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문학동네 장편소설
원더보이: 김연수 장편소설
- 저자/역자
- 김연수 지음
- 펴낸곳
- 문학동네
- 발행년도
- 2012
- 형태사항
- 321p.; 21cm
- 총서사항
- 문학동네 장편소설
- ISBN
- 9788954617482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13.6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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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097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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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0979
- 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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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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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김연수’라는 소설가에게 이제 다른 수식어는 불필요해 보인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을 쓰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소설가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2008) 이후 사 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2008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청소년문예지 『풋,』에 총 4회를 연재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삼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것. 등단한 지 만 19년, 일곱번째 장편소설, 열한 권째 소설책, 열다섯 권째 단행본. 그사이에 2009년 봄부터 겨울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바다 쪽으로 세 걸음』 1부를 연재한 바 있고, 2011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계간 『자음과모음』에 장편소설 『희재』를 연재하고 있으니, 다른 속뜻을 헤아리지 않아도 이미 그는 ‘글을 쓰면서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것’을, ‘무엇’을 쓰는 사람일까.
“세계의 모든 것은 오직 변할 뿐이다.
나도 변했고 세계도 변했다. 모든 것은 변했지만,
이 세계가 좀더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변할 수 없다.
오직 그 이유로 세계는 변한다.”
몇 해째, 우리는 몹시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삼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들 말한다. 제 시가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무허가였으면 좋겠다고 노래하던 젊은 시인이 구속되었고, 청춘을 온통 이 나라의 민주화에 바쳤던 정치인이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35미터의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인 노동운동가가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여전히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혼자 죽어가는 독거노인들이 있다. 삼 년 전 용산에서는 무고한 시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고, 192명의 작가들이 한 줄 선언을 발표했다.
믿기 어렵게도 사라진 줄 알았던 물대포가 시민들을 향해 쏘아졌고, 그 안에 최루가스가 섞여 있었으며, 그 속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버스가 달렸고, 시민들이 광장으로 함께 나온 촛불집회가 있었다. 2008년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되었던 날, 참석한 시민의 60%가 여고생들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아기엄마, 아이 손을 붙잡고 나온 아이아빠가 있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를 만나기도 했던 그곳은 ‘광장’이었다. 그 밤의 도시를 걸으며, 우리는 언제 우리가 광화문 한복판을 이렇게 산책해볼 수 있겠냐, 며 서로에게 농을 걸기도 했다.
사 계절을 꼬박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지낸 ‘그녀’는 오히려 지상의 우리를 염려하며 위로와 유머와 따뜻한 포옹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그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가보자. 삼십 년 전, 오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른들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마치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 줄로만 알고 지내던 시절, 다른 사람의 불행마저 나 때문인 줄 알았던.
‘원더보이’ 정훈의 이야기도 그 시간에서 시작된다. 1984년, 열다섯 살 소년 정훈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훈이 본 마지막 아버지의 얼굴은 우주비행사처럼 밤거리의 불빛들을 향해 나아가던 그 옆모습이 된다.
사고 후, 아버지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남파간첩의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되어 있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대통령 각하 내외분을 비롯한 각계각층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기원에 힘입어” 일주일 만에 깨어난 정훈에겐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이제 정훈에게는 그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자신을 낳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의 존재가 새롭게 떠오르고, 취조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매일같이 고문실에 들어가야 했던 재능개발실에서, 자신을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라던 권대령에게서 도망쳐나온 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FB(Fire Bottle, 화염병)’를 잘 던진다는 선재 형, 자신 때문에 한 첫사랑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어느 순간부터 남장을 하고 다니는 강토 형(희선씨), 자조(自助)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무공 아저씨, 해직 기자 출신으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재진 아저씨…… 저마다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사연들 속엔 우리가 지나온 그 시절이 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일들.
그리고 정훈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도 우리의 밤이 이다지도 어두운 것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서로를 껴안은 우리의 몸이 그토록 뜨거운 것은 “그때 우리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슬픔과 슬픔이 만나면 슬픔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세상은 다행하게도, 변하고 있다. 소설 속 강토 형은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말한다.
