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제비뽑기: 살무사의 피를 찍어 빗자루로 쓰다
- 저자/역자
- 셜리 잭슨 지음 / 김시현 옮김
- 발행년도
- 2014
- 형태사항
- 434p.; 21cm
- 원서명
- Lottery and other stories
- ISBN
- 9788954634274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43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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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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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작가는 미치광이 아니면 천재다”
20세기 영문학의 ‘마녀’ 셜리 잭슨의 대표 단편선
6월 27일 10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이 시간이면 풍년을 기원하는 제비뽑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광장에 모여든다. 젖먹이 어린 아이부터 77세 노인까지 모두 제비를 뽑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 문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리는 표제작 「제비뽑기」를 비롯해 일상의 광기와 공포를 다룬 25개 작품들이 실린 셜리 잭슨의 명단편집.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열일곱 번째 책을 선보인다. 앞서 출간된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힐 하우스의 유령』에 이어 처음으로 정식 소개되는 셜리 잭슨의 단편집 『제비뽑기』는 잭슨을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우뚝 서게 만든 대표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전체 5부로 나눠진 이 단편집에는 1부에 6개, 2부에 7개, 3부에 6개, 4부에 6개 단편으로 총 25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악을 폭로하여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을 받는다. 또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악마에 관한 짧은 인용이, 마지막 5부에서는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이 작가에게는 직접 사과를 듣고 싶다”
평론가 앤서니 부처는 1949년 발표된 단편집 『제비뽑기』에 대해 “가공하리만치 무서운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야만성을 포착하는 대단히 뛰어난 작품들” 이라고 평했다. 수록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유명하며 뛰어난 작품은 표제작인 단편 「제비뽑기」다.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그리다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잔인한 결말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은 문명사회의 이름 아래 숨겨져 있던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잔혹한 행위와 행위가 벌어지는 날의 따사롭고 맑은 날씨를 대비시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주제의식과 이야기의 재미, 충격적인 반전까지 대단하다는 점에서, 「제비뽑기」는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단편”이라는 칭호와 스티븐 킹과 미야베 미유키가 꼽은 “최고의 공포 소설 중 하나”라는 칭호를 동시에 얻는 등, 인간 사회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에는 영문학 교과서에 빼놓지 않고 포함되고 있다.
1948년 저명한 시사 잡지 《뉴요커》에 발표된 이 단편은 셜리 잭슨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잭슨은 이 작품을 통해 비평가들의 격렬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는데, 《뉴요커》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며 비난하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잭슨은 작가가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굴하지 않았으며, 「제비뽑기」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이야기로 말하려고 했던 것을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어와 지금 당장, 바로 내가 속한 마을에서 벌어질 수도 있을 잔혹한 의례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보편적인 몰인간성과 무의미한 폭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불쾌할 정도로 생생하게 각색해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1948년 7월 22일)
자신의 작품을 둘러싸고 어떤 논란이 일든 셜리 잭슨은 가치관을 굽히지 않았다. 잭슨은 독자가 받는 충격과 상관없이 자신이 천착하던 일상적인 악, 평범한 악에 대한 단편들을 계속해서 발표하여, 장편과 단편을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야만성을 전달하는 데 꾸준히 힘썼다.
● 호러 소설의 틀을 뛰어넘는 셜리 잭슨표 공포
‘20세기 최고의 공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 셜리 잭슨은 생전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둥‘마녀’라는 소문이 많았던 작가다. 특히 ‘고딕 시대풍의 고립된 분위기’, ‘저택에 사는 사람들’, ‘초자연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독자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고딕 호러 장르에서 『힐 하우스의 유령』(엘릭시르, 2014)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뒤에는 유령 같은 오컬트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가로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힐 하우스의 유령』이 호러 장르의 고전으로 불리며 두 번이나 영화화되는 등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평론가들이 만장일치로 단편집 『제비뽑기』를 셜리 잭슨의 대표작으로 꼽는다는 것은 잭슨이 장르의 틀로만 해석할 수 없는 작가임을 시사한다.
