적인 것’이라는 편견을 깬다는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