“남자들은 길에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담배를 피울 수 있으니까 세상에 그런 자유도 있다는 걸 모르겠지. 마지막으로 우리 그 자유를 만끽해볼까? (……) 이건 1986년에만 맛볼 수 있는 자유야. 여자가 종로 한복판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날이 곧 올 테니까. 네게도 이 자유는 곧 끝날 거야. 이 년만 있으면 넌 어른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이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대도 1986년에 우리가 종로2가 YMCA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유를 누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삼십 년 사이, 이제는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시절을 지나, 흡연자들이 오히려 길거리에서 맘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원더보이』를 읽고 나면, 이 세상에 여전히 크고 작은 많은 기적들이 있음을 믿고 싶어진다. 그 기적은 어쩌면 매일매일 마주하고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꽁꽁 언 땅을 열고 싹을 틔우는 새싹이기도, 함박눈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이듯.
“너는 이미 온전해. 우린 완벽하기 때문에 여기 살아 있는 거야.
생명이란 원래 온전한 것이니까.“
해가 지는 쪽을 향해 그 너른 강물이 흘러가듯이, 인생 역시 언젠가는 반짝이는 빛들의 물결로 접어든다. 거기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넘으리라. 그 경계선 너머의 일들에 대해서 말하면 사람들은 그게 눈을 뜨고 꾸는 꿈속의 일, 그러니까 백일몽에 불과하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내가 본 그 수많은 눈송이들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 빛들을 경험한다는 사실을._본문에서
멀리 지구 바깥에서 바라보면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사람도, 너무 힘들어 고개를 숙인 사람도 끝이 없이 텅 빈 우주공간 속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들처럼 보일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건 멋진 여행이 될 수밖에 없어요. 누구나 한번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테니까, 우리는 다들 최소한 한 번은 사랑하는 사람과 우주 최고의 여행을 한 셈이니까. 이게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입니다.
_‘연재를 시작하며’에서(『풋,』 2008년 봄)
‘김연수’라는 소설가에게 이제 다른 수식어는 불필요해 보인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을 쓰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소설가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2008) 이후 사 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2008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청소년문예지 『풋,』에 총 4회를 연재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삼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것. 등단한 지 만 19년, 일곱번째 장편소설, 열한 권째 소설책, 열다섯 권째 단행본. 그사이에 2009년 봄부터 겨울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바다 쪽으로 세 걸음』 1부를 연재한 바 있고, 2011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계간 『자음과모음』에 장편소설 『희재』를 연재하고 있으니, 다른 속뜻을 헤아리지 않아도 이미 그는 ‘글을 쓰면서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것’을, ‘무엇’을 쓰는 사람일까.
“세계의 모든 것은 오직 변할 뿐이다.
나도 변했고 세계도 변했다. 모든 것은 변했지만,
이 세계가 좀더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변할 수 없다.
오직 그 이유로 세계는 변한다.”
몇 해째, 우리는 몹시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삼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들 말한다. 제 시가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무허가였으면 좋겠다고 노래하던 젊은 시인이 구속되었고, 청춘을 온통 이 나라의 민주화에 바쳤던 정치인이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35미터의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인 노동운동가가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여전히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혼자 죽어가는 독거노인들이 있다. 삼 년 전 용산에서는 무고한 시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고, 192명의 작가들이 한 줄 선언을 발표했다.
믿기 어렵게도 사라진 줄 알았던 물대포가 시민들을 향해 쏘아졌고, 그 안에 최루가스가 섞여 있었으며, 그 속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버스가 달렸고, 시민들이 광장으로 함께 나온 촛불집회가 있었다. 2008년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되었던 날, 참석한 시민의 60%가 여고생들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아기엄마, 아이 손을 붙잡고 나온 아이아빠가 있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를 만나기도 했던 그곳은 ‘광장’이었다. 그 밤의 도시를 걸으며, 우리는 언제 우리가 광화문 한복판을 이렇게 산책해볼 수 있겠냐, 며 서로에게 농을 걸기도 했다.
사 계절을 꼬박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지낸 ‘그녀’는 오히려 지상의 우리를 염려하며 위로와 유머와 따뜻한 포옹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그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가보자. 삼십 년 전, 오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른들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마치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 줄로만 알고 지내던 시절, 다른 사람의 불행마저 나 때문인 줄 알았던.
