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안의 야수, 리바이어던 밖의 공동체: 제주 공동체의 역사, 문화, 문학
- 저자/역자
- 홍기돈 지음
- 펴낸곳
- 각
- 발행년도
- 2024
- 형태사항
- 383 p.: 21 cm
- ISBN
- 9791193870143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911.072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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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G000000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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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저자는 제주 출신이다. ‘제주 출신’이라는 태생적 꼬리표는 다양한 층위의 권력이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복합적인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성을 배태한다. ‘제주 출신’은 어떤 경우는 한계와 장애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 출신’은 소위 중앙에 대해 아웃사이더로서의 의식을 지속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는 개인적 범주를 넘어 이 책의 제목에도 사용된 ‘리바이어던’과의 역사적 작용과 반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소위 제주 출신자들에게는 고향 제주에 대한 의식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궁극적으로 제주공동체에 대한 그의 성찰은 본인 자신이 물마루를 건너 공부하고 서울에 자리 잡으면서 꼬리를 물었던 질문이기도 했을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의 오랜 이방생활에서, 그의 뇌리에서 사라질 수 없었던 제주 섬의 이해를 위한 끝없는 질문에 대한 보고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에 그 심경이 표현되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물을 때나 ‘어떻게 살 것인가’ 가늠할 때, 내가 제주 출신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상수常數였다. 학교 근처 우당도서관 향토사자료실을 들락거렸던 고등학생 때도 그러했고, 대학교에 진학하느라 제주 섬을 떠나온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굴욕감을 동반한 서울말 사용에 길들면서, 거부감을 안은 채 ‘저들’의 기준에 따라 ‘나’의 생활 방식을 바꾸면서, 제주에 대한 공부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제주 공부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겠노라는 발버둥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책 제목 《리바이어던 안의 야수, 리바이어던 밖의 공동체》는 어렵지 않게 강력한 국가를 상징하는 ‘리바이어던’의 야수성과 그에 유린당한 ‘제주 공동체’에 관한 것임을 알아채게 한다.
고려~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모든 시기의 리바이어던은 척박한 자연 조건에 유폐된 제주인들을 끊임없이 유린했다. 하지만 그 야수같은 리바이어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제주인들은 제주 공동체라는 상호부조의 질서와 문화를 구축해왔다고 저자는 평한다.
저자 또한 제주 공동체의 역사는 자연에서의 인간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인다고 전제하고 즉 강력한 국가-‘리바이어던’을 해결 방안으로 제안한 토마스 홉스의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제주 공동체의 역사, 문화, 문학을 탐구하면서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2018년에서 2024년 사이 몇몇 학술지와 문학지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평론집이다. 각각의 글들은 시기별로 용처에 따라 저마다의 문제의식으로 쓰여졌을 테이지만, 저자가 최근에 이르러 그동안 지속해 온 제주 섬의 역사와 공동체문화에 대한 일종의 결론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제주문화의 기원과 형성, 변동을 모색하기 위해 1장에서는 삼다/삼무도의 담론을 분석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진 제주 공동체문화의 구축과정을 추적한다. 2장에서는 문명 전파에 따른 제주 문화의 변모 양상을 탐색하는데, 선사, 고대, 중세, 근대까지의 제주 섬의 역사와 무화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제주공동체 문화가 어떻게 구축되고 변모하였는가를 모색한다. 3장에서는 청주 한씨 서제공파의 족적을 파헤쳐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제주민중사의 다른 층위를 탐색한다.
1부는 저자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보인다. 특히 저자가 그동안 가져왔던 “제주 문화의 특징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원자료들이 번역·출간되고, 이로 인해 제주문화의 “개별적인 특징들을 통일된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게”된 상황이 된 이후에야 집필된 것으로 그가 상경 이후에도 내내 손을 놓지 않았던 ‘제주 공부’의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제주 섬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다룬 구체적인 평론들을 묶었다. 작가 현기영, 한림화, 김창집 등의 작품을 텍스트로 하는 비평문들을 모은 것으로 작가들이 작품에서 구현한 제주 공동체주의의 실체를 다룬다. 특히 현기영 작가에 대한 평론들이 주를 이루는데,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타는 섬》, 《순이 삼촌》, 최신작인 《제주도우다》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현기영 작가의 중요한 작품들을 모두 아울렀다. 특히 저자는 1부에서부터 규명하고자 했던 제주 공동체문화, 공동체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현기영을 평가한다.
『제주도우다』는 제목 자체가 이미 공동체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현기영의 ‘스완송’ 『제주도우다』는 자신이 공동체주의자 고순흠의 후예임을 증명하는 작품이다.(273p)
현기영의 4·3에 관한 마지막 장편소설(?)이랄 수도 있는 《제주도우다》 평문의 결론이다. 고순흠은 일제강점기 반도와 열도를 오가면서 고군분투했던 아나키스트다.
