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저자/역자
- 정유정 / 지승호 [공]지음
- 펴낸곳
- 은행나무
- 발행년도
- 2018
- 형태사항
- 263p.: 21cm
- 원서명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 ISBN
- 9791188810123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802.3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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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북카페 | JG000000476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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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4768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정유정의 소설,
이렇게 쓰여졌다!
작가 정유정의 소설 창작에 관한 인터뷰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와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정유정이 소설 쓰기에 관한, 이른바 ‘영업비밀’을 털어놓았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소설가 정유정의 인터뷰집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유정의 삶과 소설 쓰기의 방법론이 심도 있게 제시된다. 기존의 서사 이론을 재해석하며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의 소설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다. 등단 과정의 고단함과 작가론도 있지만 ‘이야기를 쓰는 법’이 이 책의 주를 이룬다. 한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징검돌을 놓는 지승호의 예리한 질문에, 정유정은 흥미로운 입담에 이야기하기의 욕망에 대한 성찰을 녹여 답한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아니라 ‘체험하게 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분투하는지 여실하게 드러나 있다.
진짜 이야기꾼으로 남기 위한 정유정의 창작비밀
지금 소설을 쓰고 싶은 이에게 꼭 필요한 실제적인 조언
책은 지승호의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포함해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고, 지금 바로 소설을 쓰고 싶지만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조언을 건넨다. 아울러 정유정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작가의 집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1부 ‘등단을 향한 여정’은 등단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 작가의 시작점을 엿보는 묘미가 있다.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9년 넘게 일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이십 대를 다 보낸 정유정은 6년간의 습작, 열한 번의 공모전 낙선 끝에 마침내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에 당선되어 데뷔한다.
지_ 간호사 경력이 작가로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가?
정_ 간호사 시절 대부분을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둘 다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거쳐 가는 장소다. 그곳에 몇 달만 머물러보면 알게 될 거다. 평범했던 사람의 정신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애늙은이가 된다. 이십대에 머릿속만 오십대가 되는 거다. 인간의 생사고락을 수도 없이, 요약편으로 겪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 인간을 이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보는 자연주의적 세계관 역시 그때 형성된 것이다. 작가에게 세계관은 작품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하지 않다. (p.18)
2부 ‘이야기와 이야기하는 자’에는 이야기를 대하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정유정은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이고, 문학이란 은유의 예술이라 말한다. 한 뼘 남짓한 인간의 머릿속에서부터 저 광활한 우주공간까지, 인간과 삶, 세계와 운명을 한계 없이 은유해내는 것, 그것이 문학이 품고 있는 원형적 힘이라 역설한다.
지_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미와 의미인가?
정_ 그렇다. 둘 중에서도 우선순위는 재미다. 소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를 홀려서 허구라는 낯설고 의심쩍은 세상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러나 소설적 재미가 단순한 자극이나 흥밋거리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업주의적 작품을 칭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격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버릴 만큼 극단의 감정을 경험하길 원한다. (p.53)
3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은 본격적인 소설 쓰기에 대한 장이다. 소재와 개요, 자료조사, 배경설정, 시점, 형식, 등장인물, 공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첫 문장으로 출발하는 작가, 사건으로 출발하는 작가, 어떤 이미지 혹은 영감, 또는 주제에서 출발하는 작가가 있다. 정유정은 소설을 꿈틀거리게 하는 ‘질문’에 주목한다. 사실의 이면에 도사린 무엇을 상상하는 동안 소설적 질문들이 되풀이되고, 어떤 질문이 턱 걸리면 그것이 소설을 시작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내 심장을 쏴라》는 대학 때 실습 나간 정신병원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한 남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모자람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이 남자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답을 찾기까지는 20년 전이 걸렸다. 《7년의 밤》은 아파트 게시판 실종 전단지가 모티프가 되었다. 인터넷뉴스에까지 올라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그 사건의 전말이 정유정은 석연치 않았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찾는 질문이 시작됐다. 《28》은 구제역 살처분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발단이 되었다. 두려움과 죄책감에서 비롯된 생명의 평등성에 대한 물음이 소설을 쓰도록 부추겼다. 《종의 기원》은 친부모를 살해한 악인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어떤 인간이기에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저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그것을 튀어나오게 만든 방아쇠는 무엇일까.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근원적인 문제라는 데까지 고민이 이르렀을 때 첫 문장이 쓰여졌다.
