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멜트다운: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
- 저자/역자
- 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 한승동 옮김
- 펴낸곳
- 양철북
- 발행년도
- 2013
- 형태사항
- 391p.; 22cm
- 원서명
- メルトダウン ドキュメント福島第一原發事故 メルトダウン ドキュメント福島第一原發事故
- ISBN
- 9788963720944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334.9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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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378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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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3780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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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부터 처리까지 1년의 기록
제34회 고단샤 논픽션 상 수상작,
사고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짚다
대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이면 해마다 원전 사고를 다룬 책과 특집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환경·생태, 인문사회적인 관점에서 원전 사고를 다루었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이나 지진 피해 현장, 사고 이후 뒤바뀐 일본의 문화와 사상을 다룬 책들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왜 일어나게 되었고, 사고 당사자였던 도쿄전력이 어떤 대처를 했고, 정부 관료들과 정치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이후 배상금 문제 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이 사고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책은 드물다.《멜트다운》은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인 오시카 야스아키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이하 원전 사고) 발생 시점부터 사후 처리를 하는 1년의 과정을 정리한 르뽀 형식의 사고 보고서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서문에서도 밝히듯 “엘리트나 중역, 선량이라 불린 사람들의 능력 결여와 보신, 책임 전가, 그리고 정신의 황폐를 가능한 한 모두 기록해 두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원전 사고의 핵심 관련자 125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덕분에 저자는 원전 사고를 그대로 재현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 사건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사고 순간과 과정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사업을 둘러싼 정치·경제 분야의 역학 관계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 책은 2012년에 ‘제34회 고단샤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선정위원인 시게마츠 기요시가 “탐사 보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하듯, 이 책은 후쿠시마 사태를 다룬 최고의 논픽션이라 할 수 있다.
도쿄전력, 간 나오토 내각, 정부 관료, 은행가들의 이전투구.
이 책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뉜다.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던 도쿄전력, 사고가 일어나기 약 2년 전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 그런 간 총리가 관저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일본정부의 살림을 꾸리는 최고 권력을 누렸던 관료 집단인 경제산업성, 그리고 사고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2조 엔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도쿄전력에 대출해준 은행단이다. 에너지 회사, 정치권력가, 관료집단, 은행단들이 벌이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뒤에는 각자 철저하게 계산된 이익이 숨겨져 있다.
도쿄전력은 사건을 최대한 축소하고, 배상 책임을 정부에 넘기고 싶었다. 정치권력가는 국민들에게 최대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원자력 발전 정책의 변화를 꾀하며, 도쿄전력에게 배상 책임을 물으려 했다. 관료집단은 이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전력회사들이 망하지 않게 배상 책임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 정책에 있어 장악력을 더 높이고 싶었다. 은행단들은 도쿄전력에 대출해준 돈을 온전히 돌려받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의 대처방식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먼저 도쿄전력을 보자. 이들은 사기업이었지만, 공기업이라고 해도 무색하리만큼 정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많은 곳이었다. 그들은 정부 관료들의 비호를 받았고, 정치인들과 결탁했다. 이들은 높이가 10m 이상인 쓰나미가 원전을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지만,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본문 36~37쪽). 뿐만 아니라 원전에 균열이 갔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자료를 조작하기도 했다(226~228쪽). 사고 발생 직후에는 총리관저와 사고 현장 사이에 통화 내용을 도청하여 정보를 교란시켰다(133쪽). 노심이 녹아내려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고를 뜻하는 ‘멜트다운’이 쓰나미가 강타한 직후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두 달 동안 숨겼다(100, 119, 131, 148쪽). 원자력손해배상법(이하 원배법) 16조를 이용해 이 사고가 “통상 범위를 벗어난 거대한 천재지변”임을 부각해 배상의 책임을 국가에게 돌렸다(174쪽).
