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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서커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장편소설

저자/역자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 이진 옮김
펴낸곳
비채
발행년도
2007
형태사항
435p.; 22cm
원서명
Burning bright
ISBN
9788992036504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JG0000001506-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1506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
책 소개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감동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 <시인과 서커스>가 도서출판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비롯해 <여인과 일각수>, <버진 블루> 등 매 작품마다 예술적 심미안과 섬세한 고증을 바탕으로 인물의 숨결과 한 시대의 공기를 완벽하게 되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신작 <시인과 서커스>에서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삶과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의 런던을 장인적 재능으로 그려낸다.

슈발리에는 2001년 런던에서 열린 블레이크의 전시회에 갔다가 그의 삶에 강렬하게 이끌렸다. 그의 급진적이고 자유분방한 생각이 담긴 그림과 판화, 직접 제작한 시집, 산문과 편지를 보고 "이 사람, 미쳤거나 마약을 했거나 아니면 둘 다였을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블레이크에 관한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던 그녀는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한다. 친구 토머스 버츠(Thomas Butts)가 램버스에 있는 블레이크의 집을 찾아갔는데, 블레이크 부부가 정원에 발가벗고 앉아서 서로에게 <실낙원>을 읽어주고 있더란다. 그 광경을 보고 놀라는 친구에게 블레이크는 "신경 쓰지 말게. 그건 우리가 아니라 아담과 이브였다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블레이크의 괴짜스럽고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이 일화를 접하면서 그녀는 블레이크의 이웃집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았고, 마침내 윌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이웃에 사는 소년 소녀의 가슴 떨리는 우정과 사랑과 모험, 상실과 회복을 그린 작품을 쓰게 되었다. 원제 '버닝 브라이트(Burning Bright)'는 블레이크의 시 '호랑이'에 나오는 구절이다[호랑이! 이글이글 불타는 호랑이! Tyger tyger, burning bright...]. '호랑이'를 비롯해 소설에 절묘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블레이크의 시를 읽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미지의 세계 앞에 선 아이들과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의 만남
혁명기 런던의 혼돈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 상실과 회복!
소설은 1792년 3월 런던에서 시작된다.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는 혁명이 한창인 그때, 도싯셔에서 소박하게 살던 켈러웨이 가족은 사랑하는 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런던 램버스에 정착한다. 목수인 토머스 캘러웨이는 유명한 서커스단 단장인 필립 애스틀리의 눈에 들어서 서커스단에 합류하여 무대에 필요한 온갖 소품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켈러웨이의 막내아들 젬은 가난하지만 세상물정에 밝은 말괄량이 런던 소녀 매기 버터필드를 좋아하게 되고, 두 사람은 이웃집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와 가까워진다. 젬은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는 빨간 모자(보네 루즈)를 쓰고 다니는 블레이크가 신기하기만 한데, 게다가 그가 자신의 집 정원에서 알몸으로 부인과 <실낙원>을 읽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집을 찾은 젬과 매기에게 시를 읽어주고 시집에 그려넣은 그림을 보여주며 인쇄기의 원리를 설명해주는가 하면, 의미심장하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만약 모르는 것이 강의 저편이고 아는 것이 강의 이편이라면 그 중간은 뭐지?" 같은 질문 말이다.

젬은 매기의 안내로 난생 처음 집에서 멀리 떨어진 런던 거리를 돌아본다. 템스 강 건너편의 소호 거리와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우아하게 차려입은 귀부인과 신사를 보기도 하고, 세인트 자일스 빈민촌에서는 창녀와 부랑자들을 만난다. 도축장이 있는 스미스필드에서는 삶과 죽음이 갈리는 모습도 보았다. 그 모든 것이 젬에게는 충격이었다. 한편 젬의 누나 메이지는 필립 애스틀리의 아들이자 곡마사인 존에게 빠져든다. 말을 타고 동네를 누비고, 서커스단 여인들과 끊임없이 스캔들을 일으키는 바람둥이 존은 메이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소설은 블레이크의 집에 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들이닥치면서 일대 전환을 맞이한다. 당시 램버스에서는 과격 공화주의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셌다. 군주제 옹호자들은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결의문을 작성하여 마을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고 평소 급진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온 블레이크는 그들의 눈엣가시였다. 매기와 젬의 기지로 군중들은 흩어졌지만 그날 젬은 매기가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되고, 젬의 아버지도 공화주의자로 몰려 가족 모두가 세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난다. 젬의 가족은 고향 도싯셔로 돌아가고, 세 아이는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들은 재회한다. 매기는 젬에게 블레이크가 선물한 시집 두 권을 건넨다. <순수의 노래>와 <경험의 노래>. 매기와 젬, 메이지가 십대의 통과의례를 거치는 과정이 블레이크의 시가 '순수의 노래'에서 '경험의 노래'로 바뀌어가는 과정과 절묘하게 포개지는 대목이다.

