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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탄생: 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

저자/역자
김권섭 지음
펴낸곳
다산초당
발행년도
2008
형태사항
479p.: 23cm
ISBN
9788993285475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2752-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2752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선비는 어떻게 인간관계 속에서 담금질되었는가!
조선을 움직인 大선비들의 뜨거운 ‘삶’과 ‘사랑’


뜨거운 인간관계 속에서 단련되어 ‘선비’로 태어나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황폐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과 달리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충만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던 조선의 선비들이다. 그동안 학문적 성과나 정치적 업적에서 선비의 가치를 조명했다면, '선비의 탄생'은 아들로, 가장으로, 친구로 한 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선비의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진정 선비를 완성한 것은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주변 사람들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기꺼이 후원자가 되어준 친구, 가족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후광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쇠붙이가 담금질을 거치면서 불순물이 제거되듯이, 선비는 인간관계 속에서 정련(精鍊)되고 마침내 보석으로 거듭났다. 보석은 스스로 빛을 내면서 이웃한 보석을 더 반짝이게 하고, 그 빛을 받아 더 빛나는 존재가 된다. 이처럼 서로를 반짝이게 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선비는 탄생되었다. 사람과 사람 관계야말로 그들이 배움을 실천하고,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는 발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인 선비 9명의 삶을 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다. 이황, 조식, 이이, 정철, 허초희, 허균, 윤선도, 정약용, 김정희의 삶을 따라 가다보면 나의 이웃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동갑내기 경쟁자 이황과 조식, 은우의 정을 나누었던 이이와 정철, 이백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사제관계 이황과 정약용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를 보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부모의 묘를 3년간 떠나지 않고 지키는 효심, 병으로 자식을 잃은 슬픔, 어린 나이에 얻은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 등 코끝이 찡해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아들로, 가장으로, 친구로 살다간 선비의 구체적인 삶 속으로 뛰어들다!

*선비, 그들을 사랑한 후원자들
퇴계 이황의 뒤에는 남편 없이 누에를 쳐 뒷바라지한 어머니가 있었다.
남명 조식에겐 그의 정신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한 친구 대곡이 있었다.
율곡 이이는 어린 나이에 친모 신사임당을 잃고도 외할머니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송강 정철은 그의 실수마저도 감싸안아주는 친구 율곡에게 위로를 받았다.
난설헌 허초희에겐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격려해준 오빠가 있었다.
교산 허균은 스승 손곡에게 글 솜씨만 아니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세까지 배웠다.
고산 윤선도가 유배되었을 때 목숨을 내걸고 변론한 친구 조경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이 철없던 어린 시절, 형과 형수가 힘들게 씻기고 입혀 뒷바라지했다.
추사 김정희에게는 각별한 애정으로 살갑게 지내던 현모양처가 있었다.

이성계의 뒤에 킹메이커 정도전이 있다면, 퇴계의 뒤에는 그를 뒷바라지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지켜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선비의 모습은 한결 초라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선비의 탄생'에는 선비를 있게 한 가족, 친구들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처럼 선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문학성이 빛나는 시 한 수,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학문적 성과에 사람을 대함에 소홀하지 않았던 선비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기 때문이었다. 친우에게 부친 편지, 스승에게 보낸 시 한 수에는 선비의 마음과 정신세계가 담겨 있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퇴계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내가 죽음을 편안히 맞이할 때까지 자상하게 배려했으며, 남명은 아무 일이 없다가도 아들을 잃은 6월 11일만 되면 어김없이 통증에 시달렸다. 송강 정철은 술과 여자를 즐기는 아들 걱정에 잔소리를 해야 했다. 율곡은 죽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친척 식구들까지 모두 거둬 먹여 살렸다. 허난설헌은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남편과의 불화로 외로웠고, 교산은 그런 누나의 문집을 펴내 그를 기렸다. 다산은 자녀를 여섯이나 가슴에 묻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제주도 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에 통곡하던 추사는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온 제자 덕분에 추사체를 완성해 낼 수 있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먹거리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 어쩜 우리가 떠올리는 것만큼 선비들의 모습은 그리 우아하지도, 고고하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 힘든 유배 생활에서 몇 달을 기다려 받은 친구의 편지에 위안을 받고, 어려운 살림살이를 감당해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해하고, 공부하지 않는 아들의 무심함에 속이 상하고... 이것이 진정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선비들의 삶이었다. 우리가 ‘선비’라는 빛 좋은 말로 칭하는 그들의 삶은, 때론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인간 승리 같기고 하고, 때론 뒤틀린 운명의 희생양 같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선비들의 실생활을 그대로 복원하고, 한 시대를 열심히 살다간 그들의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진정 안다고 말할 수 없었던 위인들이 어느새 친구처럼, 아버지처럼 성큼 다가와 있다.