‘원더보이’ 정훈의 이야기도 그 시간에서 시작된다. 1984년, 열다섯 살 소년 정훈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훈이 본 마지막 아버지의 얼굴은 우주비행사처럼 밤거리의 불빛들을 향해 나아가던 그 옆모습이 된다.
사고 후, 아버지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남파간첩의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되어 있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대통령 각하 내외분을 비롯한 각계각층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기원에 힘입어” 일주일 만에 깨어난 정훈에겐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이제 정훈에게는 그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자신을 낳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의 존재가 새롭게 떠오르고, 취조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매일같이 고문실에 들어가야 했던 재능개발실에서, 자신을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라던 권대령에게서 도망쳐나온 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FB(Fire Bottle, 화염병)’를 잘 던진다는 선재 형, 자신 때문에 한 첫사랑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어느 순간부터 남장을 하고 다니는 강토 형(희선씨), 자조(自助)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무공 아저씨, 해직 기자 출신으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재진 아저씨…… 저마다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사연들 속엔 우리가 지나온 그 시절이 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일들.
그리고 정훈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도 우리의 밤이 이다지도 어두운 것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서로를 껴안은 우리의 몸이 그토록 뜨거운 것은 “그때 우리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슬픔과 슬픔이 만나면 슬픔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세상은 다행하게도, 변하고 있다. 소설 속 강토 형은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말한다.
“남자들은 길에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담배를 피울 수 있으니까 세상에 그런 자유도 있다는 걸 모르겠지. 마지막으로 우리 그 자유를 만끽해볼까? (……) 이건 1986년에만 맛볼 수 있는 자유야. 여자가 종로 한복판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날이 곧 올 테니까. 네게도 이 자유는 곧 끝날 거야. 이 년만 있으면 넌 어른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이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대도 1986년에 우리가 종로2가 YMCA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유를 누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삼십 년 사이, 이제는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시절을 지나, 흡연자들이 오히려 길거리에서 맘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원더보이』를 읽고 나면, 이 세상에 여전히 크고 작은 많은 기적들이 있음을 믿고 싶어진다. 그 기적은 어쩌면 매일매일 마주하고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꽁꽁 언 땅을 열고 싹을 틔우는 새싹이기도, 함박눈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이듯.
“너는 이미 온전해. 우린 완벽하기 때문에 여기 살아 있는 거야.
생명이란 원래 온전한 것이니까.“
해가 지는 쪽을 향해 그 너른 강물이 흘러가듯이, 인생 역시 언젠가는 반짝이는 빛들의 물결로 접어든다. 거기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넘으리라. 그 경계선 너머의 일들에 대해서 말하면 사람들은 그게 눈을 뜨고 꾸는 꿈속의 일, 그러니까 백일몽에 불과하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내가 본 그 수많은 눈송이들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 빛들을 경험한다는 사실을._본문에서
멀리 지구 바깥에서 바라보면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사람도, 너무 힘들어 고개를 숙인 사람도 끝이 없이 텅 빈 우주공간 속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들처럼 보일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건 멋진 여행이 될 수밖에 없어요. 누구나 한번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테니까, 우리는 다들 최소한 한 번은 사랑하는 사람과 우주 최고의 여행을 한 셈이니까. 이게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입니다.
_‘연재를 시작하며’에서(『풋,』 2008년 봄)
목차
1984년, 우주의 모든 별들이 운행을 멈췄던 순간을 기억하며 _009
이제부터 저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_032
깊은 밤, 내 곁엔 늘 아빠의 빛이 _043
"송년특집 원더보이 대행진을 시작합니다!" _058
어떻게 나는 새로 사서 처음 입었다는 이만기의 양복 상의에 토하게 됐는가? _082
불가능한 일요일이 찾아오면 _104
가지지 못한 것들이 나를 밀고 나간다 _106
우리의 얼굴이 서로 닮아간다는 것 _129
이 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더욱 내가 되는 일 _145
답장은 지금 여기서 내게, 아니 내 입술에 _166
여름밤, 은행나무 아래에서의 다짐 _176
성장은 평범한 인간의 일, 사랑은 국력의 엄청난 손실 _198
머릿속이 서정시처럼 고요해졌다 _214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_217
어떻게 새들은 집단학살을 피해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됐는가? _230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용기 _257
1980년, 우리 기억의 서울 _272
심장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의 눈물 _285
다시 한번, 저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_303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 _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