관료집단과 은행단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산업성으로 대표되는 관료집단은 끝까지 전력회사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개혁파 관료였던 고가 시게아키가 도쿄전력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도쿄전력 파산 처리, 전력 자유화, 발전과 송전 분리, 감자와 채권 포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경제산업성으로부터 분리”하는 안을 골자로 한 “고가 페이퍼”를 작성했지만 그것은 무시되었다(185~191쪽). 대신 도쿄전력의 주거래은행이자 도쿄전력에 엄청난 돈을 융자해준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낸 “원전배상기구 설립하여 도쿄전력이 직접 배상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안”을 선택했다(191~197쪽).
하마오카 가동 중단 요청, 에너지 기본 계획 백지화, 보안원 분리, 그리고 발·송전 분리까지. 전력업계와 경제산업성 주류파, 산관학이 얽혀 있는 원자력 복합체에게 간 정권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은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302쪽)
정치권력도 다를 것이 없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치적 입장을 탈원전 쪽으로 급선회한 간 총리가 낸 “탈원전 및 기존 에너지 기본 계획(원전 의존도를 높인다는 계획)의 백지화”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280쪽). 여당인 민주당에는 내분이 일어나고(319쪽), 자민당의 아베 전 총리는 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비판 여론은 들끓기 시작한다(318쪽).
결국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총 사직을 한다(302~366쪽).
국민 배제의 드라마, 날아간 탈원전의 꿈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철저히 배제된 것은 국민들이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착목한다.
경영 파산을 피하고 싶은 도쿄전력, 채권 포기나 감자를 거부하는 은행과 생명손해보험업체와 증권회사,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무한정 국비 부담을 늘려가는 걸 피하고 싶은 재무성,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비호해 온 도쿄전력과 원전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경제산업성. 도쿄전력 이해관계자들이 미묘한 균형을 이룬 ‘도쿄전력 구제 계획’이 완성되고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관계자로 초청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돈줄은 ‘국채’라는 국민의 지갑이었다. 그 계산서를 받은 사람들은 원전의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사람들이었다. 특히 차세대를 담당할 젊은이와 어린이들이었다. (207~208쪽)
저자가 눈여겨 본 또 하나는, 한 인간으로서 간 총리의 변신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청정에너지 도입을 호소했던 그가(281쪽) 재상이 되고나서 오히려 원전 수출에 앞장선다. 그러나 간 총리는 원전 사고 이후 완전히 입장을 바꿔 탈원전에 앞장서게 된다(281~284쪽). 그는 “원전을 추진하는 자원에너지청과 안전규제 행정을 담당하는 보안원이 같은 관청인 경제산업성에 속해 있는 것은 문제다”라며 보안원을 환경성 산하로 분리시키려고 하지만(298~302쪽) 개혁안은 반쪽짜리로 끝나고 만다.
현재 진행형인 후쿠시마 사고, 이것은 이제 우리의 미래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피소된, 당시 도쿄전력 경영진과 총리였던 간 나오토를 포함한 40여 명에 대해 검찰 당국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해 전원 불기소 처분한다.”
