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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

고등어를 금하노라

저자/역자
임혜지 지음
펴낸곳
푸른숲
발행년도
2009
형태사항
281p.; 21cm
ISBN
9788971848197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JG0000000952-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JG0000000952
    상태/반납예정일
    -
    위치/청구기호(출력)
    종합자료센터 보존서고
책 소개
뮌헨의 행복 건축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가족 안에 짓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늘 서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언제 가장 행복하지?”


가족 이야기는 대개 진부한 통념의 세계에 머물거나 정반대로 극단적인 전복(顚覆)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통념과 전복 사이를 유유히 오가며 가족 이야기도 조화로운 창조의 세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임혜지는 십대 후반에 독일로 건너가 대학에서 건축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고건축 전문가이자 독일 남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키워온 오십대 엄마다. 맞벌이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삶은 일견 평범한 듯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가 모두 부부의 신념과 의지의 결과물이라 삶에 대한 치열한 주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주어진 대로, 운명을 맞아들이듯 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기로 한 이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와 존중을 우선시하는 삶을 실천해왔다. 세끼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직업적인 성공의 일부를 포기했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했으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난방과 온수, 자동차와 고등어를 포기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 ‘고등어’가 뜻하는 바는 품위 있게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포기한 이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은 이런 삶을 선택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공부도 연애도 놀이도 모두 아이들이 원할 때 자기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뭔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스스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자기 삶을 자기 생각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상적인 만큼이나 정치적이지만 누구나 유쾌하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운동가가 아니라 하루하루 자신의 양심과 양식에 맞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건강한 생활인이자 나와 내 가족만이라도 달라지면 세상이 어제보다 좀 더 나은 곳이 될 거라 믿는 생활 밀착형 개혁가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 세상을 누군가 만들어주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가족 안에 먼저 짓는 저자의 삶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성격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소신껏, 덜 가져도 초라하지 않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그것을 구현해가는 단위로서 나의 가족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그러나 이기적이지 않은 행복을 꿈꾸는 ‘유러피언 드리머’ 임혜지

제레미 리프킨이 《유러피언 드리머》에서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과 “살기 위해 일하는 유럽인”을 대비시켰듯 최근 성장과 축적, 개인의 배타적 자유와 독립, 문화적 동화(同化)를 추구하는 미국적 가치관에 반하여 공동체 안에서의 자유와 조화,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유럽적 가치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유러피언 드림’이 실제로 유럽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1장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의지대로 자유롭게 삶을 구성해나갈 때 삶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의 자유는 부와 권력을 쥔 개인이 휘두르는 배타적 자유가 아니라 가족, 이웃, 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공동체적 자유를 뜻한다. 저자가 줄기차게 자유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자주, 또 기꺼이 사용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2장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에서는 부모의 진두지휘 아래 일치단결하는 가족이 아니라 어른이든 아이든 하나의 인격체로서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3장 ‘공존을 위한 예의’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형성한 역사적 유산을 존중하고 그 과정을 함께 겪어온, 또 그 결과를 함께 겪어갈 동시대의 이웃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대로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그래서‘우아한’가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생각이 깊더라도 그것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결국엔 애초의 생각조차 사는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생각대로 삶을 꾸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우리는 대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견고한 시스템에, 익숙함과 안락함에, 체면과 관계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길을 택한다. 다수의 삶에서 이탈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과 불편부당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삶의 주인이고 싶은 저자의 가족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일상에서도 그대로 실천하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돈이 사람을 평가하고 가족 간의 유대나 내 이웃의 삶을 해치는 건 인간적인 길이 아니라 믿기에 돈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전기를 펑펑 쓰는 난방기보다는 따뜻한 물주머니를,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며 이동해 온 먼 나라의 고등어보다는 내 나라의 먹을거리를 택하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학력에 비해서 적은 보수와 실력에 비해서 낮은 사회적 위상을 떳떳하게 감수한다. 또한 무섭게 절약한다. 아직도 크루아상 하나를 온전히 먹는 법 없이 꼭 둘이서 나눠 먹고 물 한 방울, 토마토 한 알도 헛되게 쓰지 않는다. …… 자유를 구하기 위한 검약의 습관은 2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부부 사이에 유별난 동지 의식을 키웠다.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크루아상을 둘로 가르는 순간 우리가 은밀하게 주고받는 교감이라니. 그 자신감과 자긍심이라니. 파트너를 향한 존경과 신뢰를 담은 이 동지 의식은 우리 가정의 버팀목이다. - 23~24쪽

