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아시아의 거인들 02
반기문과의 대화
- 저자/역자
- 톰 플레이트 지음 / 이은진 옮김
- 발행년도
- 2013
- 형태사항
- 307p.; 21cm
- 총서사항
- 아시아의 거인들; 02
- 원서명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Conversations with Ban Ki-moon
- ISBN
- 9788925550046
- 분류기호
- 한국십진분류법->340.99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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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 JG000000199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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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JG0000001993
- 상태/반납예정일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북카페
책 소개
반기문 사무총장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책!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_반기문
정치적 견해와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하다는 평과 함께, 민감한 질문에 요리조리 빠져나가길 잘한다고 해서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前 <LA 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의 대담집 《반기문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Ban Ki-moon》에서다. 이 책은 반기문 총장과 톰 플레이트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과 각자 부인을 동반하고 사적으로 만나 나눈 여섯 차례의 대화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반기문 총장은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한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과 2001년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부 차관에서 해임됐을 때의 심정을 비롯해 때론 이코노미 석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올라 긴급 재난국으로 이동, 40시간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업무 수행 현장을 대공개하며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유례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답 1. 반기문이 직접 말하는 반기문
“저에 관한 책이 15권 정도 있습니다. 대부분 한국어로 쓰였지만 두세 권은 영어로 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책들의 저자들과 한 번도 책 출간을 전제로 한 사전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2년 넘게 10시간 이상 함께 보낸 사람은 톰 플레이트 교수가 처음입니다.”_반기문, 2013년 3월 뉴욕 출판기념회에서
#대답 2. 외교정책 보좌관 반기문과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이 제게 그러더군요. ‘반 대사, 우리에게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있습니다. 그러니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의 임무는 그 사람이 하게 합시다. 대신에 반 대사는 내 가정교사가 되어주세요. 나는 외교정책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노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성품과 사고방식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분은 그런 식으로…… 체면이 깎이는…… 굴욕을 견딜 수 없는 분입니다.”_<2장 코리안 커넥션> 중에서
#대답 3. 외교통상부 차관 반기문과 김대중 대통령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한국에 돌아와서 문제가 되었지요. 그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었습니다. 3월 정상회담은 총체적인 외교 실패였어요. 김 대통령은 매우 불쾌해했고, 그래서 저를 해임하기로 했죠. 그전에 외교통상부 장관도 해임했고요. (……) 저는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직업 외교관으로서의 경력을 마감할 수 없었습니다. 어디 대사로 파견되어야 했는데, 완전히 공직에서 해임되어 일반 시민이 되었죠. (……) 전례가 없는 일이었죠. (……) 제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진 겁니다.”_<2장 코리안 커넥션> 중에서
#대답 4. 반기문 사무총장과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클린턴 전 대통령
“(전 하버드 총장이자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일류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클린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을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클린턴이 10시 백악관 회의에 제때 나타난 비율은 30퍼센트였지만, 오바마는 90퍼센트였다고 합니다. 클린턴이 다음날 자기가 주재할 회의 주제에 관한 문헌을 읽었을 가능성은 아주 낮고, 오바마가 미리 자료를 읽었을 확률은 70퍼센트 정도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100퍼센트 어김없이 모든 자료를 읽습니다. 시간을 지키는 비율은 97퍼센트입니다. 저는 항상 규율이 잘 잡혀 있습니다.”_<에필로그> 중에서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위한 10년의 로드맵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관련 책들이 어린 시절부터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를 다뤘다면, 《반기문과의 대화》는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난 이후를 그렸다. ‘세계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는 해피엔딩의 스토리로 인간 반기문을 기억하고 있던 독자라면,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24시간 전화 대기 중인 피로와 불면의 직업인 이야기를 반전으로 맞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유엔이라는 조직과 사무총장이라는 직무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적 자원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 지도자와 달리 유엔 사무총장은 오직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회의 소집권만 있다. 