며칠 전 일본 검찰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후쿠시마 관련 괴담이 떠돌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하루에도 몇 백 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실종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우리가 경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야말로 공포였다. 매일같이 사고 관련 뉴스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시시각각 상황이 긴급하게 전달되었다. 그러기를 며칠, 소진된 뉴스처럼 어느 순간 잠잠해졌고 다루는 기사 크기도 작아졌다. 간간히 사고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의 사퇴, 한국의 ‘원자력 마피아’가 벌인 원전 비리, 탈원전을 둘러싼 각국의 논쟁에 관한 소식들이 들려왔지만, 그런 뉴스들은 ‘현재 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얼마동안 그렇게 원전은 지난 과거의 일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나 최근 후쿠시마 사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사후 처리에 관한 보고서들과 관련 재판 상황이 발표되면서 더 이상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현재 진행형인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한편의 재난영화나 정치·경제 소설 같은 이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 나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의 탐욕과 정치·경제 관계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과 에너지와 환경의 문제 등이 보인다. 그리고 탈원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제34회 고단샤 논픽션 상 수상작,
사고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짚다
대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이면 해마다 원전 사고를 다룬 책과 특집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환경·생태, 인문사회적인 관점에서 원전 사고를 다루었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이나 지진 피해 현장, 사고 이후 뒤바뀐 일본의 문화와 사상을 다룬 책들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왜 일어나게 되었고, 사고 당사자였던 도쿄전력이 어떤 대처를 했고, 정부 관료들과 정치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이후 배상금 문제 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이 사고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책은 드물다.《멜트다운》은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인 오시카 야스아키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이하 원전 사고) 발생 시점부터 사후 처리를 하는 1년의 과정을 정리한 르뽀 형식의 사고 보고서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서문에서도 밝히듯 “엘리트나 중역, 선량이라 불린 사람들의 능력 결여와 보신, 책임 전가, 그리고 정신의 황폐를 가능한 한 모두 기록해 두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원전 사고의 핵심 관련자 125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덕분에 저자는 원전 사고를 그대로 재현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 사건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사고 순간과 과정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사업을 둘러싼 정치·경제 분야의 역학 관계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 책은 2012년에 ‘제34회 고단샤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선정위원인 시게마츠 기요시가 “탐사 보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하듯, 이 책은 후쿠시마 사태를 다룬 최고의 논픽션이라 할 수 있다.
도쿄전력, 간 나오토 내각, 정부 관료, 은행가들의 이전투구.
이 책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뉜다.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던 도쿄전력, 사고가 일어나기 약 2년 전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 그런 간 총리가 관저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일본정부의 살림을 꾸리는 최고 권력을 누렸던 관료 집단인 경제산업성, 그리고 사고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2조 엔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도쿄전력에 대출해준 은행단이다. 에너지 회사, 정치권력가, 관료집단, 은행단들이 벌이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뒤에는 각자 철저하게 계산된 이익이 숨겨져 있다.
도쿄전력은 사건을 최대한 축소하고, 배상 책임을 정부에 넘기고 싶었다. 정치권력가는 국민들에게 최대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원자력 발전 정책의 변화를 꾀하며, 도쿄전력에게 배상 책임을 물으려 했다. 관료집단은 이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전력회사들이 망하지 않게 배상 책임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 정책에 있어 장악력을 더 높이고 싶었다. 은행단들은 도쿄전력에 대출해준 돈을 온전히 돌려받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의 대처방식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먼저 도쿄전력을 보자. 이들은 사기업이었지만, 공기업이라고 해도 무색하리만큼 정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많은 곳이었다. 그들은 정부 관료들의 비호를 받았고, 정치인들과 결탁했다. 이들은 높이가 10m 이상인 쓰나미가 원전을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지만,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본문 36~37쪽). 뿐만 아니라 원전에 균열이 갔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자료를 조작하기도 했다(226~228쪽). 사고 발생 직후에는 총리관저와 사고 현장 사이에 통화 내용을 도청하여 정보를 교란시켰다(133쪽). 노심이 녹아내려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고를 뜻하는 ‘멜트다운’이 쓰나미가 강타한 직후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두 달 동안 숨겼다(100, 119, 131, 148쪽). 원자력손해배상법(이하 원배법) 16조를 이용해 이 사고가 “통상 범위를 벗어난 거대한 천재지변”임을 부각해 배상의 책임을 국가에게 돌렸다(174쪽).
관료집단과 은행단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산업성으로 대표되는 관료집단은 끝까지 전력회사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개혁파 관료였던 고가 시게아키가 도쿄전력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도쿄전력 파산 처리, 전력 자유화, 발전과 송전 분리, 감자와 채권 포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경제산업성으로부터 분리”하는 안을 골자로 한 “고가 페이퍼”를 작성했지만 그것은 무시되었다(185~191쪽). 대신 도쿄전력의 주거래은행이자 도쿄전력에 엄청난 돈을 융자해준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낸 “원전배상기구 설립하여 도쿄전력이 직접 배상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안”을 선택했다(191~197쪽).