지_ 공간설정이 가장 힘들었던 소설은 무엇인가?
정_ 《7년의 밤》이다. 서원이 살아가는 바깥쪽 세계와 최현수가 살아가는 안쪽 세계, 표면적 세계만 두 개가 필요한 소설이었다. 그중 현수의 세계를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일인칭 화자인 서원이 소설의 시작과 결말을 책임지고 있기는 하나,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최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심사건을 끌고 가는 인물이자 안쪽과 바깥쪽 세계의 중심동력이었다. (p.124)
4부에서는 ‘초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유정에 따르면 초고란 빠르면 한 달, 길어도 석 달 안에 뚝딱 해치워야 하는 광기적 글쓰기인 동시에 이야기의 토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어차피 90프로를 버릴 원고이지만, 그럼에도 버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바로 시작과 결말이다. 정유정은 또 플롯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작가는 자신은 초고를 먼저 쓰고 나서 플롯을 만든다고 밝힌다. 보통의 작법서에서 알려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유정은 ‘이야기란 등장인물의 삶에서 선택된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다’는 로버트 맥키의 말을 인용하며, 선택을 잘하기 위해 선택할 재료(초고)부터 마련하는 것이라 명쾌하게 말한다. 또한 플롯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기존 작품들의 집필 과정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지_ 등단한 지 10년이 됐다. 장편만 다섯 권을 냈고, 등단 전 출간한 소설까지 합하면 여덟 권인데 아직도 소설 쓰기가 두렵고 막막한가?
정_ 내 경우는 그렇다. 소설을 쓰는 동안 세 가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초고를 시작하기 직전엔, 두려움을 넘어 막막하기까지 하다. 알래스카 설원에 꽃삽 하나 들고, 그걸로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기분이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의심스럽다.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초고를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정말로 의심스럽다. 과연 이걸 끝낼 수 있을까? 퇴고를 하고 나면, 세상에 나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렵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글쓰기도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두려움과 의심의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펜을 놔야 한다. (p.193)
5부는 ‘1차 수정’이다. 정유정은 이 단계에서 이야기의 핵심은 변하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시작과 결말만 제외하고 나머지 장면들을 완전히 새로 쓴다. 여기서 표절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초고는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을 쓴 것이기 때문에 영감이라기보다는 의식 표면에 깔린 이야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기억에 들어 있는 것으로, 대개 어딘가에서 읽었거나 봤거나 들었을 공산이 크므로 의심 없이 쓰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설파한다. 자꾸 갱신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므로 1차 수정은 작품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_ 초고가 이야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면, 수정은 무엇에 중점을 두나.
정_ 장면 간의 유기적 연결이다. 한 장면 안에서 하나의 사건이 기승전결의 구조로 완결되어야 하고, 이 장면은 다음 장면의 동기로 작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의 장면이 이야기적 사건으로 성립돼야 한다. 그 장면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p.221)
마지막 6부는 완성 단계인 ‘탈고’다. 정유정은 탈고하기 전에 장 단위로 끊어서 원고를 거꾸로 읽어본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인 셈인데, 처음 본 원고처럼 생소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생소함 덕분에, 매듭이 묶이지 않았거나 떡밥 회수가 되지 않았거나 등장시켜놓고 깜박한 인물들을 찾아낸다. 덤으로 오문과 비문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후 출판사로 원고를 보낸다. 정유정은 편집자의 피드백을 거의 수용하는 편이다. 일례로 《7년의 밤》의 경우 원제는 ‘해피 버스데이’였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7년의 밤’이라는 제목을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재편하는 눈을 가진 편집자를 신뢰하고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상의한다.