이 책은 저자의 비교적 근래 평문들 중 제주역사·문화, 제주 섬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을 다룬 글들을 모은 것으로, 오십대 중반에 이른 작가가 도달한 제주 섬에 대한 통섭적인 관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저작물이다. 특히 제주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목차
Ⅰ. 제주 문화의 기원과 형성, 변동
삼다도/삼무도의 역사와 공동체문화
- 제주 공동체문화 연구방법론
1. 제주 섬의 삼다와 삼무
2. 역사를 구성하는 세 층위: 자연, 문화, 인간/사건
3. 장기지속의 역사와 공동체문화의 구축
4. 19~20세기 인물ㆍ사건의 역사
5. 공동체의 해체와 ‘오래된 미래’로서의 공동체주의
문명 전파에 따른 제주 문화의 변모 양상
- 문명, 국가, 지역공동체
1. 문명과 제주 문화
2. 요하문명과 제주 고대문화사
3. 성리학적 민족국가와 제주 공동체의 성립
4. 근대 민족국가와 제주 공동체의 대응
5. 맺음말
[보유] 벽랑국碧浪國 단상
모자이크로 완성된 제주민중사와 청주 한씨 서제공파의 족적
- 한경용 시집 『귤림의 꽃들은 누굴 위해 피었나』에 대하여
1. 작법의 특징 : 주석의 서사성과 빙의의 서정성
2. 유배의 땅 제주
3. 출륙금지령과 제주문화
4. 죽음으로써 삶의 근거를 확보하였던 장두들
5. 국가 환란과 제주인의 민족의식
6. 대립 구조를 해체하며 이어지는 민중의 생명력
[보유] 한천의 말년 행방과 후사 논란에 대한 단상
Ⅱ. 제주 공동체주의와 4·3문학
근대 이행기 민족국가의 변동과 호모 사케르의 공간
-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 타는 섬』을 중심으로
1. 벌거벗은 생명의 땅, 근대 이행기의 제주
2. 항쟁과 타협의 매개 장치 ‘장두狀頭’
3. 공동체주의 전통과 해녀항쟁
4. ‘상상된 공동체’의 선행요건들과 ‘돌아온 인텔리겐치아’의 자리
토벌대ㆍ남로당과 길항하는 공동체의 사상과 문화
- 장편소설로서 『한라산의 노을』의 의의를 중심으로
1. 작가의식이 놓인 자리와 교과서로서의 『한라산의 노을』
2. 세 번의 4·3 국면 전환 : 제주공동체를 둘러싼 외래자의 오독과 폭력
3. ‘48년 체제’ 너머 제주인의 삶, 문화, 사상
4. 장편소설의 본령과 『한라산의 노을』의 문학적 권위
공동체주의 관점으로 형상화한 4·3항쟁사
- 현기영의 『제주도우다』에 대하여
1. ‘제주 공동체 3부작’의 완결 『제주도우다』
2. 밤하늘 별자리로 빛나는 공동체정신
3. 패러다임으로 작동하는 민중의 비자각적인 공동체의식
4. 공동체 이념과 해방기 제주 자치의 수준
5. 외적으로 군림하는 미군정 친일파의 경무부
6. 토벌대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 위에 구축된 ‘우익 vs 좌익’
7. 작가의 공동체주의가 빚어낸 전작과의 차이
증언으로서의 환청과 존재 근거로서의 제주 정체성
- 현기영의 「순이 삼촌」에 대하여
1. 작가의식의 두 층위 : 국가폭력 고발과 제주인으로서의 정체성
2. 환청 앓는 순이 삼촌이 서울살이를 했던 까닭
근대 민족국가와 타자의 시선으로 재현된 제주 공동체의 면모
- 1950~60년대 발표된 육지 작가들의 4·3소설을 중심으로
1. 4·3의 발발 : 제주 공동체에 대한 리바이어던의 예단
2. 「해녀」의 제주 공동체 : 야만에 머무르는 삼성혈三姓穴 중심의 혈족 연합체
3. 「비바리」의 제주 공동체: 자치 규약 바깥의 비바리와 제주인의 불가해한 운명
4. 「집행인」의 제주 공동체: 리바이어던에 내몰린 ‘수형수’와 ‘사형 집행인’
5. 리바이어던 안의 야수, 리바이어던 밖의 공동체
공동체 제의로서의 소설과 미래에서 도래한 망자
- 김창집의 「해원解冤」에 대하여
1. 영게울림이라는 형식의 의미와 효과
2. 차라투스트라의 시선으로 파악하는 「해원」의 울림
3. 「해원」이 품고 있는 탈근대적 글쓰기의 가능성
[보유] 예술장르로서 영게울림에 대한 단상
문화충돌과 자각한 패리아로서의 정체성 구축 양상
- 현기영의 언어의식을 중심으로
1. 신화와 사실의 혼동을 둘러싼 제주어/표준어의 자리
2. 표준어 세계로의 진입과 모어母語 정체성의 균열
3. 탈향 제주인의 감정 개념 재구성 양상
4. 자각한 패리아의 정체성 구축 양상
5. 현기영에 대한 고정된 프레임을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