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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바통 1

호텔 프린스

저자/역자
안보윤 외 지음
펴낸곳
은행나무
발행년도
2017
형태사항
244p.; 21cm
총서사항
바통; 1
ISBN
9788956604183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4650-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4650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책이 된 호텔, ‘소설가의 방’에 체크인하다
호텔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소설 실험!

은행나무 테마소설 시리즈 바통, 첫 번째 권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공간, 또 누구에게는 사색의 공간이자 일탈의 공간, ‘호텔’을 소재로 한 테마소설집 《호텔 프린스》가 출간되었다. 은행나무가 새로 시작하는 테마소설 시리즈 ‘바통’의 첫 번째 권이기도 하다. 안보윤, 서진, 전석순, 김경희, 김혜나, 이은선, 황현진, 정지향 등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여덟 명의 젊은 소설가들이 각 작품 안에서 호텔이라는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변주하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작가들의 내밀한 시선을 통해 ‘호텔’은 단지 머물다 가는 공간이 아닌, 인간과 인간, 이야기와 이야기들이 면면히 교감하는 문학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호텔 프린스》 참여 작가 8인은 호텔에 마련된 별도의 집필 공간에 투숙하면서 호텔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나 그곳으로부터 받은 단상을 모티프로 여덟 편의 이야기들을 탄생시켰다. 프랑스어의 ‘hospital’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Hotel’은 ‘여행자 혹은 떠도는 사람들의 쉼터’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도 공통적으로 표류와 방랑의 정서가 묻어난다. 그들에게는 기댈 만한 장소도, 의지할 만한 사람들도 거의 없다. 이러한 정서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뿐 아니라 그들 마음속에서도 느껴진다. 호텔이라는 고요하고 적막한 공간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분출되어 공기 중을 떠돌게 된다.
《호텔 프린스》를 기획한 소설가 이은선은 ‘기획의 말’에서 각각의 작품들이 “여덟 곳의 방”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썼다. 호텔의 어느 지점에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는지, 또한 어떤 사소한 발견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지 음미해보는 것도 독자들이 《호텔 프린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여덟 명의 작가들이 머물던 방입니다.
여덟 곳의 방들이 기다리는 한 묶음의 시간입니다.
여덟 개의 이야기가 다양한 눈짓으로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여덟 번의 밤과 낮이 기꺼이 당신에게 깃들기를
여덟 명의 작가들을 대신하여 말해봅니다.
_《호텔 프린스》 기획의 말에서


세상을 표류하던 영혼들, 존재의 집에 스며들다
호텔이라는 공간을 관통하는 젊은 작가 8인의 내밀한 시선


《호텔 프린스》에 등장하는 가상의 보헤미안들은 각자의 방문 목적에 따라 호텔 내외를 가쁘게 활보한다. 독자들은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읽어 내려가면서, 일종의 관찰극을 보고 있는 듯한 혹은 타인의 은밀한 사적 영역을 훔쳐보는 듯한, 전혀 다른 몰입의 경험을 가능케 한다.

우산도 빌려주나요_황현진
기상예보에서는 오늘 태풍이 온다고 했다.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엄마가 그녀를 보러 서울로 오겠다고 한다. 그녀는 태풍 핑계를 대며 엄마의 요청을 거절했다. 왜냐하면 사실 그다음 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특별휴가를 받아 나온다고 연락했기 때문이다. 눈치도 없고, 고집도 센 엄마에게 그녀는 섭섭하고 한편으로 불쾌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 전화를 받기 위해 쇼핑하던 옷을 들고 잠깐 몸을 피했던 그녀는 가게 점원에게 ‘도둑’으로 몰렸다. 그 점원은 고른 옷 가격의 20배를 내놓으라며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모든 일이 갑작스레 벌어지는 동시에 실타래처럼 얽혀가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서울로 올라왔고, 기다리던 딸은 그 원망스럽기 만한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오늘 호텔에서 자자.”

코 없는 남자 이야기_김경희
“가슴 따위 없으면 어때?” 여자에게 절대로 그 말을 꺼내지 않았어야 했다. 오래전부터 사이가 소원해지고 있었던 남자와 여자는 말 한마디로 인해 완전히 앙숙이 되었다.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남자는 난데없이 후각을 상실하게 된다. 그 순간 남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예나, 남자는 나이 어린 그녀를 떠올린다. 사모예드를 닮았고, 정착하는 것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나에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해주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남자는 P호텔 달6호실, 예나가 머물고 있는 그 방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간다. 그러나 예나는 곧 떠날 것이다. 그녀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 어디로든.

해피 아워_서진
미라가 사라졌다. 남편 성구는 미라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러다 어느 날 쓰레기통에서 아내가 다니던 훌라댄스 교습소 영수증을 찾아낸다. 성구에게 훌라댄스 레슨 선생은 수강생들에게 하와이에서 머물었던 3년이 그녀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누차 말해왔단 사실을 전한다. 선생의 말에 의하면, 미라는 확실히 하와이에 있다. 그렇지만 그녀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라는 진정 하와이로 간 것일까? 평생 해외여행이라곤 다녀보지 않았고, 여권도 없는 그는 이제 하와이에 도착했다. 아내의 발길이 멈춘 곳은 대체 어디일까, 고민하던 사이 성구는 자신과 아내와의 관계, 결혼 생활 동안을 반추하기 시작한다.