선비들의 따뜻한 메시지, ‘사람 간의 끈끈한 신뢰만이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채운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저자 김권섭은 우리의 역사, 우리의 언어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수많은 역사서를 독파했다. 그는 점차 인간적인 아픔과 기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앎’과 ‘삶’을 하나로 완성했던 선비들의 삶에 매료되었다. 지금까지 조선의 시대정신 선비의 내면을 엿보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선비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는 현대사회에 소구할 수 있는 하나의 정신적 가치관을 끄집어내기는 힘들었다. 저자는 위인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써 선비의 생과 삶, 죽음에 접근했고, 그리하여 집필된 원고가 <선비의 탄생>이다. 선비들의 삶은 인간 간의 끈끈한 신뢰감만이 우리의 현재가 삶의 덧없음과 외로움에 부식되지 않게 해준다고 일러준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뢰감은 힘들고 어려운 세상사를 이겨내는 가장 큰 방패였다. 옛사람과의 만남은 무뎌진 우리의 감수성을 일깨우고 인간관계 속에서 변치 않는 가치 신뢰를 끌어낼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산 이들의 인생을 더듬으며 참된 인간관계에 대해 한 수 배우게 된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 - 우리 선비에게 한 수 배우다

가도(家道)를 파괴치 않기 위해서는 어버이는 아들에게 매사를 균등하게 해야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렇게 하기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해야 한다. 형제가 일체라고 하지만 마음이 하나가 안 되면 일체가 될 수 없다. 어느 한쪽을 서운하게 하면 평화는 깨어진다. 또 형의 흠이 나의 흠이고, 동생의 흠이 나의 흠임을 알아야 한다. -퇴계 이황-

사람을 접대하는 데는 뜻을 합치고 우러러 받드는 것이 으뜸이다. 나이가 나보다 배가 되는 사람이면 어버이처럼 섬겨야 한다. 10년이 손위인 사람은 형으로 모셔야 하고, 5년이 위이면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할 것이다. 이처럼 나이가 많고 적음이 사람을 접대하는 데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율곡 이이-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에게서 선함과 기풍을 배우는 것이다. 나에게 끊임없이 선(善)해질 것을 권유하는 사람, 그가 곧 친구이다. 내 행동의 기준이 되는 사람을 우러르는 것이 친구 관계이다. 그런 사귐이라면 옛날과 지금을 가릴 필요가 없다. -고산 윤선도-

몸을 닦는 일은 효도와 우애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효도와 우애에 자기의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학식이 고명하고 문체가 찬란하고 아름답다 하더라도 흙담에다 아름답게 색칠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몸을 엄정하게 닦아놓았다면 그가 사귀는 벗도 자연히 단정한 사람이어서 같은 기질로 인생의 목표가 비슷하게 되어 친구 고르는 일에 특별히 힘쓰지 않아도 된다. -다산 정약용-
목차

1. 퇴계 이황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과부의 아들이 배움이 없다고 말하니
네가 본래 뜻을 세우지 않아서
여종이 자기 아이를 버려두게 하는 것은
콩 볶은 물로 23년을
아내는 가도 처가는 남아
집안은 비로 쓴 것 같아
외로운 무덤이 국도변에 있어
논어를 모두 외워도
사단칠정 논쟁을 일으키다
돌은 닳아 없어질 수 있지만
홀로 앉아 그대를 생각하네
14년 동안 매달 한 통씩
그대 얻으니 눈길이 반갑구려
뜰에 꿇어 엎드려 절하고