프랑스 혁명의 열기 속에 피어난 서커스의 화려한 유혹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의 런던을 완벽하게 되살려내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서커스 공연의 묘사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아련하고 신비롭게 만든다. 필립 애스틀리(Philip Astley)는 파리에서 단두대가 활개를 칠 무렵 런던 하늘을 불꽃으로 수놓은 사람이다. 그는 현대 서커스의 창시자로 정치적으로 불안하던 시대에 런던 시민들에게 환상적인 오락을 제공한다. 거대한 체구에 타고난 언변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는 서민들의 영웅이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다리 근처에 서커스단의 근거지를 두고 시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시민들을 사로잡았다. 줄타기 선수 로라 드바인이 펼치는 ‘돼지 통구이(팽팽한 줄에서 계속 공중제비를 도는 줄타기 묘기)’, 곡마사 존 애스틀리의 완벽한 연기에 사람들은 넋을 잃는다. 애스틀리는 서커스단의 소음에 시달리는 이웃 사람들을 위해 공짜 공연의 의미로 단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꿈과 환상을 부풀린다. 젬의 어머니 앤 컬레웨이 역시 서커스를 보면서 비로소 아들을 잃은 슬픔을 잊을 수 있을 정도였다. 현실을 잊게 하는 환상을 팔아 런던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필립 애스틀리와 그 대척점에 있는 블레이크의 논쟁은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와 걸출한 면모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당신은 매일 밤 극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떠나고 횃불이 꺼지고 극장 문이 잠기고 나면 공연의 기억 외에 무엇이 남습니까?"
"아주 멋진 기억이지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기억이 춥고 외로운 수많은 밤들을 버티게 해줄 테니까요."
"그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당신과 내가 다른 겁니다. 내 노래와 그림들은 추억이 되지 않아요. 그것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언제든 볼 수 있지요.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요? 그런 게 어디 있지요? 전 본 적이 없는데요."
"그렇다면 당신의 머리는 밖으로 나오려는 생명의 아우성으로 시끄럽겠군요. 그 아우성 때문에 잠들기가 쉽지 않으시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얘기는,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은 머릿속의 생각들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반면, 저는 말이나 곡예사나 무용수들을 보이지 않는 기억으로 만든다는 거군요."
"바로 그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엔 당신과 내가 둘 다 필요하겠군요."

서커스에 대한 묘사를 비롯해 작가는 조지 3세 국왕 시대의 런던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복잡한 골목과 클럽활동이 벌어지는 술집, 그곳에서 불려지던 음란한 노래들, 소호와 웨스트민스터 거리, 공장들, 빈민촌 사람들과 창녀들, 서민들의 생활을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작품에 새겨놓는다. 의자를 만드는 성실한 목수인 젬의 아버지, 쉽게 돈을 벌려고 사기를 일삼는 매기의 아버지, 평생 남의 집 빨래만 해온 세탁부 매기의 엄마 역시 서민의 한 사람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지며, 아버지 심부름을 하며 목수일을 배우는 젬이나 겨자 공장에 다녀야 하는 매기 역시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해야만 하는 당시 서민 가정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한 아이는 순수를 잃었고, 한 아이는 경험을 얻었으며, 또 한 아이는 순수를 되찾았다
사려 깊고 조숙한 시골 소년 젬, 명랑하고 용기 있는 소녀 매기, 순진하고 어리숙한 메이지. 이 세 아이에게 런던은 미지의 세계다. 눈치 빠르고 수완 좋은 매기에게조차 런던은 새로운 일이 계속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 아이들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하며 숨은 지원자 역할을 한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아이들의 우정과 활기찬 모험을 그려나가는가 하면, 싸하게 가슴이 아려오는 사랑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빛과 어둠, 그 두 극단 사이에 있는 '삶'을 깨달아가는 십대들의 성장담을 완성해낸다. 특히 후반에 매기와 메이지가 재회하고 두 사람이 함께 도싯셔로 돌아가 젬을 만나는 장면은 독자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슈발리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인과 서커스>는 잃어버린 순수에 관한 이야기이고, 순수함을 잃는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소설이다. 순수함을 잃는 것과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메이지는 순수를 잃었고, 젬은 경험을 얻었고. 매기는 순수를 되찾았다. <시인과 서커스>는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이 지나온 시간, '순수'에서 '경험'으로 건너가던 그 통과의례의 시절, 가장 아프고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목차

1792년 3월
1792년 4월
1792년 5월
1792년 6월
1792년 9월
1792년 10월
1792년 12월
1793년 6월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