지_ 다 쓴 소설을 서랍에 넣고 묵혀두는 기간이 소설가마다 다른데, 기간이 어느 정도인가 텍스트를 객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정_ 일주일 정도. 스티븐 킹은 6개월 정도 묵히면서 그사이에 다른 소설을 쓴다는데, 범인인 나는 그렇게 못한다. 소설 두 개를 동시에 쓸 수 없는 인간이라…… 하지만 냉각기는 필요하다. 막 사우나에서 나와 뜨겁게 달아오른 몸으로, 러닝머신에 올라간다면 심장에 무리가 오지 않겠는가. (p.254)
이처럼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소설 쓰기의 각 단계를 중심으로 갈등과 선택, 고민해야 할 지점 등을 경험을 엮어 정리해놓은 책이다. 진짜 이야기꾼으로 남기 위한 정유정만의 비법이 담겨 있다. 초고를 쓰기 위한 준비 절차에서부터 탈고까지의 과정이 작가의 육성으로 생생히 전달된다. 정유정 소설의 기원과 비밀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작가지망생들에겐 상당한 유용함을 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의무는 하나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
_정유정
“이 책은 소설가 정유정이 자신의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영업 기밀인데 괜찮겠냐는 우려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등단 과정의 고단함과 작가론도 있지만,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이 이 책의 주를 이룹니다. 소재를 정하고, 개요를 쓰고, 자료를 조사하고, 배경을 설정하고, 형식을 정하고, 등장인물을 창조해내고, 초고를 쓰고, 플롯을 짜고, 1차 수정을 하고, 서술을 하고, 주제를 정하고, 탈고를 하고, 제목을 찾는, 소설을 쓰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정유정이 설명을 합니다.”
_지승호, ‘에필로그’에서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정유정의 소설,
이렇게 쓰여졌다!
작가 정유정의 소설 창작에 관한 인터뷰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와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정유정이 소설 쓰기에 관한, 이른바 ‘영업비밀’을 털어놓았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소설가 정유정의 인터뷰집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유정의 삶과 소설 쓰기의 방법론이 심도 있게 제시된다. 기존의 서사 이론을 재해석하며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의 소설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다. 등단 과정의 고단함과 작가론도 있지만 ‘이야기를 쓰는 법’이 이 책의 주를 이룬다. 한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징검돌을 놓는 지승호의 예리한 질문에, 정유정은 흥미로운 입담에 이야기하기의 욕망에 대한 성찰을 녹여 답한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아니라 ‘체험하게 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분투하는지 여실하게 드러나 있다.
진짜 이야기꾼으로 남기 위한 정유정의 창작비밀
지금 소설을 쓰고 싶은 이에게 꼭 필요한 실제적인 조언
책은 지승호의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포함해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고, 지금 바로 소설을 쓰고 싶지만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조언을 건넨다. 아울러 정유정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작가의 집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1부 ‘등단을 향한 여정’은 등단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 작가의 시작점을 엿보는 묘미가 있다.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9년 넘게 일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이십 대를 다 보낸 정유정은 6년간의 습작, 열한 번의 공모전 낙선 끝에 마침내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에 당선되어 데뷔한다.
지_ 간호사 경력이 작가로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가?
정_ 간호사 시절 대부분을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둘 다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거쳐 가는 장소다. 그곳에 몇 달만 머물러보면 알게 될 거다. 평범했던 사람의 정신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애늙은이가 된다. 이십대에 머릿속만 오십대가 되는 거다. 인간의 생사고락을 수도 없이, 요약편으로 겪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 인간을 이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보는 자연주의적 세계관 역시 그때 형성된 것이다. 작가에게 세계관은 작품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하지 않다. (p.18)
2부 ‘이야기와 이야기하는 자’에는 이야기를 대하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정유정은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이고, 문학이란 은유의 예술이라 말한다. 한 뼘 남짓한 인간의 머릿속에서부터 저 광활한 우주공간까지, 인간과 삶, 세계와 운명을 한계 없이 은유해내는 것, 그것이 문학이 품고 있는 원형적 힘이라 역설한다.
지_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미와 의미인가?