우리 가정이 화목할 수 있는 비결은 참으로 사소하다. 바로 세끼 식사를 온 식구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 남편은 학교에서 갓 돌아온 아이들에게 학교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버지로서 대단히 유익하다며 매일 점심을 집에서 먹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회사 동료나 상사와의 친분에서 오는 이익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로 문화재를 실측 조사하는 나 역시 먼 곳에 있는 일거리는 웬만하면 거절하다 보니 일감이 오래 끊어지기 일쑤다. …… 우리는 절약하며 살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들 눈에는 별 볼일 없을지라도 우리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기에 승진이나 출세에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더 이상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데, 가족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의 행복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 81~82쪽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할 때와 샤워기를 사용할 때 중에서 언제 물을 더 많이 쓰는지를 계산하고, 웬만한 가구와 생활 도구는 다 만들어 쓰고, 과일 하나를 사면서도 생산과 유통 과정에 부도덕한 부분은 없나 꼼꼼히 따지는 생활은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다소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 삶을 얼마나 좀먹는지, 가진 게 많아도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이들의 마음속이 얼마나 황폐한지를 생각해볼 때 자기중심이 단단한 이들 가족에게서 오히려 쉬 흐트러지지 않는 품위를 느낄 수 있다. 설령 세상의 잣대로는 ‘가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이러한 가난이라면 ‘궁상맞은’ 대신에 ‘우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 시작한 자유, 홈메이드 프리덤(Home-made Freedom)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위해 본능적인 열정을 발휘하며,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판단과 선택으로 세상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이라 믿는 저자 부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이런 가치관을 그대로 실천했다. 부모라고, 어른이라고 다른 잣대를 대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아들과 딸은 공부도 예체능도 다소 늦되었지만 결국엔 타고난 난독증을 극복하고 원하는 공부와 일을 찾았으며,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스스로 하며 신나게 자기 삶을 개척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나와 남편은 공부를 많이 한 편이지만 공부 덕분에 부귀영화를 누려본 적도 없고, 또 부귀영화가 없다고 해서 불행하게 느낀 적도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학력에 대한 강박관념이 적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도 초보 부모인데 자식의 앞날이 불안하지 않을 리가 있나. 그렇지만 아이들의 성적에 참견해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할 기회를 앗을 수는 없었다. …… 성적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우리가 교육에 무관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녀 교육은 남편과 내 인생에서 늘 우선순위이다. …… 우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의 놀이를 진지하게 보호하고, 행여 아이들이 도움이라도 청할라치면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 도와주었다. - 94쪽

“쟤가 오늘 학교에 안 가고 회사 간다는 거 당신이랑 의논했어?”
“아니.”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딸아이가 목욕탕에서 소리 질렀다.
“오빠 야단치지 마! 오빠는 법적으로 성인이야. 학교 결석하는 일에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구.”
누가 뭐래나? 우리끼리 물어도 못 보냐고오? 그래두 명색이 부몬디…… 낳아주시고 길러주시는…… 구시렁구시렁. 전반적으로 크게 빗나가지 않는 한 자식들의 사적인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교육 방침이다. 어려서부터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하고 책임지는 습관을 들이지 못해 어른이 되어서도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나는 독일에서도 숱하게 보아왔다. ……
난독증이 있고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던 우리 아이들은 의외로 김나지움에 입학했고, 가끔씩 낙제할 기미를 보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강력하게 부탁한 것은 단 하나였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자신의 소질과 취향을 관찰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열정 없이 남 보기에만 그럴듯한 턱걸이 인생만 피해도 성공한 인생이라 말했다. - 138~139쪽

저자 부부는 아들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취직을 해도, 딸이 구두쇠 부모와 달리 빚을 내서 옷을 사 입고 다녀도 결코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그 선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조언하고 격려한다. 또한 딸에게 콘돔 사용법을 알려주며 남자 친구를 만날 때는 꼭 지니고 다니라고, 만에 하나 임신이 되더라도 그것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대범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식을 부모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개성과 욕망을 지닌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자기 머리로 고민하고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과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존중해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명령하기보다는 합의하고, 간섭하기보다는 지켜봐주는 부모와 함께 성장한 아이들은 가족 이외의 타인에게도 관용의 태도를 보이며 각자의 영역을 인정해줄 것이다. 집에서 배운 자유가 이웃, 사회, 세계로 번지며 세상을 조금씩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홈메이드 프리덤’은 모두가 함께 자유로운 세상을 위한 출발점이다.

