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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평전: 황해 문명권의 독특한 어업 문화를 창출한 어느 물고기 이야기

저자/역자
주강현 지음
발행년도
2021
형태사항
367 p.: 20 cm
ISBN
9791195733682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북카페JG0000008369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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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JG0000008369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북카페
책 소개
물고기가 사라진 바다는 사막이다.
황해 조기는 사라졌으나, 그가 황해에 남긴 신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황해의 잃어버린 신화가 바로 희망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속도전으로 소멸해 나가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신화마저 사라진다면……
조기에게 평전 한 권을 바친다.
온당하게 평전 한 권이 바쳐질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기에 대한 명상, 조기에게 바치는
다양한 역사와 삶과 그 잔흔의 헌정사다!


조기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이 먹는 생선이다. 조기는 중국 홍콩으로부터 저우산열도, 산둥반도 등과 한반도에서는 서해 전역 그리고 남해 일부에서 잡혔으며, 바닷사람들의 삶에 일상적 파장을 미친 전일적 어업 문화를 창출했다. 생선 한 마리가 황해 문명권에서 독특한 어업 문화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전통적 개념으로 어보(魚譜) 혹은 문화사 계열에 속하며, 조기를 통해 본 해양문명사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먹을거리 생선’으로서의 조기가 아니라, 역사문화적 함의로서의 조기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상사, 미시사, 환경사 등의 융복합 연구에 속한다.

황해 조기 실종사건

조기는 명태와 더불어 여전히 ‘국민 생선’이다. 전통 시장이나 대형마트의 생선 코너에는 언제나 조기가 진열돼 있다. 동중국해에서 많은 양이 잡히고, 특히 추자도 해역에서 많이 잡혀서 한림항으로 들어오며, 그 조기들이 법성포로 들어가서 영광굴비로 팔려 나간다. 참조기 어획량은 여전히 일정 총량을 유지한다. 그러나 어장 자체가 이동해 칠산·연평·대화도 어장은 소멸됐다. 황해 어민의 민중 생활 풍습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파시와 임경업 신화, 풍어굿과 배치기 등 독특한 어업 풍습도 팔뚝만 한 굴비의 소멸과 더불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조기는 여전히 ‘절 받는 물고기’로 인정된다.

황해에서 조기가 사라진 사건을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렸으며, 단지 ‘비싼 생선이 됐으니 안 먹으면 되지 않냐’는 수준으로 사건을 격하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추자도 등지에서 아직도 많은 조기가 잡히며, 동중국해 등에서도 원해어업으로 많은 조기가 들어오고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물고기를 단순하게 ‘수산자원’으로만 볼 때는 틀린 말도 아니다. 자원 총량으로는 여전히 많은 양의 조기가 잡히고 있으며, 밥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해 문명권에서 형성됐던 어업 문화의 역사문화적 총량이 황해 조기 떼의 소멸과 함께 사라졌음을 이 책은 주목한다.

황해 연안의 민중은 조기잡이를 최대의 생계 수단으로 삼았고, 어로 기술 면에서 볼 때 전통의 어살에서 중선(中船)을 거쳐 안강망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겪어왔다. 임경업을 조기의 신으로 모셨고, 임장군당이 지금껏 존재하며, 구전문학으로서의 설화뿐 아니라 배치기와 뱃고사 등이 조기잡이에 연계돼 전개돼왔다. 조선후기에 조기와 굴비를 기반으로한 어업생산력의 증대와 더불어 임경업이 ‘조기의 신’으로 성립되어간다. 이러한 주술적 에네르기의 표출 과정은 인격신 출현에 명·청·조선 간의 국제정치적 사건이 매개되어있음을 알려주는 신앙사적· 종교사적 측면에서의 소중한 사례다. 이들 풍습 모두가 황해의 조기잡이 쇠퇴와 더불어 사라져가고 이제 잔재만 남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강구의 삼각주 지역에서 멕시코조기를 보존하려고 취약종에 올린 국제자연보조연맹(IUCN)의 행동을 비교해본다면, 이러한 《조기 평전》 작업이 동아시아 황해라는 국지적 서사이지만 그 의미망은 글로벌적임일 알 수 있다. 콜로라도 강구에서는 100여만 마리의 조기떼가 해마다 봄철 산란을 위해 강구로 몰려와 그 특유의 울음소리 때문에 어민들에게 남획되었다. 법성포와 칠산바다에서 ‘조기떼 우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던 밤’이 멕시코만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종 멸종과 다양성 감소 대열에 많은 물고기들이 글로벌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 ‘대서양의 대표 생선 대구’를 가지고 마크 쿨란스키가 ‘대구’를 써낸 것처럼, 이 책은 황해의 대표 생선 조기에 주목하는 중이다.

흑산바다에서 대화바다까지

이 책에서 저자는 흑산바다에서 어보의 탄생부터 늙은 어부의 민속 지식까지 안내한다. 칠산바다에서는 파시와 굴비의 연대기를 기록하며, 방우리바다를 통해서는 사라진 기억, 달과 여신와 바다를 복원한다. 물고기신의 탄생을 통해 왕조의 시간과 백성의 시간이 어떻게 다른지, 조기의 신을 얘기한다. 바다 사람들은 반역죄로 처형된 임경업을 그들의 신으로 원했다. 그것도 조기의 신으로 모셨다. 임경업은 왜 수많은 물고기를 제쳐놓고 조기의 신이 됐을까?
연평바다에서는 연평파시와 경강상인의 패권을 돌아본다. 바다의 묵시록, 대화바다에서는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북녘 바다의 상황을 드러낸다. 북한 사회과학원 민속학연구소의 1950~1960년대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70여 년 전 노인층의 증언 채록, 즉 19세기 후반 출생자의 구술 채록본을 통해 황해도와 평안도의 조기잡이가 온전하게 복원됐다.