정_ 그렇다. 둘 중에서도 우선순위는 재미다. 소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를 홀려서 허구라는 낯설고 의심쩍은 세상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러나 소설적 재미가 단순한 자극이나 흥밋거리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업주의적 작품을 칭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격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버릴 만큼 극단의 감정을 경험하길 원한다. (p.53)
3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은 본격적인 소설 쓰기에 대한 장이다. 소재와 개요, 자료조사, 배경설정, 시점, 형식, 등장인물, 공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첫 문장으로 출발하는 작가, 사건으로 출발하는 작가, 어떤 이미지 혹은 영감, 또는 주제에서 출발하는 작가가 있다. 정유정은 소설을 꿈틀거리게 하는 ‘질문’에 주목한다. 사실의 이면에 도사린 무엇을 상상하는 동안 소설적 질문들이 되풀이되고, 어떤 질문이 턱 걸리면 그것이 소설을 시작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내 심장을 쏴라》는 대학 때 실습 나간 정신병원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한 남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모자람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이 남자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답을 찾기까지는 20년 전이 걸렸다. 《7년의 밤》은 아파트 게시판 실종 전단지가 모티프가 되었다. 인터넷뉴스에까지 올라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그 사건의 전말이 정유정은 석연치 않았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찾는 질문이 시작됐다. 《28》은 구제역 살처분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발단이 되었다. 두려움과 죄책감에서 비롯된 생명의 평등성에 대한 물음이 소설을 쓰도록 부추겼다. 《종의 기원》은 친부모를 살해한 악인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어떤 인간이기에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저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그것을 튀어나오게 만든 방아쇠는 무엇일까.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근원적인 문제라는 데까지 고민이 이르렀을 때 첫 문장이 쓰여졌다.
지_ 공간설정이 가장 힘들었던 소설은 무엇인가?
정_ 《7년의 밤》이다. 서원이 살아가는 바깥쪽 세계와 최현수가 살아가는 안쪽 세계, 표면적 세계만 두 개가 필요한 소설이었다. 그중 현수의 세계를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일인칭 화자인 서원이 소설의 시작과 결말을 책임지고 있기는 하나,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최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심사건을 끌고 가는 인물이자 안쪽과 바깥쪽 세계의 중심동력이었다. (p.124)
4부에서는 ‘초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유정에 따르면 초고란 빠르면 한 달, 길어도 석 달 안에 뚝딱 해치워야 하는 광기적 글쓰기인 동시에 이야기의 토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어차피 90프로를 버릴 원고이지만, 그럼에도 버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바로 시작과 결말이다. 정유정은 또 플롯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작가는 자신은 초고를 먼저 쓰고 나서 플롯을 만든다고 밝힌다. 보통의 작법서에서 알려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유정은 ‘이야기란 등장인물의 삶에서 선택된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다’는 로버트 맥키의 말을 인용하며, 선택을 잘하기 위해 선택할 재료(초고)부터 마련하는 것이라 명쾌하게 말한다. 또한 플롯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기존 작품들의 집필 과정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지_ 등단한 지 10년이 됐다. 장편만 다섯 권을 냈고, 등단 전 출간한 소설까지 합하면 여덟 권인데 아직도 소설 쓰기가 두렵고 막막한가?
정_ 내 경우는 그렇다. 소설을 쓰는 동안 세 가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초고를 시작하기 직전엔, 두려움을 넘어 막막하기까지 하다. 알래스카 설원에 꽃삽 하나 들고, 그걸로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기분이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의심스럽다.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초고를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정말로 의심스럽다. 과연 이걸 끝낼 수 있을까? 퇴고를 하고 나면, 세상에 나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렵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글쓰기도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두려움과 의심의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펜을 놔야 한다. (p.193)
5부는 ‘1차 수정’이다. 정유정은 이 단계에서 이야기의 핵심은 변하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시작과 결말만 제외하고 나머지 장면들을 완전히 새로 쓴다. 여기서 표절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초고는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을 쓴 것이기 때문에 영감이라기보다는 의식 표면에 깔린 이야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기억에 들어 있는 것으로, 대개 어딘가에서 읽었거나 봤거나 들었을 공산이 크므로 의심 없이 쓰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설파한다. 자꾸 갱신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므로 1차 수정은 작품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_ 초고가 이야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면, 수정은 무엇에 중점을 두나.