잭슨은 『제비뽑기』의 25개 단편들에서 장르적 장치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 인간이 자각 없이 행하는 야만적인 행위와 악의에 찬 행동을 정면에서 보여줄 뿐이다. 잭슨이 무심한 어투로 잔인하리만큼 독자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수법과 암암리에 인간의 악의를 읽어 내리는 가시 돋친 문체, 순수한 이야기의 힘만으로 긴장감과 공포를 쌓아올리는 방식을 보면, 어째서 셜리 잭슨이 장르의 거장이며 동시에 장르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작가인지 알 수 있다.
●‘마녀’가 ‘마녀’를 다루는 방식
셜리 잭슨은 십 대에 이미 우울증을 앓았던 전적이 있을뿐더러 마흔여덟이라는 이른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신경증을 달고 살았다. 잭슨의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녀의 성격을 전혀 감싸주지 않은데다 잭슨이 틀에 박힌 요조숙녀나 현모양처의 삶을 살기를 끊임없이 바랐던 탓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잭슨은 자신이 겪었던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대한 압력을 ‘마녀’ 등의 오컬트 요소를 상징으로 활용해 표현하는 데 능했다. 실상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이 총집합되어 일어난 일이었던 ‘마녀재판’의 희생자들, ‘마녀’는 여성이자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총칭이나 다름없다. 잭슨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엘릭시르, 2014)에서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배척당하는 주인공 자매가 ‘마녀’였으며,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는 어머니와 언니에게 짓눌려 살다 끝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엘리너가 ‘마녀’였다. 그리고 단편집 『제비뽑기』에서 잭슨은 단편 개개에서 모두 기존 사회의 권위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소외되고 고립된 여성을 그려 현대사회의 ‘마녀’ 들을 표현하고 있다.
잭슨이 ‘마녀’나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컸던데다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 척도 잘해 마을에서 ‘마녀’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런 주제 의식은 그녀가 빠져들었던 오컬트 요소와 주제가 단순히 결합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잭슨은 작품 속에서 신은 물론이고 악마와 인간의 사회규범에 있어서도 전혀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사회에 순응함으로서 생겨나는 악에 대해 끈질기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비뽑기』에 드러난 ‘마녀재판’의 실체
단편집 『제비뽑기』 속에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실려 있는 발췌문은 17세기 영국 궁정 목사였던 조지프 글랜빌이 쓴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의 일부분이다. 조지프 글랜빌은 내세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대교 종파에 맞서 악마의 존재를 증명하여 신의 존재까지 증명하고자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를 썼으며, 악마의 존재를 증거하는 예로 악마에 홀린 여자들, 즉 ‘마녀’로 판정받아 마녀재판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단편집 『제비뽑기』 에 실린 발췌문 또한 모두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에 실려 있던 ‘마녀재판’의 희생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5부에서만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마녀’와 희생양의 은유를 한층 강화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제비뽑기』는 의외로 그녀가 쓴 작품 중 ‘마녀’의 존재가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리워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비뽑기』가 마법과 유령의 그림자가 어렴풋이라도 드리워져 있었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힐 하우스의 유령』과는 달리 장르적 장치가 전혀 활용되지 않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편 개개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집으로 보면, 『제비뽑기』는 셜리 잭슨이 남성으로서 자신이 믿는 종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마녀’로 죽어간 여성들을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밀어붙인 글랜빌에 맞서는 책이다. 잭슨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마녀’라는 상징으로 치환하며 사회라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악’을 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을 통해 보면 『제비뽑기』의 전체 구성도 놀랍기 짝이 없다. 1부에서 셜리 잭슨은 소통이 단절되고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괴리감을 겪으며 살아가는 여성들, 남자에 의지해서야 존재감을 갖는 여성 등을 그린다. 2부에서는 아직 사회화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이미 사회에 물들어 압력을 행사하는 여성을 그리는데, 이 여성들이 행사하는 압력조차 완전하지 않아 언제든 전복될 수 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3부에서는 2부에서 보여주었던 여성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어 결혼하여 배우자를 갖고 확실한 사회의 일원에 속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직장에서나 집안에서나 뚜렷한 권위를 갖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3부의 첫 단편 「담화」는 남성들이 쓸데없이 어렵게 쓰는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끔찍한 괴리감을 겪는 여성을 그린다. 그리고 여성의 정체성 붕괴가 표면화되는 4부 마지막은, 남성 주도로 오랫동안 해마다 치뤄졌던 의식을 통해 여성이 실체적인 죽음에까지 이르는 단편 「제비뽑기」가 장식하고 있다.