2. 남명 조식
하늘이 사람을 낼 때
빈 칸으로 남은 6년
해마다 6월 11일에는
살뜰한 정을 의리로 대신하고
늘그막에 얻은 측실
몸과 팔다리는 떨어질 수 없다
내 마음에는 이별이 없으니
일 년 후의 약속
그대를 만나 내 삶이 바뀌고
이 사람이 가버렸다 하니
나를 가르치는 건 바로 나
산머리에서 멀리까지 돌아보니
3년 동안 심상(心喪)을 입다
남겨진 제자들

3. 율곡 이이
동해에서 날아온 용
자나 깨나 가슴 속에 계시옵더니
어머니 잃은 발걸음은 산사로 향하고
항아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우는 서모
무릎 앞에 있는 아이뿐
하늘처럼 섬기던 어른을 잃은 지 8년
동침을 한다면 의(義)를 해칠 것이다
마주 앉아 이야기하던 일 참으로 꿈만 같구나
편지를 쥐고 울었습니다.
구봉산이 얼마쯤 낮아졌을까
게으름과 수면을 탐내지 말 것
소자가 배움을 잃어 헤맬 때
제자 85명을 둔 스승

4. 송강 정철
평생에 다시 못할 일
너는 도대체 날로 고달프다 하면서도
훗날 우리 혼백이 함께
환벽당에서 맺은 인연
나는야 저승이 이승보다 나을레라
여윈 살은 뼈에 붙고
마침내 크게 넘어지지 않은 이
산 속에 깃든 바닷가 신선
천 년 동안에 오직 우리 선생님뿐
사문은 천고에도 티끌이 없구나
슬퍼라, 한 잔 술 권해 올릴 수 없음이여
술에 의탁함은 실로 완적(阮籍)의 꾀

5. 난설헌 허초희
자유분방한 기질을 길러 준 아버지
사시나무 가지에는 쓸쓸히 바람 불고
다른 여인의 치마는 짓게 하지 마세요
산 너머 덩굴 사이로 달빛만
상제의 뜰 안은 노닐 만하오이다
하룻저녁 비단 창문 닫고서 보니

6. 교산 허균
슬픔이 늘 가슴에 맺혀 있는데
그대 또한 눈물을 흘리리
낡은 버들 그늘을 이루지 못해
형님과 베개를 나란히 베고
한 마리 기러기가 서풍에 날아가네
오언율시 여덟 수를 노자로 주게
누가 다시 나를 용납해 주겠는가
의당 절반의 봉급으로 대접하리니
만고에 흐르는 강물
그는 신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7. 고산 윤선도
생각해 보면 옛날에
8년 동안의 손님
평생토록 스스로 독실하여 예를 갖추었고
세파를 좇다가 낯부끄러움을 어찌하리
시 읊노라니 그대 돌아가길 잊누나
과연 무슨 죄입니까
마음이 소리에 나니
제때에 조용히 앉아 뜻을 붙여
항상 내가 마음속으로 잊지 못해

8. 다산 정약용
아버지께서 내 막내라 하시었는데
여덟 살 차이 나는 어머니
그 애가 죽어갈 무렵에 소라껍질이 도착했습니다
편지가 오니 마음에 위안이 된다
그 옛날 다홍치마엔
아침에 붓 던지고 저녁에 활 잡으셨네
들깨 한 말을 부쳐 드리니
빗과 세숫대야를 들고 따라 와서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선학이 인간 속에 내려왔던가
차와 담론으로 외로움을 덜어주고
큰 나무도 울창하면 가지가 많다네
제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9. 추사 김정희
열두 살에 양부를, 중년에 생부를 여의다
너를 직접 가르칠 수 없으니
아내를 잃어도 멀어지지 않은 처가
우리 부부 서로 처지 뒤바뀌길
수유가 한 사람이 적다하여
한 사람만이 유독 나를 불쌍히 여기시니
한 침상에서 다른 꿈을 꾸지 않아
국내외 학자를 스승으로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조각배로 세 번 바다를 건너

「부록 1」 조선의 제도
「부록 2」 인물 소사전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