정_ 장면 간의 유기적 연결이다. 한 장면 안에서 하나의 사건이 기승전결의 구조로 완결되어야 하고, 이 장면은 다음 장면의 동기로 작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의 장면이 이야기적 사건으로 성립돼야 한다. 그 장면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p.221)
마지막 6부는 완성 단계인 ‘탈고’다. 정유정은 탈고하기 전에 장 단위로 끊어서 원고를 거꾸로 읽어본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인 셈인데, 처음 본 원고처럼 생소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생소함 덕분에, 매듭이 묶이지 않았거나 떡밥 회수가 되지 않았거나 등장시켜놓고 깜박한 인물들을 찾아낸다. 덤으로 오문과 비문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후 출판사로 원고를 보낸다. 정유정은 편집자의 피드백을 거의 수용하는 편이다. 일례로 《7년의 밤》의 경우 원제는 ‘해피 버스데이’였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7년의 밤’이라는 제목을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재편하는 눈을 가진 편집자를 신뢰하고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상의한다.
지_ 다 쓴 소설을 서랍에 넣고 묵혀두는 기간이 소설가마다 다른데, 기간이 어느 정도인가 텍스트를 객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정_ 일주일 정도. 스티븐 킹은 6개월 정도 묵히면서 그사이에 다른 소설을 쓴다는데, 범인인 나는 그렇게 못한다. 소설 두 개를 동시에 쓸 수 없는 인간이라…… 하지만 냉각기는 필요하다. 막 사우나에서 나와 뜨겁게 달아오른 몸으로, 러닝머신에 올라간다면 심장에 무리가 오지 않겠는가. (p.254)
이처럼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소설 쓰기의 각 단계를 중심으로 갈등과 선택, 고민해야 할 지점 등을 경험을 엮어 정리해놓은 책이다. 진짜 이야기꾼으로 남기 위한 정유정만의 비법이 담겨 있다. 초고를 쓰기 위한 준비 절차에서부터 탈고까지의 과정이 작가의 육성으로 생생히 전달된다. 정유정 소설의 기원과 비밀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작가지망생들에겐 상당한 유용함을 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의무는 하나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
_정유정
“이 책은 소설가 정유정이 자신의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영업 기밀인데 괜찮겠냐는 우려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등단 과정의 고단함과 작가론도 있지만,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이 이 책의 주를 이룹니다. 소재를 정하고, 개요를 쓰고, 자료를 조사하고, 배경을 설정하고, 형식을 정하고, 등장인물을 창조해내고, 초고를 쓰고, 플롯을 짜고, 1차 수정을 하고, 서술을 하고, 주제를 정하고, 탈고를 하고, 제목을 찾는, 소설을 쓰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정유정이 설명을 합니다.”
_지승호, ‘에필로그’에서
목차
프롤로그 사람을 늘 놀라게 만드는 소설 아마존, 정유정 … 006
1부 등단을 향한 여정 … 014
2부 이야기와 이야기하는 자 … 037
3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 … 081
소재 영감이 오길 기다리지 마라 … 082
개요 소설을 시작하는 여섯 가지 질문 … 101
자료조사 아는 게 없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 108
배경설정 소설 속 시공간은 하나의 세계다 … 119
형식 이야기에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 … 138
등장인물 그들에게 고유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하라 … 165
4부 초고?어차피 90프로를 버릴 원고 … 189
시작과 결말 초고에서 버리지 않는 부분 … 190
이야기의 톤 자신의 직관을 믿어라 … 198
플롯 어떤 사건을 절정에 배치할까 … 201
5부 1차 수정?그 장면이 필요 없다면 과감히 지워라 … 210
서술 그 세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 226
주제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 … 247
6부 탈고?이제 원고를 거꾸로 읽어보라 … 252
에필로그 정유정의 창작의 비밀 … 258
인용 및 참고도서 …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