모든 결정과 자원은 회원국에서 나온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반기문 총장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매일매일의 로드맵을 짜야 하는 치열한 분투의 현장 한가운데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계 일급 외교관 반기문의 면모는 유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를테면, 반인륜적 범죄가 벌어지는 국가에 유엔이 개입해 인권을 보호하는 개념인 보호책임(일명 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에 대해 회원국들이 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실행을 위한 제반 작업에는 반대하자 반 총장은 연봉 1달러의 보좌관을 채용해 R2P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166쪽). 그리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시 휴전’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할 때, 그는 ‘동시 휴전’의 프레임을 탈피해 이스라엘의 ‘일방적’ 휴전을 성사시켰다(180쪽). 이후 팔레스타인 진영의 하마스가 휴전 선언을 하기까지 1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뛰어난 외교 수완을 보여준 반기문 총장은 남수단 독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전,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을 이룩한 역사상 가장 능동적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각광받는 시대, 겸손과 솔선수범의 리더십
임기 초만 해도 반기문 총장은 서구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그를 혹평했고, <뉴스위크>는 2007년 3월호 표지에 반 총장의 얼굴을 싣고 “이 남자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타이틀로 기획기사를 실었다. 2011년 재선에 성공했을 때 그의 연임 소식은 <뉴욕 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반 총장 자신은 “충격”이었다고 회상한다(129쪽). 언론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카리스마 부족도 문제였다. 이는 유엔 조직 개편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기존 유엔 직원들과의 조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반 총장은 말보다 성과가 먼저이고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집단의 리더십, 즉 모든 사람의 지지와 합의를 기반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 실천으로 그는 유엔에 여성기구를 최초로 설립, 유엔 사무차장보 이상의 직급에 여성의 비율을 40퍼센트 높이는 등 인적 자원 활용에 있어 모범을 제시했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에게 전권을 주고 실수로 인해 생길 정치적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한 “재해를 입었는가? 조심하라! 다음 비행기 편으로 반기문이 간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로 반 총장은 유엔 조직의 책임감, 효율성, 효과성, 윤리의식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유엔은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에 따라 지구촌의 위기와 도전에 대응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유엔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기구이며 반기문 총장은 유엔의 중요한 개혁을 이끌어왔다.”_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11년 6월, 반기문 총장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에서)
우리에게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있다
저자인 톰 플레이트는 상임이사국들이 이번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을 두고 장군general 스타일보다 비서secretary 스타일을 원했다는 주장을 비롯해 “유엔은 미국 외교정책의 유용한 도구”라는 의혹, 5개 상임이사국 체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콘돌리자 라이스가 대북문제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평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반 총장의 견해를 서슴없이 묻는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이 직업이 총장님을 미치게 하지 않습니까?”라든지 “미국인이라면 아마 이혼당하셨을 겁니다!”와 같이 즉흥적이고 익살스러운 언사의 톰 플레이트와 반듯하고 정답 같은 한국인 신사 반기문 총장이 일곱 번의 공식 대담, 여섯 번의 사적인 만남에서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때론 견제하고 긴장하는 길항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이런 과정 끝에 저자 톰 플레이트는 이 책을 이렇게 맺고 있다. “우리에게는 사무총장이 있다. (……) 적어도 우리에게는 유엔 꼭대기에서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일꾼이 있다. 왠지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는가?” 세계에 분쟁이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고, 오늘도 지구의 환경은 오염되고 있지만, 이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필사적으로 벌이는 한 사람이 여기 있다.
* 이 책은‘아시아의 거인들Giants of Asia’이라는 주제로 톰 플레이트가 집필을 계속하고 있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아시아의 거인들 01 리콴유와의 대화 _ 2013년 3월 출간
아시아의 거인들 02 반기문과의 대화 _ 2013년 8월 출간
아시아의 거인들 03 마하티르 모하마드와의 대화 _ 2014년 출간 예정
* 반기문(Ban Ki-moon, 1944~ )
제8대 유엔 사무총장(2007~2016년 재임).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 총장이다. 2006년 10월 선출되어 2007년 1월에 취임했으며 2011년 6월 유엔총회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1970년 외무고시에 차석으로 합격, 그해 5월 외교부에 입부한 이래로 다양한 보직을 수행했으며 2004년 1월~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 2003년 2월~2004년 1월 노무현 대통령 외교보좌관, 2000년 1월~2001년 3월 외교통상부 차관을 역임했다.