유리주의_이은선
평온하던 왕쯔호텔에 한 무리의 한국인 패키지여행 관광객들이 들이닥친다. 왠지 딱히 관광하는 것에 관심도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도 각자의 목적과 사정은 있다. 환갑을 앞둔 여고 동창 삼인방,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해 결혼 후 후다닥 신혼여행을 오긴 했지만 전혀 부부 같아 보이지 않는 유희와 민준, 비행기에서 처음 만나 서로 한눈에 반해버린 마리와 도사, 그 어떤 커플보다도 뜨거운 지영과 정훈까지. 여행 마지막 날 밤, 따로 또 같이 펼쳐지는 그와 그녀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아일랜드 페스티벌_정지향
‘캠핑과 페스티벌의 결합’이란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는 아일랜드 페스티벌이 P섬에서 개최된다. 나는 페스티벌 취재 기사 작성을 의뢰받았고, 옛 남자 친구 재훈은 포토그래퍼로 현장 스케치를 부탁받았다. 둘은 결국 페스티벌에서 조우한다. 할 일이 있음에도 나는 재훈이 자꾸 눈에 밟혀 집중하지 못한다. 페스티벌 진행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부족한 화장실 때문에 불편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대차게 내린 비 때문에 음향 사고가 발생했으며 캠핑 존 구역의 지반은 너무 무른 까닭에 자꾸 꺼지기 일쑤였다. 그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나의 머릿속은 기억 속 재훈을 자꾸만 들춰낸다. 재훈도 나와 같을까? 운명같이 그곳에서 재회한 나와 재훈은 가까스로 페스티벌을 빠져나와 가까운 호텔로 향하는데……

민달팽이_김혜나
불혹을 갓 넘긴 달팽이 화가, 그는 식사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느리다. 호텔에 있는 그의 화실에서 달팽이 화가와 나는 습관처럼 사랑을 나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호텔을 찾고, 이미 타성에 젖어버린 듯한 그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긴다. 그녀는 서서히 권태감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잘 알지만서도 쉽게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의 방에서 익숙한 유화물감 냄새가 난다. 너무나 낯익은 그 냄새가 그녀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가족에 대한 기억들을 끌어올린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끊임없이 나타나 현재진행형으로 나를 옥죄는 그 기억들……

순환의 법칙_안보윤
어느 날 미주는 호텔 측으로부터 무료 숙박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찜질방에서 기거하던 미주. 그녀는 살아오는 동안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어쩌다가 떠돌이 신세가 되었을까. 그녀는 짐을 챙기면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한 남자를 상기한다. 서둘러 도착한 호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 이상하달까, 하지만 미주는 오랜만에 그녈 찾아온 안락함에 그저 행복하다. 그녀는 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그 아늑함에 그만 잠이 들고야 만다. 그 순간 침대 협탁 위에 놓여져 있던 은백색 라디오가 자동으로 켜진다. 그 라디오에서 “생애 최초의 악행”에 대해 고백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때아닌 꽃_전석순
엄마는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 사경이라는 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신혼이지만 호텔에 머물며 엄마의 병간호를 돕고 있다. 엄마는 이때껏 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그 고비들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언제나 형과 형수 부부와 함께였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그들과 약간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는 듯한데…… 어느 날 여자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이번이 다섯 번째 고비라는 형의 전화였다. 그들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상복을 챙겨 병원으로 출발한다.

‘소설가의 방’에서 직조된 여덟 편의 특별한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선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키친 테이블 노블(kitchen table novel)’이라는 말도 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홀로 부엌에 앉아 쓴 소설이라는 뜻이다. 이 표현과 앞서 언급했던 울프의 말을 함께 곱씹다보면, 작가들에게 ‘방’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하여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소설가를 꿈꾸던 시절, 등단을 하면 다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글만 쓰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해보곤 했습니다. 하나 막상 작가가 되어보니 글을 쓰며 살아가는 현실이 생각만큼 편하거나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고정적인 수입 없이 작품을 써나가야 하다 보니 글 쓰는 시간을 쪼개어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하고, 더러는 돈 때문에 원치 않는 글을 쓰느라 정작 내가 원하는 글은 별로 쓸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글 쓰는 일만으로는 스스로의 생계조차 책임질 수 없는 현실에 극심한 자격지심과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_참여 작가 김혜나 집필 후기에서

테마소설집 《호텔 프린스》는 단지 소설적 흥미로만 머무르지 않고 ‘원치 않는 글을 쓴’ 작가들이 비로소 자기가 원하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한 공간을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결을 획득한다. 오늘날 작가들의 현실은 울프가 살던 그 당시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전적 물리적 제약은 무엇인가를 써내려가야 하는 사람들의 창작열에 크나큰 구속으로 다가온다. 《호텔 프린스》의 테마가 ‘호텔’인 이유는 단지 그곳이 은밀하며 매력적이기 만한 것은 아니다. 호텔 측의 배려와 환대 속에 작가들은 각자의 집필 활동을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전개해나갔다. 그 공간에서 작가들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기존과는 다른 소설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덟 편의 호텔 이야기는 완성되었다. 《호텔 프린스》를 읽을 독자들이 ‘소설가의 방’ 이곳저곳에 깃들어 있을 ‘자기만의 방’을 찾기를 기대한다.
목차
우산도 빌려주나요/황현진-- 코 없는 남자 이야기/김경희-- 해피 아워/서진-- 유리주의/이은선-- 아일랜드 페스티벌/정지향-- 민달팽이/김혜나-- 순환의 법칙/안보윤-- 때아닌 꽃/전석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