●영향을 준 작품
“‘공포’를 재료로 작업하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공포를 가져다가 이해하고 빠져들어 본 뒤에 내가 두려워했던 상황과 합쳐 보고, 그 모든 것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요. 난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셜리 잭슨은 시인 하워드 네메로프에게 쓰고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한 말처럼 공포를 즐기는 작가였다. 비록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인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를 완성한 뒤에는 공포증이 심해져 몇 달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등 불행을 겪은 끝에 숨을 거두었지만, 자신이 느꼈던 공포를 냉정하게 관찰해 환상적인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셜리 잭슨은 평생 동안 편견과 차별을 증오하며 살았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자신에게서 공포를 일으키는 원천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느낀 공포로 새로운 공포를 끄집어내는 셜리 잭슨의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통찰이 들어 있으며, 이는 『신들의 전쟁』 등의 작품을 쓴 훌륭한 SF 작가인 닐 게이먼, 호러의 거장 스티븐 킹, 『나는 전설이다』를 쓴 리처드 매드슨, 『머더리스 브루클린』을 쓴 조너선 레섬, 『좀비』를 쓴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뛰어난 장르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출간된 뒤 영화화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시리즈 또한 《뉴요커》와 《옵저버》, 《내셔널 포스트》 등에서 셜리 잭슨의 단편 「제비뽑기」에서 기본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라고 추정하는 등, 신진 작가들에게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에는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장르에 혁신적인 작품들을 남긴 셜리 잭슨의 공헌을 기려 셜리 잭슨 상이 제정되었으며, 이 상은 그 해에 발표된 호러 작품이나 어두운 심리 서스펜스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된다.
20세기 영문학의 ‘마녀’ 셜리 잭슨의 대표 단편선
6월 27일 10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이 시간이면 풍년을 기원하는 제비뽑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광장에 모여든다. 젖먹이 어린 아이부터 77세 노인까지 모두 제비를 뽑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 문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리는 표제작 「제비뽑기」를 비롯해 일상의 광기와 공포를 다룬 25개 작품들이 실린 셜리 잭슨의 명단편집.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열일곱 번째 책을 선보인다. 앞서 출간된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힐 하우스의 유령』에 이어 처음으로 정식 소개되는 셜리 잭슨의 단편집 『제비뽑기』는 잭슨을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우뚝 서게 만든 대표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전체 5부로 나눠진 이 단편집에는 1부에 6개, 2부에 7개, 3부에 6개, 4부에 6개 단편으로 총 25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악을 폭로하여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을 받는다. 또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악마에 관한 짧은 인용이, 마지막 5부에서는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이 작가에게는 직접 사과를 듣고 싶다”
평론가 앤서니 부처는 1949년 발표된 단편집 『제비뽑기』에 대해 “가공하리만치 무서운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야만성을 포착하는 대단히 뛰어난 작품들” 이라고 평했다. 수록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유명하며 뛰어난 작품은 표제작인 단편 「제비뽑기」다.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그리다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잔인한 결말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은 문명사회의 이름 아래 숨겨져 있던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잔혹한 행위와 행위가 벌어지는 날의 따사롭고 맑은 날씨를 대비시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주제의식과 이야기의 재미, 충격적인 반전까지 대단하다는 점에서, 「제비뽑기」는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단편”이라는 칭호와 스티븐 킹과 미야베 미유키가 꼽은 “최고의 공포 소설 중 하나”라는 칭호를 동시에 얻는 등, 인간 사회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에는 영문학 교과서에 빼놓지 않고 포함되고 있다.