연약하고 부족한 우리가 함께 살아갈 길, 키를 낮춰 곁에 눕는 마음

저자가 살아가는 방식은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독일로 건너가 독일 사회의 발전과 정체, 통일과 세계화로 인한 혼란, 나치 문제와 역사 청산의 과정을 겪으며 자리 잡았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던 저자는 사회의 상황과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나’와 ‘너’와 ‘우리’의 심성을 보았고, 독일의 역사 청산 과정을 지켜보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양심과 양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스승은 나치의 역사였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는 인간이 야만의 역사에 반응하는 모습과 후대에 그것을 청산해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기중심과 세상과 이웃에 대한 예의였다. 이 책에 독일의 역사 청산에 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포함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꼭 학식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야만 지성인이 되는 게 아니다. 머리를 빡빡 민 채 낙하산 부대의 장화를 신고 설치던 신나치주의 청년들의 폭력이 심심찮게 일어나던 시기에 독일의 많은 가게의 출입문에는 엽서 크기의 노란 카드가 붙어 있었다. 그 카드에는 자기네 가게는 외국인이 폭력을 피해 들어올 수 있는 피난처이니 위험에 처한 외국인은 언제든지 뛰어 들어오라고 쓰여 있었다. 생면부지의 외국인을 자기네들이 나서서 깡패로부터 보호해주겠다고 선언하는 도자기 가게, 유리 가게, 꽃집 주인들은 바로 독일의 지성인들이다.
주류로 사는 인생과 지성인으로 사는 인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주류로 살면서 어느 한 영역에서 지성인의 역할을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그래서 나는 주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 회사의 평사원이 우리 회사도 나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을 내느냐고 물었을 때) 아마도 반감을 가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위협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가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던 것처럼 주류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200~201쪽
내 잘못은 아니라도 내 부모 혹은 내가 살고 있는 땅에 한때 살았던 누군가의 잘못으로 지금까지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생각은 곧 역사적 유산을 존중하고, 거기서 배운 교훈으로 동시대인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독일 사회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이런 연대 의식은 저자의 일상 곳곳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우등생과 열등생이 섞여 있는 학급에서 선생님이 열등생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하자 “내 아이의 발전을 위해서는 실망스럽지만, 열등생들을 버리고 가지 않는 선생님의 신념을 존중합니다. 만약 진도가 늦어질 기미가 보이면 내가 따로 가르쳐서 우등생들이 좋은 점수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돕겠습니다.”라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택하는 학부모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은 없어도 경쟁보다는 협동에 능한 학생들을 키워 과학 기술 강국을 만든 독일의 평준화 시스템, 장애아들을 격리시키지 않고 일반 유치원에서 함께 돌보는 장애아 통합 교육 등이 그 단적인 예다.
저자가 보여준 독일 사회의 모습은 소수의 인재를 키우겠다며 다수를 희생시키는 우리의 교육제도와 전 사회적인 경쟁 체제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가 인간의 본능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작은 일화를 하나 들려준다. 이 이야기 속의 인간은 타인의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도록 키를 낮출 줄 아는 따뜻하고 현명한 존재다.

율동 시간 전에 아이들을 운동복으로 갈아입힐 때였다. 나는 (장애아) 모모의 옷을 먼저 갈아입힌 후, 다른 아이들을 도와주느라 모모를 잠시 바닥에 눕혀놓았다. 옷을 다 갈아입은 아이들이 모모가 누워 있는 곳으로 슬금슬금 모여들더니 그 옆에 눕기 시작했다. 서서 기다리지 않고 나란히 누워서 기다리니 모모는 장애가 없는 사람이랑 똑같아졌다. 그 순간만큼은 모모에게 도우미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 세 살배기 아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 개인의 결함이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자연스럽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현명한 공생의 법칙을 실현하지 않았나. 물론 우연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이었지만 그것을 본 내 마음속에서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함께 슬픔이 솟았다. 이런 아이들을 어른들이 망가뜨리는 거구나. 이런 아이였던 우리가 자라는 동안 이렇게 망가졌구나. - 264쪽
목차

프롤로그 괴짜 가족의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자유로워라, 즐거워라
자유를 구하라
돈 대신 시간을 선택하는 인생
어디 부부 살림왕 대회 없나요?
포기한 만큼 품위 있는 삶
지구를 지키는 내 사랑 물주머니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하노라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과일 쇼핑
파티의 여왕, 기부의 여왕
행복의 기회비용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놀이 실력이 곧 인생 실력
흔들려도 좋아. 네 힘으로 해!
한두 번 실수로 망가지는 인생은 없어
모든 딸은 자라 여자가 된다
존재의 기쁨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열정 없는 턱걸이 인생만은 금물
아이가 내 품을 떠나려 할 때
내 맘대로 춤출 권리
아이의 좌절에 대응하는 엄마의 자세

공존을 위한 예의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
사람은 어떻게 나치가 되는가
야만의 역사를 바로잡는 작은 조약돌의 힘
무지개 색을 모른다고?
굴러 들어온 돌과 박힌 돌이 공존하는 방법
평범한 재능이 특별한 실력이 되는 비결
과학 기술 강국 독일의 대학 평준화 정책
사람을 위한 법, 자연을 위한 법
키를 낮춰 곁에 눕는 마음
완경의 섹스

에필로그 자유와 자긍심에 빛나는 삶