사무총장 임기 초, 유엔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과 사무총장 직무에 대한 회의론, 반 총장의 카리스마 부족을 문제 삼는 언론에 부딪혀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아이티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강타, 칠레 광산 붕괴, 파키스탄 홍수 등 세계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제사회의 구호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은 물론 모든 안건과 자료를 숙지하는 철두철미함, 부하 직원에게 전권을 주되 정치적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솔선수범으로 유엔 역사상 가장 먼저 연임을 확정한 사무총장이 되었다.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_반기문
정치적 견해와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하다는 평과 함께, 민감한 질문에 요리조리 빠져나가길 잘한다고 해서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前 <LA 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의 대담집 《반기문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Ban Ki-moon》에서다. 이 책은 반기문 총장과 톰 플레이트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과 각자 부인을 동반하고 사적으로 만나 나눈 여섯 차례의 대화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반기문 총장은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한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과 2001년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부 차관에서 해임됐을 때의 심정을 비롯해 때론 이코노미 석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올라 긴급 재난국으로 이동, 40시간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업무 수행 현장을 대공개하며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유례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답 1. 반기문이 직접 말하는 반기문
“저에 관한 책이 15권 정도 있습니다. 대부분 한국어로 쓰였지만 두세 권은 영어로 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책들의 저자들과 한 번도 책 출간을 전제로 한 사전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2년 넘게 10시간 이상 함께 보낸 사람은 톰 플레이트 교수가 처음입니다.”_반기문, 2013년 3월 뉴욕 출판기념회에서
#대답 2. 외교정책 보좌관 반기문과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이 제게 그러더군요. ‘반 대사, 우리에게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있습니다. 그러니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의 임무는 그 사람이 하게 합시다. 대신에 반 대사는 내 가정교사가 되어주세요. 나는 외교정책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노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성품과 사고방식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분은 그런 식으로…… 체면이 깎이는…… 굴욕을 견딜 수 없는 분입니다.”_<2장 코리안 커넥션> 중에서
#대답 3. 외교통상부 차관 반기문과 김대중 대통령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한국에 돌아와서 문제가 되었지요. 그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었습니다. 3월 정상회담은 총체적인 외교 실패였어요. 김 대통령은 매우 불쾌해했고, 그래서 저를 해임하기로 했죠. 그전에 외교통상부 장관도 해임했고요. (……) 저는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직업 외교관으로서의 경력을 마감할 수 없었습니다. 어디 대사로 파견되어야 했는데, 완전히 공직에서 해임되어 일반 시민이 되었죠. (……) 전례가 없는 일이었죠. (……) 제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진 겁니다.”_<2장 코리안 커넥션> 중에서
#대답 4. 반기문 사무총장과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클린턴 전 대통령
“(전 하버드 총장이자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일류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클린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을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클린턴이 10시 백악관 회의에 제때 나타난 비율은 30퍼센트였지만, 오바마는 90퍼센트였다고 합니다. 클린턴이 다음날 자기가 주재할 회의 주제에 관한 문헌을 읽었을 가능성은 아주 낮고, 오바마가 미리 자료를 읽었을 확률은 70퍼센트 정도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100퍼센트 어김없이 모든 자료를 읽습니다. 시간을 지키는 비율은 97퍼센트입니다. 저는 항상 규율이 잘 잡혀 있습니다.”_<에필로그> 중에서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위한 10년의 로드맵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관련 책들이 어린 시절부터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를 다뤘다면, 《반기문과의 대화》는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난 이후를 그렸다. ‘세계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는 해피엔딩의 스토리로 인간 반기문을 기억하고 있던 독자라면,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24시간 전화 대기 중인 피로와 불면의 직업인 이야기를 반전으로 맞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유엔이라는 조직과 사무총장이라는 직무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적 자원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 지도자와 달리 유엔 사무총장은 오직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회의 소집권만 있다. 모든 결정과 자원은 회원국에서 나온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반기문 총장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매일매일의 로드맵을 짜야 하는 치열한 분투의 현장 한가운데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계 일급 외교관 반기문의 면모는 유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를테면, 반인륜적 범죄가 벌어지는 국가에 유엔이 개입해 인권을 보호하는 개념인 보호책임(일명 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에 대해 회원국들이 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실행을 위한 제반 작업에는 반대하자 반 총장은 연봉 1달러의 보좌관을 채용해 R2P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166쪽). 그리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시 휴전’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할 때, 그는 ‘동시 휴전’의 프레임을 탈피해 이스라엘의 ‘일방적’ 휴전을 성사시켰다(180쪽). 이후 팔레스타인 진영의 하마스가 휴전 선언을 하기까지 1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뛰어난 외교 수완을 보여준 반기문 총장은 남수단 독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전,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을 이룩한 역사상 가장 능동적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각광받는 시대, 겸손과 솔선수범의 리더십