1948년 저명한 시사 잡지 《뉴요커》에 발표된 이 단편은 셜리 잭슨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잭슨은 이 작품을 통해 비평가들의 격렬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는데, 《뉴요커》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며 비난하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잭슨은 작가가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굴하지 않았으며, 「제비뽑기」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이야기로 말하려고 했던 것을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어와 지금 당장, 바로 내가 속한 마을에서 벌어질 수도 있을 잔혹한 의례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보편적인 몰인간성과 무의미한 폭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불쾌할 정도로 생생하게 각색해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1948년 7월 22일)
자신의 작품을 둘러싸고 어떤 논란이 일든 셜리 잭슨은 가치관을 굽히지 않았다. 잭슨은 독자가 받는 충격과 상관없이 자신이 천착하던 일상적인 악, 평범한 악에 대한 단편들을 계속해서 발표하여, 장편과 단편을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야만성을 전달하는 데 꾸준히 힘썼다.
● 호러 소설의 틀을 뛰어넘는 셜리 잭슨표 공포
‘20세기 최고의 공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 셜리 잭슨은 생전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둥‘마녀’라는 소문이 많았던 작가다. 특히 ‘고딕 시대풍의 고립된 분위기’, ‘저택에 사는 사람들’, ‘초자연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독자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고딕 호러 장르에서 『힐 하우스의 유령』(엘릭시르, 2014)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뒤에는 유령 같은 오컬트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가로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힐 하우스의 유령』이 호러 장르의 고전으로 불리며 두 번이나 영화화되는 등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평론가들이 만장일치로 단편집 『제비뽑기』를 셜리 잭슨의 대표작으로 꼽는다는 것은 잭슨이 장르의 틀로만 해석할 수 없는 작가임을 시사한다.
잭슨은 『제비뽑기』의 25개 단편들에서 장르적 장치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 인간이 자각 없이 행하는 야만적인 행위와 악의에 찬 행동을 정면에서 보여줄 뿐이다. 잭슨이 무심한 어투로 잔인하리만큼 독자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수법과 암암리에 인간의 악의를 읽어 내리는 가시 돋친 문체, 순수한 이야기의 힘만으로 긴장감과 공포를 쌓아올리는 방식을 보면, 어째서 셜리 잭슨이 장르의 거장이며 동시에 장르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작가인지 알 수 있다.
●‘마녀’가 ‘마녀’를 다루는 방식
셜리 잭슨은 십 대에 이미 우울증을 앓았던 전적이 있을뿐더러 마흔여덟이라는 이른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신경증을 달고 살았다. 잭슨의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녀의 성격을 전혀 감싸주지 않은데다 잭슨이 틀에 박힌 요조숙녀나 현모양처의 삶을 살기를 끊임없이 바랐던 탓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잭슨은 자신이 겪었던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대한 압력을 ‘마녀’ 등의 오컬트 요소를 상징으로 활용해 표현하는 데 능했다. 실상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이 총집합되어 일어난 일이었던 ‘마녀재판’의 희생자들, ‘마녀’는 여성이자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총칭이나 다름없다. 잭슨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엘릭시르, 2014)에서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배척당하는 주인공 자매가 ‘마녀’였으며,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는 어머니와 언니에게 짓눌려 살다 끝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엘리너가 ‘마녀’였다. 그리고 단편집 『제비뽑기』에서 잭슨은 단편 개개에서 모두 기존 사회의 권위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소외되고 고립된 여성을 그려 현대사회의 ‘마녀’ 들을 표현하고 있다.