“조기 떼가 올라오는 시각을 칠산 어민은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칠산 시도의 늙은 살구나무에 꽃이 피면 조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법성포 건너편 구수산에 철쭉꽃이 뚝뚝 떨어져 바다를 물들이면 조기는 아름다운 빛깔에 취해 어쩔 줄 몰랐다. 칠산 어민은 구수산 철쭉꽃을 칠산바다에 조기 떼가 왔다는 신호로 알고 이내 배를 내어 고기잡이를 나갔다. 그물을 조기 떼 북상 통로인 칠산바다에 드리웠다. 전라·충청·경기, 심지어 경상도 배까지 칠산으로 몰려와 조기를 기다렸다. 조기는 해안으로 바짝 붙어서 북상을 거듭했다.”_칠산바다 일지 중에서

“한식사리에 남쪽 대흑산도 밖의 소흑산도까지 가서 조기를 낚는다. 곡우사리 때는 외연도 밖의 격렬비열도로 나간다. 조기는 장고도로는 지나가지 않고 외연도 바깥으로 지나갔다. 연평도로 올라가면 소만사리 때까지 조업을 마치고 다시 장고도로 내려온다. 이로써 한 해 조기잡이의 막을 내린다. 조기 시세는 철에 따라서 달랐다. 입하사리 때는 1동에 쌀 두 가마니 값, 소만사리 때는 1동에 쌀 한 가마니 값을 받는 정도였다. 처음에 잡는 조기가 나중 조기보다 제값을 받았다.”_방우리바다 일지 중에서

“연평리 뒷산에는 당집과 충민사가 있어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에 풍어제를 행했다. 조기잡이를 떠나기 전, 서해 어촌에서는 임 장군을 모시고 마을굿이나 뱃고사를 올렸다. 연평도에 가면 반드시 장군 사당을 찾아가 가져간 백미로 떡을 해서 제사를 지냈다. 조기잡이를 파송 치고(마치고) 와서도 다시 당에 고사를 올렸다. 이렇듯 임장군당은 서해안 각처에 흩어져 있었다.”_연평바다 일지 중에서

“조기는 더 이상 서해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제주도 남서쪽을 떠날 때는 초봄이었는데 어느덧 여름이 가고 있었다. 장장 1000킬로미터가 넘는 긴 여행이었다. 알을 낳고 몸이 홀쭉하게 빠져서 볼품은 없어졌기만 귀향을 서둘러야 한다. 올라올 때는 알 낳기 좋은 곳을 찾아서 어부의 위험한 그 물질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얕은 연해를 따라서 올라올 수밖에 없었지만, 내려갈 때는 사정이 달랐다. 조기는 지름길을 택하기로 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수심 60~80미터의 비교적 깊은 물길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과 조선 사이에는 얕은 바다지만 갑자기 깊어지는 골짜기가 있다. 그 골짜기가 그대로 동중국해까지 이어졌다. 곬에는 차가운 냉수괴(冷水塊)가 흐르는데, 조기는 그 물줄기를 따라서 깊이 잠수해 남쪽으로 내려갔다.”_대화바다 일지 중에서

물고기에게 바치는 평전

조기에 관한 ‘결정본’을 출간하기 위해 저자는 수십여 년 현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고기잡이에 몰두해온 노옹들의 구술채록을 진행해왔다. ‘어민 하나가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은 진실일 것이다. 《조기 평전》의 후속 작업으로, 다른 물고기의 평전이 이어질 것이다. ‘어민 하나와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기 전, 전근대풍습의 소멸이 종료되기 전에 당대에 해야 할 작업들이다.

어류 연구는 사회적 관심 밖이다. 고고학자 페이건은 ‘고기잡이는 지금껏 인간 역사에서 중요 역할을 해왔는데도 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물고기 연구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저자는 ‘물고기 평전’이 속속 발간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이것이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의 전통을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프롤로그 - 황금물고기와 함께 사는 법: 초라한 밥상머리에서

1 흑산바다 일지: 조기의 여행
변방의 바다에서: 어보의 탄생
조기의 친인척: 물고기 계보학
바다의 시간: 어류박물학의 시간
늙은 어부의 민속 지식: 예리파시

2 칠산바다 일지: 파시와 굴비의 연대기
종족 보존의 대드라마: 모해 회귀
띠배는 망망대해로 떠나고: 칠산파시
변신을 연습하다: 법성포 영광굴비

3 방우리바다 일지: 달과 여신의 바다
사라진 기억들: 연도파시와 방우리어장
생명의 자궁: 해조론과 달의 생체 리듬
원초적 고기잡이: 어살과 주목망
황해의 오디세우스: 임경업당의 바다 전파

4 물고기신의 탄생 일지: 명청교체기 왕조의 시간과 백성의 시간
폭풍 전야: 질풍과 노도의 시대
명·청·조선의 각축: 영웅 탄생의 제 조건
한여름 밤의 훼훼귀신: 신화 탄생의 제 조건
민중의 주술적 에네르기: 혹은 국가정치적 해원

5 연평바다 일지: 우연 혹은 필연
어부와 물고기와 작부의 삼중주: 연평파시
조기 떼는 갔어도 신명은 남아: 바다 위의 판테온
강화학파: 혹은 굿 그림의 정치적 풍경
중선에서 안강망으로: 경강상인의 패권
분단의 갯비나리: 미완의 NLL

6 대화바다 일지: 바다의 묵시록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드니: 김대건의 파시행
북녘 서해의 조기잡이: 황해도와 평안도 바다
왜 가도일까: 모문룡의 추억
마지막 회유지: 압록강 어귀 용암포
저우산군도의 황금조기: 마조의 현현

에필로그 - 조기와 헤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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