하마오카 가동 중단 요청, 에너지 기본 계획 백지화, 보안원 분리, 그리고 발·송전 분리까지. 전력업계와 경제산업성 주류파, 산관학이 얽혀 있는 원자력 복합체에게 간 정권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은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302쪽)
정치권력도 다를 것이 없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치적 입장을 탈원전 쪽으로 급선회한 간 총리가 낸 “탈원전 및 기존 에너지 기본 계획(원전 의존도를 높인다는 계획)의 백지화”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280쪽). 여당인 민주당에는 내분이 일어나고(319쪽), 자민당의 아베 전 총리는 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비판 여론은 들끓기 시작한다(318쪽).
결국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총 사직을 한다(302~366쪽).
국민 배제의 드라마, 날아간 탈원전의 꿈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철저히 배제된 것은 국민들이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착목한다.
경영 파산을 피하고 싶은 도쿄전력, 채권 포기나 감자를 거부하는 은행과 생명손해보험업체와 증권회사,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무한정 국비 부담을 늘려가는 걸 피하고 싶은 재무성,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비호해 온 도쿄전력과 원전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경제산업성. 도쿄전력 이해관계자들이 미묘한 균형을 이룬 ‘도쿄전력 구제 계획’이 완성되고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관계자로 초청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돈줄은 ‘국채’라는 국민의 지갑이었다. 그 계산서를 받은 사람들은 원전의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사람들이었다. 특히 차세대를 담당할 젊은이와 어린이들이었다. (207~208쪽)
저자가 눈여겨 본 또 하나는, 한 인간으로서 간 총리의 변신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청정에너지 도입을 호소했던 그가(281쪽) 재상이 되고나서 오히려 원전 수출에 앞장선다. 그러나 간 총리는 원전 사고 이후 완전히 입장을 바꿔 탈원전에 앞장서게 된다(281~284쪽). 그는 “원전을 추진하는 자원에너지청과 안전규제 행정을 담당하는 보안원이 같은 관청인 경제산업성에 속해 있는 것은 문제다”라며 보안원을 환경성 산하로 분리시키려고 하지만(298~302쪽) 개혁안은 반쪽짜리로 끝나고 만다.
현재 진행형인 후쿠시마 사고, 이것은 이제 우리의 미래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피소된, 당시 도쿄전력 경영진과 총리였던 간 나오토를 포함한 40여 명에 대해 검찰 당국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해 전원 불기소 처분한다.”
며칠 전 일본 검찰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후쿠시마 관련 괴담이 떠돌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하루에도 몇 백 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실종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우리가 경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야말로 공포였다. 매일같이 사고 관련 뉴스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시시각각 상황이 긴급하게 전달되었다. 그러기를 며칠, 소진된 뉴스처럼 어느 순간 잠잠해졌고 다루는 기사 크기도 작아졌다. 간간히 사고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의 사퇴, 한국의 ‘원자력 마피아’가 벌인 원전 비리, 탈원전을 둘러싼 각국의 논쟁에 관한 소식들이 들려왔지만, 그런 뉴스들은 ‘현재 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얼마동안 그렇게 원전은 지난 과거의 일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나 최근 후쿠시마 사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사후 처리에 관한 보고서들과 관련 재판 상황이 발표되면서 더 이상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현재 진행형인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한편의 재난영화나 정치·경제 소설 같은 이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 나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의 탐욕과 정치·경제 관계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과 에너지와 환경의 문제 등이 보인다. 그리고 탈원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악몽의 1주일
제1장 3월11일 오후 2시 46분
제2장 모든 전원이 멈추다
제3장 방사능 방출
제4장 원전 폭발
제5장 붕괴의 갈림길에 선 일본
제6장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위기
제2부 패자부활전
제7장 긴급 융자
제8장 구제 계획
제9장 무너진 자유화
제10장 내부 공방
제3부 전력 투쟁
제11장 연출된 원전 가동 중단
제12장 정상회담 전야의 격론
제13장 간 끌어내리기
제14장 정권 붕괴
주와 정보원/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