임기 초만 해도 반기문 총장은 서구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그를 혹평했고, <뉴스위크>는 2007년 3월호 표지에 반 총장의 얼굴을 싣고 “이 남자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타이틀로 기획기사를 실었다. 2011년 재선에 성공했을 때 그의 연임 소식은 <뉴욕 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반 총장 자신은 “충격”이었다고 회상한다(129쪽). 언론 플레이에 능숙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카리스마 부족도 문제였다. 이는 유엔 조직 개편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기존 유엔 직원들과의 조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반 총장은 말보다 성과가 먼저이고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집단의 리더십, 즉 모든 사람의 지지와 합의를 기반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 실천으로 그는 유엔에 여성기구를 최초로 설립, 유엔 사무차장보 이상의 직급에 여성의 비율을 40퍼센트 높이는 등 인적 자원 활용에 있어 모범을 제시했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에게 전권을 주고 실수로 인해 생길 정치적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한 “재해를 입었는가? 조심하라! 다음 비행기 편으로 반기문이 간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로 반 총장은 유엔 조직의 책임감, 효율성, 효과성, 윤리의식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유엔은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에 따라 지구촌의 위기와 도전에 대응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유엔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기구이며 반기문 총장은 유엔의 중요한 개혁을 이끌어왔다.”_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11년 6월, 반기문 총장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에서)
우리에게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있다
저자인 톰 플레이트는 상임이사국들이 이번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을 두고 장군general 스타일보다 비서secretary 스타일을 원했다는 주장을 비롯해 “유엔은 미국 외교정책의 유용한 도구”라는 의혹, 5개 상임이사국 체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콘돌리자 라이스가 대북문제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평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반 총장의 견해를 서슴없이 묻는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이 직업이 총장님을 미치게 하지 않습니까?”라든지 “미국인이라면 아마 이혼당하셨을 겁니다!”와 같이 즉흥적이고 익살스러운 언사의 톰 플레이트와 반듯하고 정답 같은 한국인 신사 반기문 총장이 일곱 번의 공식 대담, 여섯 번의 사적인 만남에서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때론 견제하고 긴장하는 길항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이런 과정 끝에 저자 톰 플레이트는 이 책을 이렇게 맺고 있다. “우리에게는 사무총장이 있다. (……) 적어도 우리에게는 유엔 꼭대기에서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일꾼이 있다. 왠지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는가?” 세계에 분쟁이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고, 오늘도 지구의 환경은 오염되고 있지만, 이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필사적으로 벌이는 한 사람이 여기 있다.
* 이 책은‘아시아의 거인들Giants of Asia’이라는 주제로 톰 플레이트가 집필을 계속하고 있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아시아의 거인들 01 리콴유와의 대화 _ 2013년 3월 출간
아시아의 거인들 02 반기문과의 대화 _ 2013년 8월 출간
아시아의 거인들 03 마하티르 모하마드와의 대화 _ 2014년 출간 예정
* 반기문(Ban Ki-moon, 1944~ )
제8대 유엔 사무총장(2007~2016년 재임).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 총장이다. 2006년 10월 선출되어 2007년 1월에 취임했으며 2011년 6월 유엔총회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1970년 외무고시에 차석으로 합격, 그해 5월 외교부에 입부한 이래로 다양한 보직을 수행했으며 2004년 1월~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 2003년 2월~2004년 1월 노무현 대통령 외교보좌관, 2000년 1월~2001년 3월 외교통상부 차관을 역임했다.
사무총장 임기 초, 유엔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과 사무총장 직무에 대한 회의론, 반 총장의 카리스마 부족을 문제 삼는 언론에 부딪혀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아이티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강타, 칠레 광산 붕괴, 파키스탄 홍수 등 세계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제사회의 구호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현장형 리더십은 물론 모든 안건과 자료를 숙지하는 철두철미함, 부하 직원에게 전권을 주되 정치적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솔선수범으로 유엔 역사상 가장 먼저 연임을 확정한 사무총장이 되었다.
목차
2013년 3월 12일 뉴욕 출판기념회에서 | 서문 |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1장 주말 계획
시크릿 다이어리? | 파키스탄 커넥션 | 통화 대기는 없다 | 제정신이냐는 질문 | 이코노미 석에 앉아서 | 유엔 퍼스트레이디 | 인터뷰 : 2012년 5월, 유순택 여사와의 대화
2장 코리안 커넥션
조용한 유교문화 | 미래의 외교통상부 장관 | 해임되다 | 파월에게서 온 전화 | 인터뷰 : 케네디 스쿨의 교수들
3장 아시안 워커홀릭
노 리스펙트 |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 그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 반기문과 이스라엘
4장 살아 있는 표본, 만델라
지역적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 R2P | 국익을 초월하여 | 유엔 직원 | 자연스러운 역사 발전 | 독재자를 위한 황금 낙하산?
5장 여성과 반기문
고무신을 내려다보며 |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먼 | 안타까운 일 아닌가?
6장 보스 중의 보스
팹 파이브 | 볼튼 한 조각 | 문제의 시작 | 일본에 불공평한 | 행복한 사기꾼 | 한국과 중국, 올라서라
7장 헤어지는 꿈
목을 움츠리는 거북이 | 고양이와 카나리아 | 쉽지 않은 협약 체결
에필로그 | 저자의 말 | 이 책에 도움을 준 사람들 | 참고 문헌 및 추천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