잭슨이 ‘마녀’나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컸던데다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 척도 잘해 마을에서 ‘마녀’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런 주제 의식은 그녀가 빠져들었던 오컬트 요소와 주제가 단순히 결합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잭슨은 작품 속에서 신은 물론이고 악마와 인간의 사회규범에 있어서도 전혀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사회에 순응함으로서 생겨나는 악에 대해 끈질기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비뽑기』에 드러난 ‘마녀재판’의 실체
단편집 『제비뽑기』 속에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실려 있는 발췌문은 17세기 영국 궁정 목사였던 조지프 글랜빌이 쓴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의 일부분이다. 조지프 글랜빌은 내세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대교 종파에 맞서 악마의 존재를 증명하여 신의 존재까지 증명하고자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를 썼으며, 악마의 존재를 증거하는 예로 악마에 홀린 여자들, 즉 ‘마녀’로 판정받아 마녀재판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단편집 『제비뽑기』 에 실린 발췌문 또한 모두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에 실려 있던 ‘마녀재판’의 희생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5부에서만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마녀’와 희생양의 은유를 한층 강화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제비뽑기』는 의외로 그녀가 쓴 작품 중 ‘마녀’의 존재가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리워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비뽑기』가 마법과 유령의 그림자가 어렴풋이라도 드리워져 있었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힐 하우스의 유령』과는 달리 장르적 장치가 전혀 활용되지 않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편 개개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집으로 보면, 『제비뽑기』는 셜리 잭슨이 남성으로서 자신이 믿는 종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마녀’로 죽어간 여성들을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밀어붙인 글랜빌에 맞서는 책이다. 잭슨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마녀’라는 상징으로 치환하며 사회라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악’을 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을 통해 보면 『제비뽑기』의 전체 구성도 놀랍기 짝이 없다. 1부에서 셜리 잭슨은 소통이 단절되고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괴리감을 겪으며 살아가는 여성들, 남자에 의지해서야 존재감을 갖는 여성 등을 그린다. 2부에서는 아직 사회화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이미 사회에 물들어 압력을 행사하는 여성을 그리는데, 이 여성들이 행사하는 압력조차 완전하지 않아 언제든 전복될 수 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3부에서는 2부에서 보여주었던 여성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어 결혼하여 배우자를 갖고 확실한 사회의 일원에 속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직장에서나 집안에서나 뚜렷한 권위를 갖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3부의 첫 단편 「담화」는 남성들이 쓸데없이 어렵게 쓰는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끔찍한 괴리감을 겪는 여성을 그린다. 그리고 여성의 정체성 붕괴가 표면화되는 4부 마지막은, 남성 주도로 오랫동안 해마다 치뤄졌던 의식을 통해 여성이 실체적인 죽음에까지 이르는 단편 「제비뽑기」가 장식하고 있다.
●영향을 준 작품
“‘공포’를 재료로 작업하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공포를 가져다가 이해하고 빠져들어 본 뒤에 내가 두려워했던 상황과 합쳐 보고, 그 모든 것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요. 난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셜리 잭슨은 시인 하워드 네메로프에게 쓰고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한 말처럼 공포를 즐기는 작가였다. 비록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인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를 완성한 뒤에는 공포증이 심해져 몇 달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등 불행을 겪은 끝에 숨을 거두었지만, 자신이 느꼈던 공포를 냉정하게 관찰해 환상적인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셜리 잭슨은 평생 동안 편견과 차별을 증오하며 살았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자신에게서 공포를 일으키는 원천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느낀 공포로 새로운 공포를 끄집어내는 셜리 잭슨의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통찰이 들어 있으며, 이는 『신들의 전쟁』 등의 작품을 쓴 훌륭한 SF 작가인 닐 게이먼, 호러의 거장 스티븐 킹, 『나는 전설이다』를 쓴 리처드 매드슨, 『머더리스 브루클린』을 쓴 조너선 레섬, 『좀비』를 쓴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뛰어난 장르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출간된 뒤 영화화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시리즈 또한 《뉴요커》와 《옵저버》, 《내셔널 포스트》 등에서 셜리 잭슨의 단편 「제비뽑기」에서 기본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라고 추정하는 등, 신진 작가들에게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에는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장르에 혁신적인 작품들을 남긴 셜리 잭슨의 공헌을 기려 셜리 잭슨 상이 제정되었으며, 이 상은 그 해에 발표된 호러 작품이나 어두운 심리 서스펜스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된다.
목차
Ⅰ
013 취중 대화
021 유령 신랑
047 어머니가 만드셨던 것처럼
063 결투 재판
073 빌리지의 주민
083 R.H. 메이시와 보낸 시간
Ⅱ
093 마녀
101 이탈자
123 당신 먼저, 친애하는 알퐁스
131 찰스
141 리넨에 둘러싸여 보내는 오후
151 꽃으로 꾸며진 정원
191 도러시와 할머니와 해군들
Ⅲ
203 담화
207 엘리자베스
263 오래된 좋은 회사
271 인형
283 모호함의 일곱 가지 유형
295 아일랜드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어요
Ⅳ
309 당연하지요
317 소금 기둥
341 커다란 신발을 신은 남자들
355 치아
383 지미가 보낸 편지
389 제비뽑기
Ⅴ 에필로그
407
410 작가 정보 | 셜리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